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도권 외곽 아파트 가격이야 폭락할 만하다고 해도, ‘준 강남’인 과천 집값까지 이렇게 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과천시엔 신축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도 많고 서울도 코앞인데 집값이 못 버티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정말 부동산은 끝난 건가요?”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준(準) 강남으로 통하는 과천시에서도 최근 ‘폭락 거래’가 등록돼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입주 2년 차의 하이엔드 브랜드면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실거래가가 10개월 만에 5억7000만원 하락한 사례가 등장한 것.
과천시는 서울 강남권과 맞붙어 있고 접근성도 뛰어나 부동산 하락기에도 집값 방어력이 탄탄할 것으로 예상됐다. 믿었던 과천 집값마저 무너지면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과천 대장주 5.7억 뚝…전셋값도 동반 폭락
[땅집고] 최근 경기 과천시에서 등장한 하락 거래 사례들. /이지은 기자
경기 과천시에 2020년 12월 입주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은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써밋’을 적용해 설계를 고급화한 총 1317가구 대단지다. 지하철 4호선 과천역 3번 출구를 접하고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라 상품성이 좋다는 평가다. 지하철을 타면 2호선 환승역인 서울 사당역까지 불과 10분여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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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기를 타고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21억5000만원 최고가를 찍었다. 그런데 올해 10월 22일에는 같은 층 주택이 15억8000만원에 팔렸다. 집값이 10개월 만에 5억7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인근 ‘래미안슈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18억3000만원에 거래된 84㎡가 올해 10월 4억7000만원 떨어진 13억6000만원에 매매됐다. 면적이 더 작은 59㎡ 역시 지난해 6월 14억7000만원에서 올해 10월 11억5500만원으로 떨어졌다.
매매가 뿐 아니라 전세가도 동반 하락세다. 올해 9월까지만 해도 ‘래미안슈르’ 84㎡가 보증금 9억5000만원에 전세거래됐는데, 이달 같은 주택형 전세 호가가 6억9000만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과천 ‘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84㎡ 전세가는 지난해 12억8000만원에서 이달 호가가 7억50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과천 거래량 불과 63건…“폭락 단정 짓기엔 시기상조”
입지와 상품성 모두 서울 강남 못지 않다고 인정받던 과천시 일대 굵직한 단지마다 폭락 거래가 등장하면서 수요자들의 심리가 더 얼어붙는 분위기다. 실제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마다 “과천 집값마저 이렇게 떨어지다니, 정말 과거 IMF 때처럼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 “상급지인 과천도 이런데 수도권 외곽은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지겠다는 뜻인걸까”라는 등의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땅집고] 경기 과천시 연도별 아파트 거래량 추이. /이지은 기자
다만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특수 거래 성격을 띤 일부 거래만으로 과천 집값이 무너진다고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들어 과천시 전체 아파트 거래량이 단 63건으로 거래절벽이 매우 심각한 가운데, 집주인들이 최고가 대비 수억원 낮은 금액에라도 꼭 팔아야 하는 ‘비정상 매물’만 거래되고 있어 체감상 시세 하락이 더 크게 느껴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집값 고점 인식 확산과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전체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과천 집값이 전고점 대비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많다. 또 과천시의 경우 수도권 외곽 집값까지 뒤흔들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호재로 상승폭이 유독 컸던 만큼 과열됐던 집값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정훈 이마트부동산 대표는 “최근 급매로 내놓는 과천 아파트 집주인을 보면, 서울이나 과천에 집을 또 가지고 있어 종합부동산세 등 세 부담이 큰 다주택자가 대부분이다. 내년 6월 전까지는 등기가 넘어가야 세액이 줄어드니 그 전에 빨리 매도하려고 싸게 내놓은 것”이라며 “급매를 잡으려는 매수 대기자들은 꾸준하게 있다. 인근 의왕·산본·평촌·군포에서 상급지인 과천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과천시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15억원 이상 아파트가 적지 않은데 대출이 안돼 거래가 막힌 상황이다”며 “최근 정부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LTV를 50%까지 허용해준다고 했지만 DSR 규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대출액이 안나온다. 무엇보다 금리가 너무 높아진 영향도 크다”고 했다.
[땅집고] 향후 3년간 경기 과천시 아파트 입주물량이 적정 수요를 넘어설 예정이다. /아실
과천시 전세가가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최근 아파트·오피스텔 입주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504가구)를 비롯해 오피스텔인 ‘e편한세상시티과천’(549실), ‘힐스테이트과천중앙’(319실) 등이 줄줄이 입주하면서 전세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까지 매매·전세가 모두 약세 전망
향후 과천시 집값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과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금리가 안정돼 전체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기 전까지는 소위 ‘폭락 거래’가 하나 둘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천시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시장 예측대로 내년 상반기 금리가 떨어진다고 해도, 매수세는 더 나중에 붙기 때문에 빨라야 내년 말이나 내후년에나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본다”며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전에 정부에서 대출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는 등 정책을 펼친다면 변곡점이 내년 하반기로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과천시에서 수억원 폭락한 거래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 되레 이 일대가 상급지라는 인식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심형석 미국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 사이클을 보면, 하락장에서 상급지 집값이 더 크게 떨어졌다가, 또 이어지는 상승기에 더 크게 오르는 양상을 보인다”며 “지금처럼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상급지는 매수세가 남아 있어 거래가 간간히 이뤄지면서 이런 집값 추이를 보이는 것이고, 되레 하급지는 찾는 사람이 없어 보합세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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