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서의 첫풀은 상상을 초월한 그 무엇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첫풀을 달려본 사람만이 느끼는 또다른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고통, 그리고 처절한 패배감을 느끼며
이것은 인간이 할짓이 아니며, 그래서 다시는 풀코스 마라톤을 달리지
않겠다고 수없이 되뇌이면서 첫풀을 완주해낸 사람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게 첫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러니까 2001년 4월 17일 벗꽃이 화사한 군산에서 출발하여 전주까지
42.195km를 달리는 전주 군산 마라톤 대회에서 나의 첫 풀코스 마라톤
도전이 이루어 졌다. 99년 9월에 마라톤에 입문했으니까 1년 하고도
7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대부분의 러너들이 마라톤에 입문하고 나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첫 풀코스에 도전하는데 나는 그보다 7개월 정도가 늦어졌다. 이것은
순전히 부상 때문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서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99년도에 마라톤에 입문하여 99년 한해는 10km 대회만 4번 나갔다.
첫 대회인 9월 하남마라톤대회에서 53분을 달렸고, 두번째 대회인 10월초
통일마라톤대회에서 48분을, 그리고 3번째 10월 말 춘천마라톤대회에서
47분 07초에 골인했다. 춘천마라톤 대회를 달리고 나서 내가 달리기에
약간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10km 참가선수 3500여명중에
71등을 했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마라톤에 빠져들게 되었다. 달리기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했고
훈련도 더 강도높게 했다. 그리고 12월 초 일산 호수 마라톤 대회에서
10km를 43분에 달리게 됐다. 이 기록을 얻고 나서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하프를 달리기 시작했다. 12월에 3번의 연습 하프를 완주했고,
다음해 2000년 1월부터 일요일 아침마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열리는 서울마라톤 반포 달리기 훈련에 참가를 하여 매주 달렸다.
첫 하프 1시간 36분부터 시작하여 1시간 28분까지 매주 참가하여
약 4개월간 15 회 정도를 대회처럼 달렸다. 물론 중간에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하여 1시간 27분과 29분을 달렸었다. 정말 그때는
하프에 올인을 했었다. 그러나 풀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풀을 달릴
생각만 해도 덜컥 겁이 났고 풀코스 마라톤은 도저히 완주해 낼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를 두고 동호회 사람들이 하프 전문 마라토너라고 했고
풀코스를 이미 완주한 러너들은 마라토너라면 풀코스를 달려야지
왜 하프만 달리느냐고 이야기 하면서 나에게 별명을 지어 주었다.
하프만 달리니까 김하프라고~~^^ 그리고 나에게 김하프라고 부르는
러너들도 있었다.
이런 말을 우스게 소리로 말했겠지만 나에게는 약간 조롱처럼
느껴져 올해까지 하프를 달리고 내년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완주하겠다는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해 6월에 제주에서 열리는 제주마라토대회 풀코스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래서 연습에 들어갔다. 그때는 마라톤에 대한
지식도 없고 해서 풀코스를 달리려면 풀코스 거리를 한번 달려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천호대교까지 왕복 42km를 달렸다.
천천히 달렸고, 중간에 쉬면서 달렸는데도 3시간 52분에 훈련을
마쳤다. 문제는 그 다음날 벌어졌다. 무릎이 망가져 버린 것이다.
초보러너들이 흔히 겪는 장경인대 증후군. 이 부상으로 나의 달리기는
그대로 멈춰버렸다. 아파서 도저히 달릴 수가 없었다.
정형외과를 다녔고, 한의원을 다녔으며, 물리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라톤 서적을 탐독했고, 운동과 육상에 관한 책들도
탐독했다. 그러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방법은 딱 하나~~ 달리기를
쉬고 호전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래서 달리기를 쉬었다.
그렇게 달리기를 멈춰서 쉬기를 5개월여~~그해 10월이 되어서야
겨우 5km 정도를 달릴 수 있었다. 그래서 그해 가을 춘천마라톤대회에
남들이 풀코스를 달릴때 나는 아내와 함께 5km를 달려야했다.
그리고 다음해 2001년 1월이 되어서야 하프거리 정도를 달릴 수 있었다.
그래도 통증은 여전이 느껴졌다. 그래도 점차 훈련을 하니까 통증이
조금씩 없어지는 것 같았다. 고무적인 것은 그해 3월 삼일절 마라톤
대회에서 1시간 27분에 하프를 완주하여 새로운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리고 4월에 열리는 전주 군산 마라톤 대회 풀코스에 신청을 했다.
대회 신청하는데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까. 일단 하프는 많이 달렸으니까 조금씩 거리를 늘려 장거리
훈련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25km --1번, 28km--1번, 31km--1번의
장거리 훈련을 했다.
그리고 대회 전날 동호회 버스를 타고 군산으로 내려갔다.
대회일인 4월 16일은 화사한 봄날이었다. 거리에 벗꽃이 만발하였고
날씨도 쾌청했다. 그러나 낮기온은 25도까지 오른다는 예보에 다소
걱정이 되었다.
아침 9시에 풀코스가 출발했다. 출발 총소리가 울렸고 대열의 앞쪽에서
출발을 했다. 오늘 나의 풀코스 목표기록은 싱글이었다.(3시간 10분이내)
첫 풀코스 목표가 싱글이라고?~~~이게 무슨 허무맹랑한 목표냐고 말할
것이다. 나도 그걸 출발할땐 몰랐다. 이 목표가 나에게 안겨줄 엄청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줄이야~~~
그러나 나의 최근 하프 기록이 1시간27분이기에, 전반 하프를 1시간 32분
정도로 달리고 후반 하프를 1시간 35분 정도로 달리면 3시간 07분 정도의
기록으로 골인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그리고 주변러너들도 나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히 싱글을 노려볼수 있는 기록이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또 나보다 하프기록이 늦은 러너들도 동아에서 싱글로 완주한 러너들이
있어서 그렇게 목표기록을 세웠다.
출발해서 하프지점까지의 레이스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프지점을
1시간 31분 51초에 통과를 했으니까 내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30km 지점까지도 페이스가 다운되지 않고 진행이 되었다. 그러나 31km가
지나자 몸에 기운이 빠지면서 체력이 다운되기 시작했다. 허기가 진대다가
갈증이 나서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다. 그때는 파워젤이 뭔지도 몰랐다.
급수대에서 물을 마셔도 갈증이 계속됐다.
32km 부터 걷다 뛰다를 반복됐는데 37km 이후는 정말 처절한 레이스가
이어졌다. 뭐날까. 무인도에 혼자 버려진 느낌도 들었고, 나를 추월해가는
모두가 나를 보고 비웃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 지옥이 있으면 이런 고통을
안겨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힘들었다. 걷기도 힘들어서
들어누워 있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첫 풀코스에서는 "당신이 도로위에 서있는 것만 해도 위대한 것"이란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렇게 악전고투를 하며 패잔병처럼 다리를 끌며
이동을 하니 멀리 운동장이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걸어서 운동장으로 들어갔고 트랙 300미터도 달릴 힘이 없어서 걸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응원을 하는데도 달릴 힘이 없었다. 아니 걷는
것도 겨우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골인~~
골인후 운동장에 10분 이상을 누워있었던 것 같다. 도저히 일어날 힘이
없었다. 머리도 어질어질 하고, 속도 울렁울렁하고 다리에 힘도 풀리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 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누웠다가 일어나서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 이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다시는 풀코스 마라톤을 뛰지 않는다."
그래도 기록이 궁금했다. 그래서 시계를 보니 3시간 36분 27초다.
고생했던거에 비하면 선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 첫풀의 도전기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처절한 레이스의
첫 풀코스, 패배했다는 기억에 조용히 추억속 저편에 자리해 있어야만
했던 , 후기도 쓰지 않았던 첫 풀코스의 기억들~~그러나 지나고 보니
첫 풀코스만큼 소중했던 대회도 없었고, 이 첫 풀코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란 생각에 지금은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23년만에 그날의 기억들을 더듬어 다시금 첫 풀코스의 도전기를
쓰게됐다.
완주 후 다시는 마라톤을 달리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왜 걸었을까. 왜 열심히 달리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고통을 참고 달렸으면 좋았을 것이란 후회를
하게 됐다. 그래서 다음대회에서 그 고통을 참고 달리기 위해
또 대회를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해 9월 통일 마라톤 대회에서 3시간 22분을 달렸고, 10월
춘천 마라톤에서 3시간 14분에 골인했다. 그리고 첫 풀코스에서 목표로
했던 싱글은 다음해인 2002년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 08분으로 골인을 했고
그해 가을 10월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03분에 골인을 하여 서브쓰리
문턱에 성큼 다가가게 됐다.
기회되면 다음에는 서브쓰리 도전기를 한번 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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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형님글읽고 저도 2011년 첯풀코스 동마후기를 다시한번 읽었네요.
지금도 그때의 감동에 울컼해지네요.
역시 추억은 아름답네요,,힘.
첫 풀코스는 정말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
그래서 너무 소중하기도 하고~~ㅎㅎ
저하고는 사뭇 다르네요
저는 첫풀을 동아를 뛰었습니다 충동적으로 한번 나가볼까? 하고..ㅋ
연습은 헬스장 트레드밀에서 하프한번 뛰었고요
광화문에서 잠실까지 한걸음도 걸은적이 없는 기억이 납니다
잠실대교 건너 석촌호수 지나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나네요
기록은 아마 45분쯤 된거로 기억합니다
이후로 두번을 더 뛰고 끝냈고 몇년이 지난 지금 또 하고 있네요 ㅜㅜ
세월에 장사 없다고 하더니 그런거 같습니다
암튼 천리마 선배님의 열정에 여러모로 느끼고 있습니다..^^
첫풀을 이렇게 쉽게 3시간 45분으로 뛰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만큼 타고난 체력이 좋다는
반증이기도 하고~~내가 수많은 마라토너들을 만나봤지만
하프 한번 뛰고 풀을 이렇게 잘 뛴 사람은 구민밖에 없는것
같아~~^^ 정말 대단해~~~힘
아~ 첫 풀을 전군간에서 하셨군요.
세월이 지났어도 완주의 감동이 느껴집니다. 첫 사랑처럼.....
첫 풀 완주는 우리 기억의 뇌에 메모리칩처럼 저장되어 있나 봅니다.
저도 형님 첫풀하시는 전군간에 참석하여 경품으로 삼성CD 플레이어가 당첨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경품을 들고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등록 선수냐고 몇등했는데 시상품이 그거냐고 물어오셨던 분의
질문도 기억됩니다. 전군간 벚꽃마라톤의 추억에 저도 젖어봅니다. 힘!!!
와우~~전군마라톤 동기네 ㅎㅎ~~~그때 벚꽃 정말 멋있었는데~~
벚꽃 감상도 제대로 못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