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잔치가 가끔은 필요하다.
사람들 입에서 떠도는 얘기들을 내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고,
가만히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던 삶에 나도 고개를 저어볼 꺼리가 생
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문을 소문 으로 듣고 흘려버리기보
다는 고개를 강하게 저어볼 '꺼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때 그사람들>은 역시나 말도 많은 영화다. 대통령의 저격사건을
영화로 만들었고, 그의 2세들은 아버지의 혜택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시점이라 더더욱 말이 많이진다. 만약 2세들이 누구 처럼 알게
모르게 살고 있다면 지금처럼 시끄럽지도 않을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이 시끄러운 파장의 후폭풍으로 영화는 검은 암전으로 시작된다. 돈
을 내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참 억울해 할 대목이다. 그 첫 장면이
어떤걸 보여 주었는지의 궁금증은 뒤로 하더라도, 이 첫 암전장면으
로 이미 영화 <그때 그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는 영화 보는 도중에 오줌보가 터져도 참는 이유는 완전한 영화를 보
기 위함이다. 옆에 새우깡을 끼고 화장실 들락날락하고 전화도 받으
면서 보는 비디오라면 우리는 이곳에 올 필요도 없다.
이 영화가 중요한 이유는 실존 인물이였던 한나라의 대통령을 소재로
해서도 아니고, 현재 야당 총재의 아버지가 나오는 영화여서도 아니고,
대통령이 일본 노래를 좋아하고, 찬양하는듯한 내용이여서도 아니고,
한석규와 백윤식이 연기가 뛰어나서도 아니고, 영화가 너무 잘만들어져
서도 아니고, 자우림의 김윤아가 영화에 나와서도 아니고, 정치적인 민
감한 소재여서도 아니다.
이 영화가 중요한 이유는 헌법에 나와있는 창작의 자유와, 사전심의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무시한 법적 조치로 관객은 <그때 그사람들>을 볼수
없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