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난 이야기
김광한
같은 아파트에서 가끔 마주치는 분이 계십니다. 나이가 동갑이고 같은 해에 군대갔다 온 것 말고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해온 분인데 이분은 대학시절 R.O.T.C를 받아 4기생으로 월남에 참전, 중대장으로 있다가 제대를 했다고 합니다.나는 육군 병장으로 역시 참전,1년 6개월간 나트랑이란 곳에서 군대생활을 한적이 있지요.그것이 지금부터 45년전이니까 강산이 바뀌어도 서너번은 바뀐 세월입니다.그런데 저와 만날때 마다 군대생활을 유난히 강조하고 장교생활을 한 자신을 유난히 내세우는 것이 내게는 그리 반갑지가 않지요.이를테면
"그 당시 중대장이 누구였죠? 아마 내 동기생이었을텐데...힘들었을거에요" 하면서 나의 졸병생활을 은근히 무시하는 것같아서 부아가 날 정도이지요.그리고 그동안에 표창받은 일들, 국무총리상을 비롯해 장관상 등등 지금은 아무짝에도 쓰지 못할 것을 것들을 내 세우는데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여간 인내심을 요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렇다고 중간에서 끊을 수가 없어서 참고 있으려니 한도 끝도 없어요. 어제밤에는 새벽 1시까지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서 이런 말로 막을 내리게 했지요. "다 끝난 이야기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