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건지 용감한건지’
오늘 점심 때는 들깨를 참깨 사촌이라고 소개해 버렸습니다.
내가 일하는 현장에는 수십명의 필리피노 근로자들이 있는데
워낙 오지에서 일하다 보니 식사를 현지서 직접 해결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야 점심을 싸 가지만 말입니다.
근데 오늘은 아우가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가버려
나 혼자 식사를 할 판국인데 근처에서 밥을 먹는 필리피노들이 보여
불러 들였습니다. 함께 먹자고 말입니다.
이들의 식사래야 참 볼 폼이 없습니다.
‘일식일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내 식탁에는 한국서 가져온 밑반찬도 여러 가지고
헬퍼가 해 준 필리핀식 반찬도 있었습니다.
원래는 현지 근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었지만
나 혼자 일 때는 촌에서 살다온 버릇이 있어 이들을 불러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나보다도 한국 밑반찬입니다.
이중 캔에 들어 있는 들깻잎 짱아찌를 신기하게 여겼고 더불어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 중 한 필리피노가 나를 쳐다보며 시부아노로 묻습니다.
아마 반찬 이름이 뭐냐는 듯 했습니다.
나 역시 영어를 하는 직원에게 말을 해 줘야 하는데 도통 짐작도 가지 않았습니다.
참깨를 ‘세서미’라고 하는 것 까지는 알고 있지만 들깨 잎까지는 어떻게 압니까.
그래서 또 잔머리를 굴렸습니다.
‘참깨 사촌’이라고-
들깨가 참깨 사촌뻘 되는 것은 맞잖습니까.
질문한 녀석이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기는 하는데 제대로 알았다는 표정은 아닙니다.
한국 속담에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이건 또 뭐라고 해야 하는지- 암튼 오늘 점심 먹은 것은 아직도 내려가질 않고 있습니다.
‘짜슥덜- 그냥 맛나다고 하고 먹으면 될껄 가지고 왜 자꾸 물어’
암튼 영어 공부는 물론 현지 언어도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근디 시부아노로 사랑한다는 말이 뭐였더라-
첫댓글 그들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보입니다 아무쪼록 열악한 환경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들려 주세요.. 건강 챙기시구요
사촌 맞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perilla leaf 라고 하네요. 페릴라 맆~~ 세서미 커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