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울지역 아파트 저층부에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게 된다. 그 동안 아파트의 경우 스프링클러는 고층아파트 15층 이상에만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되었으나, 앞으로는 모든 층에 설치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아파트의 화재발생시 계단을 통한 피난도중 질식해 인명피해를 입는 사례가 있어 대피계단의 창문크기를 넓히는 등 개방화하고 통로를 넓히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처럼 아파트 가구별로 화재경보시스템 설치 의무화, 배연설비 설치기준 강화 등 방재시설이 보다 강화된다.
서울시의 결정은 아파트에서 화재가 날 경우 확산 속도가 빠르고, 엄청난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보다 일찌감치 추진되었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1986년경부터 아파트의 층수가 15층을 넘어서면서부터 아파트의 방재 대책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초고층 아파트에서의 화재 발생시에는 진화 작업에 어려움이 따르게 되므로 방재 대책이 어느 곳보다 필요하다. 아파트의 적절한 방재 대책을 알아보자.
국내에서 16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는 1980년대 이후부터 집중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하였고 현재 전국적으로 53만 가구 이상이 이들 아파트에 입주하여 살고 있다. 또한 최근의 동 주택 건축 양식은 고층화 및 인텔리젼트화와 더불어 실수요자의 요구에 의해 평면 유형의 다양화로 이어지는 추세이나 화재 안전의 관점에서 이러한 고층 공동주택의 경우는 건물 내부의 화재 하중 및 주거 밀도 등과 같은 화재 연구의 기초 자료가 부족한 실정다.
또한 기존의 자료 역시 신뢰도면에서 빈약한 수준인데 이는 화재시 건축 공간내의 ‘연기 유동’과 ‘주거자의 피난’에 대한 입체적인 공학적 해석을 불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아파트의 방화설계의 문제점과 화재하중 그리고 실내 가연물의 연소특성 및 독성가스 방출특성의 연구를 통한 결과를 바탕으로 아파트 화재의 위험성과 그 대처방안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아파트 방화설계의 문제점
현재 국내 아파트건물 방화설계는 주로 소방법 또는 건축법을 근거한 시방규정 기준에 의존하고 있으며 건물의 화재안전 평가와 소방 설비의 설계는 건축설계가 거의 본 단계에 이르러 고려하게 된다. 공정과 허가 일정에 따라서 방화 설계는 공사가 상당히 진전된 시점까지 시작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건물 방화설계의 문제점으로는 건축법, 소방법에서 요구하는 최소 기준만을 충족하는 설계진행이 적지 않으며 그 이유로서 우선 시간 부족, 경제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건축설계자의 경우 화재 안전 설계 방법론의 부재, 건축주 및 설계자의 의식부족의 순서로 나타나 체계적인 방화 설계 process의 도입 없이 일단 건축설계가 결정된 후 사전 협의 없이 소방 설계가 법규만을 검토하는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방화설계 도입 시기는 건축설계시 화재 및 피난에 관한 고려시기에 대하여 허가 및 심의단계, 기본설계단계, 실시설계 단계순이며 설계의 전 과정은 겨우 11.1%에 불과하였다. 소방법상 건축허가 동의제도는 적정 방화설계를 통한 안전성 확보에 그 목적이 있지만, 이보다는 건축허가와 사용승인을 위한 절차로 소방법상의 최소 요구조건만을 확인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방화설계는 거주자의 형태 요소와 화재성장 및 확산에 따른 위험성 예측에 의한 유기적인 시스템으로서 전체적인 건물의 환경에 공학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 정도의 건축물(대규모 공공건물, 집회시설, 특수용도나 재건축 건물)만이 방화공학적인 접근방법을 요구하거나 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건축설계 진행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아래와 같다.
(Starkey, 1992)
· 공학적인 참여정도의 이해부족과 설계업무의 복잡성
· 설계 개요의 잘못된 해석
· 법적 설계/공학적인 제약조건의 미 반영
· 해결 불가능한 기술적인 애로사항
· 경제적인 목표에 만족 불가능
· 종국에 잘못으로 입증된 공학적인 대안의 선호
내용
·
응답자 ①건축주의
화재안전
의식부족 ②설계자의
화재안전
의식부족 ③설계시간의 부족 및 경비증대 ④디자인(건축설계)에 방해가 되어서 ⑤설계자의 방화관련 법규정 및 취지의 이해부족 ⑥적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화재 안전설계 방법부재 ⑦기타 합계
건축설계 53
(15.0) 33
(9.4) 76
(21.6) 39
(11.1) 35
(9.9) 65
(18.5) 51
(14.5) 352
(100)
소방설계 30
(9.7) 47
(15.2) 74
(24.0) 55
(17.9) 33
(10.7) 41
(13.3) 28
(9.1) 308
(100)
계(평균%) 83
(12.4) 80
(12.3) 150
(22.8) 94
(14.5) 68
(10.3) 106
(15.9) 79
(11.8) 660
(100)
※서울 및 경기도 내 건축및소방 설계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표1] 건물방화설계의 문제점
내용
·
응답자 ①설계의 전 과정 ②기본 설계단계 ③허가·상의단계(를 위해) ④실시 설계단계 ⑤거의 고려안함 ⑥전혀 고려안함 합계
건축 설계자 20
(11.1) 57
(32.2) 68
(38.4) 49
(13.9) 5
(3.1) 2
(1.4) 176
(100)
[표2] 방화설계 도입 시기
아파트의 화재하중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각 공간에 있는 가연물의 양과 내용은 인명 안전 및 구조적인 내화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화재하중(Fuel Load)은 공간 내 섬유성 가연물의 총량이며 이것을 구획된 바닥 면적으로 나눈 값을 화재하중 분포 (Fuel Load Density)라고 한다. 본 글의 화재하중은 이동하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구조부재와 창호, 실내 마감재 등은 설계시 그 양과 종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건물 완공 후 거주자가 반입한 물품 즉 이동 하중에 대한 분포를 조사하였다.
조사 범위는 1) 옷장 등, 2) 선반 등, 3) 책상 등, 4) 소파 등, 5) 섬유제품, 6) 기타로 하였으며, 실태조사는 1차 예비조사를 통하여 아파트 공간의 수납 특성을 파악한 후 2차로 본 조사를 시행하였다. 조사 대상은 대전 시내 소재 32평형 아파트 100 세대를 선정하여 조사요원이 기록용지를 배포하고 내용을 설명한 후 회수하였다. 총 62세대의 응답지 중에서 통계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25세대를 1차로 선정한 후 다시 13 세대로 엄선하여 분석대상으로 처리하였다.
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 세대의 평균 바닥면적은 113.46㎡이며 현재 국내 아파트의 이동하중은 신뢰도 95%를 기준으로 12.29 kg/㎡에서 15.64 kg/㎡사이에 분포하며 평균 화재하중은 13.96 kg/㎡로 조사되었다.
이는 국내 사무소 건물의 화재하중 분포 연구(김운형, 1997년 3월 한국화재소방학회지)결과인 36.13 kg/㎡에서 52.41 kg/㎡(95% 신뢰도 기준)범위와 비교하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어 가연물이 용도나 실의 목적에 주된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3]은 신뢰도 90%, 95% 및 99% 기준의 화재하중 분포와 표준편차를 나타내며, [표 4]는 가연물 항목별 이동하중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항목별로 보면 (1) 옷장 등이 3.44 kg/㎡, (2)선반 등이 2.09kg/이며 전체비율에서 각각 24.6% 및 14.9%를 차지하고 있다. (5) 섬유제품 항목은 3.44 kg/㎡이며 (1), (2) (5)항목의 합계가 42%정도를 점유하고 있어 의류나 침구류 등 주거용도의 가연물 분포를 반영하는 결과로 추측된다. 이외 기타 항목은 점유비율 33%, 평균 화재하중 4.69 kg/㎡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각종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의 보급과 사용 증가에 기인하여 아울러 전통적인 목재 또는 섬유질 가연물에서 점차 플라스틱 재료가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따른 예상 설계화재 크기나 피난계획상의 연기 유독성 검토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안방 중심에서 서양의 생활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중심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거실의 주 공간화에 따라 (4) 소파 등의 항목도 0.51 kg/㎡(3.6%)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보유 서적이나 장서의 양, 그리고 책상, 컴퓨터 등은 대상 세대의 구성원 특성에 따라 가연물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건물의 공간사용 목적이 유사한 경우 화재시 공통적인 위험특성과 문제를 가지고 있다. 본 연구 결과 현재 국내 아파트 32평형의 평균 이동하중은 13.96 kg/㎡(2.72 Ib/ft2)으로 조사되었다. 다만 조사대상 평면에 발코니가 3개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상세한 가연물량 조사가 진행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실제적인 화재하중 분포는 본 연구결과 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미국의 주택 및 아파트먼트의 조사결과(Bureau Report BMS 92)인 3.4 Ib/ft2 와 비교하여 거의 유사한 범위로 판단된다.
화재하중분포(kg/㎡)
Min. Max. Mean 표준편차
전체화재하중 90%
12.60
15.32
14
2.67
95%
12.29
15.64
99%
11.56
16.38
[표3] 화재하중 분포
화재하중(kg/㎡) 비율(%)
1.옷장 등 3.44 24.6
2.선반 등 2.09 14.9
3.책상 등 2.78 19.9
4.소파 등 0.51 3.6
5.섬유제품 0.45 3.2
6.기 타 4.69 33.5
합 계 13.96 100
[표4] 항목별 화재하중 분포
실내 가연물의 연소 특성 및 독성가스 방출 특성
실내 가연물의 연소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실제 시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장판, 커튼, 벽지 재료를 기준으로 O2농도 21%의 환경에서 가연물이 점화원의 위치(하부, 중앙, 상부점화)에 따라 불꽃이 지속적으로 타는 시간(잔염시간) 및 불씨가 지속되는 시간(잔진시간)을 측정한 결과는 [표 5]와 같다. 의류 및 커튼 등에 사용되는 면 종류는 시료의 하부에서 점화 시 예상대로 잔염 및 잔진 시간이 가장 빠르게 나타났으며 가장 느린 상부점화에 비해 약 1분 이상의 시간차이가 발생하였다. 잔진 시간은 상, 중, 하부 모두 유사하게 나타났다. 장판의 경우는 최저산소지수(LOI)가 26~27정도로 나타났으므로 잔염 및 잔진 시간을 측정할 수 없었다. 실내가연물의 유독가스 방출특성으로는 실내용적 80×80×110cm의 연소가스측정 실험장치에서 유독가스를 측정한 평균 결과로 O2는 20.4%, CO는 402~270ppm, CO2는 0.1~0.4%, NOx는 0~5ppm의 수치를 나타내었다.
맺 은 말
아파트의 방화설계 상의 문제점과 화재하중 그리고 실내 가연물의 연소특성 및 독성가스 방출특성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결과 건물의 적정 방화설계를 진행하기 위한 체계적인 화재안전 설계방법의 구축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향후 국내 건축계약 및 공정 분석 그리고 건축 및 구조, 설비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의 참여와 역할에 관한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아파트의 화재하중과 바닥면적과의 상관성 분석 및 세대구성 특성에 따른 객관적인 화재하중 자료구축을 위하여 다양한 평형대에 대하여 각 공간별 조사가 필요하며, 공통된 화재특성을 갖는 건물들은 동일한 용도군으로 분류하여 효율적인 방화대책을 수립하고, 실내 가연물중 화재 시 전면적인 화재 전파의 역할을 수행하는 커튼 및 벽지류에 대한 위험성 평가기법의 도입과 난연성이 부여된 제품의 사용이 권장되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