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 날이다.
___ 센트럴파크의 어느 벤치에 누군가 새겨
놓은 낙서
(1),
1월 어느 날 아침, 뉴욕 바닷가, 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시각........ .
하늘 놓은 곳, 북쪽으로 흘러가고 있는구름 사이로 우리는 엘리스 아일랜드와 자유의 연상 위로 날고 있다. 매서운 추위, 칼바람과 함께 내리퍼붓는 폭설에 도시 전체가 얼어붙어 있다.
갑자기 은빛 새 한 마리가 구름을 뚫고 나타나 저 아래 늘어선 마천루를 향해 마치 내리꽂히는 화살처럼 날아간다. 그 새 쏟아지는 눈송이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신비로운 힘에 이끌린 듯 맨해튼 북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흥분에 들떠 계속 작은 소리로 울어대면서..... .
새는 그리니치빌리지와 타임스퀘어 그리고 어퍼웨스트사이드 상공을 깜짝 놀란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 마침내 어느 공원 입구의 정문 위에 내려앉는다.
우리는 이제 콜롬비아대학에서 아주 가까운 모닝사이드 파크 끝 지점에 와 있다. 잠시 후면 그 거리의 어느 작은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 불 켜질 것이다.
지금 , 젊은 프랑스 여자 줄리에트 보몽은 잠을 자고 있다. 하지만 3초 후에는 어쩔 수 없이 잠에서 깨어나야할 것이다.
6시59분 57초,58초,59초, 7시 정각.
마침내 알람소리가 울렸다. 침대 맡 탁자로 팔을 뻗은 줄리에트가 손을 되는 대로 뻗고 휘젓는 바람에 시계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요란하게 울려대던 알람소리가 뚝 멈췄다.
줄리애트는 아직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침대를 빠져나와 반짝반짝 윤이 나는 마릇바닥으로 내려섰다. 더듬거리며 걸음을 떼어놓던 그녀는 카펫에 발이 걸리는 바람에 그만 왁스칠을 해놓은 마룻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투덜거리며 일어선 그녀는 그제야 안경을 찿아썼다. 안경 쓰는 게 싫었지만 시력이 형편없는 데다 콘택트렌즈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다.
계단 옆에 걸린 거울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머리에 눈에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스물아홉 살짜리 여자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그 거울은 그녀가 골동품 시장에서 발견했다. 두께가 각기 다른 작은 거울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인 그 거울은 사람의 모습을 약간 희화화시켜 비춰주는 이상한 거울이었다.
거울을 향해 입을 한 번 삐죽내민 줄리애트는 마구 헝클어진 금빛 머리카락을 대충 귀 뒤로 쓸어 넘겼다. 헐렁한 브이넥 티셔츠와 바짓단에 레이스 장식이 달린 핫팬츠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섹시하고도 발랄해 보였다. 문득 한기를 느낀 그녀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두툼한 이불로 몸을 감쌌다. 콜린과 함께 이 아파트에 새 들어 살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지금껏 난방이 제대로 가동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형편없는 집에 2천 달러씩이나 되는 집세를 꼬박꼬박 내야하다니!
줄리애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녀는 이불로 몸을 감싼 채 계단을 풀짝풀짝 뛰어 내려가 엉덩이로 주방문을 밀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얼룩고양이가 잽싸게 품으로 뛰어들더니 어깨 위로 거칠게 기어 올라왔다. 그 바람에 하마터면 목에 고양이의 발톱 자국이 남을 뻔했다.
" 그만! 그만해, 장 카미유!"
그녀가 크게 소리치며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장 카미유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날카롭게 야옹 소리를 한 번 내지르고 보금자리인 바구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움츠렸다.
줄리에트는 가스레인지에 물주전자를 올려놓고 라디오를 틀었다.
......... 지난 이틀 동안 위싱턴과 필라델피아를 강타했던 폭설이 북동쪽으로 진로를 바꿔, 뉴욕과 보스턴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 시각, 맨해튼은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엄청나게 쌓인 눈 더미 속에서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항공 여행을 계획한 분들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JFk 공항과 라 구아르디아 공항에서 출발하기로 예정되던 모든 항공편은 이미 운항을 취소되거나 연기되었습니다.
도로 교통 상항 역시 매우 나쁩니다. 시 교통 당국은 가능한 한 자가용 이용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전철은 정상적으로 운행되겠지만 버스는 혼잡이 예상됩니다. 앰트랙 철도회사는 단축 운행을 한다고 알려왔습니다. 맨해튼 시의 박물관과 동물원, 주요 기념관들도7년 만에 처음으로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멕시코 만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캐나다 상공에서 하강한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만나며 발생한 이번 폭설은 하루 정도 더 뉴욕 상공에 머물다가 뉴잉글랜드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러분의 라디오, 맨해튼 101.4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맨해튼에 101.4에10분만 할애하세요. 빠르고 정확한 세계 곳곳의 소식을 여러분에게 전해드렸습니다.
줄리에트는 몸을 덜덜 떨며 라디오 뉴스를 들었다. 뭔가 몸을 따뜻하게 해줄 만한 걸 찿아야겠어.
주방의 수납장을 뒤져보았지만 인스턴트커피도 차도 없었다.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할 수 없이 지난 밤 콜린이 설거지를 하지 않고 개수대에 놓아둔 찻잔에서 반쯤 말라붙어 있는 티백을 꺼내 끓인 물에 담갔다.
아직 잠이 덜 깬 줄리에트는 창턱에 앉아 하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는 듯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이번 주말이 끝나기 전에 이 도시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떠난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 더는 방법이 없었다. 혼자 뉴욕을 짝사랑해온 셈이었다. 뉴욕은 그녀에게 손톱만큼의 애정도 보여주지 않았다. 일찍이 파리를 떠나올 때 가득 품고 왔던 꿈은 이제 한낱 이를 수 없는 미망이 되어버렸다.
줄리에트는 소르본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마쳤지만 공부보다는 연극에 더 심취했다. 학위를 마친 그녀는 과감하게 플로랑 연기학교에 입학했다. 그 학교에서 그녀는 가장 전도유망한 학생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꾸준히 오디션을 받아 두세 편의 광고에도 잠깐 얼굴을 내비쳤고, 몇몇 텔레비전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스타의 길은 멀기만 했다.
점차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었고, 결국 유로디즈니에서 새끼 곰위니 가면을 쓰고 연기하니거나 쇼핑물이나 기업, 생일파티 같은 행사의 축하공연 출연 따위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미래가 전혀보이지 않았지만 줄리에트는 용기를 잃지 않았고, 마침내 지리멸렬한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결심했다.
미국, 줄리에트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아며리칸드림을 꿈꾸며 학생 비자를 얻었고, 꿈에 그리던 뉴욕에 설레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뉴욕에서 성공한다면 이 세상 어디에서건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첫댓글 서재에 기욤 뮈소 장편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구해줘" 두권이 있어서 두 권씩 읽을 때 마다 3,4페이지 씩 꼭 읽어요 몇 번 씩 읽고 또읽고 하니 이해가 가네요
기욤 뮈소의 책을 읽으면 엇뜬 보면 재미없는 것 같지만 단숨에 심장을 뛰게하는 스토리 완전 매료시키고 있어요 젊은 작가가 젊은들에게 감성과 취형에 어울리는 소설이래요
배우의 꿈을 안고 뉴욕에 온 프랑스 줄리에트가 주인공이다
아내의 자살로 인생의 행복이 무너진 의사 샘이라는 사람은 운명적인 줄리에트를 만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행복봉님은 책을 무척 좋아 하시네요.
이렇게 옮겨 놓는것도 보통일 아닌데
덕분에 잘 읽고 있어요.
하루에 한권에 3.4 페이지정도는 두 귄씩 꼭 읽어요 가정에 일이다 보니 책은 요렇게 정해놓았다가 읽어요 책을 들여다보면 스토리가 달라서 재미있어요 호기심이 많아서 궁금하기도 하구요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