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편지
큰형은 싱가포르로 돈 벌러 가고
물레에는 고지서만 쌓였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신 어머니는
어깨너머로 겨우 한글을 깨쳤지만
혼자서 편지 쓰기엔 무리였다
보일러 공인 큰형 덕분에 나는 중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고
어머니가 입으로 쓰시는 편지를
양면지에 옮기는 일을 하였는데
맞춤법도 없는 편지는 큰형을 곧잘 울리고
큰 악으야 여그도 이라고 더운디
노무 나라에서 얼매나 땀 흘림시롱 고상허냐?
니 덕분에 아그들 학비 꺽정은 읎다마는
이 에미가 니럴 볼 면이 읎따,
늑 아부지도 잘 있고, 아그들도 잘 있시닝께,
암 꺽정 하들 말고 몸조리나 잘하그라,
저번참 핀지에 내 물팍 아푸냐고 물었는디
내 몸땡이는 암상토 안항께 꺽정얼 허들 말어라
그럴 때면 나는
편지에는 계절 인사가 있어야 한다고 우겨댔는데
그러면 어머니는,
속닥새가 우는 걸 봉께 밤이 짚었구나
샐팍에 있는 수국이 허뿍 펴부렸다
이러다가,
그 까튼 거 물라고 쓴다냐
기냥 몸이나 안 아픈지 으짠지 고것이 더 중하제
느그는 성이 짠하도 안하냐?
뙤약벹에서 내 자석이 피땀 흘려 번 돈을
호박씨 까묵대끼 톡톡 끼리고 있짱께
중치가 멕힐락 함마이잉
이참 월급도 다 써불고
느그 성 나오면 통장이나 한나 쥐사 쓸 것인디
어미 에비 있능 것이 도와주지는 못함서
하면서 이내 눈물 글썽이셨는데,
이쯤 되면
나는 어머니가 했던 말을
마음대로 버무려 편지를 썼는데,
큰 악으야 에미다
더운 디서 일하니라고 고상이 징상나게 많지야
여그도 이라고 더운디 니는 오죽하겄냐
근디 우째사 쓰꺼나
니 나오면 통장 한나 둘라고 애끼고 애낀다마는
이참 월급도 아그들 납부금 내불고
농협 빚 조깐 쥐알려불고 낭께
읎어져부렀단마다
차말로 내가 에미제만 할말이 읎다
더운 나라에서 피땀 흘리고 이쓸 너를 생각하면
중치가 멕히고 숨이 멕힐락 한다마는
우짜겄냐 벨 도리가 읎어분다
못짜리 할 떄부텀 울던 속닥새가 또 운것을 본께로
밤이 이상 짚었는 모냥이다.
니가 작년 가슬에 싱게놓고 간 국화도 이상 커부렀다
깽벤 밭에는 감재랑 콩을 싱겠는디
아까 낮에는 아그들 데꼬 가서 밭을 맸다
날이 징상나게 더와서
아그들이 풀 쪼깐 매고 나서 뫼욕을 하드라
아그들 뫼욕한 거 보고 이씀서
오매 우리 큰 악으는
더운디서 엄마나 고상할끄나 생각허닝께 눈물이 나드라
모쪼록 여그는 암상토 안항께 니 몸 한나 건사 잘하기 바란다
편지를 쓴다고는 쓰제마는 니 낫을 볼 면모가 읎어서 우짜꺼나
못난 에미가 무담시 우리 큰악으만 고상시키고 있구나
니가 그라고 피땀 흘림서 번 돈을
한나도 모태도 못하고 우짤까 몰르겄다
아그들이 크먼 니 덕을 알랑가는 몰겄다마는
이쯤 쓰고 있노라면
어머니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나는 엄니가 불러준 고대로 써부렀네이 하고는
편지 말미에. 큰성 나 대흠인디, 엄니 시방 울고 있소.
큰성 이약만 나오면 눈물부터 흘린당께.
모쪼록 몸 성히 잘 지내시고,
나올 때게 샤프펜슬 꼭 잊지 마씨요잉.
하고 두어 마디 붙이곤 하였는데
-이대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