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 덕유산(1,614m) 종주 완성의 날 ♡
(영각사 => 동엽령21km => 구천동23km)
(10번째 국립공원, 높은산 4순위)
1. 산행일시 및 경로
1) 2024년 1월 27일 (토), (21km)
09:00 ~ 16:20 (7시간 20분)
영각사 주차장 - 영각탐방지원센터 - 남덕유산(1,507m) - 월성재 - 삿갓봉(1,418m) - 참샘 - 삿갓재 대피소 - 무룡산(1,491m) - 칠이남쪽대기봉(가림봉, 1,420m) - 동엽령 - 안성탐방센터
2) 2024년 2월 3일 (토), (23km)
08:10 ~ 14:50 (6시간 40분)
안성탐방지원센터(547m) - 칠연폭포 - (back) - 동엽령(1,320m) - 백암봉(1,503m) - 중봉(1,594m) - 향적봉(1,614m) - (back) - 향적봉대피소 - 중봉 - 오수자굴 - 백련사 - 구천동계곡&어사길 - 구천동탐방지원센터(630m) - 덕유산국립공원 사무소 - 나봄리조트주차장
3. 산행소감
1) 24. 1. 27. 산행
5일이 지나서야 산행일지를 정리한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마음에 여유가 허락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산행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허리가 욱씬욱씬해서인지 피로도가 쌓였을 뿐이다.
핸드폰 속 사진들을 꺼내어 다시금 쭉 훑어본다.
매캐한 도시 속 공기를 훔씬 들이마신 나에게 파아란 하늘에 대비되는 하얀 세상 속 덕유능선길은 눈과 마음, 몸뚱아리를 금새 맑게 해준다.
태어나서 가장 눈을 많이 밟아본 하루였다.
따뜻한 날씨에 대지의 눈들은 다 녹아내렸지만, 이 곳 덕유산의 눈은 지독히도 많이 쌓여있다.
그렇게 많은 산객들이 밟았을 테지만, 다져진 곳에 또 다른 눈뭉치들이 또 다져져 있다.
계단도 없다.
사라져버려 사선길로 바뀌었다.
그냥 쭈욱 미끌어져 내려가고 올라가는 길이다.
남덕유부터 삿갓봉, 무룡산, 동업령까지 줄기차게 걸어봤다.
연초에 도진 허리통증이 쉬이 가라앉질 않는다.
평소엔 한몸이 된 배낭이 그렇게 걸리적 거릴 수 없다.
삿갓재대피소에서의 잠깐 소식을 제외하곤 동엽령까지 냅다 내질렀다.
마땅히 쉬기도 머했거니와, 그냥
하늘과 땅의 경계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
신과 인간의 경계
를 마냥 걷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더니 허리가 미쳤다고 자꾸 신호를 보낸다.
하는 수 없이, 동엽령 갈림길의 부스에서 다른 산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그분들은 새벽 3시에 육구종주 하러 육십령 출발해 11시간 동안 걸어온 게 여기 동엽령이란다.
머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중요한 게 아닐지.
하산길이 꽤나 지루하다.
그나마 위로가 되어준 건 오른편 계곡물의 경쾌한 외침과 이를 막으려는 얼음장의 스케일이다.
모처럼 원없이 걸어봤고,
태어나 원없이 눈을 괴롭힌 날이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나와 지금 인간계에 있지만, 항상 그곳을 동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 24. 2. 3. 산행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높은 덕유산.
남한의 높은 산 순위를 상식으로 알아보자.
한라산 1,950m. 제주
지리산 1,915m. 남도
설악산 1,707m. 강원
덕유산 1,614m. 전북
5위~10위 죄다 강원도 산.
한라산은 제주에, 내륙에서 가장 높은 산은 남도의 지리산, 설악산은 강원도에.
근데 갑자기 전라북도와 경상남도를 가르는 덕유산이 들어온다.
그것도 4위에.
5위부터 10위는 모조리 강원도 산들.
강원도는 높은 지대라서 알고 있을진데, 정작 전라북도의 덕유산이 그렇게 높은 산이라고는 미처 알지 못한다.
스키장이 있는 무주리조트는 알지만, 이를 품은 산이 덕유산인 것도 모른다.
지리산에 못지 않게 장쾌한 능선코스는 육구종주(육십령~구천동, 31km)라 하여 산꾼들을 유혹해댄다.
크게 종주에 대한 욕심이 없지만, 어찌저찌 하다 덕유산 종주(영각사~구천동)를 할 기회가 생긴다.
이번에는 육구가 아닌 영구종주가 되겠다.
저번주 일생일대 눈밭에 파묻혀 생고생을 한 탓에 그냥 의연하게 오늘의 2차 덕유산을 맞이해 본다.
정확히는 풀린 날씨로 눈밭도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평이한 코스이기에 살짝 여유가 생긴다.
전 주 날머리인 안성분소가 오늘은 들머리로.
여기부터 능선 2차 시작점인 동엽령까지는 4.2km로 아는 길이라 서두름은 덜 하다.
몸을 예열시키고, 이래저래 채비를 하자니 가장 늦게 출발지에 섰다.
주어진 7시간의 산행시간이 넉넉해 여유를 부리는 것도 있겠다.
예상한 대로, 아래는 눈이 많이 걷혔다.
전진하며 살짝 고민하는 순간 닿지 못한 아쉬움을 알기에 살짝 경로 이탈 후, 칠연폭포를 보고 오지만 장쾌한 폭포수를 기대한 만큼 살짝 실망감도 있다.
약 800여 미터를 올라 1,300고지의 동엽령에 당도한다.
전주의 허리결림은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도 옆구리 통증은 아른거린다.
확실히 몽글몽글한 눈꽃의 자태는 덜하다.
한 이틀 쫄딱 굶은 어린아이의 몸뚱이 같다.
몇 년 전의 능선 종주길이 새삼 떠오른다.
여하튼 인간계의 최고위봉 까지 오르는 지금 이 순간은 너무도 상쾌하다.
평상시는 조그마한 추위에도 덜덜대는 나인데, 산에만 오면 이 추위에도 걸리적거린다고 점퍼도 벗어재낀다.
추위로 손끝은 아려오지만, 배낭을 들쳐 맨 등어리에는 땀이 흥건하다.
이런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허벅지의 뻑쩍찌근함이 있지만, 출렁이는 산너울을 넘다들며 바라보는 자연의 예술작품은 이 고통을 충분히 보상해 준다.
백암봉, 중봉을 지나 1,614m 향적봉을 마주하고, 수많은 인파들 옆에서 살짜기 인증샷을 남겨본다.
그 언젠가 이곳 향적봉 정상석을 찍을려다 살짝 벗은 장갑에 손 끝이 온통 동상이 걸린 적이 있으매, 오늘은 양반이다.
종주의 목적은 서두에도 남겼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으로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에겐 아직까지 미답지인 '오수자굴' 을 들리는 게 더 큰 오늘 산행의 목적이다.
이정표 상 중봉까지 되돌아와 오수자굴을 향하는 길은 아무래도 인적이 뜸하다.
하지만 오늘 눈꽃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곳이었다.
훨씬 선명하고, 진한 눈뭉치들이 꽃동산이 되어
" 겨울이로되, 봄의 야생화 천지요,
하늘과 맞닿은 산이로되, 산호초 군락의 바다 "
였다.
지금 이 풍광을 마주하자면, 누구나가 시인이고, 화가가 되어 있을 게다.
조금 좁고, 거친 내리막길을 내달려 드디어 오수자굴에 왔다.
이미 자리 잡으신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허기를 달래고 계시다.
그런 눈치새도 없이 조그마한 동글에 동글동글 피어난 역고드름을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터져나온다.
너무도 맑은 얼음은 주변을 투명하게 비추고, 큰 놈은 족히 1미터도 넘어보인다.
자연의 조각작품에 해를 안 끼치게 조심스레 옆에서 사진 몇장을 남겨 본다.
이후엔 거짐 10km 넘는 내리막길과, 콘크리트길을 걷는데 지루하기도, 뻗시기도 하는 고행길이었다.
크게 해찰을 부리지도 않았건만, 마감시각인 15시를 10분 남기고 날머리에 무사 도착했다.
혹사당한 몸 부위부위들을 뜨끈한 탕 속에 집어넣으니 자연스레 나사가 조여지는 느낌이다.
여기에 농진한 능이버섯전골로 배를 채우니 능이버섯의 향기가 몸에 배어 건강한 향수 한움쿰 뿌리고 온 기분이다.
피곤하지만, 정신만은 또렷해지는 기이 현상을 느끼고 싶으면 산에 올라 보라.
경험한 자만 알 수 있는 세계이리.
첫댓글 덕유산 산행, 수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구경 잘 했습니다
부지런도 하시네...^^
즐감했습니다.
별똥별님 비가 오고 난 뒤에 덕유산을 찾아 겨울의 맛집이 조금은 아닐듯 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들머리에 있는 칠현폭포부터 마주한 순간 얼음속에 갇힌 폭포 아쉬움이 남았었지요 근데 덕유산의 숨은 비경은 쉬이 내주지 않고 인적이 두문 오수자굴쪽 탐방로가 오늘의 압권이었지요 뭔가 예감이맞아떨어지는 순간 별똥별님 소리지르고 좋아서 계속 날 뛰는 모습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굴 앞쪽에서 식사중이시던 사람마저 동굴 쪽을 쳐다보며 신기한듯 쳐다보았던 순간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네요 멋진 발걸음 함께해서 넘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잎으로도 건강이 허락되는 한 같이 하고픈 심정입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