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단지를 재건축할 때 증가한 용적률 25%를 임대아파트로 짓도록 하는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방안을 마련함에 따라 강남 재건축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재건축 아파트 가구당 추가비용 부담이 최고 1억 원 이상 늘어나 일부에서는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재건축조합들은 이번 조치에 강력 반발하는 한편 소송 집회 등 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다.
◆ 어떻게운용되나
재건축조합은 지금처럼 소형 평형 의무비율에 맞춰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하지만 일반분양을 할 때 재건축으로 증가한 용적률 25%(연면적 기준)에 해당하는 주택을 지방자치단체에 표준건축비로 분양해야 한다. 임대아파트 동을 별도로 짓지 않고 일반아파트와 함께 지어 추첨을 통해 동ㆍ호수를 배정하기 때문에 나머지 주민들은 임대아파트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된다.
지자체는 표준건축비만 내고 임대아파트를 분양받아 기존 세입자 등 서민을 대상으로 입주민을 선정하게 된다. 임대료는 국민임대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관리비는 입주민이 부담해야 한다.
대상은 법시행 후 관리처분을 받은 단지다. 따라서 사업승인을 받았더라도 법 시행 전 일반분양을 하기 전단지는 모두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 재건축 수익성 악화
늘어난 용적률 25%만큼 임대아파트를 짓기 때문에 용적률 증가가 낮은 단지는 영향이 적은 반면 저밀도지구나 개포 고덕 등 택지지구 재건축단지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은마아파트보다 잠실이나 개포지구가 더 큰 충격을 받는다는 얘기다.
한국감정원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2단지,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경기 광명 하안주공 1단지 등 서울ㆍ경기지역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를 조사한 결과 개발 이익환수제로 조합원 부담금이 가구당 7,593만~1억 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형 평형 위주로 돼 있는 계획을 소형 평형 위주로 바꾸지 않으면 일부 조합원은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없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개포 주공2단지는 용적률 증가로 인한 증축면적이 3만2400평 정도며 이 중 25% 인 8100평이 임대아파트용으로 환수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계획된 평형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1300가구밖에 지을 수 없어 100가구 조합원은 아파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잠실 주공5단지는 증축면적 10만9900평 대비 25%인 2만7400평이 임대아파트용으로 환수되면 해당 조합은 4110억원 규모 손실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조합원들은 가구당 1억 이상씩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 조합 반발
사업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건축조합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재건축조합은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높인 것을 비롯해 각종 규제로 가뜩이나 사업추진이 어려워진 상태인데 추가로 규제책을 내놓는 것은 지나치다는 분위기다.
이영수 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조합장은 "정부규제에 대한 조합원 반발이 매우 심하다"며 "소송을 비롯해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설명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사업을 빨리 진행해 일반분양까지 마무리한 단지들은 높은 용적률을 받아 수익을 키웠는데 이제 와서 새로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에는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방안으로 용적률 증가분의 25%에 대한 임대주택 건설 의무화 방안이 확정될 경우 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사실상 ‘올스톱’될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장에 따라 차이야 있겠지만 늘어난 가구수의 4분의 1을 임대주택으로 건설할 경우 그만큼 일반분양이 줄어들어 재건축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이 수천만 원 이상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재건축아파트는 조합원조차 입주가 어려운 ‘마이너스 재건축’ 현장도 나타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 조합의 민원제기, 헌법소원 등 사회적인 파장과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재건축 시공을 수주한 건설업체들도 사업지연과 재건축불가 등으로 이미 투입한 투자 비용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2일 전문가들은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방안에 대해 단기적인 집값을 잡는 데는 효과를 보겠지만 사유재산을 국가가 환수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파장을 우려하고 주택공급 축소에 따른 장기적인 집값 불안을 예상했다.
◇수익성 급락 얼마나
한국감정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2단지’의 경우 재건축시 증축면적(3만2400평 예상)의 25%인 8100평이 임대주택 건설용으로 환수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강남권 아파트 평당 분양가(1500만 원선)로 계산할 경우 해당 조합이 모두 1215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 아파트의 조합원이 1400가구이므로 가구당 추가부담 비용은 8,678만 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경기 광명시 하안주공본1단지의 경우 25%에 해당하는 8900평이 환수될 경우 조합에 1701억원(평당 분양가 900만원 기준)의 손실이 발생하고 이를 조합원(2240가구) 수로 나누면 가구당 7593만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결국 수도권과 서울 강북보다는 분양가가 비싼 강남지역 재건축 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되고 중층 재건축 단지보다 연면적이 크게 늘어나는 저층단지의 재건축이 물 건너갈 전망이다.
◇재건축 시장 마비 우려
조합원 분양권 전매금지, 소형평형 의무비율 강화, 80% 시공 후 분양 등에 이어 메가톤급 대책시행이 예고됨에 따라 재건축 시장이 마비될 정도의 사회적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가 시행될 경우 재건축 아파트값 가격급락과 잇따른 사업중단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국감정원 곽기석 단장은 “마이너스 재건축 사업장이 나타나는 등 사회적인 파장이 예상된다”며 “사유재산을 국가가 환수한다는 것은 위헌적 소지가 있어 실제 시행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저층 재건축단지의 경우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이들 지역의 슬럼화가 우려되고 재건축을 하더라도 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입주민간 위화감 조성 등으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자료원:매일경제 2004.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