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당에서는 진정 협주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 공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루페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부흐빈더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 3, 4번 공연이었는데요 마침 어제 롯콘에서 서울 시향과 레이 첸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이 협주자 레이 첸의 질주로 오케스트라와의 합이 완벽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내심 아쉬웠는데 오늘 그 아쉬움이 일소되었습니다
특히 오늘 연주한 베토벤 피협 2, 3, 4번 중 인터미션 후 3번에서 정말 협주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듯한 공연을 봅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베토벤 피협 중 제일 좋아하는 3번이 시작됩니다 먼저 루체른 스트링스가 드라마틱한 주제선율을 연주하고 나서 피아노가 똑같은 선율을 받아서 연주하는 첫부분이 너무 좋게 들리면서 아 제대로다 라는 느낌으로 감상이 시작되는데 2악장에서 바순과 플룻이 주고받는 독주 부분, 이어지는 청량한 피아노 소리에 또 눈물이 잠시 울컥합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연주해 줄 줄 몰랐습니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정말 대단한 실내악단이었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부흐빈더가 간간히 지휘를 하기는 했지만 거의 알아서들 끌어가는 흐름이 전혀 흐트러지지도 않고 게다가 일당 백을 하는 관악 파트와 오케스트라에 비해 쪽수가 현저히 모자르는 현악파트의 울림은 전혀 모자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당의 콘서트홀을 꽉 채우는 충만감이었죠
부흐빈더님은 작년보다 더 활기도, 생기도 업그레이드되시고 무엇보다 더 여유로와진 마스터의 향기가 뿜어나옵니다. 여전히 현을 다루는 손가락은 부드러우나 명료할 때 명료, 강할 땐 강, 매끄러워야 할 때는 더없이 간지러운 현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그의 피아니시즘은 언제나 옳다는 확신이 드는 연주였어요
베토벤 피협 3번이 끝나고 관객들은 예상대로 열렬한 환호를,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공연이 필요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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