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나가 : 형제가 마을을 살리려고 만든, 118년 안경 브랜드
김민주 | L 2023.01.05
롱블랙 프렌즈 L
다들 타임리스 위크 잘 즐기고 있어? 오래도록 한 일에 매달려온 사람들 이야기, 좋더라. 그런데 난 오래 살아남은 기업의 이야기도 궁금해졌어.
문득, 김민주 울프하우스 대표가 추천해 줬던 안경 브랜드가 생각났어. 일본의 마스나가 안경増永眼鏡. 1905년 설립됐으니, 올해로 118년 역사를 맞이하는 브랜드야.
1900년대에는 천황*이 썼고, 현대에 들어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오징어 게임」의 박해수 배우가 써서 유명한 안경이지. 마스나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타임리스 브랜드란 뭔지 알 것 같았어. 마스나가 야스노리増永泰典 전무이사를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지.
*한국 정부의 공식 표기법에 따라 고유명사로서 ‘천황’이라고 표시했음을 알립니다.
김민주 울프하우스 대표
일본 혼슈의 중서부 지방, 후쿠이현에 위치한 마스나가. 1905년 창립한 일본의 안경 제조 및 디자인 회사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안경 작품상인 실모상SILMO Paris을 네 번이나 수상했죠. 2021년 마스나가는 안경 하나로 약 18억 엔(약 173억원)의 연매출을 올렸어요.
마스나가는 한 형제가 마을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사업입니다. 지금은 5대째 대 이어지며 100년 역사를 간직한 브랜드가 됐어요. 야스노리 전무이사는 “품질을 향한 집착만이 타임리스 제품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가 있던 방의 벽에는 안경 도면이 한가득 붙어 있었습니다.
Chapter 1.
마을을 살리고 싶었던 형제, 안경을 발견하다
일본의 후쿠이현은 중국,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안경 산지입니다. 일본 안경 용품의 90%가 후쿠이현에서 만들어지죠. 후쿠이현을 안경 산지로 만든 건 기업이나 국가가 아닌, 한 형제예요.
후쿠이현에는 쇼우노生野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1800년대 쇼우노 마을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어요. 주민은 36가구만이 살고, 마을 전체의 논밭이 17헥타르(약 5만평)밖에 안 됐습니다. 겨울이 되면 눈이 너무 가득 쌓여 집 밖으로 못 나가는 일이 빈번했죠.
마스나가 집안의 고자에몬, 코하치 형제는 그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촌장이었습니다. 형 고자에몬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18살에 마을 의회 의원이 됐어요. 반면 동생 코하치는 일찌감치 고향을 떠나 도쿄와 오사카에서 공부했죠.
형제는 몸은 떨어져 있어도 같은 고민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마을을 먹여살릴 수 있을까?’ 쇼우노 마을은 땅덩이도 작고 식량도 넉넉지 않았거든요. 마스나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오쇼린おしょりん』을 보면 형제의 고민을 느낄 수 있죠.
“이대로는 마을이 쇠퇴해갈 겁니다. 쇼우노의 밭은 17헥타르밖에 되지 않아요. 이것만으로는 겨울의 기근을 버틸 수 없습니다. 돈을 벌 수단도 없이 어떻게 마을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올리겠습니까?”
_마스나가 코하치, 『오쇼린』에서
그러다 코하치에게 아이디어가 하나 생겨요. 메이지 시대(1868년~1912년)는 일본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때죠. 더불어 인쇄와 활자 문화도 점차 발전했어요. 코하치가 도시에 나가 보니 사람들이 책이란 걸 읽기 시작한 거예요.
코하치는 생각했습니다. ‘글을 읽으려면 시력이 중요할 테고, 안경은 생활 필수품이 되겠구나’ 고향으로 돌아온 코하치는 형 고자에몬을 설득합니다.
“앞으로 일본은 가난한 집의 아이들도 상급 학교를 다니는 세상이 될 거라 들었습니다. 여자아이들도 학교에서 학문을 배우는 시대라고 들었습니다. (...) 학문에는 책이 필요하고, 눈이 나쁘면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더더욱 안경이 필요한 사람이 늘어날 겁니다.”
_마스나가 코하치, 『오쇼린』에서
마스나가의 옛 단체 사진. 마스나가 형제는 겨울이 되면 기근에 시달리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안경 사업을 시작했다. ⓒ마스나가
Chapter 2.
쵸우바 제도帳場制 : 학교를 만들어 사업을 키우다
형제는 사비를 털어 공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오사카의 안경테 장인과 계약해 마을 사람들을 가르치게 했죠. 사람들을 가르쳐 보니 문제가 보였습니다. 손재주는 좋아도 머리를 써서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적었어요. 학교 교육이 당연하지 않던 시대였습니다. 형제는 공장 2층에 아예 야간학교를 만들었어요.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마스나가 공장으로 ‘진학’ 했어요. 낮에는 안경 제작 수업을 듣고, 밤에는 2층의 학교에서 읽고 쓰고 계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고자에몬)는 교육가였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삶의 기술을 가르쳤어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그들을 독립시켰죠. 그게 이 산업 지대의 베이스입니다.”
_마스나가 사토루増永悟 4대 CEO, 2013년 하이 크리에이터 인터뷰에서
마스나가의 교육 방식은 독특합니다. 리더가 제자를 육성하면, 기술을 전수받은 제자가 자신의 공장이나 브랜드를 만들며 ‘졸업’해요.
이를 쵸우바 제도帳場制·장장제라고 합니다. 각각의 쵸우바(그룹)에 리더가 있고, 리더 아래로 5명의 수습생이 있습니다. 이들은 엄격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안경을 만들고, 점심시간은 30분, 휴일은 매월 15일 딱 하루였어요. 품평회를 열어 각 그룹의 실력을 비교하기도 했죠.
마스나가 형제는 실력이 가장 뛰어난 팀의 제품을 구매했고, 거래량에 따라 수고비를 줬습니다. 실력만큼 벌어가게 해 성장을 독려한 거예요. 실력만 있으면 독립 자금까지 받을 수 있었죠. 초기 시절에는 백여 개 가까운 분공장이 생길 정도였어요. 아예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제자도 있었습니다.
이 제도가 경쟁사를 늘리지는 않았을까요? 야스노리 전무이사는 “경쟁은 항상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업은 산업화돼야 합니다. 경쟁이 없는 한 성장도 없으니까요. 라이벌이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좋은 일이에요. 좁게 보면 생산 단가가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만 티타늄을 주문하면 당연히 단가가 올라가겠죠. 티타늄 공정을 가르치고, 시장에 공개해서 라이벌을 늘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성장을 위한 전략입니다.”
_마스나가 야스노리
지금의 마스나가는 ‘쵸우바’라는 이름은 없어졌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각 팀에 리더親方·오야카타가 있고, 4~5명의 젊은 팀원이 함께 일해요. 이제는 마스나가뿐 아니라, 마스나가를 거친 직원들의 브랜드도 후쿠이현을 대표합니다. 최근엔 후쿠이현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해요.
마스나가의 옛 공장 모습. 마스나가는 공장을 학교처럼 운영했다. 직원을 교육하고 직원의 독립을 도왔다. ⓒ마스나가
Chapter 3.
일관 생산 체제 : 품질에 대한 집착이 혁신을 만든다
경쟁이 성장을 만든다는 믿음. 이 믿음은 품질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어요. 마스나가가 1933년 천황을 위해 만든 안경은 지금도 멀쩡해요. 광택만 아주 조금 날아갔을 뿐이죠. 거의 100년이 된 물건인데 말입니다.
마스나가는 보통 1년에 두 번 정도만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이마저도 기존 제품에 새로운 컬러를 내놓는 정도예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5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새로운 제품을 하나 내려면, 새로운 기술을 하나 개발하는 수준이거든요. 1911년에는 기존보다 튼튼한 안경이란 목표 하나로 세계 최초로 동과 금을 섞은 ‘적동금 안경’을 출시했습니다. 마스나가 형제가 도쿄와 오사카를 돌아다니며 관련 제조법을 알아내고, 변형했죠.
1981년에는 ‘형상기억합금’* 기술로 안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후쿠이현의 세 개 회사와 공동 연구한 결과였어요. 2010년대 들어서는 전기 제어가 가능한 윙크 글라스Wink Glasses**를 상품화했어요.
*여러 가지 금속 합금 과정에서 변형을 주어도 일정 온도의 열을 가하면 원래의 형상으로 돌아가는 합금 방식.
**윙크 글라스란, 눈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도구로, 온도, 습도 센서를 탑재한 투명 액정 시트를 전용 안경 프레임에 장착해 사용한다. 약 5초간 눈의 움직임(눈 깜빡임)이 없다고 감지하면 시트가 흐려져 사용자의 시야를 차단한다.
“마스나가의 오리지널리티는 화려한 것이 아니라 집념에 있습니다. 마스나가는 한 번 정한 콘셉트, 디자인을 양보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더 얇은 안경테를 위해 최소 단위였던 4mm를 2mm로 줄이는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합시다. 어떻게든 이 디자인을 완성시키려고 노력하는 순간, 공장에서는 혁신이 일어납니다. 이때 ‘마스나가 온리’가 만들어지죠.”
_마스나가 야스노리
마스나가는 도금, 접합 등 200개가 넘는 안경 제작 단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합니다. 일관 생산 체제라고 불러요. 이 덕분에 불가능한 제작에 뛰어들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할 수 있었던 겁니다. 야스노리 전무이사는 “우리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업체가 있다면야 협업할 의향도 있다”고 말해요. 그런데 없으니 직접 한다는 겁니다.
“거의 모든 과정을 내재화하는 것은 확실히 비용 면, 기술 계승 면에서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외주 업체에게 없는 기술을 우리는 원하니까요. 외주 업체에게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는 대신, 우리 내부에서 ‘얼마나 갈고닦을 수 있는가’ ‘얼마나 연마할 수 있는가’를 고민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인의 감각이죠.”
_마스나가 야스노리
Chapter 4.
미니멀리즘 디자인 : 타임리스는 디테일에서 결정된다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만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경쟁사가 많아지고, 라식 등 의학의 발달로 안경을 찾는 이가 줄었죠. 이제 마스나가는 기술보다도 디자인, 즉 콘셉트로 승부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옛날에는 재료만 좀 색달라도 팔렸습니다. 지금은 안경을 티타늄으로 만드는 건 너무 당연하죠. 앞으로는 콘셉트 싸움입니다. ‘어떤 콘셉트로 상품을 만들 것인가’로 차별화해야 해요. 마스나가의 콘셉트는 ‘맥시멀리즘 기능을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넣는 것’입니다.”
_마스나가 야스노리
마스나가는 디자인이 단순합니다. 얇은 금속 테에 동그란 렌즈, 혹은 네모난 뿔테. 안경을 패션 액세서리처럼 디자인하는 여타 브랜드와 사뭇 다르죠.
“디자인은 뺄셈입니다. 요리를 할 때 후추나 소금을 더하면 더할수록 건강에는 안 좋아지고, 재료 본연의 맛보다 조미료의 맛이 강해지죠. 안경도 똑같습니다. 디자인을 하나하나 빼가면서 정수에 있는 디테일이 보이도록 합니다.”
_마스나가 야스노리
디자인을 덜어냄으로써 디테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전략이에요. 디테일이야말로 기술이 없으면 충족되지 않으니까요.
마스나가의 대표 제품 카와사키 시리즈를 볼까요? 후쿠이현 출신의 유명 산업 디자이너 카와사키 카즈오川崎和男*와 협업한 시리즈입니다. 모양이 독특해요. 안경다리와 렌즈를 감싸는 테두리 등 안경의 모든 부분이 얇은 금속 테 한 줄로 만들어진 일체형 안경입니다. 렌즈, 다리, 코받침 등이 나사로 연결된 일반 안경과 다르죠.
*1990년대 초 애플의 디자인 디렉터를 맡았을 정도로 저명한 산업 디자이너. 현재 카즈오 카와사키 안경 브랜드와 컴퓨터 디스플레이 브랜드 EIZO를 운영하고 있다.
“이게 바로 디테일입니다. 다른 브랜드처럼 다리에 렌즈를 나사로 연결해 만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맥북을 떠올려 보세요. 모든 부품을 일체화해 고장을 줄였죠. 마스나가는 빨리 쓰고 질리는 안경이 아닌, 언제까지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요. 결합 부분을 하나하나 공들여서 공정하는 이유입니다.”
_마스나가 야스노리
이 디자인은 2000년, 실모상 선글라스 부문에서 그랑프리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줍니다. 일본 기업 최초의 실모상 수상이었어요.
그런데 안경이 패션 소품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도 주목받을 수 있을까요? 마스나가의 타깃은 패셔니스타가 아닙니다. 건축가, 변호사, 의사 등 프로페셔널 전문직이죠. 때문에 가격도 최저 30만원대에서 최고 300만원대까지 높게 잡아요. 프로페셔널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라는 믿음 때문이에요.
“잦은 변화가 곧 성장은 아닙니다. 롤렉스는 어떤가요? 100년이 지나도록, 그 디자인의 베이스는 변하지 않습니다. 브랜드를 유지하려면 패셔너블보다 프로페셔널을 지향해야 해요.”
_마스나가 야스노리
카와사키 시리즈의 MP690 모델. 렌즈 부분과 다리 부분을 잇는 일체형 디자인이 특징이다. ⓒ마스나가
Chapter 5.
장인의 의미는 ‘인내’에서 ‘도전’으로 바뀌었다
‘타임리스’가 오래된 방식을 그대로 고집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스나가도 시대에 맞게 변하는 부분이 있어요. 장인 브랜드라고 해서 노장들이 일일이 손으로 안경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했나요? 정반대입니다. 마스나가 직원의 70~80%는 20~30대예요. 최근에는 로봇으로 제작하는 실험도 하고 있어요.
“장인의 기술은 장인이 은퇴하면 그대로 사라져요. 장인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청년과 기계가 필요합니다. 기술을 가르쳐 전승하고, 사라지는 기술을 기계화해서 보존해야 하니까요.”
_마스나가 야스노리
요즘 청년들에게 옛 장인들의 도제 방식은 통하지 않아요. 기술을 배우려는 청년은 점점 줄어들고, 개인주의의 시대가 도래했죠. 마스나가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교육 방식을 바꿨습니다.
“옛날에는 장인이라고 하면 친절하게 가르치지 않았죠. 보고 배워라, 기술을 훔치라는 식이었습니다. 5년, 10년을 청소나 하면서 일을 배워야 했어요.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우리는 1년 된 젊은 직원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깁니다. 인내하고 끈기를 가지는 것보다 자극을 통한 스텝업이 더 가치 있는 시대라는 걸 저희도 아니까요.”
_마스나가 야스노리
마스나가의 제품 철학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었잖아요. 이 철학을 실무를 통해 몸으로 깨닫게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조직 내에 ‘못 합니다’라는 말은 절대 금지라고 해요.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이 ‘그렇구나’로 이어지면, 거기서 끝입니다. 패배 혹은 실패죠. 모든 직원에게 어려운 프로젝트를 주면서 스스로 ‘해결책을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그게 바로 마스나가가 생각하는 장인 정신입니다. 세상을 머릿속, 문헌 속 상식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식을 버리고, 몸으로 궁리하다 보면 어떤 일이든 돌파할 수 있어요.”
_마스나가 야스노리
롱블랙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마스나가 야스노리 전무이사. 그의 방 가득 붙은 안경 도면이 눈에 띈다. ⓒ롱블랙
Chapter 6.
마치며 : 철학은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통해 전해진다
품질에 집착하고, 디자인보다 디테일에 신경 쓰는 마스나가의 철학은 100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스나가에는 철학에 대한 매뉴얼이나 교육이 없습니다. 선배가 후배에게 마스나가의 역사를 입으로 전할 뿐이죠.
“오랜 역사를 담은 옛 이야기는 추상적이지만, 감동을 줍니다. 한때는 감동보다 빠른 성장이 우선시됐죠.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게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동료 의식, 특별한 느낌, 존재감, 그에 부응하는 물건… 이런 추상적인 것들에 감동을 받아요.”
_마스나가 야스노리
야스노리 전무이사 역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열네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해외를 오갔죠. 아버지는 “회사가 해외에 진출할수록 가족들이 함께 해야 더 강해진다”는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자연스레 야스노리는 아버지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어요.
야스노리 전무이사를 마스나가로 이끈 건 아버지의 그 한 마디, 가족을 향한 사랑과 마스나가와의 유대감이었어요. 그는 가업을 잇기 위해 대학교에서 재료 공학을 전공하고 초탄성 재료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 뒤 해외와 도시의 생활을 내려놓고 후쿠이현으로 돌아와 마스나가를 운영하고 있죠.
“다른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은 지금껏 해보지 않았습니다. 5대 사장인 제 사촌 마스나가 소우타로増永宗大郎는 ‘안경이 나를 키웠다. 안경은 은혜를 갚아나가야 할 대상’이라고 말하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마스나가의 안경을 쓰고, 이 일이 즐거워요. 이미 제 인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_마스나가 야스노리
마스나가는 판매의 95%가 해외에서 일어날 정도로 세계적인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야스노리 전무이사는 “아직 우리는 인기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어요. 여전히 마스나가의 목표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이라고 하죠.
“급하지는 않습니다. 성공이란 한 번에 직선으로 높이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조금씩 계단을 올라가 하나하나 성장하는 것이 성공이죠. 그게 바로 패션이 아닌 프로페셔널이자, 타임리스니까요.”
_마스나가 야스노리
영화 「오쇼린」의 촬영지. 마스나가의 옛 공장으로 사용됐다. 마스나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오쇼린」은 2023년 가을 개봉 예정이다. ⓒ마스나가
롱블랙 프렌즈 L
형제가 마을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118년을 이어오다니. 세상엔 참 단단한 브랜드가 많아.
마스나가 이야기, 요약해 볼게.
1. 마스나가 형제는 산업을 바꾸는 건 교육이라고 생각했어. 공장에 학교를 만들고, 쵸우바 제도를 통해 장인을 육성했지. 그들의 독립을 도왔어.
2. 마스나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품질이야. 일괄 생산 체제를 도입해 안경 제작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내재화했어.
3. 마스나가 안경은 겉보기엔 디자인이 심플해. 하지만 그 속에 숨은 디테일이, 마스나가를 타임리스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4. 장인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해. 오래 전 마스나가는 제자들에게 인내와 끈기를 가르쳤지만, 지금은 어려운 프로젝트를 맡기며 도전 정신을 가르쳐.
5. 마스나가의 철학을 이어온 건 마음을 울리는 마스나가의 옛날 이야기야. 이 이야기가 계속 전해지는 한 마스나가 역시 더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