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성 교수의 중문학/문화연구 공부방

광인일기     광인은 황당하고도 말도 되지 않는 일기를 쓴다. 아래의 글은 광인의 시점에서 서술한 것이다.이웃집 개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고, 이웃집 영감이나 꼬마들까지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쓴다. 사람들이 나를 잡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형도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재앙이 무서워 직접 죽이는 것이 내키지 않아 내가 스스로 죽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본다. 그들은 모두 사람을 먹는 식인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식인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들에게 말한다. “당신들 지금 바로 고쳐야 해. 진심으로 고쳐야 해. 앞으로는 식인을 하는 사람은 세상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들은 알아야 해...” 여동생이 다섯 살에 죽은 이유도 식인을 하는 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동생이 죽은 후 어머니가 계속 울자 형은 어머니더러 그만 울라고 했다. 자기가 잡아먹었으니 어머니가 계속 울면 마음이 좋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모르겠다. 큰 형이 부모가 병이 나면 자식으로서 살을 한 점 도려내 삶아서 드시게 해야 훌륭한 인간이라고 말했다는 데서 형이 식인인 게 맞다고 본다. 여동생이 죽었을 때 형이 음식에 섞어 내게 몰래 먹이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여동생의 고기를 몇 점 먹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사천 년 식인의 이력을 지닌 나,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았다. 진정한 인간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마지막 일기는 식인을 해보지 않은 아이가 혹시 아직도 살아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라...!   1918년 4월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은, 루쉰이 신해혁명 직후 38살이 되던 해에 신청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피해망상광의 일기 형식을 빌려 주위 사람이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다는 강박관념을 줄거리로 하여, 중국의 낡은 사회, 그 중에서도 가족 제도와 그것을 지탱하는 유교 도덕의 위선과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있다. 또한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까지 삼켜버리는 구사회의 역사적 중압에 대한 인식, 그 중압을 허물어 버리려는 소망을, 어린이를 구하라는 호소 속에 담은 작품이다.   식인, 봉건적 관습이나 예교를 비판하는 행위라고 본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고수하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식인이라는 비유를 통해 그 잘못됨을 조금은 극단적이고 직선적인 ‘식인’ 에 비유하여 말한 것이라고 본다. 미친사람, 광인은 광인일기에서 진정한 광인은 피해망상증인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미친 사람으로 보는 그 주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진짜 광인의 모습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 사회에서의 진짜 광인은 누구인지, 우리 모습이 식인자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서 글에서, ‘지금 당장 고쳐라’ 는 식인을 비유로 하여 의식 변화를 간구한다. 현재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그 변화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을 구하라’ 는 이 세대의 악행으로 인해 다음세대의 주역인 아이들이 피해 받지 않게 올바른 세계에서 살게 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는 식인문화가 당연시되는 사회상을 폭로하면서 현 시점에서는 해결이 안 될 것이니,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부터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르치고 구제해야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어느 시대나, 어느 사회에서든 아이들은 발전가능성을 지닌 희망으로 그려진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말로 마무리 지음으로서 마지막 희망을 갖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단순히 한 미치광이의 일기로만 생각했었는데, 과제를 하면서 처한 상황에 따라 남들에게 보여 지는 모습이 광인이 될 수 도 있고 정상인이 될 수 도 있고, 또한 내 스스로가 그 여건 속에서 동화되어 묻힐 수도 있고, 분리되어 이탈자의 모습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미친 세상을 살아가려면 미친 척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이는 정신병원에 관련된 책을 읽고 알게 된 구절이다. 미친 척 하지 않고서는 미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으니 미친 척 하고 정신 병원에 들어와 그 속에 있는 사람들끼리 조용히, 고요하게, 편안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 광인일기를 읽고 자연스럽게 내가 과거에 읽었던 책과 연관이 지어졌다. 만약 내가 주인공이 살았던 식인문화의 시대에 있었더라면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루쉰은 그 당시 다른 지식인들은 생각지 못한 정신적인 내면의 계선과 계몽을 주장하며, 인물 간의 관계보다는 인물의 의식의 흐름을 중심으로 보게 하였다. 그것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잘못된 사회상을 비판하며 바로잡으려 하는 것을 보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를 중국의 진정한 문학가로 손꼽는지 알 수 있었다. 소설 자체로는 소재가 다소 특이한 단순한 일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소설 본연에 자리 잡은 모습은 간직하고 자신의 뜻을 강하고 분명하게 녹여낸 것이 이 광인 일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