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풍경에서 푸근함을 느낍니다.
하얗게 잊혀져 가는 기억을 덧칠하는 안타까움이 있을 텐데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잊으면 편해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돈이 쌓이는 환상에라도 사로잡힌 모양입니다.
녹으면 다 부질없는 것들인데 말이지요,
눈이 밟히는 소리도 듣기는 참 좋습니다.
마음 속 상처가 해소되는 느낌을 얻지만 오래 걸으면 발이 시려 와요.
필자는 차량 운행에 불편함이 있더라도 산길의 설경을 좋아합니다.
지난 주말의 일기예보는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최대 적설량 5cm의 눈이 내린다고 했어요.
그 정도라면 차량 통행에 지장이 없을 테고 답사대원들은 아름다운 설경 속에서 한남정맥의 첫 종주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운전기사가 차량 운행을 거부했더라면 물거품이 될 뻔도 했지만 눈이 그 정도에 그쳤고 답사대원들의 뜻이 결집한
덕분에 결국은 잘 다녀왔습니다.
한남정맥의 첫 구간입니다.
해가 짧고 한창 추운 때라 종주거리를 15.2km로 짧게 끊었습니다.
산은 대부분 까다롭지 않은 육산입니다만 내려가는 능선이 가파른 곳이 있어서 미끄럼에 주의해야 합니다.
국사봉 오름이 좀 지루한데요, 정상의 조망이 일품입니다.
특히 국사암 전망대에서 지평선 멀리까지 내다보는 풍경은 발걸음을 좀처럼 놓아주지를 않아요.
영산홍이 피는 봄철의 맑은 날씨라면 남녀노소 누구한테나 오르기를 추천해보는 편한 산입니다.
오전7시40분, 칠장사에 도착하니 기대했던 눈이 종주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쌓여 있습니다.
오전7시45분, 3정맥 분기점을 향해 출발,
9정맥종주를 하면 칠장사는 꼭 세 번을 다녀가야 하기 때문에 잊히지 않는 사찰입니다.
필자는 2020년 1월5일 한남금북 완주, 2020년 1월19일 금북정맥 출발과 그리고 한남정맥종주를 시작한 어제, 이렇게
세 번을 찾았으니 이제 더 이상 칠장사에 갈 일은 없겠지요.
칠장사에서 3정맥분기점으로 올라가는 등로입니다.
칠장사의 혜소국사비각 옆길로 올라왔습니다.
혜소국사비각 바로 위쪽에는 요사채가 있었는데 한달 열흘 전에 자승스님이 분신자살하는 바람에 소실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빈 터에는 조그만 비석만 초라하게 남아 있네요.
4년전 1월5일, 한남금북정맥종주를 마치고 칠장사로 하산했을 때 혜소국사비각 뒤에 요사채가 있었습니다.
이 계단을 한 번 내려오고 두 번째 올라갑니다.
눈을 소복하게 이고 있는 산죽의 환영에 기분이 상쾌합니다.
일출이 참 아름답네요.
오전8시15분, 금북정맥 갈림길 도착.
칠현산은 금북정맥이고요, 오른쪽 칠장산 능선에는 3정맥 분기점이 있습니다.
4년 전 1월19일 금북정맥종주를 시작했을 때와 변함없는 길이지만 그땐 눈이 없었습니다.
오전8시25분, 3정맥 분기점 도착.
왼쪽은 한남정맥 경기도 김포 보구곶리로 가고요,
오른쪽은 한남금북정맥으로서 속리산 천왕봉에서 오는 능선입니다.
오전8시30분, 칠장산 도착.
꼭 4년 만입니다.
억새는 겨울꽃도 피웁니다.
정상석 뒤로 나있는 한남정맥의 시작.
헝클어진 잡목 숲 사이를 헤쳐 나간 많은 선답자들의 흔적을 따라 갑니다.
오전8시35분, 칠장산 북봉 도착.
칠장산 북봉에서 가파르게 내려가는 비탈의 눈길이 상당히 미끄러웠습니다.
오전8시54분, 관해봉 도착.
관해봉 바로 아래 능선에서 산돼지들의 통행을 가로막는 철책을 통과합니다.
철책을 따라 왼쪽으로 갑니다.
눈길 비탈은 미끄러워 오르기가 힘이 듭니다.
나이스 !
비료포대를 가져오지 않은 게 아쉽네요.
차가운 눈바람 때문에 햇살 밝은 능선이 반갑습니다.
아침에는 햇살이 좋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 된비알에서는 방한복을 벗고 올랐으나
점차 차가운 눈바람이 몰아쳐서 도로 입고 귀마개, 얼굴가리개까지 착용했습니다.
관해봉과 도덕산의 중간 지점인 낮은 능선을 지나고 있습니다.
오전9시36분, 도덕산 도착.
급경사를 이루던 도덕산 내리막길.
로프가 없던 이곳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녹배고개를 500m 남겨둔 양지바른 묘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전10시11분, 녹배고개를 통과합니다.
오전10시20분, 38번 국도가 지나는 녹박고개에 도달하여 생태통로가 있는 왼쪽으로 내려갑니다.
38번국도 녹박고개의 생태통로입니다.
건너편 철책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생태통로를 지나면서 잠시 안성시 방향을 바라봅니다.
생태통로를 통과하여 능선으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사무소 뒷마당 주차장으로 내려섭니다.
오전10시40분, 삼죽면사무소 도착.
이곳 양지바른 부속건물 앞에서 점심식사를 미리 앞당겨 하였습니다.
삼죽면사무소 진입로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합니다.
삼죽면 면소재지의 삼거리에 국사봉 안내판이 보입니다.
국사봉이 삼죽면의 명소인 모양입니다.
콩죽, 팥죽, 녹두죽의 고장인줄 알았더니.
삼죽면 노인회관을 지나니 덕산저수지 제방 남서쪽으로 국사봉 능선이 보입니다.
덕산저수지 제방 남쪽 도로가의 폐건물 주차장에 국사봉 들머리 표지를 발견하여 들어서고 있습니다.
나지막한 능선을 지나서 북쪽의 덕산저수지와 남서쪽의 삼죽면 내강리 강촌마을을 연결하는 고갯길을 통과합니다.
강촌마을 고갯길에서 능선으로 올라오는 대원들.
왼쪽의 산은 안성시 죽산면의 비봉산(370m)이고 오른쪽의 송전탑 능선이 녹배고개 방향입니다.
넘어온 도덕산이 남동쪽에 보입니다.
덕산저수지와 동쪽의 삼죽면 면소재지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능선입니다.
저수지 수면에 설치한 태양광발전 설비들이 얼어붙어도 발전에 지장은 없는 모양입니다.
능선을 넘어서니 국사봉 방향으로 올라가는 미스터리한 넓은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넓은 국사봉 진입로가 있다는 소문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국사봉 들머리가 나오긴 합니다만
선두조는 뒷산으로 올라가는 오른쪽의 능선으로 올라갔습니다.
삼죽면 녹배고개에서 국사봉으로 올라간 경로입니다.
뒷산의 남쪽 능선에서 성불사 앞의 도로로 다시 내려섰습니다.
오르막 도로를 넘어서니 오른쪽에 국사봉 들머리가 보였어요.
오전11시50분, 들머리에서 막 하산하여 신발을 털던 등산객이
눈길에 낙엽을 깔아 별로 미끄럽지 않다고 친절하게 일러줬습니다.
본격적인 국사봉 된비알입니다.
12시 정오, 턱골고개 도착하여 오른쪽으로 올라갑니다.
밋밋한 국사봉이 나타났습니다.
국사봉 남쪽에 국사암전망대와 국사암자가 보입니다.
국사봉 된비알로 오르기 시작하던 능선에 모여 있던 바위들이 포토존이랍니다.
봄이 되어 영산홍이 활짝 피면 보기 좋겠네요.
국사봉삼거리 도착.
이곳에서 국사봉과 국사봉전망대를 왕복합니다.
오후12시27분, 국사봉에 도착했습니다.
국사봉의 서쪽 풍경.
왼쪽 멀리 평택시가 보이고요, 오른쪽에는 안성시 고삼면과 고삼저수지에 놓인 현수교가 보입니다.
국사봉의 북쪽 풍경.
안성시 보개면 동평리의 이글몬트골프장과 송전탑이 어지럽게 꽃힌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경수산이 보입니다.
국사봉의 남쪽 200m 지점에 있는 기묘한 바위, 국사암에 도착합니다.
조망이 빼어난 국사암 전망대.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의 예쁜 현수교에서부터 그 너머로 오산과 평택시,
남쪽의 안성시, 동남쪽의 칠장산, 동쪽의 삼죽면을 휘돌아봅니다.
오후12시27분, 덕재고개 통과.
상봉(353.6m)을 지나서 가현치로 내려가는데 왼쪽에 골프존카운티골프장이 보입니다.
오른쪽으로는 덕산저수지와 칠장산 능선이 보입니다.
이제 종착지인 가현치 가까이에 다가섰나 봅니다.
가현치 날머리입니다.
오후1시25분, 칠장사에서 출발한지 5시간40분 만에 15.2km 지점의 가현치에 내려섰습니다.
산길이 어렵지 않았고 날씨가 추우니까 발걸음을 재촉하여 빨리 도착했습니다.
소한이 대한의 뺨을 때린다더니 사람의 뺨까지 얼어버리게 할 기세였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활기차게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삶의 길목에서 서성이는 회원님들께서도 파이팅 넘치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산행 후기를 사진과 함께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주심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갑진년 한 해 새해 벽두부터 대단한 산악 종주를 하셨군요.
그만큼 새해 맞이를 활기찬 기운을 받으셔서 올 한해 활력 있는 한 해가 될 것 입니다.~^^
추위가 대단했지 15km 종주는 대단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사정을 들어주기도 하지만 날씨는 매정했어요.
아름다운 섬나라의 이름을 아이디로 선택하셨군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단하신분들 이십니다.
부디. .조심조심하시고
그배가되는 즐거움 누리시고요.. .
너무아름다운 산하. .
종종 보여주십시요.
감사합니다.
백두대간 종주를 2012년부터 시작하여
왕복하고 나니까 2015년에 마치더라고요.
그때 '삶의길목에서' 카페에 있었더라면
백두대간의 장엄한 호연지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수산
수암봉
수리산
백운산
광교산
석성산
칠장산..
67년을 살면서
디뎠던 땅도 딴에는
적지않은 듯 합니다.
물론
한남정맥인 줄도
모르고 말 입니다.
참..
우리집 뒷산
불곡산도 있는데
말입니다..ㅎ
오우, 지안 님의 뒷 배경이 부럽습니다.
불곡산이 뒷동산이라니 !
그러나 한남정맥은 야속하게도 불곡산의 한 쪽,
임꺽정봉만 선택하였습니다.
지안 님의 마음은 불곡산에 물들어 아름답겠어요,
감사합니다.
@아름다운세상을찾아서 양주 불곡산이
아니고
분당 불곡산입니다..
한남정맥 지류이네요..ㅎ
@지안 100일간 매일 새벽 첫 산문에 거미줄 치워가면서 오르던 불곡산입니다.
집에서 100여 미터에사 산문이 시작이라.
담에 불곡산 가실때 불러주셔요.
응원합니다.
화이팅!!!
성원에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아울러 멋진 산행기도 기대합니다.
^_^
내용이 미흡해도 기대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한남정맥이 어떤 구간인지 내내 궁금했는데
마지막에 지도를 이용하여
한눈에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답사대원들과
무사히 종주를 마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님의 성원이 있었기에 즐겁게 완주를 했고요,
이제 새로운 산줄기의 답사도 시작했습니다.
맨밥보다 비빔밥이 맛있듯이 사람마다 색다른 취미를
즐기니까 어울려 사는 맛이 좋겠지요,
행여나 님께서 벽에 걸어두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더 없는 영광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