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차 달비골 산행기 (20200729 수요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가 적게 오는 고장이 대구, 포항 일대로 연평균 900mm이하이다. 전국평균이 1200mm이니 300mm나 적은 강우량이다. 다른 고장에 비가 와도 이곳은 청명한 날이 많은데 금년 들어 장맛비가 4,5일씩 지속되고 있다. 어제는 가랑비가 조금 내려 산행을 가기로 한 오늘은 그냥 지나가는가 하고 기대하였으나 달비골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지 30여분 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달비고개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동안 내내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제주도는 거의 한 달이 넘도록 햇볕을 보지 못했다고 하니 금년 장마는 매우 길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영향으로 대구에도 예년보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빗속을 걸으며 하는 산행이 처음에는 좀 구질구질하고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금방 새로운 기분으로 바뀌었다. 몇일 동안 내린 비에 계곡에 물이 넘쳐흘러 청량한 물소리가 듣기 좋았다. 오랜만에 15명의 회원이 모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조성자 선생, 백영란 선생 얼굴이 보여 반가웠다. 항상 씩씩한 권영호 산행대장의 모습은 언제나 활기가 넘쳐 좋았다. 윤채영 선생이 새로 온 친구를 두 사람과 같이 참가하였다. 그렇게 모두 15명이 되었다. 대구순환도로 앞산 터널위로 가로지른 구름다리를 지나 산속으로 난 길로 들어서자 현사시(은수원사시나무)가 산자락에 우뚝 솟아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수피가 하얀 현사시나무를 자작나무로 잘 못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사시나무의 수피 색깔은 자작나무의 순백색 수피에는 비길 바가 못 된다. 하얗기는 하지만 군데군데 검은 점들이 많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무 높이가 30m가 넘을 정도로 잘 자라고 있다. 젊어서 이 나무를 육종할 때 모습을 같이 보며 연구에 참여했던 시절이 눈 앞에 선하다. 1960년대 산림녹화를 위해 박정희 대통령이 현신규박사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여러 가지 신품종을 육성하던 시기에 수원 임목육종연구소에서 육종된 나무다. 유럽에서 도입된 은사시(곧바로 크지 않고 비스듬히 누워 자라는 특징을 가진 나무) 암꽃에 수원사시나무 수꽃을 인공교배하여 만든 수많은 F1 중에서 수간이 곧고 빨리 자라는 15개체를 골라 ‘산지용개량포플러’ 라는 이름으로 벌거숭이 민둥산 자락에 심었던 나무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현신규박사의 연구 성과를 고무시켜 적극적으로 도와주던 시절이었다. 박 대통령은 ‘산지용개량포플러(은수원사시나무)’에 현박사의 성을 붙여서 ‘현사시’로 고쳐서 부르게 하였다. 현박사는 사양하였으나 대통령의 명령으로 모든 공식적인 명칭이 바뀌게 되었다. 현박사도 박대통령과 현박사 두 분 다 돌아가신 후에도 여러곳에 심었던 이 나무는 잘자라게 되었다. 나무장사꾼들이 이 나무를 이용해서 이태리포플러처럼 젓가락도 만들고 도시락도 만들 요량으로 나무를 잘라 이용하려고 시도하였으나 목재를 조제하는 대팻날이 쉽게 망가질 뿐만 아니라 목재 속에 작은 옹이가 박혀 있어 젓가락을 만들어도 곧바로 쪼개지지 않고, 습기가 있는 곳에서는 쉽게 곰팡이가 피어나는 등, 단점을 가지고 있으니 장사꾼들이 이게 무슨 ‘현사시’냐 하면서 ‘헌사시’로 이름을 바꿔 부르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현신규 박사의 성이 현에서 헌으로 바꾸게 되고 말았다. 2000년대 들어와 목재 건조기술이 개발이 되어 지금은 건축내장재 등으로 사용하는 나무가 되었다. 박정희 시대 우리 사회는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처리했던 독재시대로 부르기도 한다. 과학은 과학자에 맡겨 두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렇지 못했던 것을 깊이 반성했어야 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우리 사회 여러 분야가 많이 개선이 되어 선진국에 진입하게 되었다. 원래 오늘 비가 온다고 하여 주반장님 산행계획은 평안동산까지만 갔다 오기로 했었다. 그런데 평안동산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조금 넘은 시간. 오늘 점심은 1시 넘어 예약을 했다고 하면서 식당에서는 1시 넘어서 오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이왕 왔으니 안개 속에 덮인 숲이 우리를 손짓해 부르는 것 같아 여기서 1.1km 거리에 있는 달비재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그래보았자 편도 3km 거리로 왕복 6km 길이니 지금 왔던 길처럼 평지라고 하면 쉽게 다녀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와서 산길은 미끄러지기 쉬웠고 지금까지 왔던 길과 다르게 경사가 심해졌다. 숨이 턱에 차기 시작하여 속도가 늦어졌다. 12시가 넘은 시간 15명 중에 9명만이 달비재 정자에 도착하였다. 빗속에 혼자 산행을 하고 있는 분이 정자 안에 앉아 있어서 인증 샷을 부탁하였다. 이곳에서 바로 고개를 넘으면 고산골로 이어지고 곧바로 내려가면 가창댐이 나온다고 적혀있다. 고산골 반대길로 가면 청룡산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3.5km가 된다고 한다. 이제 왔던 길을 출발하여 하산 길에 접어들었다. 산행은 항상 주의해서 걸어야 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길이다. 특히 비오는 날 하산 길은 사고가 나기 쉽다. 착지를 잘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천천히 하산해야 한다.
달비골 유래설명문 권영호 산행대장 달비고개마루 정상에서 비속의 산행길에 비목나무가 잘 자라고 있고 생강나무 잎들도 빗물에 젖어 윤기가 난다. 키 작은 옻나무도 군데군데 보이고 손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내려왔다. 큰 바위가 물을 머금고 녹색이 짙은 이끼가 가득 붙어 있으니 이곳의 환경이 1급에 해당된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중간에 달비골 고개 가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평안동산 정자에 기다리고 있어서 같이 만나서 내려왔다.
평안동산 앞에서 맨발의 용사들 주차장에 내려오니 빗줄기도 약해지기 시작하여 자동차에 나누어 타고 달비골 보리밥집으로 점심을 하러 갔다. 같은 식탁에 앉은 조성자 교수가 참소주를 한 병 시켜 서너 잔을 마셨더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보리밥에 채소와 나물을 넣고 된장국과 고추장을 넣어 비벼먹는 맛이 아주 좋았다. 그기에 파전 한 접시를 곁들인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바로 앞 소공원에 있는 정자에서 주반장이 국화차를 준비해서 모든 회원들의 입을 호강시켜주었다. 다음 달 산행 계획은 8월 25일 화요일부터 27일 목요일까지 2박3일간 수덕사, 예당저수지, 솔뫼, 천리포수목원, 안면도 등을 돌아보는 코-스로 정했다. 사실 금년 초에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금년에 백두산을 가기로 했었는데 백두산 가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그 아쉬움을 국내 여행으로 달래기로 한것이다. 모든 계획은 순발력이 뛰어나고 추진하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리 주반장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권영호 산행대장과 긴밀히 협의하여 추진하기로 하고 오늘의 산행을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산행을 함께 하지 못한 숲과문화반 회원들도 건강관리를 잘하시고 다음 달 기억에 남을 의미 있는 국내 여행을 같이 하시길 고대하면서 오늘 산행기를 마무리 한다. 숲과문화반 회원여러분들에게 감사말씀과 함께 건승을 기원하면서.... <교정 솔바람 김주영> |
첫댓글 글이 참 재미있네요. 건강하게 잘 지내신다고 하니 즐겁습니다. 나도 요즘 혼자서 자주 북한산 일대의 평탄한 언덕 길이나, 계곡 글을 따라 매우 천천히 걸어 다녀 봅니다.지난 수요일에는 10시간쯤 걸어 보았습니다. 어디 가 보아도이전보다가 안전 시설을 많이 하여 놓아서 바위에 미끄러질 위험을 많이 방지하고 있으니 참 고맙게 생각됩니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가 참 살기 좋은 곳 같이도 생각됩니다. 백두산에까지 가실 계획이 있다고 하니 동참하고 싶은 생각도 나네요. 늘 즐겁게 동행하시기 빕니다.
선생님 오랫만입니다. 북한산 산행을 10시간씩이나 하고 계신다니 대단합니다. 아주 오래전 부터 산과 친했던 분이니 지금도 그러한 저력이 생겨나는 것같습니다. 잠잠해질려고 하던 코로나 19가 종교의 가면을 쓴 무식한 목사덕분에 단시간내에 전국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으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저희 8월 3박4일 수덕사행 산행도 다음기회로 미루고 말았습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유념하시기 바라면서 안부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