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문학회 회원으로 입회하신 홍영수 선생님의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시청역 계단의 하루 외 2편 홍영수
시청역 계단은 발걸음 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봄 향기를 하이힐에 신고 온 여인네의 풋향기와
새벽 찬 공기를 갈색 신발에 얹어온 남정네
귀밑 하얀 중절모는 시청 광장의 비둘기처럼 여유롭고
간밤 한 잔 술에 정신줄 놓은 신입사원의 발길이
전철의 신호음처럼 가쁘다.
온 종일
오르내리는 그들의 중력을 안고
계단은 허리 한 번 펴지 못한 채
켜켜이 쌓은 층층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출근길엔 두 딸의 눈동자를 안고
퇴근길엔 아내의 눈치를 담아야 하는
수란스런 사십대가
매일 도장 찍고 오르내려야 할 곳을 떠나
갓 태어난 망아지 걸음마처럼
휘청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온다.
어깨를 짓누른 가족의 무게가
가시 되어 목젖에 걸린 듯이
모음으로만 중얼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순간, 구두 밑창에 달라붙는 그 무엇
단물 빨고 지근지근 씹히다 해고자처럼 버려진 껌의 최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듯
버림도 껴안고 붙들면 아픔이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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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소리
하루가 일어나기 전
묏부리까지 한 가락 울리며
제 몸 풀어 들려주는 둥근 소리는
부처의 세상을 품고 있는 듯,
뜨겁고 어두운 거푸집에서 잘 다듬어져
우주의 중심을 울리는 진리의 둥근 음
온 산 가득한 정적을 불어 헤치며
동심원의 파문을 긋는다
공양하고 난 뒤의 가벼운 속
귀로 들으면 들리지 않고
마음으로 들어야 들리는 저 한울림의 소리
그 울림의 숲에서 온 몸 비우는 법을 배우며
진리 한 자락 휘감고 싶다
치는 자의 마음만큼 울리는
경계 너머에 있는 저 소리의 은유
난,
나를 위해 얼마만큼의 무게로 쳐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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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풍경
한겨울의 강물처럼
시린 얼굴들이 도심을 흐르고 있다
물고기는 무리지어 이웃을 삼고
새들은 떼를 지어 길을 찾는데
북적대며 걷는 저들의 표정엔
말 이음표 하나 없고
휘청 걸음에 말줄임표만 실려 있다.
카페의 유리창 밖
바람이 바람에 실려 날고
비가 비를 맞고 있는 풍경들 사이로
조울증 걸린 모습들이
내일을 잃어버린 듯
외롭게 외로움을 타고 있다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소통이 없어서이다.
그곳이 사막이다.
안개는 안개 속에서 피어오르고
눈은 눈 위에 쌓이듯
언어는 언어끼리 소통해야 하는데
회색빛 도심 속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어찌,
남의 일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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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1956년 전남 해남 출생
목포 덕인고등학교
명지대학 영어영문학과, 한국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 졸,
경기도 부천시 복사골 문학회 회원
시동인 '소새'에서 활동 중
누리문학회 회원
복사골 문학회 시조백일장 수상
경인예술신문(인터넷) '답사여행' 코너에 '답사기' 연재 중
남원상사 근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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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흔히들 시인을 ‘잠수함의 토끼’로 비유하기도 한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잠수함이 바다 깊숙이 내려갈 때 산소의 부족을 가장 빨리 느끼는 동물이 토끼였듯이 이 시대의 시인은 사회의 산소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보들레르는 그의 시 ‘알바트로스’에서 이상과 현실이라는 괴리된 운명에 처한 시인을 현실에서 낙오된 비웃음거리로 조롱하고 있기도 하지만 김삿갓처럼 한 조각 뜬 구름 되어 산천을 주유하며 세상을 조소하는 시인이 있기도 하다.
퇴근길의 전화 한 통화를 받았습니다. 응모한 작품이 “심사가 통과되어 신인상에 당선이 되었다”는 당혹스러움과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좋은 시를 쓰라는 대방의 질정으로 받아들이면서 시민이 시인이 되는 사회를 가만히 그려봅니다.
시창작교실의 박수호 선생님과, 같이 공부한 소새 동인들과 함께 기쁜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리고 말없이 옆에서 지켜봐 준 아내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두 딸 소진, 민초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한, 등단의 길로 안내해주신 누리문학회 이봉래 회장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월간모던포엠의 발전을 기원하며 제 글에 날개를 달아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출처 :월간 모던포엠 원문보기▶ 글쓴이 : 전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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