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정부 'EDF지분매각, 대학지원' 논란 - 연합뉴스 -
프랑스 정부가 국영 전력공사(EDF)의 정부 지분을 최고 3.7%까지 매각해 그 대금을 대학교육 시스템 개선에 투입하기로 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경제장관은 3일 성명을 통해 대학교육 개선 및 지원금으로 56억유로(82억달러.7조6천42억여원)를 조성하기 위해 EDF 지분 3.7%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장관이 공개한 지분 매각 규모는 당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프랑스 TV와의 특별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언급한 3%를 웃도는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정부 지분율이 87%인 EDF의 주식 지분 3%를 매각해 50억 유로(74억달러)의 매각 대금을 대학교육 분야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이 같은 계획은 등록금 인상과 기부금 모금을 포함해 대학 측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대학자치법에 반발해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노동단체들은 "공기업을 재원으로 활용해 정부가 금전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정부의 계획을 즉각 비판했다.
CGT(노동총동맹)는 성명을 내고 "EDF의 자본금이 정부예산의 예비비 정도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CFDT(민주노동동맹)도 "안정적으로 에너지 공급 등을 위해 에너지 부문에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공공 부문을 포기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CFTC(기독교노동자동맹)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요 당사자들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지분 매각 계획을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현재 87%의 지분을 소유한 정부는 지분율을 70%까지 낮추려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가 공공서비스의 상징과도 같은 EDF의 지분을 점차 더 많이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규제개혁, 프랑스에서는 -서울경제-
지난 11월20일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는 공무원들의 임금인상 시위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차 안 라디오에서는 “월급을 15~20% 더 올려줘야 한다. 물가가 많이 올라 매달 300유로가 더 있어야 한다”는 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지에서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는 이철호 사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 물가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이 같은 물가상승의 이면에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직접협상을 제한하는 규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유통업체들은 정부가 중소 제조업자(농민 포함)들과 협의해 결정한 납품가격대로 상품을 사와야 한다. 직접 협상을 할 경우 제조업자들의 경쟁을 유발해 가격인하를 유도할 수 있지만 규제 때문에 정해진 가격에 맞춰야 한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물가상승 속도가 가팔라지자 자크 아탈리가 주도하는 ‘프랑스성장촉진위원회’는 최근 제조업체의 납품가격 통제를 푸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중소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을 묶어온 대표적 규제에 메스를 가한 것.
아탈리위원회는 또 유통매장의 일요일 영업제한을 없애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 직후 만든 아탈리위원회는 프랑스의 성장방해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아탈리는 “규제개혁을 통해 2%대 성장률을 5%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다른 성장저해 규제였던 주 35시간제를 대폭 완화하는 법안을 관철시켰다. 초과근무에 대해 사회보장세를 면제해줘 노동시간을 늘리고 이를 통해 소득을 늘려 구매력을 높이겠다는 노림수다.
프랑스가 사르코지 정부 출범 이후 노동ㆍ유통 관련 규제완화는 물론 더 나아가 기업인들의 경제 관련 사소한 위법행위에 대해서까지 처벌을 완화하는 매우 전향적인 규제완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걷어내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활동을 활성화해 ‘저성장-고실업’의 프랑스병을 치유해내겠다는 국가전략이 깔려 있다.
유럽 지역의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컨프론테이션스 유럽’의 필립 헤어조그 회장은 “사르코지 정부의 경쟁정책으로 유통가격이 더 내려가고 중소기업 창업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난관이 많겠지만 프랑스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2006)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40대 프랑스 독신을 소재로 와인과 패션, 결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잘나가는 조향사 루이스 코스타(알랭 샤바)는 어머니와 누이 다섯 명의 넘치는 간섭 덕에 마흔다섯 살까지 싱글인 남자다. 결혼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정도가 심하다. 다섯 명의 누이들이 그들과 관련된 모든 여자들과 선을 보게 하자 참다못한 루이스 코스타는 가짜 애인을 만들고 결혼식 날 등장하지 않게 하는 계획을 세운다. 가짜 애인 엠마(샤를로트 갱스부르)가 결혼식에 오지 않은 이후, 가족들의 비난을 견디다 못한 루이스 코스타는 2단계 계획을 진행시킨다. 엠마가 아무 데서나 음담패설을 내뱉게 하고, 누이들의 약점을 건드리는 것. 결국 식구들의 미움을 사는 데 성공하지만, 루이스 코스타는 오히려 엠마의 매력을 발견한다.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전형적인 로맨스영화의 규칙을 따른다. 곤경에 처한 남자가 계약연애를 시작하고, 티격태격하던 두 남녀가 진짜 사랑에 이른다는 공식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이런 식의 사랑이야기는 가벼운 데이트무비로 관객에게 기분 좋은 엔딩을 선사하기 마련. 성패는 뻔한 줄다리기를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전개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제법 다양한 메뉴를 갖춘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은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파리지엔(원래는 파리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파리의 싱글라이프를 주요 소재로 다룬다. 전문직 종사자에,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에 관심이 없는 파리지엔. 루이스 코스타와 엠마가 그런 모습이다. 더불어 향수와 와인, 웨딩과 패션 등 파리를 대표하는 다양한 아이템이 영화의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유로 2008 C조, 죽음의 조 편성 -스포츠서울-
지난해 독일월드컵 결승 상대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네덜란드 루마니아와 함께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본선에서 ‘죽음의 조’인 C조에 편성됐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2일(한국시간) 내년 6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 공동개최되는 유로2008 조추첨을 실시한 결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지난 대회 우승팀 그리스와 스페인 스웨덴과 함께 D조에 편성됐다.
◇유로 2008 본선 조편성 ▲A조=스위스 터키 포르투갈 체코 ▲B조=오스트리아 폴란드 독일 크로아티아 ▲C조=네덜란드 프랑스 루마니아 이탈리아 ▲D조=그리스 러시아 스페인 스웨덴 루체른(스위스)
수송비 더 들더라도… 모노프리의 `파리 사랑` -중앙일보-
'깨끗한 파리 만들기'에 이번에는 기업이 나섰다. 프랑스의 대형 유통업체 '모노프리'는 파리 지역 수퍼마켓에 공급하는 상품의 운송을 디젤 트럭에서 '전기 기차+천연가스 트럭'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이 회사가 운송 방법을 바꾼 배경은 온실가스 줄이기와 도심 교통난 해소다.
현지 일간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모노프리는 우선 파리 지역으로 들어오는 상품의 30% 정도를 기차로 실어 나를 계획이다. 대상은 음료류와 의류.가전제품.레저용품 등이다.
모노프리는 매일 20량의 기차를 동원해 지방의 공장에서 물품을 실어와 파리 베르시역에 부리게 된다. 그런 다음 대기 오염이 적은 천연가스 트럭을 이용해 기차역에서 시내 60개 매장에 물품을 배달한다. 이를 위해 친환경 천연가스 트럭 20대를 구입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시행 첫해에는 우선 21만여 품목 12만t의 상품을 수송하고 물품 종류와 양을 차차 늘려 가기로 했다.
이 회사는 디젤 트럭에서 기차와 가스 트럭으로 수송 수단을 바꾸면서 첫해만 파리 시내의 디젤 트럭 운행을 1만 회 정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방에서 파리, 그리고 파리 시내를 다니는 디젤 트럭의 운행이 모두 줄어들게 된다. 이를 합치면 연간 최소 300t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당장 수송료가 20~30% 더 늘어나겠지만 대기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또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 값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모노프리의 환경정책은 파리시와 프랑스철도가 함께 기획한 친환경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파리시는 프랑스철도와 함께 2004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1100만 유로(약 154억원)를 투입했다. 이 돈은 파리 베르시역 구내를 유통업체의 상품을 싣고 내릴 수 있도록 개조하는 데 쓰였다.
파리시는 모노프리 외에 다른 수퍼마켓 체인 회사도 파리 지역으로의 상품 운송을 기차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베르시역 이외에 파리 시내 다른 기차역도 상품 수송과 하역이 쉽도록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을 묶는 ‘거미줄 고속철’ -동아일보-
《“유레일패스 한 장이면 전세기를 가진 부호처럼 유럽 곳곳이 가까워진다.” 유럽연합(EU)이 20년 내 유럽 대부분 지역을 고속철도망으로 연결하는 ‘트랜스 유럽 고속철(TEN-T)’을 구상 중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자동차의 운송 비율을 줄이고 항공기에 못지않게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EU는 프랑스 파리∼스페인 마드리드, 독일 베를린∼이탈리아 팔레르모, 파리∼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등 주요 구간을 고속철로 연결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EU와 프랑스, 독일은 프랑스 고속철 TGV의 동쪽 파리∼스트라스부르 구간 건설에 공동투자해 서로 달랐던 고속철 선로 시스템을 통합하고, 6월부터 양국의 주요 도시를 고속철로 직접 연결해 운행 중이다.
▽파리∼마드리드, ‘자연요새’ 피레네 산맥 관통=지난달 23일 프랑스와 스페인을 가로막고 있는 피레네 산맥에는 프랑스 남단 페르피냥과 스페인 북단 피게라스를 연결하는 5.6km 길이의 터널이 뚫렸다.
현재 파리에서 님까지만 연결되는 TGV와 마드리드에서 타라고나까지 운행하는 스페인 고속철 AVE가 2012년경 연결되면 파리∼바르셀로나 구간이 현재 12시간에서 5시간 35분으로, 파리∼마드리드 구간은 현재 16시간 50분에서 8시간으로 주행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된다. 라틴 문화권으로 문화적 유사성이 많은 두 나라가 한층 가깝게 다가서게 되는 셈.
▽파리∼뮌헨, ‘비행기나 다름없다’=TGV 동부선은 역사적 라이벌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여 놓았다.
9일부터는 파리와 독일 제3의 도시 뮌헨을 직접 연결하는 고속철이 운행에 들어가면서 파리에서 뮌헨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 8시간 30분에서 6시간 15분으로 줄어든다.
공항까지 오가는 시간, 탑승수속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기차를 타나 비행기를 타나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된다. 독일 구간의 속도가 개선되면 시간은 더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6월 TGV 동부선 완공과 양국 고속철 선로 통합 이후 파리에서 슈투트가르트까지는 종전 6시간에서 3시간 40분으로, 파리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종전 6시간 15분에서 3시간 50분으로 줄어들었다.
▽알프스 꿰뚫어 독-이 잇고 배기가스 오염 줄인다=2022년까지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사이 알프스 산맥의 브레너 고개 아래로 장장 63km에 이르는 터널을 뚫는 대공사가 진행된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오스트리아와 가까운 뮌헨까지는 ICE가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피렌체∼로마∼나폴리 구간에 앞으로 도입될 고속철 TAV를 위한 선로가 깔려 있다.
EU는 알프스 산맥에서 도로를 통한 대형 화물 트럭의 이동을 줄이려 하고 있다. 자크 바로 EU 교통담당 집행위원은 “알프스가 더 오염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거치는 21세기형 ‘오리엔탈 익스프레스’=파리와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를 잇는 고속철도는 프랑스 리옹과 이탈리아 토리노를 연결하는 공사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이 구간도 알프스 산맥에 51.5km의 터널을 뚫어야 한다. 이탈리아 내 토리노∼밀라노 구간에 깔려 있는 TAV 노선을 연장해 장기적으로 슬로베니아와 헝가리를 거쳐 브라티슬라바까지 간다는 구상이다.
"사랑해요 사르코" 청혼편지 佛서 화제 -연합뉴스-
독신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청혼 편지가 날아들었다.
'양 얼처 나무'라는 이름의 중국 모쒀(摩梭)족 출신의 작가 겸 가수가 29일 비디오를 통해 최근 이혼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청했다.
전직 모델이기도 한 올해 41세의 나무는 프랑스인이 소유하고 있는 중국어 뉴스 웹사이트에 이런 구애 비디오를 올렸다.
그녀는 "나는 당신의 완벽한 부인이 될 수 있고 내 방식대로 당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나와 결혼해 줄 것을 간곡히 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신은 당신을 위해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로맨스를 안겨주는 여성을 필요로 한다"면서 자신이 사르코지가 필요로 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녀는 오랫동안 '사르코'를 흠모해 왔다고 고백하고 그의 피부와 입을 사랑한다면서 "그는 훌륭한 키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틀림없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당신은 당신에게 일절 도움이 안되는 사람과 결혼생활을 영위해 온 것을 알고 있다"고 세실리아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나 엘리제궁은 이런 황당한 프러포즈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영국언론이 전했다.
나무는 티베트 출신으로, 히말라야 루구 호수 주변에서 모계사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 모쒀족의 딸로 태어나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가수 겸 모델, 작가 등으로 활동해 왔다.
모쒀족 풍습에 따르면 이 곳 여성들은 성인식을 치르는 13살때부터 마음에 드는 남자와 애인관계를 맺을 수 있고, 애정이 식으면 관계를 청산할 권리를 갖고 있다.
나무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청혼을 한 것도 이런 모쒀족 풍습에 근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모쒀족 관해 기술한 '호수를 떠나며:세상 끝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란 책은 2004년 미국에서 발행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의 책은 국내에서는 '아버지가 없는 나라'란 제목으로 번역돼 소개됐다.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14)프랑스 비엔의 몽모리옹 -경향신문-
-돈들인 흔적들, 심드렁하기만…-
푸아티에 노트르 담 라 그랑드 대성당의 정면. 한 편의 성서를 펼쳐놓고 있는 장엄을 보여준다. 주말 저녁의 축제를 준비하는 차량이 입구를 가로막았다.
푸아투 지방의 몽모리옹을 드나들자면 푸아티에라는 나들목을 거쳐야 한다. 책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사람에게는 번거롭기보다 좋은 기회다. 푸아티에에서 가장 그럴싸하게 돌로 빚은 역사적인 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든 군데가 넘는 문화재로 포화된 이 산상 도시에 자리한 ‘노트르 담 라 그랑드’ 성당 앞으로 달려가 그 서측 정면을 바라본다. 해질녘이다.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는다. 나직하게 깔려드는 햇살에 그 윤곽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는 석상들이 성서의 일대기를 연기하고 있다. 대성당이 보통 돌에 새긴 성서요, 세상살이의 거울이라는 사실은 두말해 무엇할까. 이렇게 12세기 띠벽에 층층이 조각된 기독교 신화는 초대형 스크린의 영화나 장엄한 수사본 책자보다 ‘말씀’의 위용을 설득력 있게 과시한다. 이 앞에서는 잠시 절대군주가 옥좌에 앉아 몸에 밴 기품을 점잖게 뽐내면서 내뱉은 하명을 받들어 적는 서기의 손놀림 같은 것을 흉내내보게 된다. 이런 자세로나마 그런 말씀의 한 구절을 제대로 이해하고 되뇌고 받아쓰는 중이라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가르탕프 강가의 옛 빨래터를 설명하는 사진안내판이 보인다. 그 앞의 돌다리를 건너면 책 박물관과 서점 거리가 자리 잡은 언덕으로 통한다.
대서양의 모서리, 이베리아 반도 끝의 성지, 산타이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순례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출발점으로 삼았던 생틸레르 성당도 근처 벼랑의 한 자락에 버티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듯이 공인된 역사가 깊은 것은 그렇다 치고, 유독 이 지방에 몇 점 남은 채색목각상도 중요한 유물이다. 내진의 한 구석에서 성녀상이 고요히 책을 읽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릴 듯했다. 이내 성녀상을 비추던 한 줄기 빛이 제단 뒤편 책상 위에 펼쳐진 방명록 위로 떨어졌다. 그 페이지에는 한 발 앞서 찾아왔던 누군가 이렇게 써놓았다. “하느님, 당신은 어디서나 부러울 것이 없군요.”
책 박물관의 진열장 안에 들어 있는 황금문진. 손을 재현했다.
몽모리옹 역에서 내려 곧장 마주치는 가르탕프 강물은 푸른 물살을 뒤척이고 재잘대면서 이방인의 노파심과 기우를 깨끗이 씻어줄 모양이다. 게다가 오리 몇 식구가 수면 위에서 줄지어 미끄럼을 즐기고 있으니 마음은 더없이 푸근해진다. 이 물가에서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종이공장과 인쇄소가 번창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길모퉁이마다 붙은 방수 처리한 사진과 안내문에서 마을의 역사를 구석구석 풀어내는 문장을 마주친다. “아, 여기가 빨래터였구나, 또 여기는 빵을 굽던 화덕이 있었구나….” 관청 뒤뜰 화단에는 프랑스 식 ‘파르테르’ 기법을 조잡하게 응용한 초대형 잔디와 꽃으로 엮은 책 한 권이 심드렁하게 자빠져 있다.
생틸레르 성당 내진 곁에 서 있는 채색목각 성녀상은 이 고장 출신 성녀 라드공드의 상일 것이다.
강을 가로질러 서점가로 이어지는 또다른 돌다리는 14세기 고딕풍이다. 생 마르시앙 성당의 색유리창도 고딕 양식이고, 생 니콜라 성당의 후진은 초기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10세기부터 조성된 노트르담 성당의 지하실에는 성녀 카타리나 알렉산드리아가 그려진 벽화가 있다. 이 벽화는 파리 샤이오 궁 부속박물관의 벽에 재현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무엇보다도 11세기에 지은 수도원 부속성당은 예루살렘의 그리스도 성묘(聖廟)성당을 본떴다.
읍사무소쯤이라고 할 수 있는 관청의 마을 홍보 담당 공무원을 만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대륙의 책마을을 돌아다니는 동안 몽모리옹이 복마전이라고 수근대는 구설수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말대로라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어야 한다. 다른 책마을에서 몽모리옹에 대해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한 것은 질투심 때문이 아니겠느냐면서 이 마을에 쏟아진 당국의 전폭적 지원 덕분에 그토록 주시받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 유럽연합의 기금부터 국가·주·도 등의 각종 기금과 예산을 끌어들인 유능한 지역인사들 덕분에 마을은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21세기를 시작했다. 여기에 제일 높은 언덕 위에 ‘책 박물관’도 개관했다. 당국에서 공을 들인 야심작이다. 필기구와 황금문진과 장식만을 위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연필들이 장밋빛이며 상아빛과 옥빛으로 알록달록 확대된 ‘책-오브제’ 설치물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어설픈 수련생 티가 물씬한 아가씨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책 박물관처럼 나름대로 새로운 개념의 문화공간을 갖추고, 낡은 건물들을 현대식 디자인을 가미해 보수하고, 또 여러 종의 화려한 홍보물을 내놓았으니 큰 비용이 들었음은 장님도 알 만했다. 서점과 공방은 해마다 늘어났다.
동화책과 만화책은 어디에서 인기를 끈다.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양장판이 보인다. 영국인들은 중요한 고객이다. 특히 만화 ‘베카신’의 수집가는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서점은 열한 곳, 예술·공예 관련 공방은 무려 열여덟 곳이다. 공방은 작년 한 해 동안만 갤러리·도자공방·일러스트레이션·이집트 서예(파피루스 등 아랍 전통 서예)·판화 등의 기존 공방에다 고서적수선, 중국인 양(梁)씨를 초빙한 서예교습서 ‘선(禪)의 집’ 등이 새로 들어섰다. 사실 이곳이 다른 집보다 수강생이 많은 편이다. 한자만이 아니다. 알파벳을 붓글씨로 써보는 재미도 남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책방보다 훨씬 많은 공방은 말이 많은 공적 자금의 결과이기도 했다. 방학 때는 학생, 학기 중에는 주부들이 수강생이다. 저녁 때 직장인들이 취미활동으로 등록할 경우 회사와 고용주 측에서 절반을 부담하는 사회보장제가 있으니까 이곳에서도 학원장사가 손해볼 일은 없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창작이나 독서술을 지도하겠다는 학원까지 나타난 것은 아니니 완전히 막가는 것은 아니다.
도서유통의 장려는 지속적인 지원 대상이라는 논리도 책마을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반대여론을 잠재운다. 기본적 문학 행위란 글쓰기가 아니라 ‘출판이며 인쇄하고 독자가 구매하는 행위’라는 주장도 뒷받침이 되었다. 적어도 프랑스에서의 최근 통계를 보면 어림잡아 500권의 원고 중 두어 권만이 소설로 출간된다. 이렇게 문학은 수많은 사산아를 쏟아낸다. 이런 끔찍한 문학적 연쇄살인사건은 발행인이 무시하거나 거절해서 사산아가 되고, 또 모든 원고를 출판해서 옥동자로 내놓을 수 없고 거절할 수밖에 없는 한 불가피하다. 문학적으로 낙태하거나 유기되는 원고는 너무 많고, 문단에 선을 보이지 못한 채 십대 미혼모가 낳은 아이처럼 버려지는 ‘옥고(玉稿)’도 얼마나 될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문학이 산업화하면 할수록 이런 비극은 더욱 늘어날 것이니 유기되는 작품을 위한 ‘원고 복지회’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 다른 집이나 기관에서 살려내도록 입양이라도 보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올해 막 문을 연 집은 영화제목을 딴 ‘바베트의 만찬’이다. 이 집은 동네의 다른 골목에 같은 이름으로 골동상도 겸업한다. ‘트라피스트 서점’은 그 수도원 이름대로 벨기에 맥주를 주종으로 갖춘 선술집을 겸하고 있다. ‘당신의 책’은 교재와 참고서, 청소년 아동물 전문이다. 청소년 책방을 별도로 차린 점도 다른 지역과 차별화한 전문성을 보여준다. 아주 선정적인 크레파스 빨강색을 신고전적 입구에 덧칠한 ‘정문(正門)’은 미술책을 주로 취급하면서 미니책 컬렉션을 갖추었다. 영국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이곳에 정착하기도 하지만 휴가 동안에 외국인을 위한 불어어학교실도 성업 중이다.
마을 아래쪽 광장으로 이어지는 가로에는 공방들이 이어진다.
마을 주변은 화려하다고 할 만큼 비중 있는 문화유적으로 포위되었다. 비엔 도내에는 명승지가 넘친다. 우선 생 사뱅 가르탕프는 로마네스크 최고의 유적이다. 건물 자체도 희귀하고 둥근 천장화는 중세 초기 프레스코 벽화로 덮였다. 또 푸아티에의 퓌튀로스코프는 첨단공학을 동원한 놀이터이다. 북쪽의 소뮈르는 루아르의 명품 포도주 산지이면서 대문호 발자크의 걸작 ‘외제니 그랑데’의 무대였다. 동북 방면으로는 여인네들을 환장하게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은밀한 척 유통되는 바가지 가격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물 좋은 온천장 ‘라 로슈 포세’가 있다. 유럽 최고의 온천수로 만든 피부의 명약으로 호황을 누리는 제약회사의 본거지이다.
그러나 주변이 너무 화려한 것이 되레 걸림돌이지 않았을까. 역효과가 나고 있지는 않은가. 워낙 빼어난 경승과 고적을 찾는 데 힘과 돈을 쏟은 관광객이 다시 한 번 발길을 돌려 어중간하게 고상한 책마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차라리 대단한 관광명소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브르타뉴의 베슈렐 마을이 주변사람을 끌어들이는 데에 유리했을 수도 있다.
전국망 텔레비전에서도 보도하는 등 요란한 홍보와 과도한 관심은 적당한 선을 넘어 부담이다. 그만한 ‘사건’을 계속 만들어내야 하고 성과에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성과는 대개 수치로 따지게 마련인데 그동안 투자라든가, 다른 책마을들이 내세우는 수치에 비하면 미미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이런 열세를 만회하려고 이번에는 문필 활동을 장려하는 데에도 손을 뻗었다. 점점 규모가 커지고 메뉴가 많아지지만 문제는 내실이다. 문인 사인회나 낭송회는 물론 대담자리도 주기적으로 마련한다. 이런 활동은 영미 세계에서는 서점이 ‘프로모션’ 차원에서 진작부터 꾸준히 해오던 사업이다. 더 전향적으로 시인·극작가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함께 호흡하면서 웅변과 수사의 전통을 이어나가려고, 정거장과 공원과 선술집에서도 반짝 이벤트를 벌이는 활기 넘치는 이탈리아에 비해서도 뒤늦은 감은 있다.
같은 취지에서 르노도 전시회도 개최했다. 같은 도(道)내의 르노도 박물관의 협조를 받아서 금년도 르노도 문학상 수상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편인 인기작가 다니엘 페낙을 초대했다. 아무튼 페낙의 초대는 이런 취지에 걸맞은 선택이었다. 그는 여러 소설 이외에도 ‘소설처럼’이라는 책에서 책읽기의 조감도를 그려보여주었으니까. 이 책은 읽을 권리에 ‘읽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한 독서의 모든 전권을 독자에게 돌려놓고서 펼친 재미있는 입담이다.
책박물관에서 마을 아래쪽으로 경사진 비탈길의 한쪽 난간에서 말 그대로 아리따운 처녀가 그림 같은 포즈로 해바라기 삼아 책을 읽고 있었다. 분명 그냥 지나친다면 섭섭해 하렷다! 처녀의 이름은 클레망스. 읽고 있던 소설은 젤러의 최신작 ‘최악인 것의 매력’이다. 이 동네가 고향인 클레망스는 영국 뉴와크 대학에서 악기수리를 공부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서 모처럼 고향 부모님을 찾았다. 그녀는 주민들이 참신해진 마을을 반기고는 있지만 양을 치고 소를 기르는 이 농촌에서 독서문화는 초라하다고 아쉬워했다. 또 청소년들이 발자크는 물론, 빅토르 위고 같은 고전조차 읽지 못할 정도로 불어 실력이 형편없다고 부끄러워했다. 그런 와중에 온몸으로 책마을을 보여주고 있으니 대단하다고 했더니 그녀는 “그나마 나마저 없다면 우리 마을은 어떻게 하라구요”라고 깔깔대며 받아넘겼다. 이런 우문현답의 수사학을 아는 처녀가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클레망스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비올라를 수리하던 섬세한 손짓으로 마을의 병든 자리를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지 않았나!
첫댓글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법?? 잼나겠는걸요?? ㅎㅎㅎ/ 사르코지 아저씨 이제 사랑고백 편지까지~~ 인기가 대단하시네요!! ㅋㅋ/ 우리 나라에도 이런 책마을이 생기면 참 좋을텐데요...
정말 죽음의 조네요..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웬만하면 프랑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