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 난리난 베트남…총리가 직접 세뱃돈 건넨 사연 [신짜오 베트남]

[달려라꿈장이]

[신짜오 베트남-179] 한국과 함께 한자문화권을 공유하는 베트남에서 설날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베트남어로 '뗏(Tet)'이라고 불리는 설날은 자타 공인 베트남 최대의 명절입니다. 한국은 설날 앞뒤로 하루씩 붙여 3일을 놀지만 베트남은 스케일이 다릅니다. 최소 일주일은 쉬는 게 보통입니다. 올해 같은 경우 1월 29일부터 2월 6일까지 9일간 연휴였습니다.

하노이나 호찌민 등 대도시에 일하던 시골 출신 직원들은 100%에 가까운 확률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빨간 봉투에 담은 세뱃돈을 나누며 명절을 기념합니다. 설 음식을 만들어 나누고 조상 산소를 찾아가는 것도 한국과 비슷합니다.

한국에 비해 산업화가 덜 된 베트남 입장에서 뗏의 의미는 한국보다 더 각별한 것 같습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베트남 도시화율은 36%로 한국(91.9%)과 중국(60.6%)에 비해 훨씬 낮습니다.

한국이 발전하기 이전 설에 부여했던 프리미엄이 베트남에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설날(뗏)만큼은 복잡한 일 다 잊고 가족과 함께 걸판지게 보내보자'는 마인드가 가득합니다.

뗏 기간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것은 물론 거리에 다수의 택시가 사라져 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실제 몇 년 전 뗏 기간에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까지 가는 7인승 택시를 잡지 못해 비행기를 놓칠 뻔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베트남 경기 /사진=AFP 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8차전은 뗏 연휴의 정점인 음력 1월 1일 밤에 열렸습니다. 베트남 입장에서도 음력 새해 첫날, 중국 입장에서도 춘제 연휴의 정점이었습니다.

베트남 입장에선 월드컵 최종예선 이전 일곱 경기에서 모두 패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습니다. 이전 경기에서는 호주에 0대4로 대패했습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중국과의 경기만큼은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일성을 날렸습니다. 베트남에서 뗏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박 감독 입장에서는 아마도 감독직을 내걸고 던진 비장한 출사표였을 것입니다.

성인 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베트남은 1956년 중국과의 평가전 이후 다섯 차례 치른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승리의 무게추는 중국에 기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경기에서 베트남이 중국을 3대1로 완벽히 눌러버렸습니다. 중국은 박항서의 베트남에 세 골을 연거푸 얻어맞고 후반 추가 시간에 간신히 한 골을 만회했을 뿐이었습니다. 박 감독의 '예고 승리'가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설날을 맞아 가족끼리 모여 축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베트남 전역은 뜻하지 않은 대승에 열광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랫동안 사라졌던 축제 분위기가 음력 1월 1일 밤에 거리로 터져나왔습니다. 베트남 국기로 무장하고 폭죽포를 쏘며 달리는 트럭이 연휴로 텅텅 비어버린 하노이 도로를 점령했습니다.

호주전에서 0대4으로 대패한 이후 스물스물 기어나왔던 박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쏙 들어갔습니다. 경기 직후 경기를 관람하던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그라운드로 달려와 박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빨간 봉투에 든 세뱃돈을 돌렸습니다.

'베트남 국민에게 위대한 1년의 승리다. 베트남에 선물을 준 박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이번 경기는 위대한 축구 파티였다' '박 감독님과 선수들 모두에게 새해 복을 기원한다' 등 축구 기사에 달린 댓글 창은 네티즌들이 올린 글로 터져나갔습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패배에 열 받은 축구 팬이 TV를 망치로 때려 부수는 동영상을 올렸다고 하니 그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중국 역시 새해 첫날을 맞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구 경기를 지켜봤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1979년 베트남과 중국 접경지대에서 벌어진 '중국·베트남 전쟁 때보다 더 치욕적인 일'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라고 하니 그 심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오늘은 음력 새해 첫날이자 동남아시아 팀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첫 승리를 거둔 날이다. 또 처음으로 베트남이 중국을 이겼다. 선수들과 이 경기를 응원해준 베트남 국민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박 감독은 "우리는 최선을 다해 승리했지만 계속해서 이기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고, 단순히 승리가 아니라 선수들의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경기로 박 감독의 승부사적 기질은 유감없이 발휘됐습니다. 최종예선 7연패로 터져나오던 비난 여론을 설날 밤을 장식한 중국과의 경기 대승으로 한 방에 잠재운 것입니다. 아마도 베트남 축구 역사상 박 감독을 뛰어넘는 리더는 꽤 오랜 기간 다시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가이아(G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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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수있다!!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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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나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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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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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레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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