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0일(토), 고교 총산악회의 제41차 정기산행으로 행해지는 속초 신선대 원정 산행에 우리(24회) 동기들 14인(남성 9인, 여성 5인)이 참석하였다. 총산의 정기산행에는 전세 버스 5대가 동원되었고 총인원 180명의 동문과 가족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신선대는 강원도 속초시 화암사의 위쪽에 위치한 중간 봉우리로 백두대간의 신선봉으로 가는 길에 있다. 산행길이 험하지 않고 신선대 바로 옆의 너럭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가 뛰어나 많은 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소이다. 전망대에 서면 남쪽으로 울산바위의 웅장한 모습과 멀리 대청, 중청, 소청까지 볼 수 있으며 동쪽으로 짙푸른 동해바다, 북쪽으로는 금강산의 희미한 자태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아침 7시반경 잠실벌을 떠난 버스는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교통 정체를 만나 거북이걸음을 하다가 화도를 지나서야 속도를 낼 수 있었고, 홍천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한 다음, 10시 40분경 목적지인 화암사 아래의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비가 약간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비는 오지 않고 하늘만 흐려 있었다. 대기 속의 습기가 초여름의 더위에 더해져 초장의 언덕길에선 제법 더위를 느껴야 했으나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더위를 식혀 주기도 했다.
10:42. 주차장에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계획은 신선대 옆 전망대까지 갔다가 우측으로 타원을 그리며 내려와서 화암사에 들른 다음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으로 오후 2시까지 돌아 내려오도록 집행부가 당부했다.
우리 동기 14인도 동문들 속에 섞여서 산행을 시작하여 아스팔트길로 한참을 올라가서 화암사 직전에 좌측 산길로 들어서서 언덕길을 올라갔다. 그러나 여성을 포함한 다섯 사람은 화암사는 구경하되 경로를 줄여서 산행을 하기로 하여 10인만 정상까지 올라갔다. 초장 길은 제법 경사가 가팔라서 힘이 들기에 두어 번을 쉬고 수바위에 도착하였다.
(수바위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옛날 화암사의 스님들이 이 바위에 있는 작은 구멍에 지팡이를 넣어 세 번 흔들면 그 날 먹을 쌀이 나왔다고 하는데, 어느 날 객승이 더 많은 쌀을 받고자 지팡이를 넣고 여섯 번 흔들었더니 구멍에서 피가 나오고 이후로는 쌀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래 그림 참조] 비슷한 전설이 울산 가지산의 쌀바위에도 전해 온다.)
수바위 앞에서 잠시 쉰 다음 조금은 덜 가파른 길을 올라가서 신선대에 도착하였다.(11:51) 큰 바위 위에 작은 바위들이 수직으로 서있는 장소인데 더 나은 경치를 보기 위해 신선대를 두고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가보니 곧 거대한 너럭바위가 나오고 그 위에서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하였다.(11:57) 오늘의 목적지인 셈이자 최고의 전망처이다.
거대한 울산바위가 눈앞에 펼쳐지고 그 뒤로는 저 멀리 대청, 중청, 소청의 봉우리들이 손짓한다. 눈을 우측으로 돌리면 백두대간의 능선위로 신선봉이 보이고 더 북쪽으로는 금강산 주변의 산들이 희미하게 보이고 동해바다가 뿌연 운무 속에 펼쳐져 있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인 수평선은 뿌연 시야 속에서 구별이 되지 않았다. 주변의 수려한 경치를 고려하면 정말 신선이 내려와서 놀던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신선대가 신선들의 놀이터일진대 우리도 잠시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이 절경을 오래 추억하기 위한 기념사진을 찍고 바위 아래 자리잡고 식사를 했다. 각자 가져온 음식을 내놓고 맛있게 먹으며 소주 한 병도 한 잔씩 나누어 마셨다.
12:40, 전망바위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식사까지 한 후에 하산을 시작하였다. 바로 밑의 신선대로 내려와서 삼거리에서 좌측 길을 잡아서 내려가는데 여태까지 숲을 이루던 소나무 숲이 참나무 숲으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계곡에 내려오니 시내가 흐르고 길이 넓어지더니 화암사에 도착하였다.(13:25)
화암사는 시설물과 건물들이 새 것이 많은 점으로 보아 지금 사세가 한참 떨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경내를 한참 살펴 본 후에 큰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부도 탑이 모여 있는 장소와 일주문을 지나서 출발지인 주차장에 도착하였다.(14:05)
원래 집결시각인 14시에서 30분이 지나서 버스를 타고 오늘 제2의 장소인 외옹치항으로 떠났다. 외옹치항과 속초해수욕장 사이의 바닷가길(해파랑길)을 걷기로 정했었는데 주차사정이 안 좋고 시간의 압박 때문에 모두에게 자유시간을 주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해수욕장입구에 내려서 자유로이 바닷가로 나가서 경치를 즐길 수 있었다. 바닷가에 방치된 철조망에 걸린 전쟁 관련 패널들이 인상적이었다.(아래 사진 참조)
16:00, 하루 일정을 다 마치고 연회장소인 미시령 가는 길 옆의 두부마을에 있는 “옛고을순두부”집으로 갔다. 180인이 큰 홀에 모여서 무사산행을 자축하고 두부전골을 안주로 하여 즐겁게 먹고 마셨다. 음향장치가 시원치 않음을 무릅쓰고 총산회장 이하 대표적인 동문들의 인사와 건배사가 있었다.
오후 5시반경 즐거운 연회를 끝내고 음식점을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의 홍천휴게소에서 잠시 쉰 후 아침과는 달리 교통 혼잡에 시달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운행하여 밤 8시가 조금 지나 아침에 출발했던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금강산 가까이에서 잠시나마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즐겁게 산행한 하루였다.
(180인의 많은 인원이 모여서 무사히 산행하도록 용의주도하게 원정산행을 계획하고 무사산행으로 성공시킨 집행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후기 -
총산의 정기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산행을 반추하는 시를 하나 썼다.
[신선대에서 신선이 되다]
여긴 설악 아닌 금강 초입
금강산 화암사이다
삼각산 정기 받은 건아들
신선대까지 높이 올랐다
신선들 즐기던 경치
우리도 오늘 혜택 누리네
불끈 솟은 울산바위
아련하게 먼 대청봉
짙푸른 동해를 향해
시위하는 해금강
과연 이곳은
신선들의 고향
금수강산의 정수로다
신선대야 전망대야
대저 진리는 높은 곳에 있느니
우리를 더 높은 창공으로 올려다오
울산바위마저 까맣게
내려다 보이도록
우리 발길도 가볍게
설악을 넘어
금강산도 지나
백두산까지
전진하도록 길을 열어다오
오늘 180인
많기도 하다
산행의 벗으로 뭉쳐
전설이 될
산행 하나를 연출했다
삼각산의 후예들아
한국의 산은 너희 것
인생은 짧고
산은 많거늘
오르고 올라서
네 것으로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