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 여행기
이영호
세상을 살다 보면 때로는 먼 곳으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 혹은 이웃과 함께. 여행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기억하는 행위이다.
이번 여행도 이 선생 내외, 나의 아내와 함께 베트남 남부를 여행했던 이야기다.
이 선생은 과거 초임 교사 시절 가까이 지내던 사이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으로 해외 건설 붐이 일어나자, 교직을 그만두고 건설 회사로 옮겨가 해외에서 근무하다가 귀국 후 퇴직하고 난 뒤에도 자주 만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2008년 10월 8일부터 10월 12일까지 베트남 남부 5일간의 일정이다. 첫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에 여유가 있게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는데 이 선생 내외가 도착했다. 아내와 이 선생 부인과는 초면이 아닌 구면이라 보자마자 서로 반가워 한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서 탑승하기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커피숍에 들렀다.
저녁 7시 비행기로 호치민 탄손누트 국제공항까지 비행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그의 자정 시간이다. 현지 가이드와 미팅 후 호텔로 이동 휴식을 취했다.
둘째 날 호텔에서 아침 식후 버스로, 또는 도보로 호치민 시내 관광에 나섰다. 거리에는 많은 오토바이 물결이 줄을 잇는다. 흰 아오자이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학생들의 모습들이 예뻐 보인다.
거리 곳곳에 노점 식당을 볼 수 있다. 베트남의 음식문화는 외식문화이다. 베트남은 삼시 세끼 식사를 거의 밖에서 한다고 가이드가 알려준다. 잦은 전쟁의 아픔을 겪고도 베트남인들은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호치민 밤거리는 현지인뿐만 아니라 많은 여행객이 길거리 노점에서 낭만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내 거리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호치민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호치민을 국부(國父)로 인정하고 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2차 세계 대전 후 호치민이 이끄는 월맹과 미국이 이끄는 월남으로 갈라져 싸우다가 1975년 미군이 철수함으로 월맹의 승리로 공산화가 된 나라이다.
우리나라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 전쟁 때 월남에 국군을 파견하기도 하였다. 공산화되고 우리나라와 국교가 단절되었다가 1992년에 다시 국교 수립 정상화되었다. 그 후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 베트남은 사회주의 공화국이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빠지지 않고 꼭 들러는 곳은 박물관과 유적지다. 그 나라의 역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호치민 전쟁박물관에 들러 관람하고, 이어 통일궁에 들렸다.
통일 궁은 1975년 4월 월남이 패망할 때까지 대통령궁으로 사용하다가 월맹과 월남이 통합되면서 통일궁으로 이름이 바꿔 기념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그 당시 사용하던 집기와 방들을 관람하였다. 지하에 군작전 벙커도 둘러보았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 남아있는 그 대표적인 것으로, 노트르담 대성당과 사이공 우체국이 있다. 느르트담 성당 앞에서 이 선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이공 우체국은 아치형의 높은 천장이 인상적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정중앙에 호치민의 초상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음은 호치민시를 조금 벗어나 베트남 최대 전적지 꾸찌 터널로 이동하였다. 베트남 전쟁 당시 숨어 살았던 땅굴과 실제 터널을 체험하기도 했다. 지하 2층 체험도 하였다.
사격장에서 사격할 사람들은 해보라고 해서 이 선생과 나는 여섯 발씩 M16 소총을 직접 쏴보기도 했다. 지난날 논산 훈련소에서 일등 사수의 실력을 과시했던 추억이 되살아 나는 듯하다.
다음은 메콩강변의 도시 ‘미토’로 이동 도착 후 유람선을 타고 메콩델타(유니크 섬) 수상마을에 도착하였다.
이어 인접 빈트랑 사원을 들렀다. 베트남에서 매우 큰 사찰 중의 하나이다. 본찰 건물 중앙 광장 앞에 부처가 있고, 그 뒤편 상단에 호치민 동상이 있다. 베트남에서는 호치민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인들은 70% 정도 불교를 믿는다고 한다. 뒤뜰에는 거대한 미륵불이 나를 바라보고 빙그레 웃고있어 합장했다.
수상마을 과일 농장을 방문, 열대 과일을 시식도 하고, 작은 배를 타고 메콩강 열대 우림지역을 둘러보는 수로 투어를 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과일 농장에서 사 온 과일을 저녁에 먹으면서 즐겁게 지냈다.
셋째 날, 호텔에서 조식 후 버스를 타고 붕타우로 이동하였다. 티우별장에 도착, 대통령 시절 집무실을 관람 후, 높이가 30미터나 되는 그리스도상이 있는 언덕에서 바다 지평선을 바라보니 가슴이 확 터지는 전율을 느낀다. 바닷가 해변을 한참 거닐면서 자유시간을 즐겼다. 청춘남녀들이 해수욕하며 서로 장난치는 모습, 수상스키를 즐기는 모습들이 멋지다.
저녁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신선한 자연 해산물 음식점에 둘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넷째 날, 베트남에는 고무 생산이 많은 나라인데, 고무나무농장에 들러 나무 기둥에 흠집을 내 수액을 그릇에 채취하는 것을 보고, 라텍스 공장 견학도 하였다.
오후에는 붕타우 호치민 벤탄 시장에 들러 가이드가 이곳저곳 안내하는 곳을 따라다니면서 커피도 한잔 사서 먹고, 과일도 사고 시간을 보냈으며, 저녁때 선착장에 들러 선상 크루즈 디너쇼를 마지막으로 관광 일정이 끝났다.
늦은 시간 귀국 준비를 하여 버스로 이동 1시 40분 밤 비행기로 호치민 탄소누트국제공항에서 인천공항에 아침 8시에 도착하였다. 공항 내 식당에서 이선생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이번 여행기간 동안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마치게 된 것에 감사하며, 다음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나라마다 지역 특성에 따라 국민들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시보다는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순박하고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낀다.
나라에 따라 정치권력에 의해 이념적으로 사상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1인 전제군주, 독재정치에 희생과 어려움을 당했던 역사적인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베트남은 통일되어 살아가는데, 우리나라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 남북이 갈라져 서로 총구를 맞대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이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새습독제 정치행태나 남한의 정치권력과 체재, 모순된 사회질서,물질만능주의 들이 통일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단일민족을 긍지로 살아왔던 우리나라가 남북 이산가족으로 살아가는 국민이 불쌍하고 억울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뒤로한 채 정치권력의 작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원망스럽고 슬픈 일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남북이 갈라지기 전에 같이 부르던 노래가, 남북이 갈라지고, 지금은 따로 부르고 있다. 언제 함께 부를 날이 올는지...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105주년 3.1 절 기념식을 보고나서’ 2024. 3.1.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