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보니 비바람이 심하다. 창문이 흔들거릴 정도다. 이 정도 소음에는 깨야 정상이다.
6시 쯤 일어나 준비하고 6시반 경에 나선다. 리셉션에서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직원이 없다. 정 없으면 스쿠터 렌트비 15만동과 키를 놓고갈까? 기다리다보니 직원이 나온다. 체크아웃한다니 숙박비와 렌트비를 내란다. 숙박비는 지불된 거 아니냐고 물으니 예약할 때 신용카드 결제한 것은 지불된 건 아니란다. 이런 경우가 있긴 하다. 15만동만 내고 갔다면 큰 실수할 뻔했다. 신용카드로 지불한다고 하니 수수료 2%를 포함해서 내야 한단다. 이런 건 싫다. 하지만 현금을 쓰며 여행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더 내야한다.
예약할 때 환불불가 조건으로 저렴하게 나오는 방이 있고 나는 대개의 경우 그런 방을 예약하는 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 호텔도 그런 조건이 붙었는데 노쇼하면 숙박비를 뜯긴다. 노쇼하면 벌금 챙기고 숙박하면 수수료 포함해서 받아내는 행위가 야비하게 느껴진다.
길가 카페에 얼음배달꾼이 큰 봉지 3개에서 얼음을 통에 넣는다. 통이 좀 지저분하다. 저런 얼음을 써서 아이스커피를 만들겠지.
버스 정류장에 왔다. 5시40분부터 20분마다 버스가 있다고 한다.
여기는 인도와 차도 사이에 턱이 기울어져있다. 오토바이가 충격없이 오르내리게 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베트남 화폐는 0이 너무 많다. 식당에서는 0 세개를 뺀 숫자로 표시하고 있다. 1000대1의 화폐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려면 큰 비용이 들겠지.
오토바이가 서더니 뭐라고 한다. 아마 타고 가라는 의미일테지만 소통이 안되는 상태에서 타고싶지는 않다. 공항을 간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하고 요금은 지갑 속의 지폐를 이용해서 얼마인지 확인해야 할거다. 그러고 싶지 않다.
25분이 지났는데 버스가 안온다. 잘하면 2대까지도 올 수 있는 시간이 지난 셈이다. 좀 불안하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선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그냥 택시타기로 한다. 마침 건너편에서 택시가 수신호를 보낸다. 고개를 끄덕여 수락한다. 미터기가 안보이길래 공항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미터기로 간다고 보여준다. 앞좌석에 가려져 안보였다. 그런데 기본요금이 다르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공항 도착하니 15만동이 넘었다. 전에는 12만동이 넘었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나 모르겠다. 별로 유쾌하지 않다. 20만동을 내니 4만동을 거슬러준다. 괜히 시간낭비 돈낭비한 느낌이다.
베트남항공 카운터 줄에 섰는데 일처리가 느리다. 문제가 있는지 무전기로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옆줄로 옮겼다. 그런데 그 옆에 새로 직원이 와서 창구가 새로 열려 거기로 재빨리 옮겼다. 그런데 수속하다보니 호치민이 아니라 하노이행이다. 아 이런.. 원래 줄은 더 길어져있다.
보안수속 전에 탑승권과 신분증과 얼굴 확인을 거치는데 앞에 베트남 아줌마 3명이 있다. 앞에 두명은 미리 준비했다가 확인을 받는데 마지막 아줌마가 그제서야 가방을 뒤적뒤적 한다. 한국인이라면 혐오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신분증으로 제시한 여권이 한국여권이다. 한국인과 결혼해서 한국인이 되었나보다. 아직 한국인 패치가 덜 된 듯.
사람들이 생수를 들고 탄다. 액체류는 안되는 거 아닌가? 국내선이라 그런지 아니면 규정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비행기 타기 전에 물을 잔뜩 마시고 남은 물을 버리곤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면 좋지.
20분 정도 지연이 된다. 베트남 항공으로 예약했는데 퍼시픽 항공 비행기를 탄다. 코드쉐어하나보다. 이 비행기도 거의 만석이다. 푸꾸옥에서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겠지. 이 비행기도 저가항공인지 음료를 돈받고 판다.
호치민 떤선넷공항 도착. 땅에서 움직여 정해진 위치까지 가는데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
공항청사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러간다. 안내가 좀 부실하다. 버스 정거장을 찾았는데 152번과 칠십몇번 버스가 선다. 공항버스가 109번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서는 정거장이 써있는데 모두 베트남말로 적혀있고 영어로 된 것은 없다. 이러면서 관광객을 받으려 하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걸 보면 시내로 갈 것 같다.
버스를 타니 이미 전 정거장에서 탄 사람들로 자리가 거의 찼다. 버스비는 5천동으로 300원이 좀 안된다. 구글맵을 켰더니 먹통이었던 지도가 보인다. 다행이다. 현재위치를 파악하면서 적당한 곳에서 내릴 준비를 한다. 벤탄시장 쪽에서 버스가 아래로 내려간다. 더 가면 멀어질 것 같아 내린다. 거기서부터 걸어서 여행사로 간다. 길을 건너려니 차와 오토바이들로 복잡하다. 노룩으로 건너야 하나? 다른 데 쳐다보지 않고 내 갈길만 가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고 하던데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해 눈치보면서 건넌다.
가는 곳은 푸옹트랑 여행사인데 보통 풍짱으로 부른다. 실제 발음이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트랑 혹은 나짱이라고 부르는 것과 유사하다. 도착해보니 여행사가 없다. 관리인이 길을 왼쪽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쪽으로 가보니 온통 여행사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풍짱을 찾아가 무이네 표를 물어보니 가장 빠른 것이 1시란다. 슬리핑버스이고 2층 세 줄로 되어있단다. 2층만 남아서 창가쪽 좌석을 선택했다. 차비는 16만동이다.
식사를 하려고 식당을 찾았지만 여행사들만 있어서 멀리 걸어가야했다. 쌀국수가 7.9만동이니 4500원 정도로 싸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1500원 정도로 쌀국수를 먹었던 것 같은데..음료는 뭘로 하겠냐고 묻는다. 난 보통 음료는 잘 안시키는데.. 콜라를 주문했다. 비누 맛나는 고수를 잔뜩 넣어 먹는다. 밥값은 9.9만에 뭔 차지가 붙어 10만천동이다.
식사 후 부이비엔 거리를 걷는다. 여행자거리. 마사지 호객행위를 많이 한다. 이쪽에 식당이 많은데 이곳에서 식사할 걸..
15분 전에 여행사로 가서 돈을 지불하고 표를 받는다. 거기로 버스가 오나 생각했는데 미니밴에 태우고 한참을 간다. 살라공원 근처 길에 내려준다.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기서 행선지별로 버스를 달리 태우나보다.
한참을 기다리게 한다. 이 시스템이 버스회사 측에는 편리할지 모르겠으나 승객은 지친다. 붕타이행 버스가 왔고 다음에 달랏행 버스가 왔고 무이네행이 마지막에 온다. 버스는 1시45분에 출발한다. 신발을 비닐봉지에 넣고 탄다. 2층 침대가 3줄이다. 완전히 펴지지는 않고 150ㅡ 160도 정도 펴지는 침대인데 누워가기 좋다. 완전히 펴지지 않는 이유는 앞사람의 상체 아래로 뒷사람의 다리가 들어가게 하여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게 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베트남에서 만족하는 것 중 하나가 슬리핑버스이다.
차장이 돌며 손님들의 숙소를 묻는다. 모든 손님들을 숙소에 내려줄 모양이다.
1시간10분 쯤 후에 휴게소에 정차한다. 신발봉지를 들고나가다가 슬리퍼가 준비되어있다는 것을 잊고있었다. 반미와 만두를 각각 2만동에 샀다. 반미에 이것저것 다 넣어달라고 했더니 무척 매운 부분이 있다. 베트남 고추가 들어간 듯하다. 만두는 피가 퍽퍽하여 별로다.
2시간반 후에 또 휴게소에 들른다.
거리가 멀지 않은데 꽤 시간이 걸린다. 승객들 모두를 데려다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수시로 서서 짐을 내려준다. 무이네 근처는 길이 좁아 속도를 못낸다. 비가 내리고 있다. 숙소를 700미터 앞두고 어느 주차장에 선다. 뭔가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미니밴으로 데려다 준단다. 1시에 타서 7시가 다 되었으니 전부 합쳐 거의 6시간 걸렸다. 새벽부터 이동만 한 것이다. 좀 지친다. 베트남을 일주하려면 엄청 이동해야 하는데 좀 현명한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주간에 움직이는 것은 너무 시간이 아깝다.
숙소에 도착했다. 상호가 달라서 잘못 찾아왔나 했다. 리셉션 쪽은 주인이 살림하는 곳이고 객실은 안쪽에 있고 단층으로 되어있다. 가격은 아주 저렴한데 바닥이 깨끗한 타일로 되어있어서 분위기는 합격이다.
저녁 먹으러 밖에 나왔는데 여기가 외진 곳인지 식당이 별로 없다. 한군데 들어갔지만 사진메뉴를 왠일인지 페인트 칠해서 볼 수 없다. 현지인이야 주인에게 물어 주문할 수 있겠지만 나같은 외국인이 말 안통하는 주인아줌마에게 제대로 주문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좀더 걸어가니 식당이 하나 있다. 손님도 어느 정도 있고 천장이 높아 맘에 든다. 오징어볶음과 볶음밥 그리고 사이공 맥주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