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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안준 기획전 ‘포즈 앤드 포즈’
여지-성형 권하는 사회, 내 밖-내 안의 시선과 욕구 틈새
안준-위와 아래 사이 허공, 현실이자 환상-거짓이자 진실
» 내 몸에 그림을 그려라(Draw on me, 여지)왼쪽, 자화상(self-portraitt 안준)
사진·미술의 대안공간을 표방하는 ‘스페이스22’의 두 번째 기획전 ‘포즈 앤드 포즈(pause & pose)가 열리고 있다. ‘스페이스22’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번 출구에서 1분거리에 있다. 3월 18일까지. 오전 11시~7시. 매주 일요일은 휴관.
이번 전시엔 젊은 여성사진가인 여지작가와 안준작가의 사진이 소개된다.
여지(Ji Yeo, 1985~ )작가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했으며 사진국제센터(ICP)에서 사진과정을 수료한 뒤 리즈디 (RISD)에서 사진을 전공(석사)했다. 현재는 Ji Yeo 라는 이름으로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다. 여지작가의 작업은 엘 에이 타임스, 내셔널 지오그래피, 허핑턴 포스트, 에스콰이어 러시아, 마리끌레르 브라질,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메트로 콜롬비아 등에 소개가 되었고 최근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잡지에서 2013년 가장 인기 있는 작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일 전화로 두 작가와 보도자료에 나온 순서에 따라 차례로 인터뷰를 했다. 여지작가는 이번 전시에 성형수술 후 회복실(Beauty Recovery Room)에 있는 여성들의 인물사진을 걸었다. 엘 에이 타임스 2013년 11월 22일치에 실린 인터뷰를 미리 읽었기 때문에 약간의 사전정보가 있는 셈이지만 처음부터 다시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사진의 내용과 의미등에 관해서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솔직히 가장 궁금한 것은 찍힌 사람들에 관해서다.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나? 혹시 아는 사람들도 포함되었나?
=(객관성을 유지하게 위하여) 친구나 주변사람은 완전히 배제했다. 등장인물의 초상권을 푸는 것이 역시 가장 힘들었다. 성형과 관련된 인터넷의 카페를 찾아냈고 글을 남기면서 연락을 시작했다. 투명하게 이야기했고 ‘촬영동의서’를 직접 받았다. 섭외에 실패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더 많았고 카페에서 강퇴당하거나 욕설이 섞인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했다. 힘들게 섭외가 되어 촬영하기로 했더라도 당일에 연락이 두절되거나 취소하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여고를 졸업하면서 본인도 수술을 받으려고 성형외과를 12곳이나 찾아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끝내 본인은 수술을 받지 않았다. 이유가 있을까?
=정말 오랜기간 시간과 공을 들여서 병원을 찾았고 상담을 거듭했지만 의사를 만날수록 무서워져서 그만 두게되었다. 병원에서 수술과정과 부작용 등을 친절하고 명쾌하게 설명해줄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6개월정도 상담을 받았나보다.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을 바로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성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쉽게 바로 해버리는데 나는 예약과 취소를 거듭했으니….
-본인은 어디를 고치고 싶었는가?
=온몸을 다 고치고 싶었다. 지방흡입도 하고 눈도 키우고 코, 턱까지 모두 하고 싶었다. 심지어 발가락도 하고 싶었다.
-수술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된 것인가?
=내 경우엔 수술을 하려고 고등학교 다니면서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 비용은 준비되어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례를 보면 돈이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3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까지 한다. 돈이 없다고 못하는게 아니다. 성형카페에 가보면 무료수술이벤트 같은 것을 자주 한다. 정말 성형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어떻게든 하더라.
-전에 한 인터뷰에서 총인구당 성형비율을 따져보니 한국인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더라는 자료가 있었고 여지작가의 판단으로는 한국의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미디어 탓이 큰 것 같다고 말했었다.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남성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이 사실 아닌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남성들은 대부분 여성을 상품화한다. 여성의 신체를 상품가치로 이용한다. 아무개의 다리, 아무개의 엉덩이…. 이렇게 여성의 이미지를 브랜드처럼 유통시킨다. 여자는 예뻐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주입시킨다.
-미국에도 성형이 유행하지 않는가?
=물론 미국에서도 성형을 많이 한다. 그런데 특수한 계층의 사람들이 국한되어있다. 부유한 사람들, 할리우드나 엘에이쪽 사람들이 많이 하는 편이다. 가슴과 엉덩이 위주로 ‘섹시함’을 강조하는 수술이 많다. 그러나 한국은 얼굴에 집중되어있고 그것도 아이같은 얼굴을 원하는데 그 이미지가 바로 방송에서 거듭 강조하는 이미지다. 아시아인의 얼굴에서 벗어나 백인여성의 얼굴에 가까워지고 싶어한다. (조금 과장한다면) 한국여성치고 성형수술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시골의 할머니들도 “나도 쌍꺼풀 정도는….”이라고 입에 올리지 않는가.
-전시 사진 중에 본인이 등장한 것도 있다.
=나로선 큰 도전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저울질하는 것을 항상 두려워해왔고 “이참에 맞서 보자”라는 심정으로 2011년 어느날 뉴욕 윌리엄스버그 다리 옆에 있는 유명한 주말 벼룩시장에서 내 몸을 빈 캔버스라 생각하고 수 백명의 사람들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나는 완벽해지고 싶다. 내 몸의 어디를 고치면 좋을지 몸 위에 그려 달라”라는 내용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몸에 메시지를 남겼고 수술할 부위를 그렸다. 이번 전시장엔 그 퍼포먼스의 동영상도 상영된다.
» 성형수술 후 회복실(Beauty Recovery Room_002)
» 성형수술 후 회복실(JiYEO,Beauty Recovery Room_004)
» 2011년 뉴욕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여지작가
-다른 작업도 있는가? 소개해달라.
=크라이, 썸웨어 온 더 패스, 아이 씨 유(SOMEWHERE ON THE PATH, I SEE YOU) 등의 작업을 했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모두 여성에 관한 작업이다. 개인의 이야길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에 개인적 공간, 의상, 환경이 같이 보이도록 찍은 초상사진이다. 그들의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섭식장애가 있는 여성들이 모여사는 공간에서 찍은 사진들과 배우가 되고싶어 할리우드로 온 여성들을 찍은 사진으로 구성되어있다.
-한국에선 별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외국에선 꽤나 유명하다.
=한국에 대한 관심, 한국의 성형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것이다. 작가로서 활동을 열심히 한 덕도 있다고 생각한다. 포트폴리오 리뷰 같은 것을 부지런히, 단단하게 하고 있다.
-사진작가로서 먹고 살 수 있는가? 사진작가를 희망하는 어린 여성들에게 권유할 것인가?
=당연히 힘들다. 그러나 너무 좋아하는 일이므로 후회하지 않는다. 권하고 싶지 않다.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 자화상, 여지 내가 어렸을 때 (내가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모두 말렸다. 그런데 결국 내가 하고 싶으니 지금 나는 사진작가로 살고 있다. 그런 뜻이다. 되고 싶으면 결국 하는 것이다.
-나중에 딸이 성형을 원하면 하게할 것인가?
=본인이 하겠다면 어떻게 말리겠는가?
-함께 전시하는 안준작가의 사진을 어떻게 보는가?
=(곤란한 질문이기 때문에 뜸을 한참 들이다가) 나의 작업과는 극단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안준작가의 사진은 파워가 있고 에너지가 있고 재미가 넘친다. 좋다.
-만약 전시장에 온 관객들이 성형수술후 회복실에 있는 여성사진을 보고 이맛살을 찌푸린다면?
=글쎄…. 과연 그럴까? 우리 사회에서 성형유행은 현실이며 모든 여성들에게 익숙한 단어다. 다만 외면한채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성형을 한 여성은 모두 회복실에서 저런 과정을 거친다. 불편한 진실을 보는 거북함 정도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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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작가는 이번 전시에 자화상(셀프 포트레이트)과 그래비티(gravity)사진을 걸었다. 안준(Jun Ahn, 1981~ )작가는 학부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뉴욕의 프랫과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 과정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2008년 유엔 독일 영사관에서의 그룹전, 뉴욕 어파쳐갤러리, 러시아의 페르로자보츠크시립 미술관 전시관 등 국내외 여러 그룹전에 참가했다. 2013년 영국의 권위지 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에 주목해야할 사진작가 20인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선정. 안준의 작업은 영국의 가디언, 미국의 포린 팔리시, 독일의 슈피겔, 프랑스의 리베라시옹 같은 매체에 소개되었다. 2013년 파리포토에 참가했고 리베라시옹은 안준의 사진을 2013년 파리포토 30선에 선정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2012) 추계예술대학교(2012~)에 출강하고 있다.
안준의 홈페이지에서 그의 작업들을 두루 구경했다. 안준작가의 최신작업이야기는 네이버캐스트에도 소개되어있으니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들려달라.
=학부에선 미술사를 했다. 대학 3학년때 사진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내 말을 하고 싶었고 내 작업을 하고 싶었던 욕구가 생겼다. 회화, 드로잉, 조소, 세라믹 등의 과목을 이어서 들었고 4학년 2학기 때 사진 수업을 한 과목 들었다. 그리고 5월에 졸업한 뒤에 6개월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진만 찍고 다녔으며 그 중에서 20장을 골라 사진학교에 보내 입학을 타진했다. 프랫에 입학했고 2006년도엔 그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필립 퍼키스선생의 마지막 수업도 들었다. 알렌 프레임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자화상(셀프 포트레이트)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그래비티작업에선 사과가 공중에 떠있더라. 이게 어떻게 된 셈인가?
=(만든 사진이 아니냐고 묻는다는 것을 알아듣고) 셔터를 눌러서 찍은 사진이다. 합성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엄마, 아빠, 동생이 던져주고 나는 연속셔터로 찍었다. 메모리카드가 가득찰 때까지 눌러서 그중에 내가 원하는 구도로 나온 것을 한 두장 고른다.
-사과가 깨지지 않을까?
=실내에서 찍을 땐 진짜 사과를 박스채로 사서 바닥에 이불 같은 것을 깔고 찍었다. 공공장소에선 모형사과를 쓴 적도 있다.
» 자화상, 스페이스22, 안준
» 자화상, 뉴욕, 안준
» 그레비티, 안준
-그래비티와 자화상, 그리고 인비지블 씨스케이프(Invisible Seascape)는 조금씩 달라 보이는 작업이다.
=겉으로 볼때는 달라 보일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작업의 기본 속성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누군가) 이걸 사진으로 해야지! 라고 생각할 때, 어떤 이에겐 사진은 기록의 매체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에겐 표현의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안준에겐 초월, 어떤 것을 초월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 가지 공통점을 이야기하겠다.
세 가지 공통점을 이해하려면 안준의 홈페이지에 가서 사진들을 보고와야한다.
=첫번째는 빠른 셔터속도다. 연속으로 메모리카드가 찰 때까지 찍는다. 두 번째는 찍히는 시간동안 카메라 앞에서는 동일한 행위가 반복된다. 파도가 계속 치고 있고 사과는 계속 공중으로 떠오르고 나는 창틀이나 옥상위에서 같은 포즈를 반복한다. 세 번째는 숱하게 찍은 사진들에서 인간의 감각이 볼 수 없는, 뭔가 초월한 것, 자연의 법칙을, 운명을 전복하는 것을 찾아낸다.
-무슨 이야긴지 풀어서 설명해달라.
=내 사진을 보고 합성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반문하면 그들은 “평안해보이니까”라고 답한다.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1초당 3프레임을 찍은 사진들을 모두 본다면 평안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전시장에 걸린 선택된 사진들은 공포로부터 초연하게 보이고 평안해보이지만 그 전과 그 후의 컷을 보면 공포감을 느낄 것이다. 나의 사진은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것이란 말은 이런 뜻이다. 사과를 던지면 깨질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다. 부모는 의도해서 아이를 낳고 사과도 누군가가 의도해서 던져진다. 일단 태어나고 일단 던져지면 어떻게 되는가. 놓치면 깨지고 놓치면 슬픈 것이다. 사과의 운명은 떨어지는 것이다. 사람의 운명은 태어나면 죽는 것이다.
-왜 사과인가? 귤이나 다른 과일들도 가능하지 않을까?
=사과는 중력이다. 내 사진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 사과다. 또한 섹슈얼리티의 상징이며 선악과이기도 하고 어떤 문화권에선 지혜를 나타내는 등 여러 상징성이 있다.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지 않은 사진은 어떻게 찍는가?
=다리만 보이는 컷은 내가 직접 한 손으로 들고 찍었고 창문에 서있는 컷은 내가 카메라를 세팅한 채 동생 혹은 지인에게 맡겼다. 고층건물의 옥상은 바람이 장난아니게 강하다. 사진에선 안보이겠지만 어떤 장면은 자일로 등을 묶어서 매달려 찍기도 했다.
-검색해보니 Skywalker, Rooftopper 등의 용어가 나오더라. 고층건물에서 아찔하게 버티고 서서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의 활동이 있던데. 안준작가의 사진이 누군가에겐 레저나 놀이, 취미로 보일 수도 있겠다.
=나도 나중에 그런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글쎄 어떤 것이 예술인지 아닌지는 보시는 분들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확신(self-definition)이다. 나에겐 취미가 될 수가 없다. 약간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내가 이 작업을 하게된 계기는 작가노트에 자세히 썼으니 참고해달라.
-서울, 홍콩, 뉴욕의 건물에서 찍은 것으로 되어있더라. 건물은 어떻게 고르는가? 올라가기 어렵진 않을까?
=서울은 태어난 곳이고 뉴욕은 10년 살았으니 그렇다. 홍콩에선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홍콩관광청에 내 작업을 미리 보여주었고 고층건물에 올라갈 수 있는 허락을 다 받아놓고 실제로 그 건물에 갔더니 보안관계자들이 못 올라가게 하더라.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그사람들 이야기가 웃겼다. “합성해서 만드는 사진인 줄 알았다. 직접 올라가겠다는 말이라고 생각도 못했다”면서 결국 못 올라가고 말았다. 건물섭외는 글쎄 의외로 열려있는 건물이 많다. 랜드마크에 해당하는 건축물은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일반 건물의 옥상으로 가는 문은 손잡이를 돌리면 열리던데…….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쭉 보니 의상이 몇 안되더라. 짙은 청색의 옷이 대부분이고.
=그렇다. 그냥 몸으로 보여지길 바랬다. 사회적 지위, 직업, 정치적 성향등이 드러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면 누드로 찍어야하는데 젊은 여성작가가 벗고 나가면 다르게 읽힐 수 있어서 체모와 가슴 정도는 가려야했다. 그러므로 장식이 없는 옷이어야했다. 보라색은 원래 좋아하는 색이다. 초월적, 영적인 색이다. 신성함, 죽음을 상징하는 색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울트라마린 보라색이다.
-같이 전시하는 여지작가의 작품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두 작품이 서로 어울리는가?
=최연하 큐레이터의 의도를 이해한다. 둘 다 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이니 그랬나 보다. 여지작가의 작품도 몸에 천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사진…. 마음에 든다. 특히 퍼포먼스 영상이 좋았다. 우리모두 사회적 테마를 하고 있고 감각적으로 통함을 느꼈다.
-외국언론에서 이렇게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브리티시 저널 오프 포토그라피(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에 선정된 것이 컸다. 가장 권위있는 저널이다 보니 거기에 실리고 난 다음 세계 각국의 매체에서 먼저 연락이 속속 왔다.
-여러곳에 올라가 찍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장소만 다를 뿐 계속 반복되는 것 아닌가?
=다양한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다. 나의 모티브는 호기심 그 자체다. 눈으로 못 보는 것을 카메라의 덕으로 본다. 눈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것을 본다. 지상에서 높은 건물을 보면 저 위에 뭐가 있을까? 여기서 진짜 찍어야 될까하고 연구한다. 건물을 하나 정하면 한 학기동안 건물 주변의 거리를 뱅뱅 돌다시피하면서 주변을 관찰한다.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5분에서 10분이면 끝난다. 너무 무거운 카메라는 손이 떨려서 못쓴다. 지금은 캐논 5D 마크2와 니콘 D800을 번갈아 쓴다.
-사진외에 다른 일도 하는가? 즉, 사진작가로만 먹고 살 수 있는가? 후학들에게 사진을 권할 것인가?
=출판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충당한다. 그러나 사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진 않는다. 진짜 좋으면 하라고 할 것이다. 후회없는 길을 택하라고 권하겠다.
작가노트 Self-Portrait/안준
벼랑끝에 서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있었다. 사진을 공부하기위해 뉴욕에 왔고 내겐 사랑하는 그것만이 있을뿐. 이곳에서 나는 혼자였다. 유년은 사라져가 돌이킬 수 없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구나. 라고 어느 여름날 난간에 걸터앉아 생각했다. 그순간 내 ‘앞에’ 펼쳐져있다고 생각했던 화려한 풍경들은 환상이 되었다. 내가 앉은 32층 아파트옥상의 아래를 내려다본다. 아찔한 간극과 저멀리 바닥이 보였다. 어떤 사람들이 보았던 생의 마지막 풍경과도 비슷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먼 미래사이의 현재. 한발짝 내딛으면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 앉은 삶. 나는 그렇게 살아있었다. 방으로 뛰어내려와 카메라를 가져왔고, 다시 그곳에 앉아 내가 디디고 있는 허공과 내발을 찍었다. 그 순간이 시작이었다.
Self-Portrait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선, 사진으로 환원되기위한 퍼포먼스다. Self-Portrait시리즈는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일종의 환상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나는 도시의 고층건물이나 절벽의 경계에 놓인 스스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연사모드의 셀프타이머를 설치한채 초당 수 장의 사진을 찍으며 메모리카드가 다 찰 때까지 경계에서 균형을 잡고자 움직이는 내몸을 담고, 그후 의식처럼 내가 머물렀던 발아래를 찍는다.
고층건물이나 전망대에서 사람들은 도시의 풍경이 자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경계에 다가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사람들은 아찔함, 혹은 고소공포증을 느낀다. 바로 이 아찔함이 시각적 인지가 공간적 인지 속으로 붕괴하는 순간이다. 때문에 내 사진 속의 경계는 두 가지의 인지적 방식이 충돌하는 경계이자 환상과 현실 사이를 상징하는 심리적 경계이기도하다.
그 어떠한 간극에서 있건, 경계에 위치한 인간의 몸과 정신은 한없이 유약하다. 정신은 그 경계 너머로 날고자하나 두려운 몸은 현실을 붙잡는다. 이것이 현실 속의 문맥이다. 그리고 연사모드의 사진들은 이러한 컨텍스트를 오롯이 담는다. 때문에 썸네일로 본 문맥은 경계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나의 느리고 미약한 움직임이다. 내 모습을 지켜보는 타인이 인지하는 나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중, 단 한 장은 문맥과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내가 상상하는, 그 경계의 위험 속에서도 불구하고 환경에 녹아든 평온함, 혹은 눈앞의 경계 너머로 몸을 던질듯한, 나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나의 모습을 수많은 사진중 단 한 장은 말하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생의 아주 짧은 한순간만은 현실이 아닌 환상, 그리고 꿈꾸는것, 욕망하는 것이 현실로 드러날 수 있다고. 그리고 사진은 그것을 마치 전부인 듯 담아 환상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나에게 사진은 진실이자 거짓이며, 현실이자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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