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높은 부모가 4천만원을 투자하면 대입 기회(재수)를 한번 더 갖는 교육불평등의 문제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1월19일자 인터넷 보도자료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8~9월 만 19~74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교육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부모의 31.6%가 대학입학전형에서 수능이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특기·적성(25.1%) 인성·봉사활동(21.8%) 고교 내신 성적(14.8%) 순이었다.
소득 수준이 낮은 학부모도 대학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을 더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득이 높을수록 수능이 중심이 되는 정시를 지지하는 일반적 경향에서 벗어난 결과다. 2~3년 전보다 사교육 실태가 심화됐다고 느끼는 국민이 10명 중 4명으로 늘었다.
자녀의 사교육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은 2018년 88.4%에서 2019년 94.7%로 늘었다. 초·중·고 학부모도 94.5%가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 94.9%, 중학생 94.4%, 고등학생 94.3% 등 자녀의 학교급에 관계 없이 학부모 대부분이 부담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가장 큰 이유가 2017~2018년 조사와 달라졌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서'가 24.6%로 가장 많았다. 전년 1위였던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라는 응답은 23.3%로 2순위로 내려갔다. 이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17.6%)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서'(14.8%) 순이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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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교를 졸업한 자녀가 다시한번 대입의 기회를 갖기 위해 '재수를 한다'고 할 때, 비용이 4천만원이 듭니다. 대부분의 기숙학원에서 1년 재수 비용이 약 4천만원(한달 교육비 지출 400만원씩 10개월간)이라고 합니다.
결국 부모의 경제력이 1년에 4천만원을 투자할 여력이 있는 재수생은 1번의 대입 기회를 더갖게 되는 것입니다. 4천만원의 비용은 아마도 연봉 1억원의 봉급생활자가 아끼고 절약해서 모아야 하는 거액에 해당합니다. 결국 부모의 소득 격차에서 오는 불평등이 재수 비용에서는 명확해집니다. 그러나 저소득층 자녀가 기숙학원에 다니기 위해서는 학원의 학비 감면조치 외에는 이러한 비용을 가계부담없이 지원받을 제도적 장치는 없습니다.
결국 기숙학원의 재수비용이 많이 들기때문에, 대부분 소득이 높은 부모들의 자녀가 다닐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학에 입학하면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국가 장학금, 낮은 이자의 대출과 대학마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 장학금을 지급합니다. 소득이 낮은 계층의 자녀도 의지만 있으면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복지정책이 많이 발전해서 소득이 낮은 가정의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고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후반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합격한 우수한 성적의 학생이 등록금을 내지 못한다"는 사연의 기사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독지가들이 나서서 등록금과 학비를 지원해준다는 내용도 함께 미담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문제가 '교육불평등, 교육격차 해소, 교육의 공정성, 기회의 평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위 '금수저'라고 하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가 자녀의 진로와 운명을 좌우하고, 출세와 직업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교육이 '계층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하였는데, 지금은 그 기능을 상실해버린 현상이 안타깝습니다.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학력과 출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전 법무부장관의 딸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지만, 그런 일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강남 8학군, 오렌지족, 서울의 *원외고 출신이 서울법대를 제일 많이 가던 시절도 부모의 재력이 많이 작용했던 것입니다. 오늘날 서울집값 상승의 근원지가 바로 강남 8학군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7월20일을 기해서 모든 과외행위를 금지시켰습니다. 서슬퍼런 전두환 정권시절에 과외를 시키거나 과외지도를 하면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기업인 자녀의 경우 세무조사까지 해서 패가망신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조롱하듯 기가막히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그당시에도 많았던 것같습니다. 1980년대 초반, 법으로 과외금지를 시키니까 돈많은 부잣집 자녀는 짙게 썬팅을 한 벤츠에 과외선생(영어,수학) 두명을 태우고 경부고속도로를 오르내리며 과외를 시켰습니다. 서초 IC에서부터 청주 톨게이트까지는 영어 과외를 뒷좌석에서 1:1과외를 하고, 상경길에는 교대로 수학 과외가 뒷좌석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발각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위험부담이 컸기에 유명강사들의 과외비가 부르는게 값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부부 교원인 지인 중에 아들이 한명 뿐인 분이 계십니다. 가족이 미국 여행을 다녀온 후,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중학교 때부터 미국의 처형집에서 미국유학을 시켰다고 합니다. 대학까지 미국에서 마치고 반도체 공학을 전공해서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곧바로 취업을 했다고 합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취업하여 벌써 3년째 근무하고 있는 29세의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고 자랑하십니다.
"한참 유학비용을 보낼 때는 1년에 1억원씩 들었지만, 그때는 가계가 휘청하고 허리가 휠 정도로 절약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잘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에서 대학을 10년 다니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안되어 놀고 있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박사학위를 받고 30대 중반이 된 친구들도 취직이 안되어 난리인데, 우리 아이는 27세에 취직을 했으니까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하지만, 1억원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언감생심이었을 것입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어느 강연에서 "사는 곳은 달라도 공부하는 곳은 같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씀이 보통교육(유초중등 교육)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사정이 다를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학부생들의 절반 이상이 서울 강남출신이나 연고가 있는 학생이라는 것은 이제 세상이 다 아는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명문대학, 인기학과에 가려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4천만원의 재수비용을 감수하고라도 다시한번 기회를 더 갖겠다'는 사회적 인식을 완화시킬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 것같습니다.
첫댓글 사는 곳이 달라도 공부하는 곳이 같아야 한다면 돈은 뭐하러 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