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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
[목차 1] 풍운의 낙양성
[목차 2] 어처구니없는 죽음
[목차 3] 본의 아닌 싸움
[목차 4] 초야의 묘지
[목차 5] 살인청부
[목차 6] 위장
[목차 7] 꿈에서 깨어나니
[목차 8] 천하 일색 때문에
[목차 9] 괴성의 주인공
[목차10] 녹의의 묘녀
[목차11] 공동묘지를 찾은 세 사람
[목차12] 강시괴인
[목차13] 인간 부호
[목차14] 위기즉면
[목차15] 공주에서 들려 온 소리
[목차16] 흑마왕의 정체
[목차17] 소녀 잔양신공
풍운의 낙양성
이때 묘녀는 돌연 백발노파의 품 속에 파고들었다.
"할머니, 독문단(毒蚊丹) 두 알만 주세요. 저는 그걸 이분들에게 주기로
약속했어요."
백발노파는 왼손으로 묘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상하게 말했다.
"수아야, 이분들은 누구냐? 무엇 때문에 독문단을 주겠다고 약속을 한 거
지?"
묘녀는 어리광을 부렸다.
"할머니, 이유는 묻지 마세요. 제가 이미 약속을 한 것이니 꼭 주어야 돼
요. 할머니 빨리 주세요, 네?"
백발노파는 묘녀를 애지중지하는지 그녀의 말에 연신 대답했다.
"그래, 그래라......암 주고 말고."
말을 하면서 백발노파는 품 속에서 흰 자기 병을 꺼내 빨간 단환 두 알을
쏟아 묘녀에게 주었다.
묘녀는 단환을 받자 곧 몽천악에게 내밀며 상냥하게 말했다.
"이 독문단을 잡수시고 곧 이곳을 떠나도록 하세요."
몽천악은 단환을 받자 사의를 표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 묘녀는 백발노파
의 손에 끌려 그 외눈박이 남녀와 함께 정원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몽천악은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조전신과 각기 독문단 한 알씩을 삼켰
다. 독문단이 입 안에서 녹자 향긋한 냄새가 입 안에 퍼지면서 정신이 번
쩍 들고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때, 조전신은 몽천악의 손을 끌고 발길을 돌렸다.
몽천악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바로 이 객잔의 방 하나를 빌리는 거네."
이렇게 하여 몽천악과 조전신 두 사람은 마침내 만흥객잔에서 묵게 되었
으며 그들이 묵는 방과 묘녀 등이 묵고 있는 곳과는 정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조그만 별채에는 동서 양쪽으로 방이 있었고 중간은 아담하고 조그만 객
청이 있었다.
이때, 조전신은 잠시 객잔을 떠났고 방안에는 몽천악 혼자 남아 있었다.
밤새껏 시달리고 나자 몽천악은 밀려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해 막 잠자리
에 들어 눈을 붙이려고 했다.
돌연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인영이 번쩍하며 어느 틈에 문 앞
에 백의의 서생 한 명이 서 있었다.
몽천악은 흠칫하며 고개를 들고 물었다.
"누구를 찾습니까?"
이 백의의 서생은 극히 영준했다. 칼날 같은 눈썹에 맑고 큰 두 눈, 오뚝
솟은 코와 윤곽이 뚜렷한 붉은 입술, 관옥 같은 얼굴, 정말 여인들의 마음
을 설레게 할 미남자였다.
그는 손에 부채를 들고 있었으며 등에는 장검 한 자루를 메고 있었다.
백의의 서생은 두 눈에서 번개같은 빛을 쏘아대며 몽천악을 훑어보고 입
가에 오만한 냉소를 흘리며 드높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귀하가 잔결서생이오?"
몽천악은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소이다. 무슨 일이 있으시오?"
"소생은 용오운이라 하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몽천악은 이 뜻밖의 불청객에게 의혹과 기이함과 놀라움이 있기는 했으나
짐짓 환영하는 소리로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어서 들어오십시오."
백의의 서생 용오운은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객청 한가운데 있는 있는 의
자에 가서 앉았다.
몽천악은 차를 권하면서 물었다.
"용형께서는 소생을 찾아 오셨소?"
백의의 서생 용오운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소생은 몽대협에게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찾
아왔습니다."
몽천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예, 처음 뵙는 몽대협에게 이런 말씀을 드려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몽천악은 가볍게 웃었다.
"천만의 말씀이오, 나는 천애를 이웃 같이 사해를 형제 같이 생각하고 있
는 사람입니다."
백의의 서생 용오운이 돌연 음성을 낮추었다.
"몽대협, 소생이 말씀 드리려는 것은 몽대협과 묘가수와의 관계에 대해서
입니다."
"그 묘녀 말입니까?"
용오운은 미소를 지었다.
"듣자하니 몽대협께서 그녀의 시위라고요?"
몽천악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
"용형은 왜 그런 것을 묻습니까?"
백의의 서생 용오운은 건성으로 웃었다.
"저는 몽대협이 그녀의 시위인가 아닌가를 알고 싶습니다."
몽천악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정녕 묘가수의 시위가 아니시라면 무엇하러 이곳에 남아 위험을 당하고
계십니까?"
몽천악은 얼굴에 미소를 떠올렸다.
"내가 이 객잔에 묵는 데 무슨 위험을 당한단 말입니까?"
용오운은 정색했다.
"많은 무림 고수들은 몽대협께서 이미 묘가수와 손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몽대협께서 이곳에 계시면 중인들의 과녁이 됩니
다."
몽천악이 돌연 물었다.
"귀하는 무형장 무성과 같은 사람이오?"
"그렇습니다. 무성영감은 소생 휘하의 일개 대장이오."
그 말에 몽천악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형장 무성이 이 사람의 수하라니? 그렇다면 이 용오운이란 자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무형장 무성은 이미 사십여년 전에 무림에 그 명성을 떨친 대인물인데 아
직 나이 어린 용오운의 수하라니.......
이렇게 보면 백의의 서생 용오운의 내력은 대단한 것이 분명하리라.
몽천악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귀하는 묘가수에게 복수를 하시려는 겁니까?"
용오운은 가볍게 웃었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소."
"보아하니 묘가수는 만만한 존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녀의 신
변은 기인 고수들이 옹호하고 있는 모양이니 꽤나 심기를 써야 될 것 같
습니다."
용오운은 건성으로 웃었다.
"바로 그런 점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몽대협을 찾아와 우리의 시비
에 말려들지 마십사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몽천악은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이 몽천악은 은원이 분명한 사람입니다. 나는 은혜가 있는 분
에게는 은혜를 갚을 줄 알고 원한이 있는 자에게는 역시 그 원한을 갚아
야 직성이 풀리지요. 저와 아무 구원이 없는 일엔 절대 간섭을 하지 않겠
습니다."
"하하하, 몽대협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럼 소생 안심하고 물러가겠습
니다."
그는 말을 마치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일어나 포권의 예를 취하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
몽천악은 백의의 서생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저 용오운이란 자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첫인상은 별로 탐탁치
않은 인물 같은데 그가 정녕 무서운 대인물이란 말인가.....?"
그때 마검신군 조전신이 밖에서 들어왔다.
조전신은 객청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물었다.
"몽노제, 누가 왔었는가?"
"의혹과 신비에 싸인 불청객 한 분이 다녀갔습니다."
"어떤 사람인데?"
"대개 스물여덟 정도 되어 보이는 백의의 서생인데 자칭 용오운이라고 하
더군요."
순간 조전신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용오운? 서역에 이름을 떨친 옥안서생(玉顔書生) 용오운이란 말인가?"
몽천악은 옥안서생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물었다.
"조방주, 그는 가공할 만한 인물인가요?"
조전신은 침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몽노제는 그 옥안서생 용오운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그는 이미 심팔년
전 옥안서생이란 이름으로 서역을 진동시킨 일이 있던 사람일세......"
몽천악은 깜짝 놀랐다.
"십팔년 전이오? 그는 이제 겨우 스물여덟쯤 되었겠는데, 그럼 그가 열
살 때 무림을 진동시켰단 말입니까?"
조전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네, 비록 나이는 젊게 보이나 그는 이미 마흔이 넘었을 것이네. 그
러나 그는 진기한 영약인 천년 묵은 하수오를 복용하였기 때문에 젊음을
유지할 수 있어 이십대의 젊은이로 보이는 것이네. 더구나 그는 용모가
워낙 준수하여 옥안서생이란 별호를 얻게 된 것이네."
몽천악은 그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하에 그런 불로 장생 할 영약이 있단 말입니까?"
"조금 전 나는 폐방의 낙양 분타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나는 이 낙양성에
천하 각지의 고수들이 운집하여 곧 경천동지할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미를 느꼈네."
몽천악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용오운이 하던 말을 생각해보니 무림의 고수들이 낙양성에 운
집한 것은 그 묘가수 때문일 가능성이 짙군요."
몽천악은 조금 전, 옥안서생 용오운이 한 말을 그대로 얘기했다.
조전신은 조용히 듣고 나서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몽노제, 우리는 지금 흑마왕 하나도 힘에 겨운 판이니 구태여 옥안서생
의 원수까지 될 필요가 어디 있겠나?"
"묘가수는 우리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데 그녀가 당하는 걸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조전신은 침중하게 말했다.
"몽노제, 우리가 누구의 암산으로 폐혈문에 물렸는지 물렸는지를 생각해
보았나?"
"흑마왕이 아닙니까?"
조전신은 고개를 저었다.
"흑마왕이 아니고 묘가수일 것이네."
"묘가수는 우리와 아무 원한도 없는데 어디에 근거를 두시고 하시는 말씀
이십니까?"
"만약에 흑마왕이 우리를 암산했다면 고작 폐혈문 몇 마리로 끝나지 않았
을 뿐만 아니라 또한 묘가수가 우리를 구해주도록 그냥 두지도 않았을 것
이네. 지금 낙양에는 수많은 무림 고수들이 묘가수를 목표로 삼고 운집해
있으므로 묘가수등은 이미 사면초가에 처해 있네.
비록 그녀에게 백발노
파와 두 애꾸 남녀 고수가 있다고는 해도 옥안서생 용오운 등의 고수들을
당해 내기는 힘든 노릇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그 교활한 묘가수는 우리
두 사람의 뒤를 밟아 폐혈문을 방출하여 암산을 한 뒤 우리에게 그녀의
시위가 되라고 협박을 하게 된 것이네, 어떤가? 내 말이 틀렸다고 보나?"
몽천악은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조방주께서 흑마왕이 우리를 암산한 것이란 말씀을 안했다면 저도
그렇게 추측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묘가수가 정
말 폐혈문을 방출하여 우리를 해치려 했건 안했건 그런 것은 조금도 마음
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조전신은 침중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가 오늘 이곳 낙양성에 머무는 목적은 팔검비상 진삼청의 소식을 알
기 위해서이네. 그런데 묘하게 묘가수와 옥안서생 용오운 두 파의 싸움을
보게 되었군. 그러나 몽노제가 용오운에게 은원이 없는 일엔 개입하지 않
겠다고 했다니 우리는 그저 옆에서 구경이나 하세."
몽천악이 돌연 물었다.
"조방주, 저는 지금 극히 의혹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림도상에 정말 흑마
왕이란 인물이 존재하고 있습니까?"
"몽노제가 그 일에 대해 의혹을 품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현 무림도상에
서 흑마왕이란 이름 석 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네.
무아진교 사람들이 무림을 휩쓸고 있으나 그들 하나 하나가 도저히 추측
할 수 없는 신비한 인물들이기 때문일세."
몽천악이 물었다.
"조방주께서는 그 흑마왕에 대해 네 명의 가상(假想) 인물을 꼽으셨는데
그 네 명이 누구입니까?"
조전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네 명의 의심이 가는 자는 팔검비상 진삼청, 절진신의 윤천초, 옥안
서생 용오운 그리고 독비절도 유기 등일세. 왜냐하면 그들의 무공실력으
로 볼 때 능히 흑마왕의 이름을 감당할 만하기 때문이지."
몽천악은 그 말을 듣자 가볍게 놀라며 물었다.
"조방주께선 귀방의 부방주인 독비절도 유기까지 용의자로 보십니까?"
조전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네, 나에게는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일세. 유기는 비록 폐방의 부
방주로 있기는 하지만, 그의 행동이라든가 무공, 기지 등등 충분히 흑마
왕이 되고도 남을 조건을 갖추고 있네."
몽천악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조방주께서 지목하신 네 분에 대해 저는 잘 알지 못해 의심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윤천초란 사람도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으므로 그 생
김새도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의심하겠습니까?"
"흑마왕의 정체가 드러날 시각도 이제 멀지 않았네. 왜냐하면 그가 두려
워하고 염려하던 자들이 차례로 거의 다 제거되었기 때문에 그가 정체를
드러낼 날도 멀지 않은 거라네."
"조방주, 저는 지금까지 무아진교 제일총교주의 신세 내력을 모르고 있습
니다. 그러니 좀 자세히 말씀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조전신은 그 말을 듣자 가볍게 안색이 변하더니 의혹에 찬 눈초리를 굴리
며 한숨을 내쉬었다.
"몽노제, 나는 이미 그녀의 신세 내력을 영원히 밝히지 않기로 굳게 맹세
를 했네. 강호무림에서는 장부의 일언을 중천금으로 삼고 있네. 내 비록
그녀와 원수지간이라고 할지라도 일단 한 번 약속한 것은 어길 수가 없
네."
몽천악은 그 말에 어리둥절했다.
"조방주께선 정녕 그 맹세를 지키시려는 겁니까?"
"몽노제, 이 늙은이가 입을 열 수 없는 난처한 입장을 이해해 주게."
"후배는 조방주께서 말씀을 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일총교주의 면목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조방주는 깊은 한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제일총교주의 존재는 그 흑마왕이란 자와는 다소 견제력을 가지고 있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그녀와 정면 충돌을 피해 온 것도 바로 그런 미묘
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네."
몽천악은 그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흑마왕은 무아진교의 막후 수뇌로서 그는 제일총교주를 지휘할 수 있는
데 어떻게 되어 제일총교주가 흑마왕을 견제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건 바로 내가 독비절도 유기를 의심하고 있는 점과 비슷하지. 제일총
교주가 비록 흑마왕의 수하이기는 하지만 제일총교주는 우두머리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도 있네."
몽천악은 그의 말을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하여 탄식을 발했다.
"자고로 얼마나 많은 신하들이 왕후 장상들을 몰아내고 군왕의 자리를 빼
앗았습니까? 그런데 무림의 효웅들이 어찌 그런 짓을 안하겠습니까? 아!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는 법, 천하의 그 많은 비극과 애상이 다 그런
인간들의 졸연한 근성의 소산물이 아니겠습니까?"
조전신은 몽천악의 말에 크게 감탄했다.
"흑마왕만 제거한다면, 나는 무림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을 만천하에
선서할 것이며 영원히 인간 세상사에 간여하지 않겠네."
몽천악은 가볍게 탄식했다.
"후배 역시 강호무림을 제패해 보겠다는 욕심을 품어 보지 않았습니다.
오직 스승의 원수를 갚는 날이면 저도 깊은 산속에 은거하여 속세와 인연
을 끊을 생각입니다."
"몽노제, 우리 이제 그만 방에 들어가 쉬세. 오늘 밤 아주 멋있는 구경거
리가 생길지도 모르니 쉬었다가 구경을 가야지."
몽천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무림은 대낮이 휴식을 하는 시각이니 우리는 들어가 쉬는 게 좋겠군
요."
마침내 두 사람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 쉬었다.
조전신과 몽천악 같은 절고한 무림의 고수들을 좌선만으로도 수면을 대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조전신은 그 기초가 심후한지라 매일 네 시간의 좌선만으로 하룻밤
의 수면을 대신했던 것이다.
좌선에 들어가자 네 시간은 바람처럼 지나갔다.
몽천악은 무아지경에 돌입하여 전신의 혈액이 순조롭게 순환하고 있었다.
이때였다. 창밖에서 인영이 번뜩이더니 녹의의 소녀 한 명이 창문을 통해
제비처럼 날아들었다.
몽천악은 달마강기신공을 완전히 터득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무아지
경에 돌입해 있었으나 삼각(三覺)은 극히 예민하여 녹의의 소녀가 창밖에
서 어른거릴 때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다. 몽천악은 눈을 번쩍 떴다.
녹의의 소녀는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쪽지 하나를 던져주고 교구를 날려
다시 창문으로 빠져나가 급히 사라져 버렸다.
몽천악은 잠시 멍청한 표정으로 침상 위에 떨어져 있는 쪽지를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여자는 누굴까...... 무엇 때문에 쪽지를 나에게 주었을까?'
그는 손을 뻗쳐 쪽지를 집어 조심스럽게 펼쳤다.
파란 종이 위에 세 줄의 검은 글씨가 수려하게 씌어 있는 것이 첫눈에 여
자의 필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잔결서생 몽천악께 드립니다.
저의 시녀에게 편지를 보내오니, 상공께서 받아보시는 대로 곧 성 서쪽
삼 리쯤 되는 곳에 있는 신묘(神廟)에 가셔서 녹의의 부인을 만나주시기
바랍니다.
묘가수 올림 '
몽천악은 잠시 생각하다가 편지를 찢어 버리고 속으로 탄식을 하며 중얼
거렸다.
"내 이미 그녀에게 생명의 구원을 입었으니 그 정도의 부탁은 받아들여야
지."
그는 천천히 침상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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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즐독요
자신의 위험을알고서 자아괴력을 이용하는 방법이 보통이 아니네??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