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생년월일이 똑 같은 사촌이 있다.
우리 둘은 부산에서 태어나서 친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냈는데 출산 후 오고 간 말이 있었다.
"너그도 아들 낳았나, 우리도 아들 낳았다."
19년 후에는, "너그도 대학 합격했나, 우리도 대학 합격했다."
4년 후에는 "너그도 졸업하나, 우리도 졸업한다. 너그는 취업해서 돈 버나. 우리는 아직 돈 못 번다"
사촌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학위를 받고 평생을 대학에 남았다.
이제 대학을 정년 퇴임하고 우리 둘은 부부 동반으로 스페인 북부를 차를 몰고 보름 이상 여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3월은 스페인여행 slack season이라 현지는 한가하고 비용도 비싸지 않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우리 둘의 아내는 같은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직장 동료로 장기간 같이 근무했으며 사촌의 아내는 우리 부부를 연결시켜준 거간(?)이다.
직장일이나 집안의 대소사에 친인척으로 유대관계를 유지한 연장선상에 동반여행에 나섰지만 사실 우리 집안 우리 항렬(行列)은 집안 여행을 연례로 수십 년을 해오고 있어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숙소도 당연히 방 2개에 주방이 있는 숙소를 구했으며 여행지별 숙소를 양쪽이 나누어서 예약했다.
이제 양팀이 수회의 사전회의를 거쳐 다듬은 예행계획에 따라 17일간의 스페인 북부를 훑는 여정을 출발해 보기로 하자.
1) 바르셀로나
3/6 저녁에 바르셀로나 도착하여 호텔에서 1박 하고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는 사촌부부와 만나 사라고사로 이동.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호텔로 오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카카오택시를 이용했다.
리무진버스, 지하철, 일반 택시 등이 있으나 해외에서 카카오택시 호출이 가능하다고 하여 시험적으로 사용해 봤다.
목적지를 한글로 입력해 봤는데도 기사에게는 번역수신이 되는 모양이었고 기사가 보여준 스마트폰에는 호출자인 내 이름이 한글로 표시되어 있었다.
결재방식은 국내와 똑 같이 목적지에서 지불없이 내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결재요금은 탑승전에 한화로 표시되었다.
나중에 내역을 확인해보니 수수료가 2.200원 붙은 금액이었는데 스페인 공유차량서비스인 Cabify에 연계되어 있는 것 같고 우버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두번 째 탑승부터는 수수료가 보이지 않았다.
카카오택시 앱에서 몇 번의 "동의"절차를 거쳐 "차량호출 해외"를 클릭하면 기사 이름, 차량번호, 차종, 도착예정시간이 내 전화기에 뜨는데 사전 조사한 바에 따라 입국장 차도가 아닌 한층 위인 출국장 차도에서 호출하였다.
아마도 입국장 차도는 혼잡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방 소도시에서도 카카오 택시 호출은 차량공유앱인 Cabify에 연계되어 가능하였다.
바르셀로나는 귀국하는 길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등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2) 사라고사(Zaragoza)
바르셀로나냐 마드리드냐로 입국공항부터 여러 문제로 수정을 거쳐 바르셀로나로 확정하고 시라고사까지 왕복 고속철을 예매했다.
사라고사까지 310km를 1시간 25분만에 주파하는 고속철은 시간대에 따라 가격의 변동폭이 큰데 욍복표를 끊으니 돌아오는 가격은 훨씬 싸서 KTX의 반값 정도에 욍복표를 예매했다.
수도가 마드리드로 옮기기 전의 아라곤왕국의 수도로 인구 75만의 스페인 제 5의 도시 사라고사.
이베리아반도는 로마시대에 로마의 지배를 받았으며 카이사르(세자르) 아우구스타황제의 이름이 변하여 사라고사가 되었다.
로마 성벽과 원형극장 등 로마시대의 유적이 남아있다.
콜럼버스가 인도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기 위해 여기저기 투자처를 알아봤으나 실패하였는데 아라곤의 사라고사를 수도로 하고 있던 카스티야왕국의 이사벨라여왕(이사벨 1세)의 과감한 투자를 얻어내어 1492년 서인도를 발견함으로써 인류의 역사에 전환점을 이루었다.
1492년은 레콩키스타(국토회복운동)가 완성되어 가톨릭 국가 스페인이 이슬람 무어족을 이베리아반도에서 밀어낸 해로서 국가의 재정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이사벨라여왕은 사비를 출연하여 콜럼버스를 지원한 여걸이었다.
그라나다에 있는 왕실예배당에는 이사벨라여왕과 결혼한 아라곤의 왕 페르난드2세가 함께 누워있는 모습이 무른 대리석으로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고 그 지하에는 두 사람과 딸, 사위 등 5개의 관을 볼 수 있다.
● 필라르성모대성당(Basilica de Nuestra Senora del Pilar)
예수의 제자 야고보(스페인명 산티아고)가 이베리아반도까지 와서 사라고사의 에브로강가에서 기도할 때 성모마리아가 기둥 위에 발현한 곳으로 성당이름이 기둥을 뜻하는 필라르(pilar)가 붙게 되었다.
성모 마리아는 야고보에게 이곳에 교회를 세우라고 했고 야고보는 그에 따라 성모에게 봉헌하는 최초의 예배장소를 짓게 되었다.
야고보는 여기에서 힘을 내어 산티아고까지 전도를 계속할 수 있었고 산티아고에서 그의 무덤이 발견됨으로써 오늘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순례자의 성지가 되었다.
스페인 내전 중 3개의 폭탄이 지붕을 뚫고 떨어졌으나 불발이 되었고 그 중 2개의 폭탄은 성당내에 전시되고 있는데 사람들은 성모마리아의 기적으로 믿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필라르성모대성당은 바로크양식의 건축에 11개의 화려한 타일을 붙인 둥근 지붕과 여러 개의 첨탑이 솟아있고 타워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전망을 볼 수 있다.
성당은 이슬람의 예술적 전통이 아라곤 가톨릭 왕국에서 변화,발전하는 무데하르 양식을 보이고 있다.
1680년에 착공된 성당은 수 차례의 증축을 거쳐 1961년 완공되었다.
성당 뒤를 흐르는 에브로 강 건너에서나 강을 가로지르는 스톤브릿지(피에드라다리)에서 바라보는 성당의 웅장한 모습이 인상적이고 조명을 받는 야경은 분위기를 더한다.
성당 내부에는 사라고사 태생의 프란시스코 고야가 그린 "순교자들의 여왕" 프레스코 천장화가 성당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사라고사로 가는 고속철역에서 만난 인형같은 아이를 안고 여행하는 아빠
필라르성모대성당
필라르성모대성당의 타워에서 내려다본 사라고사
필라르광장을 사이에 두고 필라르성모대성당과 햇빛에 빛나는 라 세오성당
햇빛에 반사되는 라 세오성당
스페인 내전때 필라르성모대성당 지붕을 뚫고 떨어졌으나 불발탄이 된 폭탄. 성당안에 전지되어 있다.
폭탄이 떨어진 성당의 천장 구멍
에브로강의 피에드라다리에서 바라본 필라르성모대성당의 야경
● 알하페리아 궁전(Palacio de la Aljaferia)
카스티야왕국의 이사벨라여왕은 아라곤왕국의 페르단드2세와 결혼하였는데 콜럼부스가 그녀의 지원을 얻어내고 금의환향하여 이사벨라여왕을 알현한 곳이 알하페리아궁전이다.
세비야대성당에 있는 콜럼부스의 무덤에 콜럼부스의 청동관을 들고 있는 4명의 왕 중 앞의 2 왕은 콜럼부스를 지원한 카스티야, 아라곤 왕이 고개를 들고 있고 뒤의 2 왕은 지원을 거절한 나바라, 레온왕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알하페리아 궁전은 11세기 후반 당시 사라고사를 지배하던 무어족이 지은 요새화된 이슬람식 왕궁인데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건축미에 영향을 미쳤다.
궁전은 이슬람식양식에 가톨릭 양식이 섞인 무데히르 양식으로 가꾸어지며 스페인 가톨릭왕궁이 되었다.
정원과 흐르는 물, 아치형 벽면, 섬세한 조각 등은 이슬람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데 성 주위로는 해자가 설치되어 있다.
알하페리아궁전
일하페리아궁전의 이슬람식 정원
아치형 구조를 보여주는 이슬람식 건축의 알하페리아궁전
기둥의 장식이 뛰어난 건축
벽면의 장식
아치형 벽면
,나무로 천장의 보를 댄 알하페리아궁전. 프랑스고궁에서도 같은 구조가 보인다. 공중에 받치는 하중은 돌보다 나무가 좋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천장의 무늬
물을 중요시한 이슬람식 궁전 내부에 있는 우물
● 라 세오성당(La Seo de Zaragoza, Catedral del Salvador - La Seo )
아라곤왕국의 대관식, 결혼식, 장례식이 행해지던 성당으로 12세기에 지어졌다.
필라르광장을 중심으로 필라르성모대성당과 지척에 있다.
성당안은 조명을 밝혔지만 어두운 편이며 제단화의 섬세한 부조가 금박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라 세오성당은 알하페리아궁전, 필라르성모대성당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라 세오성당의 아름다운 내부
라 세오성당의 금박의 성스러운 제단화 부조
라 세오성당의 금박의 성스러운 제단화 부조
성모 마리아의 옷을 정성스럽게 다듬고
천장돔
라 세오성당은 금박의 제단화 부조가 성스러운 분위기속에 성당을 꽉 채우고 있다.
로마시대의 유적위에 박물관 건물을 지은 카이사라 아우구스타박물관(Museo del Foro de Caesaraugusta), 고야미술관, 66m 높이의 8각형 타워가 특이한 Parish Church of San Pablo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숙소 맞은 편에 있었다) 민물수족관 등의 기억을 뒤로 하고 대서양 연안의 도노스티아 산 세바스티안으로 이동한다.
유적위에 세워진 카이사라 아우구스타박물관
박물관 내부의 로마시대 통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타황제 동상
로마시대 성벽
사라고사 숙소의 밤풍경
사라고사 시내의 트램
고야미술관의 그림
민물수족관의 녹색 악어
짜지 않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이베리코 하몽
여행중 아침은 든든하게
스페인의 must eat 타파스와 핀초
숙소앞 맛집 야외 테이블
Parish Church of Zaragoza의 제단화 부조. 고풍스럽다.
첫댓글 스폐인 !!
사촌부부와 함께 여행을 다녀 오셨다니...
우선 부럽습니다.
떠나기전에 철저한 사전조사와 계획을 세워 다녀오신
15일간의 여행은 진정한 여행자의 모습을 보는 듯...
볼거리가 많은 스페인^^
많은 사진 정리하면서 여행기를 쓰시느라 수고 하시겠지만.
날마다 색다른 문화를 간직한 다양한 볼거리를 기대합니다 !!ㅎ.ㅎ.
어릴 때부터 가족같던 사촌은 평생을 친형제 이상으로 친밀하게 지내왔지요.
고교시절에는 밤에 같이 공부하자고 모여서는 막걸리를 홀짝 하기도 했었지요.
최근에는 무심재 중앙아시아 여행에 부부동반으로 다녀오기도 했지요.
생년월일이 같아서 서로 형이라고 우기다가 언젠가 먼저 가는 사람이 형 하기로 하자고 제안한 이후 서로 동생 하겠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참 웃기는 사촌이지요.
@문항 문항님과 함께 랜선투어 중
역사적 지식은 덤으로
오늘은 형ㆍ아우 서열정리의 새로운기법
까지 ㆍᆢ ㅎㅎ
답글을 아니 할수 없게 만드네요
기다려지는 랜선투어 ᆢ
@빠이브 누구나 친밀한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겠지요. 그것이 조직이든 사회이든 가족이든 내가 무엇을 양보하고 힌 걸음 물러설지를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겠구요.
내가 아는 모든 이들과 이런 내공이 깊어지는 여행의 동반이 되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만 같습니다.
네분 뵐수록 참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항님의 엉뚱발랄?하심이 끈끈함을 보태시는듯 합니다
네분 오래 재미있게 지내십시요~~
홀수로 사는 것은 멋질 수 있겠지만 짝수로 사는 것은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가까이서 찾을 수 있을지 멀리까지 기다려야 할지 수도승처럼 자문해가면서~
4분 많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살아온날을 반성도 해 보았습니다.
어쩜 그리도 아름다운지요.
지난번 일본여행에서는 형제분들을
모시고 함께 여행하시는 모습도 보기
좋았구요.
앞으로도 즐겁게,재미있는 여행 많이
하시길요.
응원합니다.
또 여행길목에서 뵙길요.
여행 중 새벽처럼 민첩하게 움직이는 풀별님이 언제나 부럽습니다. 풀별님이 지나간 자리는 회오리바람이 일 것만 같습니다.
작년 북해도 아칸호 이른 새벽 카메라 들고 서로 마주쳤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작년 7월 북해도 여행 중 가이드가 마슈호가 칼데리호임을 설명할 때 내가 "칼을 대라구요?"라고 질문하여 다 같이 웃었던 기억처럼 재미와 추억이 언제나 함께 하는 풀별님, 다음 여행이 기다려집니다.
일을 하시고 쉼을 가지면서, 일상을 저렇게 만들어가면서도,
탐문하고 탐색하고 탐구하는 여행길,
깊은 인연과 오래이고 싶어서 함께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부러움 한 가득, 또한 행복감의 에너지 전달로 받아지는 좋은 파장,
이국의 풍경들과 인상적인 장면들이 눈에 한 아름 들어오면서
가보지는 못했지만 가보고 싶었던 마음자리를 충만감으로 더합니다.
늘 감사드려요~^^
자연이 있고 유적과 유산이 맞아주고 발걸음이 따라가고, 같이 걷는 사람끼리 주파수를 맞춰가고~
이 지구위의 공간에 살아 숨쉬는 순간을 붙잡고 싶으면서, 언젠가는 놓여지리라 생각하면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주길 바래 보지요.
이번 중앙아시아 여행에서 네분이 얼마나 부럽고
아름다웠는지...
좋은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신 여행
오래도록 기억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 합니다
스페인 다시 둘러 보았습니다
전날 장 봐온 야채, 과일, 계란, 커피로 아침을 들면서 오늘은 어떤 새로움에 도전해볼까를 같이 고 민했던 사촌부부와의 여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인생은 짧고 갈 데는 많고...,.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지요?
아..
네 분의 관계를 이제야..
서로 마음이 맞아 이렇게 자유롭게 함께 여행하시니 정말 부럽고 멋지십니다.
오래전 다녀온 곳을 다시 회상하며
문항님의 시선을 따라 갑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형, 동생 따지다 보니 동서끼리 언니, 동생 따진다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