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중앙위, ‘李사당화’ 제동... ‘기소돼도 당직유지·권리당원 전원투표’ 부결
주형식 기자
입력 2022.08.24 15:10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이재명 사당화 논란’을 불러온 ‘기소시 당직정지,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당헌 신설안을 의결했지만 결국 부결됐다. 이날 변재일 중앙위원회 의장은 “개표 결과 재적 중앙위원 566명 중 찬성 268명(47.35%)으로 50%가 미달하여 부결한다”고 밝혔다. 당규상 당헌 개정안은 중앙위원 과반수 이상 참여와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야당 지도부가 ‘이재명 방탄용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 당헌 80조 개정안을 비롯해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당헌 신설안을 내놓았지만, 중앙위원들이 이에 공식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의원이 검경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주장하는 상황이어서, 이번에 당헌이 개정됐으면 이 의원이 나중에 기소되더라도 당대표직이 정지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었다”며 “이에 대해 중앙위원들이 내로남불이라고 판단해 부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중앙위에 상정된 당헌 개정안에는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되 당무위 의결을 거쳐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야당 지도부는 이재명 방탄 논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당헌 80조 1항의 ‘당직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때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은 그대로 뒀지만, 직무 정지 조치를 취소할 수 있는 ‘구제’ 결정을 당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가 하도록 3항의 내용을 바꾼 개정안을 내놨다. 윤리심판원은 외부 인사가 원장인 독립 기구이지만, 당무위는 당대표가 의장을 맡는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된 뒤 기소되면 당직 정지 여부를 이 의원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 중앙위는 이날 당헌에 ‘권리당원 전원 투표’ 조항을 신설하는 안도 부결시켰다. 권리당원 전원 투표는 당의 합당이나 해산, 특별 당헌의 개정이나 폐기 등에 대해서 할 수 있고, 투표 결과는 기존 전당대회 의결보다 우선하는 민주당의 최고 의사 결정 방법으로 두기로 한 것이다. 당헌 신설이 확정됐을 경우 권리당원 권한이 크게 늘어난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강성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재명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당헌 신설’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된 뒤 추진하고자 하는 사안들을 개딸들이 권리당원 전원 투표에 부치고 찬성표를 몰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친명계가 당의 주요 사안을 전원 투표를 통해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로 부결된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비명계(비이재명계)는 대선을 전후해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이 대거 유입된 만큼, 이번 개정으로 당이 사당화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해왔다. 앞서 박용진 의원 등 비명계 의원 25명은 지난 23일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중앙위원회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용진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전날 ‘권리당원 전원 투표’ 조항 신설에 대해 “우리 당의 최고 의사 결정 단위가 갑자기 바뀌려고 하는데 당대표를 하겠다는 저도 모르고 있었고 우리 의원들도 모르고 있었다”며 “토론도 없고 수정안도 못 내는데, 민주적인 절차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윤영찬 의원은 “당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 그 결정이 잘못됐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묻나”라며 “나치 탄생도, 히틀러가 총통이 된 것도 독일 국민 다수가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 절차도 다수결로 이뤄졌는데 잘못이 없었다고 볼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중앙위 개표 결과 직후 브리핑에서 “내일 의총이 있는데, 어떤 부분에 있어서 중앙위 의원들 부결 있었는지 내부서 고찰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