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상하구나. 세손에게 대리청정을 명한 이후 수명이 다해 세상을 떠났건만 어째서 다른 몸에 이 혼백을 의탁했단 말인가?'
훗날 영조로 기록된 이금은 다시 눈을 떠보니 낯선 곳에서 다른 기억과 함께 큰 고민을 하게 ㄷ었다.
이 육신의 주인은 자신도 잘 아는 태조 대왕으로 자신의 막내 방석에게 세자를 세우고 훗날 태종께서 반정을 일으킨걸 알고 있기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 끉임없이 머리를 굴려야했다.
'지금이라도 세자를 취소하고 태종..아니 방원이에게 양ㅇ..세자의 위를 내려줄까?'
허나 그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경우 난 권력을 잃게 된다. 실제 역사에서 태조대왕께서 태상왕이 된것처럼 내가 그리 될 수는 없다! 일단 태종과 세종이 왕이 되는 미래를 만들자! 단, 지금 세자를 무작정 폐위할 수는 없다.'
이내 자신의 자식들을 모아놓고 식사와 함께 술을 내렸다.
"부왕을 간만에 뵈니 너무 즐겁나이다. 부디 자주 뵐 수 있기를 원하나이다."
회안군 이방간이 한씨 소생인 자신들을 박대한다고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x발 눈치없는놈! 쯧. 그러니 니놈이 방원이에게 패배한 것이다.'
아예 태조대왕으로 살고자 결심한 이금에게 여러 자식들과의 성향은 대화를 통해 파악한 상태였다. 태조대왕의 기억과 자신의 편견은 만남 이후 다소 조정되긴 했지만 이 만남은 더 큰 목적이 있었다.
"흐흑.. 그래. 나도 너희가 너무 보고 싶거늘 때로는 너희가 두려워 차마 가까이 할 수 없었느니라."
"아니, 아바마마께서 저희를 두려워한다니 어찌 그런 두려운 말을 하시나이까?"
전장을 누비면서 지금도 그 근육을 과시하시는 불패의 명장인 아버지가 고작 자식들을 두려워한다니.. 이 말에 이방원조차 입에 머금던 술을 내뱉을 뻔 하였다.
'아버님의 의도가 무엇이란 말인가?'
영안"난 본디 욕심없는 무장이나 너희가 나서서 용포를 입게 하지 않았느냐? 너희가 아무리 역심이 없어도 너희의 사병들은, 너희의 모사들은 과연 같을까?"
이에 자식들은 깨달았다. 조광윤의 배주석병권을 따라하고 있음을... 그렇다고 어찌 대응할 수 없었다.
"소자의 사병을 물리고 집에 찾아오는 대신을을 내똧겠나이다. 사사로이 만남 없이 고향으로 내려가겠나이다."
모든 자식들이 그리 말하는 가운데 이방원은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부왕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
"나도 너희가 보고플 때가 있다. 지금은 많은 자식들을 시험하고 있고 나는 정정한 상태이니 어찌 섭섭할 수 있으랴. 너희에게 기회는 없지 않을 것이다."
왕의 이 말은 곧 세자 이방석도 시험의 대상이며 그 것이 마음에 안들면 그 기회는 한씨 소생에게 갈 수 있음을 의미했다.
"일개 아녀자의 몇마디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필부로 여기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 한마디는 더 노골적이었다.
'너희를 박대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이었다.
그 뒤 이방원은 저택에서 비교적 조용히 관망하며 궁궐의 소식을 들었는데 들려오는 소식은 한마디한마디가 믿기 힘들었다.
"그게.. 전하께서 세자에게 굼뜨다는 이유로 호통하며 제례참석에서 바로 내쫓으셨습니다."
"세자가 말을 제대로 탈 수 없다는 이유로 내관의 무릎에 같이 탔는데 전하께서 '영안군(이방과)은 먼거리를 언월도를 휘두르며 달려갔거늘'이라며..."
"세자에게 학문수행 부족을 물어보고 대답을 못하니 보양관 파직을 명하고는.. '정안군(이방원)에 못미치니 멀었구나!' 라는데..."
하루하루마다 세자의 자질을 다른 한씨 소생 자식과 비교하며 핍박하는 것은 물론이며 문안인사마다 옷차림이나 전날의 일을 반복하며 질책하니 세자는 왕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갔다.
'낄낄. 전생에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니 식은죽 먹기보다 쉽구나. 눈물흘리기와 자식죽이기는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느니라.'
당장 이방원에게 왕위를 주지 않으면서 다른 자식들에게 희망고문하는 방법이며 벽에 똥칠할 때까지 왕위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러면서 태조대왕의 육체라는 장점을 200% 활용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각종 소설을 수집하거나 창작해서 눈물 짜내는 훈련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나중에 명나라, 신하들, 아내와 자식 앞에서 적당할 때 눈물 흘려야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왕후는 처음에는 세자를 너무 핍박하는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이 모두 어린 세자를 강인하게 만들기 위함임을 이 아비는 매번 한마디한마디에 피눈물이 베여있음을 왕후는...부인은 어찌 모르시오?"
라며 눈물을 흘리니
"아아.. 전하의 그 깊은 뜻을 모르고! 신첩이 어리석었나이다. 흑흑.."
이라며 속아넘어갔다.
그 뒤에 세자 질책 후에 왕비 보는 앞에서 눈물을 적당한 시점에서 흘려주니 세자가 모후에게 하소연하여도
"너는 장차 나라를 이끌 몸이거늘 어찌 사랑만 받기를 원한단 말이냐? 아직도 말을 타는게 무섭느냐? 글 읽기가 그리 싫냔 말이다!"
세상에서 궁궐 내에서 사람 가스라이팅이 가장 쉽고 재미있던 이금이었기에 지금 궁궐에서 세자의 편은 하나도 없었다.
오죽하면 세자는 옷을 입는게 두려웠고 문안인사나 세자시강원의 강원들이 글 하나하나로 꾸짖으며 질책하는걸 듣는게 너무 싫었다.
'아바마마와 어머마마도 매번 질책하는데 스승이라는 놈들이 매번 술을 경계해라, 음란하면 안된다, 효행을 실천하라고? 부왕 앞에서 말해보시지!'
매번 꿈에서조차 질책 당하는 악몽을 꾸고나니 식은땀이 다 나서 피부병이 생겼고 이에 목욕을 가기 위해 온천행을 청했다.
'이제 부왕을 안 볼 수 있게 되었구나!'
그렇게 생각했으나 왕은 오히려
"그러고보니 피부병은 정안군도 심했던걸로 아는데 과인도 같이 행차하면서 자식과 같이 육신을 돌보아야겠구나!"
아예 한씨소생의 여러자식과 같이 가겠다며
궁궐 밖에서도 감시하게 시켰으며 배다른 형 이외의 친형(무안군 이방번) 조차도 같이 따라다니며 세자를 갈구는데 동참했다.
"다른 형님들은 다 말을 타거늘 저하께서는
귀~하신 분이셔서 가마를 타고 가시는구려. 아바마마는 소매까지 걷고 친히 백마를 타시니 우리 왕실 일가는 참으로 세자 저하 하나를 사랑하는거 아니겠소? 흐흐"
방번은 처음에는 왕세자가 자신이 아닌 것을 섭섭하게 여겼지만 세자가 받는 어마어마한 갈굼을 보고 들으며 절대로 세자 안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은 일부 한씨 소생들에게도 공유되었다.
이방원의 경우는 기꺼이 그 갈굼을 참아내겠다고 결심한 부류 중 하나였고 나머지는
'세자가 되면 집단 욕받이가 되어야해? 그럼 그걸 왜 한단 말인가?'
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돌렸다.
'그래 그리 생각하거라. 앞으로 왕자의 난은 없을거다. 사병도 없고 하륜도 없고 왕자들도 없는데 어찌 변란이 있겠느냐?'
하륜은 사소한 트집으로 역모죄를 만들어서 끝장 보낸 상태였기에 이금은 든든했다.
그럼에도 이방원에게 믿음을 얻는 이유는 적당한 칭찬과 앞으로 왕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세자를 질책하면서 내뱉은 이방원과의 비교나 이따금 편지를 보내서 그의 공로를 띄워주는 것.. 그리고 간만에 만났을 때 눈물을 흘리며 끌어안은 것 자체가 결정적이어서 더욱 그랬다.
게다가 은근 암시도
'네가 왕이 되었을 때 어떤 정적도 나타날 수 없게 미리 가지치기 중이다.'라는 의미의 설명이 있기에 감히 부왕의 의도를 의심할 수 없었다.
천상에서 이를 보던 칠성신들은 저마다 하계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허.. 세자를 뒤주에 넣어 죽었다고 참회를 하는 모습에 감격해 태조 이성계의 육신으로 보내 가족간의 참사를 막게 하였거늘..."
"무인정사는 일어나지 않을거요. 이방석 1명만 고통받을 뿐이지."
"이방석이 미쳐버려서 뒤주에 갖히면 어쩌려고?"
"그때는 이방원이 미리 예습을 한 상태라서 잘할거요. 오히려 이방원이 아니라 양녕대군을 걱정해야지."
"뭐.. 왕자의 난 없는것 빼고는 그럼 원래의 역사보다 나은 전개일테니 다행일세."
세자는 속으로 눈물 흘리는 동안 그렇게 온천행은 유쾌한 행군이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온천욕을 하면서도 왕과 다른 형제들의 잔소리는 끉이지 않았다. 오히려 잔소리가 적은건 정안군 이방원이었고 그래서인지 방석은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확 형님에게 세자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할까?'
그리되면 자신은 모든 이들에게 갈굼당하는게 해방될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 그게 아바마마의 뜻일거야!"
환궁 후 이내 그 결심을 실행해 옮긴건 큰 호통으로 이어졌다.
"네 이놈! 세자 자리가 네놈 마음대로 받았다가 나눌 수 있는줄 아느냐? 왕이 될 자리를 그리 가벼이 여겨서야 쯧!"
오히려 왕과 모후 앞에서 큰 꾸지람을 들은건 물론이고 모후는 왕을 대신해서 등짝을 크게 내리치며 통곡을 했다.
"이 어미는 너 하나를 믿고 사는데.. 이놈아! 이놈아! 흑...으...!!!"
한김한 자식에 대한 실망이었을까? 왕비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마마마!"
'흥! 신덕왕후는 태조 5년(1396년)에 세상을 떠나건만 세자 때문에 2년(1394) 일찍 세상을 떠나게 생겼군.'
마음속까지 세자를 미워하는게 바로 영혼조차 그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태조7년(1398)이 되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명과의 갈등은 미래를 아는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 왕권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며 중앙군 양성을 위해 써먹었고 명 황제 주원장에게 몰래 편지로 조선은 다른 뜻이 없으며 내부의 적을 잘 솎아내고 있다며 자신이 자식을 갈구고 신하들을 숙청하는 과정을 소설처럼 묘사하여 전달하였다.
"번신의 문체가 이렇게 훌륭하고 또한 재미있구나. 허허.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건 처음이구나."
명과의 마찰이 없어지고 한씨소생의 불만도 없고 사병이 없으며 분경금지까지 생긴 이 시기에는 왕자의 난은 있을 수 없었다.....만은 세자의 난이 발각되어 왕은 다음날 종묘에 고하고 문무백관 앞에서
"그대들은 들었는가? 신덕왕후가 나에게 이르기를 '변란이 호흡지간 사이에 달려있다'고 하였다! "
이내 자신의 철퇴를 바닥에 내려치더니 금군으로 궁을 애워싸게 만들었다.
"아버지!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글도 잘 읽고 말도 잘 듣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소서."
"흥. 너의 형들보다 못한 주제에 아비를 죽이려들어? 부끄럽다면 자결하라!"
왕은 칼을 들고 자결을 명했다.
'순순히 안 죽으면 전생의 아들놈처럼 뒤주에 집어넣으리라.'
이에 방석은 결심한듯 칼을 꺼내 왕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몸이 알아서 피하며 (태조께서는 이미 무의식의 극의를 체감한 초인이셨다.)
떨어뜨린 철퇴를 주워 세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어어...어어!?"
왕 스스로도 바로 때려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과연 이 육신은 대단했다.
"그 그래! 이런 못된 아들은 때려죽여 마땅하다!"
이에 세자빈과 원손은 끔찍한 광경에 기절하였고 문하좌이중 조준은 눈을 질끔 감았다.
이내 왕은 다음 세자를 논의하니
일부 대간은
"원손이 있지 않나이까?"라며 세손 책봉을 원하였고
"원손은 너무 어리지 않소! 마땅히 '덕이 있는 이'가 되어야 하오."
왕의 이 말에 조준, 남은 등은 누구를 말하는지 금방 눈치채었다.
"정안군 만한 이가 없으니 바로 세자로 삼으소서."
"내 뜻도 그와 같다!"
'미래에 세종대왕은 지금 고작 2살 정도일터..
태종께서도 오래사실테니 일단 적당히 칭찬부터 해주어야겠구나.'
전생에 세손의 모든것을 칭찬했듯 이방원과 이도에게 그런 사랑을 내려줄 수 있었다.
그러려면 다음 갈굼 상대는 세자가 아닌.. 세손이 될 이제(양녕대군)였다.
세자 이방원은 세번의 사양과정을 거친 뒤에 비로서 세자가 되었다.
딱히 측근의 부추김 없이 국왕의 신뢰와 사랑 그것 하나만 믿고 욕심없는 듯 버텼고 비밀편지 하나하나에 자신이 할 처세에 대해 적혀있었기에 그대로 할 뿐이었다.
'이 비밀편지는 참으로 유용하군. 내가 장차 왕이 될 때 써먹을 필요가 있겠다.
왕이 정해준 행복과 불행 속에서 조선은 오늘도 번창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끝!
첫댓글 뒤주 인성 어디 안 가네요;
....좋은건지 나쁜건지...ㅎㅎ...
갑분뇌..아니 그보다는 갑분궁인가..?
와..뒤주인성..ㄷㄷ
이방석, 양녕대군 빼고는 행복한 세계일듯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