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십수년을 알고 지낸 친한 동생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때는 꽤 공부 잘하고 착실했던 녀석이
대학교도 안가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술 마시며 세월을 보내더군요..
그러다가 결혼하고, 애낳더니 어느날 그러대요..
"나 방송대 들어갔어."
그러더니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겁니다..
전화하면 맨날 공부하는 중이라 하고..
우리집에 놀러올때도 책을 한보따리씩 싸갖고 다니고..
뭐.. 공부 좀 하나부다~ 그랬죠..
졸업하고는 장애아를 가르치는 특수학교에 들어가더군요..
입학금 빼고는 4년 내내 장학금 받았다 하더니 대학원에도 들어갔습니다..
직장 다니며 학교 다니며 2년동안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살더니
지금은 지도교수님의 추천으로 모 대기업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합니다.
듣기로는 그 어린이집이 애들 입학시키기도 힘들고 취직은 더 힘들다던데..
그 아들은 지금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가끔 청소당번 같은 일로 점심시간 이용해 학교에 가면 담임선생님이 쩔쩔매는 눈치더군요..
일도 바쁜데 뭐하러 오셨냐고..
그 녀석.. 결혼을 일찍 해서 지금 겨우 31살입니다..
그 직업이 아니었으면 오히려 은근히 무시당할 수도 있는 나이죠..
제가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했을때 누구보다도 기뻐한 사람이 그 친굽니다..
저도, 비록 다른 목적때문에 방송대에 들어오긴 했지만
공부하다 보니 그 애의 삶이 자꾸 자극제가 되더군요.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을 것 같았던 그 녀석의 인생이
이제는 누가 봐도 번듯하고 당당한 인생으로 바뀌었거든요..
물론 그 터닝포인트는 방송대였구요..
저도 처음에는 '일본어만 대충 할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입학했지만,
요즘은 점점 다른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뭘 해야겠다는 아이디어는 아직 떠오르지 않지만,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뭔가 나만의 길이 보일 것 같다는 생각..
전에 어떤 졸업선배님이 글 올리신 것처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학점관리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엊그제 일요일에 시험 본 '아동건강교육'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와
- 혹시 답안지 마킹을 잘못 하지 않았다면 - 4.2 평점이 나올 것 같습니다.
지난 학기동안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으며 공부 했고,
하두 책상앞에 앉아있다보니 어깨가 아파 잠을 설친 날도 부지기수..
공부시간때문에 신랑하고 다툼도 있었습니다.
과락이 나든 말든 여유롭게 즐기며 공부하길 원하는 신랑은
시도때도 없이 책상앞에 붙어 앉은 제가 못마땅해
그렇게 공부할거면 하지 말라 하더군요.
그러고보니 지난 겨울에도 똑같은 문제로 크게 싸웠었는데..
매 학기마다 한번씩은 공부 문제로 갈등을 겪네요..
그렇게 다투기도 하지만, 신랑은 제가 공부하는 걸 무척 자랑스러워합니다.
등록금 좀 내줘보고 싶다고 사람들 염장지르고 다니는 것도 압니다..
워낙 서로의 생활에 공통분모가 많아 서로 별다를 것도 없는 사이었는데,
학교 다니며 다른 사람들 만나고 전혀 다른 생활 하니까 은근히 긴장도 하는 눈칩니다.
우리 부부에게 싸움도 만들고 애정도 만드는 얄궂은 공부죠..
많은 분들이 어떻게 공부하냐고 물으시는데 전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는 하루종일 팔자좋게 공부만 할 수 있는 입장인데,
직장 다니며 없는 시간 쪼개어 공부하시는 님들께 어찌 감히 조언을 드리겠어요.
일전에 그 친구한테 비법 좀 전수받을까 하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방송대 공부 어케 해야 돼?"
"뭘 어케 해.. 걍 하믄 되지.."
"뭔가 비법이 있을 거 아냐!!!!?"
그렇게 버럭거려서 알아낸 비법(?)이 이겁니다.
교재 정독하고, 방송강의 듣고, 5년간 기출문제 풀기.
"콱! 그게 무슨 비법이야!! 그럼 넌 도대체 공부를 언제 하는데."
"시간 날때마다."
헉.................
사실 대충 벼락치기 해서 쉽게 시험보려는 생각을 갖고 입학한 제게는
말도 안되게 부당한(?) 공부법이었죠.
아마 1학년 후배님들 중에는 1학기 시험 보고 '앗 뜨거' 데이신 분 많을 줄 압니다.
제가 아는 친구도 대충 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방송대 들어왔다가
1학년 1학기 올F 맞고 포기한 녀석이 하나 있거든요.
학보에 실린 수많은 장학생들의 경험담을 읽어봐도 이게 기본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들은 공부방법이 이러하니 그대로는 못하더라도 흉내라도 내려고 노력한 것이
3학기동안 좋은 성적을 받게 해 준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의 특기할만한 포인트는 '새 책에 기출문제 표시하기' 였습니다.
그 방법이 최고 평점에 이르게 한 비법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그때그남자님과 삼손님이 학기초에 가르쳐주신 방법이었는데,
이 방법은 우선 교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과,
교재를 읽거나 강의를 들을때 저절로 중요부분을 집중해서 듣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출문제 찾아 표시하는 작업은 정말 어렵습니다.
뭐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죠..
하지만 한 3년치 기출문제를 표시해두면 그 효과는 정말 기대이상입니다.
시간이 없으신 직장인일수록 이 방법을 강추합니다.
교재를 먼저 정독하고 방송강의를 들으면 강의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오겠지만,
저는 웬만해서는 교재만은 잘 읽혀지질 않습니다.
항상 방송강의를 들으며 교재를 처음 읽습니다.
강의에서 다룬 내용은 연필로 밑줄치면서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부분만 따라갑니다.
그러고나서 책을 읽으면 아주 빠르고 자연스럽게 잘 읽혀집니다.
자료를 제대로 고르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교양과목 같은 경우는 자료실에 올라오는 요약자료가 아주 많습니다.
그 중에 내게 맞는 요약자료 한개만 골라내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생명과환경의 경우는 교재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내용을 숙지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교재를 통째로 옮기다시피 아주 자세하게 요약이 되어 있는 자료를 선택했고,
세정경, 일본근세근현대사 같이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 위주로 설명이 된 교재는
키워드 중심으로 된 간단한 요약자료를 선택했습니다.
한국사의이해처럼 교재 두께가 부담스러운 과목은
미리 요약자료를 출력해서 강의 들을때 교재와 함께 보며 요약자료에 메모를 해둡니다.
여러번 읽으며 중요하거나 잘 외워지지 않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칠해뒀다가
시험 직전 눈으로 휘리릭~~ 읽으면 효과 좋습니다.
요즘 카페 공부 분위기가 '다독'인 것 같은데,
저같은 경우는 한번 방송강의 듣고 책 읽고 나면 다시 책 안읽습니다..
'다독'도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공부법이지만, 책만 읽는 건 지루해서
무엇보다 집중이 잘 되는 문제풀이를 좋아합니다.
기말문제, 계절문제, 각종 연습문제..
닥치는대로(?) 문제를 풀다 보면 머릿속에 산발해있던 정보들이 차곡차곡 정리됩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기도 좋고, 국지적인 부분을 기억하기도 좋습니다.
교재 다 보고 나서 한번 풀어보고, 기말 전에 전체적으로 정리할때 꼭 한번 더 풀어봅니다.
교재 읽은 직후에는 기억이 잘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오답노트는 꼭 만듭니다. 보기 지문이 왜 틀렸는지 교재에서 찾아 꼭 적어둡니다.
오답노트는 특히 시험 전에 서너번은 더 확인합니다.
그렇게 확인해도 알쏭달쏭한 문제는 표시해뒀다가,
역시 시험 직전에 한번 휘리릭~~~ 읽어줍니다.
유난히 인명이나 지명이 많이 나오는 과목이 있습니다.
일본근세근현대사같은 경우 인명을 묻는 문제가 12문젠가 그랬습니다.
출제된 사람이 그정도면 교재에 언급된 사람은 얼마나 많겠습니까..
사실 인명은 특별한 몇몇 사람 빼고는 별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인물탐구(?)를 좋아하시는 교수님이 교재도 그렇게 쓰시고 문제도 그렇게 내신답니다.
그런 경우는 말도 안되는 말을 내 방식대로 만들어 외우는 방법이 제일입니다..
와세다대학이 크구마(오오쿠마), 자유당에 다이쓰께~ (다이스케), 스피치 유키치,
국수가 타네, 고대를 이해하려면 고대로 놀러나가(노리나가).. 이런 식으로요.
저같은 경우는 일본어가 젤 큰 부담이자 고민입니다.
그동안은 본문을 무쓱하게 달달달 외우는 방법으로 공부를 했었는데,
시험은 잘 봤지만, 이번 학기에 공부하면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기본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에 방학동안 문법공부 좀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튜터강의가 있다면, 가능하면 꼭 들으시기 바랍니다.
출석수업때 직접 얼굴 보고 배우니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재미있어 정말 좋더라구요..
인천지역 일본학과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외부교수님을 모시고 강의를 듣습니다.
강의료는 모인 학생들이 걷어서 내는 모양이더라구요..
그렇게 강의 듣는 학우들은 이번 일본어가 전혀 어렵지 않았답니다..
학교만 가까워도 어케 좀 덤벼보고 싶지만,
가는 길에 지쳐 엄두를 못내고 있답니다. ㅠㅠ
아직 mp3가 없으시다면 꼭 하나 구입하시길 권합니다.
요즘 엄청 쌉니다.. 1GB 2만원대면 사더군요..
어문학과의 경우는 본문을 계속 반복해서 들으면 좋고,
어문학과 아니라도 출퇴근시간에 강의를 들으시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작년에 일본학개론 강의 CD를 차에 놓고 운전할때마다 들었는데,
사실 귀에 잘 안들어옵니다. 운전하느라 신경 쓰고, 딴 생각도 하고..
그런데 놀랍게도 기말시험 직전에 책을 처음으로 읽는데,
아주 눈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낯선 용어나 내용들을 알게모르게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
효과적인 공부방법이 아니라 부끄럽지만,
어떻게 공부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으셔서 횡설수설 적어봤습니다.
제 공부방법 중 제일 으뜸은 뭐니뭐니 해도 카페활동이 아닌가 싶어요.
좋은 자료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넘넘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많아 자극이 되거든요.
카페는 제 각성제이자 피로회복제랍니다. ^^
직장 다니시고 애 키우시면서 공부하시는 님들..
한번에 두가지 일을 잘 못하는 저로서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누구도 포기 없이 끝까지 함께 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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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6.
이제 졸업합니다..
정말 후회없이 열심히 공부했고,
덕분에 4년 연속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제가 2학년때 작성한 글인데..
3학년부터 조금 더 욕심이 생겨 공부법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몇학기동안 했던 새 책에 기출문제 찾아 표시하기..
어느 날부터인가 이 작업이 여간 힘들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방법에 조금 변화를 줘봤습니다.
먼저 5년치 기출문제를 뽑아놓고..
강의 하나 들을때마다, 바로 직후에 해당 강의의 시험문제를 찾아서 표시하는 거예요.
맨땅에 헤딩하듯 책을 뒤적이지 않아도 좋고,
금방 들은 강의를 5번 훑어보며 복습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강의 듣고, 기출문제 표시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교재를 스스로 요약해보며 개념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교재를 정독하며 내용을 직접 정리해보는 작업이야말로
4년간 시도해보았던 방송대 공부법 중 최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 학우님들께는 힘든 공부법이죠..
이 분들은 - 과목에 따라 사정이 다르겠지만 -
어쨌든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나름대로의 공부법을 찾으셔야겠구요..
시간적 여유가 많으신 분들은 꼭 한번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렵고 까다로운 과목일수록 요약의 효과는 크답니다..
4년간의 방송대 공부를 통해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많지만
무엇보다 시연이가 엄마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어
뭐든지 엄마랑 똑같이 하길 바라는 시연이의 롤모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희망과
시연이가 학업을 시작했을때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확실한 주관이 섰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했던 그대로..
교과서는 스스로 정리해보게 하고,
영어는 책을 외우게 할 것입니다.
아무리 학원 보내봐야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을 따라가긴 힘들겠죠.
보잘 것 없는 글을 공지로 올려주신 덕분에 조회수가 8천건이 넘었는데,
바뀐 공부방법을 입다물고 넘어갈 수가 없어 꽁무니에 조금 덧붙여봤습니다.
공부법에는 정석이 없습니다.
다양한 공부방법 중 내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죠..
하지만..
요령없이, 정석대로 공부하는 것만이
진정 좋은 성적의 지름길이라는 것..........
내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 성실히 공부하신다면
누구나 달콤한 졸업을 누리실 수 있을 겁니다.
참. 카페활동은 필수.~
특히 이 카페는 장학생이 득실거려서 좋은 기운을 듬뿍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첫댓글 감동받아서 눈물이 핑~ 했어요
좋은 경험담 감사합니다.
좋은 조언의글 깊게읽고 갑니다 ~한번시도 해볼까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