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꽃이 화려하고 꿀을 분비하거나 향기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과서의 정답은 "곤충을 유인해서 열매를 맺기 위해서이다."입니다. 도종환 시인은 "이 세상이
쓸쓸해서 들판에 꽃이 핍니다."라고 했고, 저는 "이 세상이 낙원임을 알리기 위해서 꽃이 핍니
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집 근처 자그마한 공원에 제법 키가 큰 자귀나무가 있습니다. 풍성한 초록의 잎사귀 위로
펼쳐지는 자귀나무꽃은 화사한 부채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부채같은 꽃도 특이하게 아름답지만
코끝에 대면 비단실처럼 부드럽고 서늘한 촉감과 복숭아같이 연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납니다.
가지 끝에 15 ~ 20개의 작은 포도송이 같은 알갱이가 펴지면 각각의 알갱이 마다 수 십 개의 기
다란 분홍 깃털이 보입니다. 분홍 깃털을 자세히 보면 깃털의 끝마다 보일 듯 말듯 노란색의 꽃
밥이 보입니다. 수염마다 알갱이가 달려있는 옥수수 수염이 암술이 듯 자귀나무의 분홍 깃털은
수술입니다. 꽃잎과 암술은 찾기 힘듭니다. 가을에 접어들면 편평한 긴 띠모양의 콩꼬투리 열매
에 7 ~ 15개의 씨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암술은 벼나 보리처럼 숨어 있을 겁니다. 자귀나무는
수술이 꽃잎처럼 화려하니 따로 예쁜 꽃잎을 만드느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됩니다.
꽃의 다양한 전략을 볼 때마다 상상력과 창조력은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진정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상상력의 부족이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꽃은 암술, 수술을 함께 가지고 있는 양성화이지만 처음에는 수컷으로서 삶을 시작합
니다. 수술이 먼저 나와서 꽃가루를 모두 보내고 나면 수술이 시들고 암술이 더 높이 올라와서
암컷으로 서서히 변해갑니다. 그러면 벌과 나비가 날아와서 다른 꽃에서 묻혀온 꽃가루를 암술에
나르는 수분이 일어납니다. 자가수분보다 타가수분이 더 우수한 종자를 만든다는 것을 식물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기능이 멈추고 최소한의 생명만 유지되는 '식물인간', '식물국회'라는 말은 식물을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고도의 전략을 다양하고 치밀하게 구사하는 식물이야말로 우리가 이 지구
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산소와 식량을 만들어 아낌없이 주는 지혜롭고 아름다운 생명체입니다.
식물의 무한한 생명력과 가치를 알아채기에 사람의 지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
이 듭니다. 오히려 식물의 세계야말로 사람들이 사는 세상보다 한 차원 더 높다고 식물학자들은
말했습니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생명의 나무는 푸
르다."라고 했습니다.
자귀나무는 꽃도 예쁘지만 잎사귀도 사랑스럽습니다. '자귀나무'란 뜻은 '자는데 귀신같다'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 합니다. 진초록 겹잎이 밤이 깊어지면 한 잎도 남김없이 꼭 붙어서 어둔 밤
을 보내기에 '사랑나무', '합환수', '야합수', '유정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학
술적으로는 '수면운동'이라고 합니다. 미모사와 같은 식물은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잎이 닫히
지만 자귀나무의 수면운동은 외부의 자극 없이 온도나 빛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입니다.
낮에는 잎에서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 잎을 넓게 펴서 햇빛을 받는 것이 유리하지만, 밤
이 되면 광합성을 하지 않고 호흡만 하기에 잎의 면적을 작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경제적이고 생
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지혜로운 식물이지요.
자귀나무의 이런 수면운동을 보고 사람들은 자귀나무를 뜰에 심으면 부부가 평생 말다툼 한 번
하지 않고 정답게 산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현명한 아내들이 향기로운 자귀나무 꽃을 말려 남
편 베개에 넣거나, 남편 술상을 차릴 때 술잔에 자귀나무꽃잎을 띄웠다고 합니다. 상대방을 위한
작은 정성과 따뜻한 배려야말로 금실 좋은 부부가 되는 진짜 이유일 겁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끌
리는 연애시절의 환상이 사라지고 낱낱이 드러나는 인간 존재의 나약함과 유한성을 통찰하는 것
에서부터 진정한 사랑은 시작되지 싶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와 상대방을 측
은히 여기는 '측은지심'의 심정으로 한 발씩 양보하는 순간부터 아름다운 부부가 되지 않을까요?
부부 십계명 중에서 가슴을 울리는 구절을 옮겨봅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화내지 말라 / 집에 불이 났을 때 이외에는 고함을 지르지 말라.
눈이 있어도 흠을 보지 말며 입이 있어도 실수를 말하지 말라 / 결코 사랑을 단념하지 말라 "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것입니다. 이쯤 되면 금실 좋은 부부가 되는 것도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갈고 닦아야하는 구도의 길만큼이나 지난합니다.
칡덩굴이 기세 좋게 달리고, 옥수수 수염이 은빛으로 휘날리는 여름의 한 가운데입니다.
자귀나무꽃 한 송이 가슴에 달고 팔월의 인사를 드립니다.
청안하세요!
2010년 팔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삼백초--정가네님
해란초--둥둥님
노랑망태버섯--어진내님
애기수련--주이님
금꿩의다리--주이님
금강초롱--해오라비님
털중나리--디비디비님
맥문동--캔디님
바위채송화--늘봄님
할미밀망--산바람님
조령으아리--꿩의다리님
하늘타리--다연님
말오줌나무--하늬바람님
산삼--여왕벌님
종덩굴--둥굴레님
배롱나무--가을하늘님
산수국--한계령님
누리장나무--파란하늘꿈님
금방망이--청로님
끈끈이주걱--시계초님
천마--청로님
백합--흐르는별님
갯조풀--터앝님
새깃유홍초--초아님
하늘타리--물푸레나무님
섬말나리--하늘타리님
가는장구채--네오님
백일홍--달희님
작두콩--스투파님
부레옥잠--황소님
누룩치--향일화님
영아자--포근이님
시계꽃--큰곰님
털별꽃아재비--좋은생각님
배롱나무--은여울님
아라홍연--안여사님
물꽈리아재비--아마릴리스님
배풍등--사랑초님
선인장--사랑나무님
지리터리풀--산으로님
흑풍로--물망초님
장구밤나무--라이백님
까치수영--가을날님
빅토리아연--도요새님
노각나무--아델님
좀작살나무--카멜리아님
보리수열매--반지꽃님
울릉도 섬말나리--파아란님
참나리--초록나무님
말나리--가침박달님
하늘말나리--시연님
끈끈이주걱꽃--창파님
문주란--이가리님
연꽃--네모님
꼬리진달래--까치밥님
꼬리조팝--젬마님
능소화--이누스님
갯패랭이--새벽의숲속님
한련화--린네아님
개정향풀--kplant1님
골초 할매--나무꾼님
자귀꽃이 피는 계절입니다 화사한 부채춤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비단실 같기도 한 자귀꽃 다른 꽃들보다 많이 특이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을 싸우지 않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비단실같아서일까요? 영어이름은 silk tree라지요^^*
아, 이름이 silk tree군요, 참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볼에 갖다대면 정말 비단처럼 부드럽고 서늘해요.금실, 은실 같기도 하고요.
자귀나무꽃을 보면 공작부인 머리장식 같기도 하고...분홍빛 새깃털처럼 소복하게 핀 꽃도 예쁘지만 잎사귀도 얼마나 예뻐요. 부부 금실이 좋아 진다니 마당에 꼭 심고 싶은데 마당이 없네요. ㅎㅎ 별꽃님 아름다운 편지 고맙습니다. 여름방학 잘 보내시구요.*^^*
참 사랑스런 나무입니다. 저렇게 고운 나무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만들었을까요? 세상이 놀랍도록 신비롭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세요^^
그새 별꽃님 편지가 도착했군요. 자귀나무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니 미리 알았으면 한귀퉁이에라도 심어 둘었을껄~ 그동안에 고함지른것은 어쩔수없지만 앞으론 사이좋게만 살고싶네요.편지와 다시볼수있는 고운 꽃 사진들 감사합니다.^^
다정한 부부처럼 보기 좋은 것이 또 있을까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때가 바로 금슬 좋은 부부를 볼 때이지 싶어요.
매달 보내주시는 꽃편지. 참 좋아요, 그리고 제 사진이 있으니 더욱 기쁘구요..*^^* 이쁘게 잘 찌거봐야지..하는 생각도 들구요..*^^*
물푸레나무님,닉이 참 상큼해요, 굳이 물푸레나무를 물에 넣지 않아도 부르기만 해도 온몸과 마음이 푸르러지는 것 같아요.
별꽃 님! 저는 보내주신 꽃 편지 죽을 때도 가져갈겁니다.
아이구, 황송합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저 세상에 가서도 남지 싶네요, 평안하세요.
별꽃님의 꽃편지가 무더운 여름날의 더위도 다 물러가게 합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쁘고 화목한 가정 잘 이룰 수 있도록 늘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이 복이 또한 별꽃님께도 넘치길 기원합니다.^^
이쁘고 화목한 가정이 곧 낙원이고 들꽃세상이겠지요, 파란하늘꿈님, 아리아리~~~~~~~~!
읽기조차 숨찬 글을 쓰신 별꽃님이 그저 대단해 보입니다. 감사하단 말밖엔 더 할말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8월에도 복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네모님! 전 아네모네란 이름과 네모님 닉이 겹쳐 떠오릅니다. 유월에 올려주신 홍련을 컴 바탕에 깔았어요, 어찌니 곱고 아리따운지...
끌 1킬로그람엔 저 꼿 5백6십만송이의 단물이 필요하다는데...저 꽃 편지가 매양 꿀단지처럼 느껴질 때가 잇으니...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일까요?
여성호르몬은 줄어들고 남성호르몬이 증가하고 있는 걸까요?
사람들에게, 특히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언성이 높아지고 사나워질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런 모습에 제 자신이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별꽃님!! 부부십계명 마음에 새깁니다. '역지사지'와 '측은지심'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