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산행이 남긴 이야기...
취소 시한은 다가오는데 갈까 말까를 갈등했었다.
감기를 앓는지가 기억에 없을 정도로 수십 년은 넘었지 싶다.
병원을 너무 싫어한지라 그냥 이기리라는 생각으로 따뜻한 물만 자주 마시면서
버텼다.
2주가 넘고 3주에 접어들자 기침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한 번 기침이 나면 땀이 줄줄 흐르도록 멈추질 않았었다.
기침을 하두 심하게 하는지라 오른쪽 가슴이 갈비가 부러진 것처럼
움직일 때마다 아파왔었다.
주변에서 걱정들을 많이 했었다.
그래도 병원을 안 갔었다.
하니, 고생은 내 몫이었다.
이런 나를 의사들이 들으면 욕 나오지 싶다.
새해 들어 처음 하는 산행이기도 하지만 어쩌다 고문이 된 입장에서 몸을 핑계로
산행을 포기하기엔 이유답지 않은 이유가 될 것 같아서 참여하기로 했다.
산행을 준비하고 챙겨서 현관에 두고 어둠이 내리자 잠을 청했다.
나는 장점이 있다. 어디서든 머리를 땅에 대면 5분이면 잠이 든다.
새벽 2시 30분에 산행에 나선다면 아무도 이해를 못 한다.
이해를 하거나 말거나 나는 산이 좋으니 산을 찾는다.
다짐하기는 오늘은 땀이 나지 않도록 산행을 하기로 했다.
차가 신삥이었다.
1번 좌석은 오르고 내릴 때 좋고 앞 유리에 보이는 조망이 좋기도 하다.
1번 좌석을 배정해 주신 생각에 감사했다.
다음부터는 배려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이번까지 만입니다.^^
초입부터 페이스를 조절했다.
처음으로 산행이 끝날 때까지 처음의 페이스로 산행을 했다.
사길령 백두대간 인증 석에 인증을 하고 해찰함서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그렇게 천천히 산행을 이어갔다.
초입에서는 오늘 태백산 눈꽃을 구경하기 어렵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1km정도 진행을 하자 아니었다.
산을 느낌으로 예축한다는 건 바른 방법이 아니었다.
스틱 접고 아이젠 착용 없이 정상까지 진행을 했었다.
눈길이다 보니 다리에 팍팍함이 느껴졌다.
권할 산행방법이 아니니 따라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주목군락지에서 헤리와 젊은 태양을 만났다.
사진들을 찍고 출발하면서 트렉터를 주제로 정담을 나눴다.
두 사람 다 시골에 농지가 있어서 경운기도 사용할 줄 알고 트렉터도 사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사용해 본 경험상 트렉터는 하루정도면 어느 정도 운영이 가능한데 경운기는
아니었다. 평지에서는 쉬운데 내리막길에서는 클러치를 반대로 잡아야 하는 훨씬 더
위험한 고단위의 기계였다. 이상한 기계였다.
경운기 사고는 거의 거기서 발생하는 것 같았다.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중요한 한 부분인 장비부분에 종사하시는
젊은 태양님은 해외 출장을 우리들 산에 다니 듯 한다.
부럽기도 하지만 만나면 이런저런 얘깃거리가 많기도 하고 인품 자체가
호감을 주기도하고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양반 형이다.
나는 헤리가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았다.
도시사람들이 하기엔 상당한 대농이었다.
대단해 보였고 대견해 보였다.
정상은 상당히 추웠다.
부분 부분이 바람도 심하고 기온도 초입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었다.
정상을 인증하고 친친들이랑 하산 길에 나섰다.
공돌님의 내려가려던 찰라 아우들이 부른다.
돌아보고 몇 마디 안 했는데 공돌님이 사라졌다.
이쪽인가 하다가 아니지 싶기도 했지만 당골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이쪽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따르라 나를 하면서 결과는 B코스로 안내를 하고 말았다.
헤리, 젊은 태양, 생키, 현무, 방울, 사랑 글고 나 이렇게 일곱이서...
조금 내려가 평지에 에스키모들의 이굴루를 닮은 비닐 이굴루를 쳤다.
한겨울 산행에서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압권의 무기였다.
우리는 집이 완성되자 안으로 입성했다.
따뜻하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둘러앉아 가져 온 것들을 펼치자 성찬이 되었다.
조금 지나자 푸르른이 도착하고 뜨끈한 정종에 고량주까지 이친구들
못 말릴 주당들임이 틀림없다.
헤리는 오늘도 변함이 없었다.
삶은 고기에 김밥에 요즘 비싼 딸기에 파인에풀까지...
압권은 생키가 준비해 온 따뜻한 전복죽은 추운 산행에 맛본
음식으로는 최고였다.
사랑이가 준비해온 내가 좋아하는 보름달 빵 두 개를 먹었다.
정종을 따뜻하게 준비해온 현무 고량주를 준비해온 푸르른 보온밥통에
따뜻한 밥을 준비해 온 젊은 태양 나는 궁전제과 주먹 빵에 치즈를 덧싸 준비했고
꼬맹이 떡을 준비했다.
저 많은 음식을 차렸으니 부자 집 재사상도 눈치 보지 싶었다.
컨디션이 영 아니었다.
동생들이 권하는 술을 다 아니라고 했다.
얼른 내려가 따뜻한 차에 오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정리를 하고 막 내려가려는데 저 멀리서 별이 두 개 떳다.
이름 하여 둘 스타다.
이분 오늘도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내려오신다.
왜? 하고 물었더니 어쩌다 보니 아무도 없던 데요 하신다.
끄덕여졌다.
해찰하시다 보니 그러셨겠지 하는 추정이 가능했다.
성품이신 것 같았다.
저런 마음이 들다 보니 죄송하지만 조금은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 모여 기념촬영을 한 후 출발했다.
정해준 시간 안에 도착을 했고 얼른 버스에 올랐다.
식사도 대충 하고 술은 입에도 안 데고 콜라만 두 곱뿌 했다.
목욕탕으로 이동해 열탕에 들어앉아 땀을 내려는데 실패~!!
그래도 샤워를 하고 나니 조금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정말 먼 거리의 이동이다.
5시간이 넘는 이동은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이동이 시작되었다.
한 번도 거부해본 적 없는 아이스크림도 거부했다.
헌데,
느닷없이 마이크를 잡으란다.
이유는 최 연장자고 고문이라서 란다.
감사한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눈물이 날 뻔 했다.
휴게소에 잠시 들리는데 도도님이 하차를 하시면서 컨디션을 물어 오신다.
열이 훅 오른다고 했더니 볼 일을 보시고 오시던 장군님이 따뜻한 쌍화차를
한 병 안겨주셨다.
뒷말을 잃어버렸다.
컨디션 난조로 고행중의 힘든 산행이었고 어쩌지 못해 참석한 산행이었지만
가슴 따뜻한 감정을 안고 마무리를 한다.
百 山”
첫댓글 감기기운에도 산행 참여하셔서 즐겁게 풀어주신 산행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올해도 늘 건강하시고 안전한산행 즐기는산행 하세요~^^
태백산 멋진 산행,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구경 잘 하고, 저도 다녀 온 기분입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인자 참지 마셔용.저처럼 빨리 병원으로 고고씽 하셔용
여러가지로 힘든 산행이 되셨네요! 덕분에 의미있는 산행이었습니다.
얼른 회복하셔서 번개 같은거 하고 싶습니다!
고희님의
후기는 기대만큼이나
늘 흥미 진지함을 주십니다
좋지 않은 컨디션임에도
완주하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