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산은 대전 동구에 있는 600미터가 채 되진 않지만 대전에서는 최고봉이고 산정에 방송 수신 타워가 높이 솟아 있어 인근의 타지역의 높은 산에서도 식별할 수 있는 산이다. 또 넓고 가파른 언덕을 가져 대전 시내가 한 눈에 보이며 야경구경도 대전 최고적지가 아닐까 싶다. 차를 갖고 오르면 바로 그 광경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이유로 연인들도 많다. 그런 지형적 잇점을 살려 패러글라이더의 활공장으로도 이용되어 멋진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데 차로 바로 다다를 수 있어 등산로로는 부적절하여 대부분의 산객들은 세천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해 독수리봉을 찍고 쇠정골 삼거리 분기점에서 세천공원으로 하산하는게 일반적 코스이다.
오늘 그 코스에 구절사를 들러 내려오는 경로로 산행을 계획했다. 오르는 거리는 4.4km 거기서 구절사까지 500m를 갔다 와서 하산하는데 하산길도 거의 비슷하다.
날씨는 전형적인 온화한 봄 날이다. 미세먼지가 좀 끼어 시계는 썩 좋지 않다. 바람은 없어 햇볕이 고스란히 체온에 더해진다.
버스로 가는 길은 느긋해서 맘도 편해진다. 611번 버스가 유일하다.
10시 반에 새로 꾸민 세천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겨울에 묶였던 상춘심이 무장해제의 봇물이 터졌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이 곳을 찾았다. 단체로도 삼삼오오로도 산행대열은 제법 활기를 띈다. 계족산 다음으로 많이 와 봤지만 오늘은 정말 많이들 오셨다.
식장산은 평란산험 (?)한 코스다. 처음 삼사십분까지는 평탄하고 완만한 너른 길이라 왼쪽 계곡도 바라보며 우거진 숲길에 햇빛을 가려 여름에도 오르기 좋은 산일 정도로 경쾌한 길이다 약 이십여분 걸으면 첫 번째 사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은 쉼터와 운동기구가 설치 되어있다. 어차피 오르는 건 마찬가지인데 난 항상 직진한다. 오른쪽은 찻길로 통하니 패스.
두 번째 사거리는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고 그 다리를 건너면 계곡이 오른쪽에 있는데 그 길로 약 삼백미터쯤 더 오르면 계곡길이 있지만 또 패스. 직진과 좌회전중 많은 사람들이 직진한다. 여기서는 쉬어가는 타임이다. 막걸리도 한 잔하고. 여기까지가 평탄한 첫 번째 '평'과정이다.
이제부터 바짝 밭은 숨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너덜 길이라 고되다. 이십여분 여기를 난코스라 여긴다. 그래서 평 다음엔 '란'
계곡의 물소리도 순해지고 흐름도 완만하며 유량도 적은 곳을 지나면 길이 다시 흙길로 변하며 조용하고 순탄한 길이 나오면 이젠 산보하는 느낌이 난다. 이 곳이 '내길'이기도하고 산보의 '산'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 길 끝에 쉬어 갈만한 벤치가 있는데 햇살이 따사롭다. 경치가 보이는 벼랑이 있어 쉬면서 물도 먹고 여기도 막걸리 파는 곳이 있다. 여기서 좌우로 분기점이 있는데 우측은 식장산 가는 곳이고 좌측은 독수리봉으로 가는 길이다.
독수리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구간은 '험'이다. 십오분에서 이십분 끝까지 치고 오르기엔 숨이 할딱거릴 지경이다. 무릎을 집고 쉬든지 뒤돌아 보면서 여유롭게 걸어야 한다. 우측의 방송 수신 안테나를 바라보며 잠깐이나마 쉬는 것도 좋다. 이 곳까지 오르는 것을 축약하면 평•란•산•험이 된다.
독수리봉은 산정에 약간 너른 평지가 있고 평상이 하나 벤치가 셋이 커다란 나무 그늘아래 놓여 있어 식사나 간식 먹기에 유용하다. 높이는 586미터로 600미터에서 2미터가 모자란 식장산 정상보다는 낮지만 대전의 명목상 최고봉이라해도 과하지 않다. 가야산의 가야봉보다 석문봉이 실질적으로는 최고봉이듯이 말이다.
여기서 구절사는 700미터쯤 가야한다. 능선을 따라 가다가 오른쪽으로 가면 구절사다. 명성이 높은지는 모르겠으나 칠성각과 산신각이 절벽 끝에 걸치듯 세워져 매우 위태로워 보인데도 세월의 깊이와 뭔지모를 심오한 내공을 발산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철받침으로 보강하고 시멘트로 계단을 만들어 신비와 세월을 덮은 느낌이라 아쉽다. 절을 보는 풍경이나 절에서 건너편 서대산을 보는 광경은 마음이 푸근해져서 종종 들린다.
하산은 독수리봉을 돌아 깔딱고개를 우회해 구절사길과 연결된 너른 길로 내려간다. 경사도 완만해 편한 길이며 경치가 좋다. 옥천과 연결된 대전 끝동네 대별동도 보이고 대청댐도 꼬리를 감추지 못한다. 대별동은 대전에서 제일 유명한 연예인중 하나인 송중기가 태어난 곳아다. 태후 (태양의 후얘)로 군대 공백을 완벽히 메꾸고 도리어 입대 전보다 더 명성을 얻은 덕분에 이 동네도 주목받았다.
내려오면 삼거린듯 사거린듯한 곳이 나오는데 깔딱고개길 구절사길은 원래 갈래길에서 다시 이 곳에서 합쳐지고 직진은 쇠정골로 내려가는데 올라올때 첫 사거리길에서 합류하고 좌회전하는 세천공원길은 두 번째 사거리길에서 만난다.
여기서 내려가는 길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빠르게 걷고 밥 먹는 시간 없이 오르내리면 두 시간 반이면 왕복이 가능하고 천천히 쉬고 걷고 밥먹고 해도 한 시간 정도 더 보면 될 것이다.
식장산은 사계절 모두 나름의 컬러를 가진 산이다. 봄에는 벚꽃이 진달래가 피고 여름은 녹음이 드리워지는데다 시원한 계곡이 제법 많은 유량의 계곡물이 흘러 더위를 씻기 좋으며 가을엔 등산 초입의 붉은 단풍이 산객을 유인하며 눈 내린 겨울 산행으로도 추천할 만한 산이다.
적당한 높이에 충분한 운동량 부드러운 흙길이라 딛기가 편하고 산정에서 보는 풍광도 비록 남쪽의 반쪽면만 보이는 아쉬움도 없지않지만 결코 나쁘다고 얘기할 순 없고 막걸리 한 잔할 곳도 있어 쉬듯 놀듯 편안한 마음으로 구경할만 하고 내려 와서는 보리밥으로 식사하는 것도 제법 별미다.
대전의 동쪽에 치우쳐 근방에 사시는 분들이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공원에 주차장까지 시설을 보완해 대전 제1의 산이라 감히 얘기할 수 있다.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도 산악회등을 통해 구경오시는 걸 보면 제법 널리 알려진 것 같아 매우 기쁘다. 누가 대전 어느 산이 추천할만하느냐 묻는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이 산을 권할 것이다. 그래서 이 산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