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과 올리브 향과 각종 공방에서 새어 나오는 냄새가 뒤섞인 이곳만의 독특한 향취에 취해서 거리를 걷다 보면 중간 중간 눈에 띌 듯 말 듯한 작은 나무 간판들이 흙벽에 붙어 있다. 페즈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들의 간판도 예외는 아니어서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허름한 외부의 모습과는 다르게 꼬불꼬불한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고급 레스토랑은 모로코 특유의 화려한 인테리어 장식들로 꾸며져 있어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아랍풍의 타일 장식과 전통의 기하학적인 문양들로 꾸며진 벽면 그리고 화려한 문양의 식탁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에스닉한 분위기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모로코에서는 손님을 접대할 때 가장 먼저 내놓는 것이 민트 차인데, 우리의 녹차나 보리차쯤 되는 기호품이다. 깻잎 비슷한 새파란 초록색의 민트 잎을 한 움큼 넣어서 우려낸 민트 차는 싸한 맛과 향기가 그만이다. 메뉴는 주로 모로코 전통 음식인데 레스토랑에 따라서는 프랑스 요리나 이탈리아 요리를 취급하는 곳도 있다. 모로코 전국에 걸쳐서 가장 일반적인 전통 요리는 타진(Tarjin)이다. 닭고기와 강낭콩 등을 넣어서 끓인 찌개 요리로 맛이 담백하고 영양가가 풍부해서 모로코인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영양식이다. 그러나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대부분의 일반 서민들에게 있어서 고급 레스토랑은 웬만해서는 갈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소수의 사람들만이 드나드는 것이 현실이다.
페즈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골목 이곳저곳에 있는 간이매점에서 샌드위치와 과일 주스로 식사를 해결한다. 휴식 시간에는 민트 차와 하시시(대마초 비슷한 긴 담배)로 피로를 달래기도 한다. 페즈의 구시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4층 건물의 레스토랑 팔라이스 드 페즈 다르 타지(Palais de f럖 dar tazi)의 옥상 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차도르를 두른 여종업원이 다가와서는 좀체 알아들을 수 없는 아랍어로 말을 건다. 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걸 알아 차렸는지 이내 그녀는 손짓으로 내 가슴 주머니에 꽂힌 볼펜을 가리키며 자기에게 줄 수 없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얼떨결에 뽑아서 건네자 그녀는 ‘생큐’를 연발하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머무는 며칠 동안 종종 이런 일을 겪었는데 나중에는 여분으로 가져온 볼펜마저 다 줘서 마지막 한 자루는 가방에 숨겨야 할 판이었다. 아마도 학용품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사흘 동안 골목길을 헤매 다녔어도 좀처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도시 페즈를 겨우 뒤로하고 마라케시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예의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과 올리브 숲들이 간간이 낮잠에서 깨어나도 똑같은 모습으로 펼쳐졌다. 모로코 왕국의 옛 수도이자 모로코 3대 도시 중의 하나인 마라케시는 1년 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도시이다. 이 도시의 상징인 자말 엘프나 광장은 이 도시의 역사와 생활을 남김 없이 고스란히 펼쳐 보인다. 코브라 공연꾼에서부터 사람들을 모아놓고 옛날이야기나 신화를 들려주는 만담꾼까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들이다. 모로코의 원주민인 베르베르인들의 전통 공예품 등 갖가지 진귀한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니 이내 허기가 돈다. 이 광장 주변에 마치 왕궁을 연상케 하는 전통 레스토랑이 있다는 호텔 직원의 말을 듣고 온 터라 찾아보았다.
자말 엘프나 광장 한 켠에 자리 잡은 전통 레스토랑 ‘알 바라카(Al Baraka)’는 마라케시를 대표하는 고급 레스토랑 중의 하나이다.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아랍식 건축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고, 넓은 야외 테라스와 마치 왕궁의 연회장을 연상케 하는 실내 홀들의 화려함은 압권이다. 18년간 영업을 해 오고 있는 이곳에서는 3종류의 코스 요리와 단품 메뉴를 통해서 타진은 물론 가재구이 요리, 쿠스쿠스 등의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사 도중에는 전통 북 공연과 민속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곳 외에도 자말 엘프나 광장에서 멀지 않은 시내 곳곳에는 모로코 특유의 분위기를 더불어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많다. 주변의 조각상과 짙게 우거진 녹음이 상쾌한 빌라 로사(Villa Rosa), 고전적이고 에스닉한 분위기의 극치를 이루는 라 로톤다(La Rotonda) 등 모두가 신비로운 모로코의 멋을 한껏 느끼게 한다. 때로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도 어디 이처럼 아름다우랴 싶을 정도다. 허름한 골목길 속에 숨어 있는 레스토랑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즐거움은 모로코에 머무는 동안 언제나 나를 들뜨게 했다. |
북쪽의 겨울날씨는 춥고 습하지만, 해안쪽 기후는 일년내내 여행하기 좋은 편이다. 저지대는 10월에서 4월사이가 선선해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좋다. 이 때는 낮기온이 30'c 정도로 따뜻하거나 약간 더운 정도이고 밤기온은 15'c 정도로 선선하거나 약간 쌀쌀한 정도이다. 고지대는 방한복이 필요하다 구릉지쪽으로 여행을 간다면 스키시즌이 12월부터 3월까지이므로 염두에 두는 것도 좋다. 6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의 성수기에 도보여행을 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식민지시대 4번째로 세워진 도시인 라바트는 오랜 역사와 고도로 현대화된 현재가 흥미롭게 섞여있는 도시이다. 라바트는 그 당시 술탄이 카스바요새를 대 스페인전에서 기지로 사용했던 12c에 가장 영광을 누렸다. 라바트의 볼거리는 이 당시에 세워진 것들이다. 17c초에는 스페인에서 쫓겨난 회교도들의 은신처이다가 프랑스 점령이후 수도가 되었기 때문에 라바트의 분위기는 이슬람과 유럽의 것이 거의 동등한 비율로 섞여있다. 회교사원이 하나 있으면 그 주위에 유럽식 까페가 서너곳 있는 정도이다.라바트인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돈버는 일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시장통을 한가롭게 구경할 수 있다. 라바트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뚜르 하산(Tour Hassan) 이라고 하는 야쿱 알 만수르(Yacoub al-Mansour)가 착공한 회교사원의 미완성 첨탑이다. 공사는 1755년 지진으로 중단되었다. 그 옆에는 현왕의 아버지인 모하메드 5세의 능이 있다. 대서양을 바라보는 방파제위에 세워진 카스바 데 쥬다이아(Kasbah des Oudaias)안에는 전에는 궁이던 전통예술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도시 경계벽 너머에는 옛도시 살라(Sala)의 자취가 남아있다. 쉘라(Chella)라고도 알려진 이 도시에는 모로코 최고의 고고학박물관이 있다. 명소인 중앙공원- 쟈댕 뜨리앙글 드 뷔(Jardins Triangle de Vue)와 중앙철도역 사이에는 라바트의 호텔와 식당이 밀집해 있다. 이곳의 까페와 바들은 맥주, 카밥, 피자, 올리브, 아이스크림등을 판다. 모하메드 5세 국제공항이 도시 동쪽으로 위치해 있고 셔틀버스가 많이 운행된다.
모로코로 가는 길
카사블랑카, 탄제르, 아가디르에 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에 유럽, 아프리카, 중동과 잘 연결되어 있다. 자가용 운전도 가능하다. 스페인의 알제리카스(Algericas)와 탄제르, 세우타사이를 운행하는 배가 차도 운송하기 때문이다. 지브롤터에서 탄제르까지 주 2회 선박여행도 가능하다.
만약 시간은 급하고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것도 모로코 곳곳을 둘러보기에 좋은 방법이다. 오삐스 나쇼날 데 슈맹 드 페(Office National Des Chemins de Fer) (ONCF) 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현대화된 철도 시스템을 운행해 모로코내 주요도시 거의를 연결한다. 밤여행에는 침대차가 제공되므로 대체로 버스보다는 기차가 안락하고 빠르다. 열차는 남쪽 마라케쉬까지 운행된다. 그렇다고 해서 버스가 기차를 놓쳤을 때 마지못해 타는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다. 버스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잘 연결되어 있고 효율적이다. 렌터카는 결코 싸지 않지만 영세업자와는 흥정도 가능하다. 기름은 어디서든 넣을 수 있는 편이다. 명심할 것은 도로 곳곳에 경찰이 있고 도로봉쇄도 잦다는 점이다.조금 큰 도시는 공공버스가 있고 표는 2 덜햄 정도이다. 주요도시나 조금 큰 마을에서는 작은 택시를 쉽게 볼 수 있다. 택시는 승객 3명까지 태우도록 허가가 난 것이며 일사병이나 거리의 사기꾼들로부터 피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글_ 신발끈여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