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세상 / 미래 적응기
김연희
1. 딸의 권유로 로봇청소기를 구매했다. 사용법을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어 사위를 불렀다. 사위는 앱을 설치해서 로봇청소기에 청소 구역과 청소 방법을 명령해야 한다고 상세하게 설명하였지만,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답답하였는지 아예 사위는 자신의 스마트 폰에 앱을 설치하고 로봇이 청소할 구역을 정하고 출입 금지구역을 입력해 주었다.
2. 딸은 “삶의 질을 높이려면 4대 이모를 잘 활용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청소 이모들인 것을 축하한다고 하였다. 4대 이모란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 스타일러’를 말한다. 로봇청소기는 매일 정한 시간에 먼지를 빨아들이고 물걸레 청소를 하고 걸레까지 스스로 세척을 하니 편리하다.
3. 식기세척기는 식기를 세척하고 소독까지 해 주고 빨래건조기는 빨래를 널고 걷는 수고를 줄여준다. 스타일러도 옷의 냄새와 먼지를 털어주고 구김을 해결해 주니 편리하다. 딸의 말대로 집안일을 이모들에게 맡기니 그 시간을 절약하여 휴식이나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으니,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4. 나는 가끔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변화되어 갈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미래학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미래에는 힘든 노동과 하기 싫어하는 일은 로봇이 대신해 줄 것이라고 한다. 일은 로봇에게 시키고 사람은 취미생활이나 재미난 일을 하면 된다고 한다. 인간의 수명은 줄기세포 등의 발달로 150살까지도 연장될 수 있다고 한다.
5. 어느 미래학자의 보고서에 의하면 2030년에는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다. 로봇이 비서가 되어주고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될 것이다. AI 비서가 최상의 수면 패턴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획해 준다. 아침이면 건강 필수 항목을 모니터링하고 외출할 때는 자율 차를 대기 시켜 줄 것이라고 한다.
6. 어떤 사람은 수년 전부터 인공지능 로봇을 그레이스라고 이름을 짓고 자기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그레이스는 20개국 언어를 사용하고 사람의 질문에 답하고 자료요청을 하면 자료를 분석해서 제공해 준다. 놀라는 표정과 슬픈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는 그레이스를 반려 로봇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로봇과 동거하고 대화하고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7. 이미 인간의 지능을 능가한 알파고가 나왔고 챗봇이 상담 해 주는 곳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사람이 타지 않은 화물차가 짐을 실어 나르고 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굴착기가 위험한 공사 현장에서 사람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 로봇이 주문받고 주문한 음식을 날라다 주는 것은 새로운 풍경도 아니다. 십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으나 현실이 되었다.
8. 고3 때 진로를 앞두고 미래의 세상을 탐색하던 기억을 회상해 본다. 그 시절은 주산으로 계산하고 타자로 문서를 만들 때였다. 그때 간간이 미래학자들은 “앞으로는 주산이 없어지고 컴퓨터가 모든 일을 하는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을 선도하려면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9.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기 의해 나는 컴퓨터 공부를 하기로 했다. 세상을 선도할 부푼 꿈을 안고 고액의 학원에 등록했다. 학원에는 컴퓨터라는 실물은 없었다.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교수가 사진으로 된 컴퓨터를 소개했다. 실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컴퓨터의 구조를 책으로 공부하고 명령어들을 외웠다.
10. 우리는 실물을 보기 위해 부산의 군수사령부에 갔다. 명분은 시험이었다. 전산실은 중앙처리장치라는 이름의 본체가 있는 방이 있고 지금의 키보드에 속하는 입력 실이 따로 있었다. 컴퓨터가 있는 방은 기온과 습도를 사계절 알맞게 맞추어 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11. 큰 교실 두 개만 한 방을 가득 채운 컴퓨터의 본체를 보고 우리는 그 크기에 놀랐다. 관계자는 수백 명이 할 일을 컴퓨터 한 대가 해 준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책상 위에 올릴 수 있는 컴퓨터가 생기고 20년 후면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컴퓨터를 책상 위에 올린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다.
12. 믿기지 않는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우리의 상상보다 세상은 더 많이 진화해 왔다. 집채만 한 컴퓨터는 책상 위에 올릴 수 있는 크기로 변했고 어디라도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이 나왔다. 지금은 컴퓨터의 많은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폰이 상용화되었다. 누구나 손안에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
13. 눈을 감고 지나온 세월을 더듬어 본다. 엄청난 변화에 숨가쁘게 적응해왔다. 앞으로의 세상은 또 얼마나 변화할지 가늠할 수 없다. 미래의 나는, 변화된 세상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지능형 로봇을 잘 작동하고 드론 택시를 자연스럽게 호출할 수 있을까. 기계치라고 하면서 간단한 조작조차 못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4. 앞으로의 세상은 로봇을 인생의 동반자로 의지하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 로봇을 가족으로, 친구로, 비서로 활용하려면 로봇을 잘 작동할 있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사용법을 몰라서 미래 사회에 부적응자로 남을 것이 뻔하다.
15. 지금부터라도 미래 사회에 적응력을 높이려고 노력해 보기로 한다. 스마트 폰의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해 보려고 노력하고, 챗봇과 자연스럽게 상담하는 습관을 들이고, 미래 사회에 관한 공부와 관심을 더 가져보기로 한다. 변화될 앞으로의 세상에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