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강진역에서 내려 블루 스퀘어에 들어갔다.
들어가니 데프 레파드, 메탈리카 뭐 이런 음악 나오고 있다가 갑자기 볼륨이 이빠이 커지면서 warpig가 웅장하게 울려퍼졌다.
언제부터인가 프리스트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송인 이 곡이 나오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저 막이 서서히 올라가는게 아니라,
휘리릭 쪼그라들더만 작은 상자로 빨려들어가며 공연을 시작했다.
1. FIRE POWER
예상대로 신보의 타이틀곡이 가장 먼저 터져나왔다
리치 폴크너의 말에 의하면 페인킬러보다 더 빠르다는 바로 그 곡!
스튜디오로 들어도 훌륭했지만 실제로 들으니까 그 심장이 터질듯한 댐핑감에 오장육부가 다 뒤틀어졌다.
썬글라스를 끼고 하얀 플라잉 브이 기타를 들고 나온 폴크너는 예나 다름 없이 다이내믹했다.
천하의 금속 양날개, 글렌 팁튼과 케이 케이 다우닝이 없는 그곳에 우뚝 서 있는 이 친구는 아직 한국 나이로도 마흔이 채 되지
않은 젊은 핏댕이다.
리즈 시절의 잭 와일드나 영원한 청춘 랜디 로즈를 연상시키는 그의 외모는 참으로 싱그럽고 아름다웠수나 결코 다우닝이나
팁튼처럼 헬포드의 옆에서 나란히 서있을만한 영웅의 자태는 아니었다.
그냥 뭐랄까?
좀 애 같았다.
주다스 프리스트라기 보다는 오지 오스본에 더 어울릴듯한 그런 느낌?
오지가 롭으로 바뀌었을뿐, 오지 밴드의 공연을 보는듯 했다.
검은 가죽 재킷으로 중무장하고 엉거주춤 서있는 앤디 스닙 이 양반은 그냥 거의 뭐 존재감이 없어보였다.
기타 잘 치긴 하는데, 솔로도 생각보다 많이 하는데 그냥 뭐 이건 프리스트 특유의 강철 트윈 기타 시스템이라기 보다는
리치 폴크너 솔로 진영에 가까웠다.
어찌 보면 마이클 셍커 그룹에서 셍커를 서포팅하는 디딤목 같기도 하고~
한 마디로 해서 그냥 헬포드 밖에 안 보였다.
롭의 컨디션은 무지 좋아보였다.
노래를 아주 편히 쉬엄쉬엄 부르는것 같은데도 목소리 하나하나에 위엄과 절도, 박력이 쩔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특유의 철혈 샤우팅을 할때 그 믿을수 없는 쇳소리는 심장을 찢어발겨벌렸다.
그 옛날 전영혁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롭은 헤비메탈의 본령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지옥의 가죽사자 같은 목소리를 유감 없이
들려주었다.
첫 곡 부터 완존 뿅갔다.
2. RUNNING WILD
별다른 멘트 없이 터져나오는 헬 벤트 포 레더, 가죽 옷을 좋아하는 저승사자의 위력을 몸소 시전해준 개위력곡이었다.
헬포드의 목소리는 역시나 훌륭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즉석에서 싸그리 쓸어버리는 지옥의 참마도를 미친듯이 휘둘러대고 있었다.
비록 외모는 낼모레 일흔인 동네 복덕방 할아버지처럼 추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저승사자 그 자체였다.
내가 만약 죽어 지옥에 간다면, 지옥의 불구덩이 그 한 가운데에 주다스 프리스트의 음악이 울리고 있을 거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는군.
어제 공연을 관람한 팬들이라면 이 말에 모두 수긍할 것이다.
3. GRINDER
절도있게 터져나오는 영국산 강철 리프 그라인더의 리프가 멋지게 터져나온다.
팔비트 그루브의 진수를 보여주며 한남동의 개떼들을 모두 잘근잘근 썰어버렸다.
바삭바삭한 폴크너와 앤디의 기타 리프는 팔비트의 달인 이언 힐과 스캇 트래비스의 강철서신 그루브에 맞추어 그 리프 만으로
그 공연장의 부피를 두 평 짜리 고시원 방 만큼이나 줄여버렸다.
그리고, 그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지옥의 고시원장 롭이 벽력처럼 고함을 치며 심장과 머리 그리고 모든 장기를 뒤흔들었다.
4. SINNER
롭이 옷을 바꾸어 입고 나와 Priest is back 멘트를 때리고, 초창기 곡을 시전했다.
단언컨데, 어제 공연의 백미였다.
헬포드는 최고의 가창력을 보여주었다.
풍부한 중저음도 훌륭했지만 중간 중간 보여주는 그 소름 끼치는 샤우팅은 가히 천하일품이었다.
그건 정말 죽어 지옥에 가서 수많은 악귀들을 만난다 해도 그토록 처절하게 울부짖는 절규는 들을수 없을 것이다.
롭의 목소리는 정말 한 도시를 쓸어버릴 정도의 쓰나미를 손바닥 크기 만큼의 작은 상자에 담아놓은 것만 같다.
그냥 남성적이고 굵은 목소리는 아무리 높은 음에서 지른다 해도 절대 소름 끼치지 않는다.
그 음성을 일본도처럼 날카롭게 압축해서 배때지에 찔러 등 밖으로 나오게 해야지만 비로소 전율이 생기는건데,
나는 아직까지 그런 목소리를 이 지구상에서 오직 단 한 사람을 통해서만 들을수 있었다.
롭 헬포드!
그는 진정한 메탈 갓 이었고, 메탈이란 이름 안에서 예수보다 더 위대하다.
그의 음성은 그 어떤 성인보다 거룩하고 위대하고 성스럽다.
모든 주다스 프리스트의 팬들이 생생히 기억하고있는 후반부 클라이맥스 부분, 씨너 씨너 씨너 씨너!!! 씨너어어어어!!!! 씨너!!!
요부분에서 어제 헬포드가 토해낸 샤우팅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전설로 기억될만한 찬란한 순간이었다.
롭의 샤우팅이 하늘을 찌르는 그 몇 초의 순간,
그건 정말이지 그 옛날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그 위대한 장면에 비견할 정도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내 마음 속에서 만리장성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중간에 리치 폴크너의 기타 연주 또한 멋졌지만 롭의 보컬에 비하면 새발의 사발이었다.
5. RIPPER
어제 공연을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역시 주다스는 초기 곡들이 갑이었다.
음산하고 사악하며 구슬픈 초기 곡들을 할때 프리스트의 포스는 하늘을 찌르고,
그제서야 그들의 빠돌이들은 휴거를 통해 승천할수 있는 것이다.
헬포드의 거룩한 신의 음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이곡은 정말 멋진 곡이다.
슬레이어를 비롯한 수많은 메탈의 레전드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리퍼의 살인적인 리프,
특히 후반부 두 기타리스트가 빚어내는 악마의 하모니는 전설적인 살인귀 잭 더 리퍼의 강림을 바라는듯 처절히 울부짖었다.
이런 곡을 부를때 헬포드는 지옥의 부처마냥 눈부시게 빛을 발한다.
마귀가 환골탈태를 통해 일순간 제석천처럼 눈이 부시도록 환하게 변하는 것을 나는 어제 보았다.
곡의 거의 끝나갈 무렵, 헬포드가 질러대는 단 몇 초의 샤우팅!
그 순간 내 안의 세포가 일시적으로 점멸하고, 다시 태어났다.
6. LIGHTNING STRIKE
여기서부터 정신이 없다.
옷을 바꾸어 입었는지 기타를 교체했는지 알 길이 없고, 알 필요가 없다.
문득 문득 정신을 차리다보니 그냥 폴크너의 기타가 백마에서 흑마로 바뀌어 있었고, 헬포드의 옷도 변해 있었지만,
그딴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금 주다스 프리스트가 내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단 말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공개했던 그 곡이 배란기때 자궁으로 쳐들어가는 정충 새끼들마냥 미친듯이 쏟아져 흘러 내리고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십년전 곡을 하다가 올해 곡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
비록 그들은 옷은 자주 갈아입긴 했지만 그 알멩이는 몸뚱아리엔 단 한번도 손을 댄 적이 없었다.
헤비메탈이 얼터너티브나 펑크에 밀려 개좆이 되었던 암울한 그 시절, 수많은 밴드들이 우리는 헤비메탈이 아니라고 비겁하게
무릎을 꿇고 스타일을 바꾸고 꼴갑을 떨던 그 시절에도 주다스 프리스트는 절대 신념을 잃지 않고, 곤조를 버리지 않았다.
이건 존나 씹선비 같은 이야기인데,
이조시대 양반들은 굶어도 절대 위신을 버리고 쌍놈의 새끼들과 어울리며 뇌화부동하지 않았다.
헤비메탈이 돈이 되면 메탈 밴드라고 자처하고,
반대로 장사가 안되면 우린 메탈 밴드가 아니라고 씨부리는 수많은 한량 새끼들과는 달리
주다스 프리스트는 단 한번도 우린 헤비메탈이 아니라고 비굴하게 무릎을 꿇은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옛날과 마찬가지로 메탈의 최정상에 서서 신념을 수호하며 복수를 울부짖었다.
이게 바로 주다스 프리스트가 위대한 것이다.
메탈 밴드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수치로 환산할수 있는 돈이나 명예 따위가 아니다.
메탈을 사랑하고 계속해서 추구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아버지가 위대한 것은 단지 용돈 많이 주고 뒷바라지 해서가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힘들어도 가정을 지키고 가족들을 버리지 않고 헌신하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주다스 프리스트는 진정한 메탈의 아버지이고 더 나아가 신으로 군림할수 있는 것이다.
7. DESERT PLAINS
갠적으로 존나 싫어하는 포인트 오브 엔트리 앨범 수록곡이 나왔다.
이 앨범이랑 터보는 팝적이라서 존나 싫어한다.
물론 이 음반들이 객관적으로 졸작이라곤 생각 안 한다.
음악적으로 잘 만든 앨범임엔 틀림 없다.
근데 난 이 음반들이 싫다.
싫은 이유가 뭐냐믄~
주다스 프리스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런 앨범들은 헤비메탈을 좋아하지도 않는 그냥 평범한 민간인들을 대거 유입해 본래의
메탈 헤드들과 섞이게 해서 존나 짜증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터보로 시작해서 새드 윙즈 오브 데스티니나 스테인드 클래스를 사랑하게 되는 탈팝 팬들은 무조건 환영이다.
근데 문제는 터보나 포인트 오브 엔트리만 좋아하고 나머지 주다스 프리스트 앨범은 개씹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마무시하게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앨범들이 싫다.
하지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 이 앨범들 역시 주다스 프리스트의 세포중 하나이고, 나는 이곡들도 즐겨 듣는다.
음악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80년대 프리스트 라이브 에서는 이곡 중간에 메탈리온의 양팔에 다우닝과 팁튼이 앉아 서서히 하늘 위로 올라가고, 거기에
비례하여 헬포드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는(북두신권 켄시로의 천파활살에 비견할만한) 개고음이 작렬하는 부분이 아주 환상적
이었다.
어제 공연에 내심 그런걸 기대했는데, 그냥 원곡에 충실하게 하더군.
별로 실망 안 했다.
기타리스트가 글렌과 켄도 아닌데, 그런 극적인 효과를 지금 있는 양반들에게 기대하는건 애초에 무리였지.
암튼, 긴장감이 조금 풀리며 이완되는 순간이었다.
1층에 있는 관객들도 이 노래 할땐 좀 덜 뛰드만...
8. NO SURRENDER
곡 시작하기 전에 헬포드가 멋진 멘트(파워레인저에서 네버 기브 잇 업 비스무리한)를 쉐리고 신보의 곡을 연주했다.
백 그라운드 배경으로 곡의 MV가 나오는데 역동적인 연주와 잘 어울렸다.
그냥 음반으로 들을땐 그다지 필이 안 왔는데 라이브에서 들으니까 박진감 쩔드만...
9. TURBO LOVER
터보 러버 앨범 수록곡중에 그나마 본래의 주다스와 가장 비슷한 뉘앙스를 주는 타이틀 곡은
오늘날 프리스트의 셋트 리스트로도 손색이 없다.
물론 이 노래도 약간 쌍팔년도 댄스뮤직 같은 느낌이 있어 좀 거시기한 면이 없잖아 있긴 한데,
그래도 어느 정도 음산하고 사악한 주다스 본연의 디프레시브한 느낌이 만연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여기까지 듣다보니 초반부에 느꼈던 전신마비 사지절단의 카타르시스가 점점 사라져가는걸 느꼈다.
스테인드 클래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헬리온/일렉트릭 아이의 카리스마적인 선곡이 좀 필요한 순간인데...
10. GREEN MANALISHI
주다스의 곡은 아니지만 주다스의 곡이 되어버린 플리트우드 맥의 커버곡!
가죽옷을 좋아하는 저승사자의 포스를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너무 대중적이고 정감어린 멜로디가 마음에 안든다.
11. NIGHT COMES DOWN
흠!~ 의외의 선곡.
상당히 AOR스러운...
헬포드는 이 노래를 부를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불렀다.
샤우팅을 전혀 하지 않고 평상적인 목소리로 노래 했는데,
그냥 쌩 목소리도 죽이드만.
노래 존나 잘하드만.
메탈갓이 아니라 보컬갓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
12. RISING FROM RUINS
가디언즈의 청명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여 드라마틱하게 고조하는 신보 수록곡.
상당히 그루브한 일면이 넘치는 헤비 슬로우 곡으로 발라드틱한 느낌도 어느 정도 있다.
타이틀곡이나 라이트닝 스트라익스와 달리 존나 조지는 곡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관객들의 호응이 별로였다.
2층에 있는 사람들은 팔짱 모드이고, 1층에 있는 분들의 헤드뱅 물결도 대폭 감소되었다.
이건 마치, 첫번째 내한공연때 신곡 Death를 시전한 그때와 비슷했다.
확실히 인간들은 익숙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낯선 것을 외면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완벽한 타인은 공공의 적? ㅋㅋㅋ
13. FREEWHEEL BURNING
다시 익숙한 곡이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한공연때 한번도 시전하지 않았던 초강력 분노의 질주! 불타는 수레바퀴 ㄷㄷㄷ
래피드 파이어, 스크리밍 포 벤젠스와 더불어 쌍팔년도 프리스트풍 스레쉬 메탈 넘버중 하나인 이곡을 라이브로 보다니!!!
후반전으로 접어들면서 롭은 좀 힘에 부친듯 중간에 랩 하는 부분(룩비포유리베네베더웨이킵더로드애즈프리차징투더타페네베
기브네버스탑에로베)을 낮추어 불렀고, 그 뒤에 이어지는 we victory on high!!!!! 이 부분도 낮추어 불렀다.
그 옛날 첫번째 내한때 Hell patrol 사비 낮추어 부르듯 말이다.
하긴 워낙 어려운 곡이고, 후반전이고, 내일 모레 고희이신데...
이 정도는 봐드려야지.
아무리 메탈 갓이어도 생물학적으론 60대 후반의 할아버지 아닌가?
14. ANOTHER THING COMING
지금까지 내한 공연때 계속 후반부를 장식했던 명실공히 주다스 프리스트의 시그네쳐 송 중 하나이다.
롭이 80년대부터 자행했던 관객들과의 싱어롱 (오우 오우 오우 예!!!!) 콤보는 여전히 유효했고,
어제 공연때도 그냥 교과서적으로 그렇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왠걸?
살짝 반전이 이루어졌다.
2012년 두 번째 내한공연때부터 시작했던, 곡 후반부에 폴크너가 주도하는 멜로딕한 리프에 이어지는 기타 솔로가 변형되었다.
원래 이 부분에서 폴크너가 멜로딕하게 리프를 연주하다가 존 사이크스나 잭 와일드 스타일로 팬타토닉 6연음 솔로를 후리는데,
어제는 이 멜로딕 리프를 과감하게 초반에 배치하고 솔로를 생략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맞추어 헬포드가 관객들과 싱어롱 콤보를 하며 곡이 시작되었다.
상당히 신선한 부분이었다.
물론 중간에도 한번 더 싱어롱 콤보를 하는데, 폴크너 키워주기 멜로딕 리프 더하기 솔로 공식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뭐랄까?
2012년에는 신인이었던 폴크너의 존재를 팬들에게 각인 시키기 위해서 그런 편곡을 한 것 같은데, 이제는 그가 프리스트의
메인 기타리스트로 자리를 확실히 잡았으니까 어레인지를 다시 한 것 같다.
15. HELL BENT FOR LEATHER
언제나 그러하듯, 헬포드가 모터 사이클을 몰고 스테이지에 난립했다.
그리고 '가죽 옷을 좋아하는 지옥의 사자들'이 연주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롭은 싸이카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내샘 프리스트 라이브에서처럼 후반부에 미친 개고음 작렬을 기대했는데 역시나 생략하시더군.
하긴 후반전이니까...
16. PAINKILLER
멤버들이 모두 들어가고 스캇 트래비스 혼자 남아서 관객들에게 멘트를 하고 페인킬러를 쳤다.
존나 쎄게 쳤다.
지금까지 말은 안 했지만 스캇은 계속해서 쎄게 치고 있었다.
마치 스네어에 못을 박듯이 존나 쎄게 치고 있었다.
자갸!!!!
쎄게 쳐줘!!!!
쎄게 박아줘!!!!
우오오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초반부 씨너, 리퍼 이후 다소 느슨했던 긴장감이 다시 도래했고 온천지가 피바다로 물드는 순간이었다.
리치 폴크너와 앤디 스닙의 미친 쌍둥이 기타가 자행하는 마성의 리프가 시작되면서
온몸이 부돌부돌 떨려왔고,
귓댕이엔 중이염이 윙윙거리며,
깊은 심연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헬포드는 그 언젠가 내가 피눈물을 꺼이 꺼이 쏟으며 기타랩에 기고했던 컬럼에서처럼 고개를 푹 수그리고 싸이카에 주저앉아
온몸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다른 곡을 부를때는 동네 복덕방 영감처럼 무대를 어슬렁 어슬렁 거리며 노래 했는데, 이곡은 아니었다.
완전히 최선을 다해, 정성을 다해, 혼을 바쳐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스테이지 백그라운드에 크게 보이는 헬포드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까 와 씨발 진짜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그건 진짜 온몸에 신나를 끼얹고 불사르며 승천하는 등신불 만적 스님 그 자체였단 말이다.
수천개의 태양이 일거에 부서지며 세계를 멸망으로 인도하는 핵폭풍같은 리프가 목젖까지 치밀어오르자 온몸에 잠들고 있던
증오와 분노의 세포가 일제히 깨어나며 미친듯이 자맥질을 쳐댔다.
우와!!!!!
진짜 내가 꾸고 있는 꿈이 나비인가?
아니면 저 나비가 꾸는 꿈이 나인가?
공연장은 이내 프리스트의 거대한 폭풍과 나의 검붉은 망상이 들락거리는 마찰음으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저만치서 밀려 오는 쾌속리프가 어느 순간 뻥 하고 터지면서 폴크너의 솔로가 시작되었고 또 하나의 감동이 밀려들어왔다.
아니 백 그라운드 스크린에 글렌 팁튼이 나오는게 아닌가?
아...
팁튼 형님...
이곡은 원래 형님이 치는 솔로인데 어찌 당신은 병상에 누워있고 저런 애송이같은 핏댕이가 치고 있단 말입니까?
형님이 스윕으로 조지는걸 저 아이는 태핑으로 하고 있구만요 ㅠㅠ
내가 이 곡을 들으면서 항상 흥분하는 것은 당연 롭 헬포드의 보컬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제 나를 진정으로 고무시켰던 것은 백 그라운드 스크린에 흐르는 글렌 팁튼의 모습이었다.
아 형님...
어쩌다가...
병마에 걸리셔서...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순간 팁튼 형님과 지냈던 지난 삼십여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중딩 거의 끝나갈 무렵 비포 더 던으로 처음 만나, 이후 월간팝송이라는 잡지를 통해 처음 만났던 당신의 해맑은 모습의 사진,
이후 전영혁 아저씨 방송을 통해 들은 당신의 수많은 무용담, 그리고 하나 하나 사모은 주다스의 음반을 통해 접한 당신의 훌륭한
음악들, 기타 연주들...
이후 세 번의 내한공연을 통한 당신과의 만남...
그 기억들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절실했던 것이란 말입니다.
폴크너가 솔로를 쉐리고 팁튼 형님의 모습이 스크린에 흐르던 그 순간은 정말 너무 슬펐다.
솔로가 끝나고 다시 헬포드가 마이크를 쥐면서 나는 잠시 빠져들었던 낭만의 늪에서 나와 지옥의 불구덩이로 몰입했다.
슬픔 이후 쾌락은 나락 그 자체였다.
지옥의 불구덩이 한 가운데에서 헬포드는 목놓아 울부짖고 있었다.
나의 진통제로 너희를 모두 멸하리라고!!!!!!
와아!!!
진짜 미친듯이 질러댔다.
이건 그냥 존나 쎄게 치는 정도가 아니었다.
수천개의 우주가 폭발하며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온몸에 뚫린 구멍이란 구멍이 모두 롭 헬포드의 목소리로 터져 처절하게 피를 여기저기 뿜어대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미친듯한 벽력의 샤우팅을 마친 롭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대로 넘을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들이받아 다 부셔버리고 자신 또한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거대한 코뿔소 같았다.
이곡을 끝으로 일단 프리스트는 무대를 내려갔고,
잠시후...
앵콜을 시작했는데,
순간 무대에 올라오는 인물을 본 나는 눈을 의심했다.
'아니 ... 이럴수가... '
글렌 팁튼이었다.
모자를 쓴 팁튼 형님이 가죽바지를 입고 스테이지에 등장했다.
17. METAL GODS
이윽고 세 명의 기타리스트들이 그들을 상징하는 명곡을 연주했다.
실로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파킨슨 병에 걸려 위독하신줄로만 알았던 팁튼 형님이 이렇게 프리스트의 무대에 다시 서시다니...
뿐만 아니라 솔로까지 하시다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만약 랜디 로즈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려나?
글렌 팁튼...
님이야말로 진정한 메탈의 신이십니다.
18. BREAKING THE LAW
계속해서 그들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시그네쳐 송을 연주했다.
이곡에서는 폴크너가 솔로를 했지만 나의 시선은 배킹을 하는 글렌 팁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수많은 관객들이 아우성을 치고, 프리스트의 연주는 더욱 더 가열차게 끓어오르며, 끝이 없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19. LIVING AFTER MIDNUGHT
드디어 절정의 순간이 도래했다.
어쩌면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지난 삼십여년간 사랑하고 존경했던 글렌 팁튼 형님과의 어쩌면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만남이 끝나는 순간이 시작되었다.
팁튼은 이곡을 연주할때 버팀목 위에 올라서기도 했고, 기타 솔로도 하셨다.
너무나 신나고 재미있는 곡이지만, 어쩌면 이 순간이 형님과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슬퍼졌다.
"리빙 애프터 미드나잇, 락킹 투 더 돈
러빙 틸 더 모닝, 왠 아임 고온, 왠 아임 고온~"
평소에는 겁나 흥겹고 신났던 후렴구의 가사마저 무지 슬프고 애통스럽게 들려왔다.
내 평생의 밴드 주다스의 연주에 맞추어 이천명의 프리스트가 불러대는 그 코러스의 가사는 내가 헤비메탈이라는 음악을 왜 사랑
하고 집착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였다.
새벽이 올때까지... 신나게 락을 연주하고 삶을 즐기고 놀아보자...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옥의 중심 한 가운데 불타오르는 지옥의 불구덩이, 그 중심에서 활활 타오르는 음악.
그것은 바로 주다스 프리스트가 연주하는 헤비메탈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들은 항상,
처음부터,
마지막처럼 다가왔지만,
계속해서 나의 곁에 있었고, 단 한번도 배신한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항상 다른 이에게 자기 곁에 영원히 있어주길 바라면서 정작 자신들은 있어야 할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그런 이들과 달랐다.
그들은 언제나 나의 마음 안에 있었다.
첫댓글 맨 마지막 문장 하나로 이 날의 위대한 감동이 귀결됩니다~!! lml
Born to lose, lived to win~!!
추앙합니다
야마폭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