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
어제는 너무 추워 옷을 껴입고 이불 덮어쓰고 누워지냈다. 한여름 동남아에서 오들오들 떨고있다니.. 다른 지역과 온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침에는 추워서 샤워할 생각도 안든다. 간단히 세수만 하고 짐을 꾸려 5시50분에 나선다. 이른 시각이라 그냥 나가려고 했는데 주인이 나온다. 번역앱으로 몇마디 이야기한다. 대문을 큰 자물쇠로 잠궈두어서 나가려면 어차피 주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버스터미널까지 2.1킬로라서 천천히 걷는다. 비가 부슬부슬 오고 날이 을씨년스럽다. 덥기까지는 말고 좀 따뜻하면 좋겠네. 비에 샌달이 젖는다.
오토바이 한대가 내옆에 멈춘다. 영업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서 손짓으로 거부하는데 가만 보니 숙소주인이다. 숙소비가 지불되지 않았단다. 내가 어제 물어봤을 때 받았다고 했는데.. 여기는 숙소비용 선지불 후지불이 제각각이네. 지갑에 큰돈만 있으면 거스름돈 문제가 될텐데 다행이 딱 맞춰 있다. 주인이 터미널까지 태워준다고 해서 타고 간다.
여기는 Futa 전용 터미널인가보다. 버스에 온통 푸타라고 써있고 차들이 엄청 많다. 7시가 첫차인 것 같은데 사람들이 많이 있다. 터미널이라면 식당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여기는 없다. 간단히 요기하려 했으나 안되겠다. 매점이 있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휴게소에서 먹어야겠네.
달랏에서 나트랑을 비롯해 다낭 후에 호치민까지 버스가 다닌다. 먼 곳은 차비가 38만동이다.
6시40분 경에 매점이 열린다. 매점 아줌마가 패딩을 입고있다. 컵라면 하나 샀다. 만동이 좀 넘는다. 뜨듯한 국물이 들어가니 좀 낫다.
행선지별로 플랫폼을 표시해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 직원에게 물어물어 버스를 찾아간다. 이번에도 슬리핑버스. 그런데 시설이 지난 번보다 훨씬 좋다. TV도 있고 충전포트도 있다. 커튼을 완전히 칠 수 있어 프라이버시 면에서도 좋다. 다리쪽 여유공간이 넓어 다리 긴 사람도 다리 뻗고 갈 수 있다. 항공기 풀플랫 비지니스석 느낌이다.
탈 사람이 다 탔는지 4분전에 떠난다. 차장이 와서 나트랑 버스터미널에 선다고 하고 시내와 10킬로 떨어져있단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호텔까지 이동하려면 택시를 타야하나? 오픈버스를 탔다면 숙소까지 데려다줄까?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몸이 관성으로 앞으로 쏠려 미끄러진다. 발쪽 여유공간이 많으니 그만큼 더 미끄러진다. 공간이 많은 점이 단점이네.
산악지형을 달리고있다. 비는 그치고 점점 맑아져간다. 2시간이 지났는데 휴게소에 들르지 않는다. 지도를 보니 앞으로 평지길이 주로 남았으니 나트랑까지 얼마 걸리지 않겠다.
휴게소에 멈추지 않고 2시간40분 달려 나트랑 터미널에 도착한다. 지도를 보니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이렇게 멀리에 내려주냐. 오픈버스를 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버스에서 내리니 택시기사가 달라붙는다. 일단 화장실을 가야한다. 3000동 입장료. 터미널 화장실이라면 무료로 쓰게 해야지 않을까.
날이 푹푹 찐다. 몇 시간 전에는 추워 떨었는데 지금은 더워죽겠다. 반팔 반바지 위에 긴팔 긴바지를 입었으니 한거풀씩 벗으면 여름복장이 된다.
밖으로 나가니 이번엔 오토바이가 붙는다. 얼마나 받나 궁금해서 물으니 10만동이란다. 대여섯시간 누워서 와도 16만동인데 몇킬로에 10만동? 택시도 아니고 오토바이가.. 누굴 빙다리핫바지로 보나. 외국인이 보이면 일단 바가지를 왕창 씌우려 한다.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6만동으로 낮춘다. 그냥 무시하고 내 갈길을 간다.
숙소까지 8킬로 정도 남았고 롱선사가 가는 길에 있는데 5.1킬로 거리에 있다. 그런데 내가 아까 숙소비를 현금으로 지불하면서 잔돈이 거의 없고 50만동 짜리만 많다. 혹시 오토바이를 타거나 택시를 타면 거스름돈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모르겠네. 수퍼마켓 같은 곳이 나오면 조금 사고 50만동짜리 돈을 깨면 좋겠는데 보이지 않는다. 버스비는 되는 것 같으니 걷다가 버스를 타자. 그런데 버스가 보이지 않고 정거장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 버스가 다닐 것 같은데..
정 안되면 걷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무거운 배낭 메고 매일 30ㅡ40킬로씩 걸어봐서 긴 거리 걷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은 없다. 어떤 경험이 나중에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10년 전 일이니 세월이 지난만큼 내 몸도 노쇠해졌을까? 어쨌거나 경험은 다양하게 많이 할수록 좋다. 길 구경을 하며 걷는다. 조그만 나무 이파리를 깎아 기하학적 모양을 만들었다. 대변모양으로 깎은 것도 있는데 정원사의 취향이 고약하다.
1킬로 쯤 걸었을까 오토바이가 옆에 멈춘다. 호객행위. 롱선사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10만동. 얘네들은 10만동이 입에 붙었네. 싫다니 4만동으로 낮춘다. 지갑을 살펴보니 3만동은 있다. 3만동 준다니 간단다. 2만동 부를 걸.
아주 빠르지 않지만 속도를 낸다. 그 순간 모자가 바람에 날려 날아간다. 기사에게 멈추라고 했지만 그냥 간다. 멈추고 모자 찾으러 가기 쉽지 않아보인다. 좀더 눌러 쓸 걸. 그 모자는 산지 2달 정도 된 건데 여기까지가 우리 인연인가보오. 여행할 때 마다 자주 잃어버린다. 햇살을 막으려면 또 하나 사야겠다. 오토바이 비용이 3만동에 모자값을 추가해야 하니 많이 비싼 편이네.
기사가 마사지를 추천한다. 삐끼 역할도 겸하나? 생각이 없다니 뜬금없이 롱선사는 7킬로라고 한다. 내가 4킬로라고 고쳐줬는데 부득부득 우긴다. 먼 거리를 싸게 해줬다는 의미인가?
롱선사에 도착. 사람들이 많다. 롱선사는 용선사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륭산사이다. 비탈에 세워져서 계단을 오른다. 법당에는 승려와 신도들이 서서 예불을 드리고 있다. 중간에 큰 와불이 있고 꼭대기에 큰 불상이 있다. 베트남에도 불교신자가 많나보다. 괜찮은 구경거리다.
절 안에 식당이 있다. 들어가서 음식을 먹고 돈을 바꿔야겠다. 비빔면을 주문했다. 생과일주스도 시켰는데 음료는 안된다고 한다. 비빔면 소스가 너무 달아 이건 비추. 이 식당에는 스님이 주문을 받기도 한다. 2만동 음식 먹고 50만동 내니 잔돈 만들기 성공이다.
슬슬 걸어 호텔로 가야겠다. 3킬로 정도 거리다. 커피 한잔 생각이 나 카페를 찾으니 분위기 있는 곳이 눈에 안띈다. 한참 걸어 한 카페에 들어가 밀크커피 주문한다. 얼음이 들어가 있는데 커피가 진하고 달다. 그러나 양은 적다. 연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익숙해진 입맛이라 진한 커피가 어색하다.
죽 걸어 나트랑 비치에 도착. 야자수와 비치 조합은 항상 좋다. 더 걸어 아주라골드 호텔 도착. 여기는 4성급 호텔이고 평점이 무려 9.8이다. 이 동네 최고평점인 듯하다. 평점만 믿고 일부러 먼 곳인데도 예약했다. 평점인플레가 심해 완전히 신뢰할 수 없지만 9.8이라면 믿을만 하다. 관광이 활성화되지 않아서인지 1박에 17000원으로 할인해주니 거의 거저다. '하'라는 여직원이 무척 친절하다. 호텔 후기에 온통 그녀에 대한 칭찬이 도배되어 있다. 방은 작지만 깔끔하고 맘에 든다. 땡볕에 걸어오느라 땀범벅이 되어 시원하게 샤워하고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쉰다. 이 방에서 바다가 조금 보이니 오션뷰라고 볼 수 있으나 2층이라 뷰가 별로다. 이 호텔이 고층이던데 높은 층 객실을 주면 안되나? 꼭 2층을 주어야 속이 시원했냐?
나트랑은 나짱이라고도 불린다. 여기서는 보트투어가 머스트다. 내일 아침부터 하는 투어를 예약해야겠다. 내일 저녁에는 야간 버스를 타고 다낭으로 간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면 투어마치고 씻을 곳이 없는데 어쩌나.
나트랑과 다낭 중간 쯤에 꾸이년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도 들를까 했지만 교통이 불편하여 패스한다.
리셉션에 가서 내일 보트투어와 야간버스를 예약한다. 버스는 호텔픽업이니 오픈버스이다. 투어회사에 전화를 하는데 연결이 안되나보다. 저녁때 알려준단다.
나트랑 관광에 나선다. 뽀나가르탑이 목적지. 호텔을 나서자 오토바이 기사가 접근한다. 걸어갈까 생각했는데 타고갔다가 돌아올 때 걸어도 좋겠다. 오토바이 적정요금을 모르겠다. 이 사람은 터무니 없는 금액을 부르지 않는다. 4만이라 해서 3만을 부르니 오케이한다. 만 정도 불러서 기사 쪽에서 포기하게 하고 만오천으로 올려보면 적정가격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건 없다. 포나가르는 4킬로 정도 떨어져있다. 가는 길에 나트랑 해변이 멋지게 펼쳐져있다. 저런 곳을 안 걷는 건 죄악이다.
포나가르 입장료는 만동.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패키지나 전세차량으로 왔겠지. 누가 정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고 쇼핑가게로 데려가는 패키지는 싫다. 시간과 돈이 더들어도 내가 짜고 내가 찾아다니는 것이 내 체질에 맞는다.
포나가르는 고대 참파왕국 시대 지어진 힌두사원이란다. 탑이 몇개 있다. 이런 건물은 다른 데서 많이 본 느낌이다.
걸어서 돌아간다. 가는 길에 옷가게가 있고 모자도 팔아서 들어가 페라리 모자를 샀다. 35000동을 부르길래 3만동에 달라니 단호하게 안된단다. 양심적인 점원아가씨인가? 그렇다면 다 내야지. 그래봤자 2천원이 안된다. 하얀색이 좀 부담스럽지만 남국의 햇살을 막기에 검은색보다 낫다. 내가 페라리차는 없지만 페라리모자는 있다.
나트랑뷰378이라는 카페에서 모카커피 같은 것을 시켰다. 사진보고 고르니 명칭은 모르겠다. 나트랑 해변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खडदफधढझझलबधढझझ
해변을 따라 걷는다. 비치가 무척 길게 조성되어있다. 비치 옆 공원에 조경수 등이 베트남 답지 않게 잘 관리되어있다. 해변 화장실이 이용료가 만동이다. 두번 참으면 싼 쌀국수가 생긴다.
호텔 꼭대기에 수영장이 있다고 해서 올라갔더니 목욕탕 수준의 크기다. 그래도 수영장이 있기는 하다. 게다가 오션뷰 수영장이다. 너무 작아서 수영을 할 수는 없지만 물에 들어갔다 나오니 바람이 시원하다. 가게에서 사온 맥주를 마신다.
근처에 야시장이 있어서 구경도 하고 식사도 할 겸 나선다. 그런데 취급하는 것이 옷 기념품 마른 과일 신발 등이고 먹거리는 없다. 야시장이라면 먹는 것이 주종이어야 할텐데 없으니 아쉽다. 야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간단히 둘러보고 근처 식당을 찾아간다. 관광지라서인지 가격이 좀 있다. 시푸드 누들과 크랩슾을 주문했다. 비싼 식당인데 맥주 1캔은 16000동으로 900원 정도라서 시켰다.
계산후 나오려는데 비가 온다. 비가 잦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운무에 쌓인 달랏 호수
터미널
터미널 내부
7시 나트랑행
매점
컵라면
슬리핑버스
커튼으로 완전히 닫는다
좌석
험한 산을 지나왔다
평지에 다다른다
나트랑 거리. 똥모양 나무가 특이하다
롱선사 입구
와불
비빔면. 2만동
스님이 서빙
륭산사
카페
밀크커피
우리나라와 같은 장기를 둔다.
나트랑 기차역
역 맞은편 공원
베트남 빈패스트 차. 현대를 뛰어넘겠다고 했다가 꼬꾸라졌지 아마.
핑크타워
호텔
포나가르 입구
분재
페라리모자
예르생 석상. 스위스 태생 프랑스인 베트남에 큰 기여를 해서 곳곳에 이 사람 이름을 딴 길이나 공원이 있다.
화장실 이용료 만동.
핑크타워
호텔 9층 짐. 두 시설이 전부.
목욕탕 같은 수영장
맥주 한잔
옥수수와 군고구마 판다. 다 팔면 얼마나 될까.
야시장 입구
파충류 가죽
저멀리 섬에 빈펄 테마파크가 있나보다. 대관람차가 크게 보인다.
풍선 노점
식당
비에 젖은 거리
릭샤 조명이 현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