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방송에는 시청자는 없고 시청률만 존재한다. TV 프로그램 평가는 물론이고 방송 편성 자체가 시청률에 의해 좌우된다. 시청률 경쟁은 방송 산업의 태생적인 특성으로 볼 수 있다. 방송 산업은 물건을 직접 구매자에게 파는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방송은 광고주가 원하는 구매력 높은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미끼로 광고주에게 시청자를 판매하여 이윤을 얻는 산업이다. 시청률은 방송사의 이익이 달려있는 문제가 된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방송 프로그램의 질보다는 광고주에게 시청자를 파는 기준인 시청률 경쟁에 집착하게 된다.
시청률 경쟁이 역기능적인 것만은 아니다.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진다면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발전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 현실은 당장의 이윤추구에 급급하여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노력과 투자없이 모방과 표절을 일삼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판을 친다. 결국 시청률 경쟁은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여 시청자를 화면에 붙잡아두는 식의 저질 경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막상 방송사가 그렇게도 중시하는 시청률이 정말 시청자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시청률 조사는 서울사는 300가구를 대상으로 단순한 시청 행위를 조사한 것에 불과하다. 시청자의 일상 생활속에서 방송이 어떻게 이용되고 또 그 의미가 어떻게 읽혀지는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시청률 조사에는 그저 주는 대로 받는 수동적인 시청자만 존재할 뿐이다.
참고자료에 불과한 통계수치인 시청률을 가지고 공공의 자산인 방송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방송사의 시청률에 대한 집착은 이윤 추구를 위하여 시청자를 광고 판매 수단으로 보는 장삿속 놀음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김훈순·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