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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브라질 목장 한은경 권사
해마다 오월이면 우리 부부의 연중행사와도 같은 나들이가 있다. 일 년 중 바로 요때 쯤 해마다 돋는 봄쑥이, 너무 여리지도 않고 너무 자라 억세지도 않을 바로 이때에 일 년은 두고두고 먹을 쑥을 채취하러간다.
평소 배고픈 걸 잘 못 참고, 또 식사 속도가 급한 탓인지 어릴 적부터 자잘한 소화 불량이 잦았다. 잘 체하다 보니 번번이 약을 먹기도 그렇고 쑥이 그중 특효란 것을 알게 되었다. 가루나 환으로 먹기에는 불편하고, 쉽고 맛나게 먹을 방법을 생각해 냈으니 바로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쑥 인절미 이다. 쑥을 많이 넣어 찰지고 향긋한 인절미를 방앗간에서 가져와 바로 냉동실에 넣어 두고 하나씩 꺼내 실온에 잠시 두면 저절로 쫄깃한 처음 상태로 돌아온다. 몇 해 전인가부터 쑥을 유난히도 많이 뜯어 아침 대용으로 먹다 보니 쑥을 엄청 많이 먹게 된 것이라. 바로 그해부터였던가! 공복이면 속이 쓰리고, 오랫동안 잘 체하고, 배탈이 잦던 내 위장병 증세가 어느 틈엔가 없어 졌음을 알게 되었다.
아! 이것이 바로 자연과 더불어 고친다는 이 민간요법이 내게 딱 맞는 모양이구나 싶어서 봄철이면 신랑이랑 더불어 쑥 뜯으러 가는 것이 소풍 겸 일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러려면 많은 양의 쑥이 있어야 하고, 또 공기 좋고 깨끗한 청정 지역 쑥을 찾아야 했는데 공사하느라 지역 곳곳을 다니던 남편의 친구가 알려 주었다. 시가지에서 많이 떨어진 산기슭 인데 찾아 가는 방법이 참말로 요상타.
“예전 남편 중학교 동창 누가 살던 동네에서 넘어가는 시릿골 이라는 곳 있지! 그 동네에서 오른쪽 동자나무 옆길로 가면 예전에 버스 다니던 길이 나오걸랑~~ 그 길을 주~욱 가다 보면 뭐가 있고 그 왼편에 차 하나 겨우 다니는 길을 곧장 가.”
그래서 물어물어 찾아 들어 간 그곳엔 웃자란 쑥들이 참말로 많았고, 꿩 소리 새소리, 꿀벌 잉잉대는 소리에 숲 속은 조용하지는 않았다. 야산 어디에나 있는 아카시아가 한창 꽃가지 마다 무겁게 피어 있다. 잠잠하다, 벌떼 한바탕 잉잉 대고, 또 잠잠하다 잉잉 대고….
저 산 너머 멀리 어디선가는 축제 중인지, 와 하는 많은 사람들의 소리가 왕왕대어, 나중 보니 금오공대랑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인데 찾아 가는 길이 요리조리여서니 먼 시골 오지 중에 오지 마을인줄 알았더랬다. 쑥은 자랄 만큼 자라 있어 새순 돋는 곳만 손으로 꺾기 시작 했다. 똑똑 잘도 꺾어지어 금새 비닐 봉다리가 차올라 큰 바구니에 옮겨 담는다.
‘아, 요렇게 깨끗하니 지난번 보다 새로 다듬지 않아도 돼 일이 훨씬 수월 하겠구나! 토요일 날 쉬지 않고 지난번에 이어 쑥 뜯으러 함께 오는 남편이 참말로 고맙구나!’
행복한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운다. 풀밭에 자리를 깔고 가지고 간 점심 꾸러미를 푼다. 아침에 먹다 남은 것 그대로, 밥에다가, 김치, 멸치 볶음, 나물 무침, 과일 몇 쪽….
“우리 입맛 없을 땐 이렇게 소풍 나와서 먹을까요? 대충 싸온 도시락 맛이 꿀맛이네요, 꿀맛!” 남편도 따라 웃는다.
무슨 오월이 이렇게 더운지 뜨거운 햇살이 내리 쪼이고, 허리 아파 쉬며 쉬며 일해도 쑥은 바구니에 넘쳤고 햇살은 뜨거우니 “그만 갑시다아!” 소리 쳤다. 조금 내려가다 “산바람, 강바람이 산들바람 되어 공기 좋은 이곳에서 나물도 다듬고 좀 쉬다가 가요.” 했더니, 그늘에 자리 펴, 나는 쑥을 다듬고 남편은 쉬는 참에, 연습할 기회 적었던 섹스폰 연주를 합니다.
아! 오랜만에 남편의 연주곡을 듣습니다. 돋보기를 가져 오지 않아 악보가 잘 보이지 않아 대충 분다고 하지만 귀에 익은 찬송도, 가요도 그 서투름에 관계없이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어느 틈에 울 서방 토끼 풀꽃 반지 만들어 건네줍니다.
‘아!~ 내게 있어 이것이 사랑이고, 이것이 행복이구나.~~’
감사하고 감사하였습니다. 이런 즐거운 기분, 황홀한 기분을 아이들에게 자랑삼아 문자로 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