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장,
이정아는 오늘도 시댁으로 가기 위해서 준비를 한다.
얼마 안 있으면 다가오는 시아버님의 팔순을 이번에는 집에서 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형님과 매일 장을 보면서 음식준비를 해야 하기에 오늘 아침도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서 동준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 시댁으로 가야 한다.
집에서 하시면서 집안 친지들과 두 분의 친구 분들을 초대를 하신다는 계획이신 부모님이시다.
이제 음식점의 음식은 싫다고 하시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며느리 둘이서 해야 한다.
작은 형님은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이라 얼굴도 보기 힘든 사람이다.
그러나 시어머니인 심숙희는 그런 둘째며느리가 대견스럽다.
집안 살림보다 능력이 있는 둘째 며느리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아들에게 큰 힘이 되고 친정의 도움으로 집안 살림도 알뜰하게 보살펴주고 있고 아이들 또한 친정에서 키워주고 있다.
둘째 며느리는 대학병원의 임상실험실에 근무하고 있는 전문직을 가졌다.
늘 바쁘고 실력이 대단한 며느리라고 생각하며 대견스러운 마음을 갖는다.
큰며느리는 맏며느리로서 어디에 내 놓아도 흠잡을 곳이 없는 사람이다.
부모를 모시는 예절하며 집안을 다스려 나가는 법도와 자식들을 키우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며느리다.
심숙희는 눈에 늘 가시같이 걸리는 것이 막내며느리뿐이다.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사랑해 주리라 생각을 하지만 마음처럼 가슴이 따라주지 않고 있기에 심숙희 또한 당신도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예쁜 짓을 해도 그것이 예뻐 보이지 않고 가식처럼 느껴진다.
진실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제 딴에는 노력하는 것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조차 때로는 밉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며느리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이정아 역시 시어머님의 그런 마음을 안다.
자신이 그 어떤 일을 해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고 늘 차갑고 냉정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시는 어머님이심을 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더 부지런히 몸을 놀리며 어머님의 마음에 드는 며느리가 되고자 노력을 한다.
“동준아!
오늘은 엄마가 조금 늦게 데리러 가는 것을 알지?“
”왜애?“
”오늘 할머니 집에서 일을 많이 해야 하거든!
그러니까 엄마가 조금 늦더라도 울지 말고 기다리고 있을 수 있지?“
“근데 너무 늦게 오면 싫어!”
“그래, 많이 늦지 않을게!”
오늘 남편 역시 늦게 퇴근을 하는 날이다.
또한 오늘은 시댁에서 그날에 쓸 김치를 담아야 하기에 일찍 동준이를 데리러 갈 수가 없다.
미리 유치원에 얘기를 해서 아이를 늦게까지 맡겨놓기로 한다.
부지런히 시댁으로 간다.
이미 어제 배추를 사 놓고 절여놓고 왔기에 많이 절여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도착한 것이 오전 열시가 못되는 시간이다.
“뭐하고 이제 오는 것이냐?
네 형은 새벽부터 일어나 잠시도 쉬지 못하고 움직이고 있는데 넌 쉴 것을 다 쉬어가면서 늦장을 부리고 있어?”
시어머님의 서릿발 같은 꾸중이 날아든다.
“어머님!
동준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오는 길입니다.“
”핑계가 좋다.
아이를 하루 이틀 유치원에 보내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난다던?
데리고 오면 될 것을 오기 싫으니 그런 핑계라도 만들 수밖에.......
이러니 내 속이 터진다.“
이정아는 얼른 주방으로 간다.
“동서!
어머님 말씀에 신경을 쓰지 마!“
“네, 형님!”
“배추는 내가 손질을 해 놓았으니 씻으면 될 것일세!”
“형님이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십니다.
어머님 말씀대로 동준이를 데리고 일찍 올 것을 그랬나 봅니다.“
”괜찮아!
아이가 하루 종일 지루해하고 힘들어 하는데 데리고 오면 동준이가 고생이지.
오늘 김치를 얼른 끝내고 돌아가 봐!“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그렇게 하겠어요?“
”괜찮아!
자네는 오늘 김치를 하고 난 고기를 손질하고 나면 내일과 모래는 좀 쉴 수가 있으니까 열심히 해보자.“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정아는 배추를 씻는 일부터 시작을 한다.
밤사이에 잘 절여진 배추다.
배추를 씻어서 놓고 모든 양념을 준비한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된다.
두 며느리는 어른들의 점심상을 차린다.
주방이 복잡해서 상을 들고 부모님의 방으로 가져다 드린다.
“우리도 얼른 먹고 시작을 하자.”
“네!”
아침도 먹지 않고 온 이정아는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낀다.
그녀들은 주방 식탁에서 대충 챙겨먹는다.
점심상을 치우고 다시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정아는 속을 준비를 해서 맛을 보이기 위해 조금 김은하에게 가져간다.
“형님!
간을 좀 봐주세요.“
김은하는 이정아가 주는 것을 받아먹고 간을 본다.
“간이 아주 좋으네!
그만 하면 맛있겠는걸!“
이정아는 가벼운 마음으로 김치 속을 채운다.
거의 마무리가 다 되어갈 때쯤 심숙희가 주방으로 온다.
“김치가 다 되어가는 것이냐?”
“네, 어머님!
간을 봐주시겠습니까?“
이정아는 배춧잎에 속을 싸서 시어머님께 드린다.
심숙희는 입속에 넣고 몇 번을 씹고 나서 밷는다.
“이게 뭐냐?
이것을 지금 김치라고 담근 것이더냐?“
심숙희는 김치 통을 들어 싱크대 안으로 쏟아 버린다.
“어머님!”
이정아는 놀라서 시어머님을 바라본다.
일을 하던 김은하 역시 와서 보고는 놀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이것이 겨우 네가 할 수 있는 전부라더냐?
집안을 망신시키려고 일부러 이런 맛을 낸 것이더냐?
대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이더냐?“
심숙희는 크게 역정을 낸다.
“어머님!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요?“
김은하가 나서며 묻는다.
“에미는 상관하지 마라!
나는 이 아이가 하는 일이 도무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어떻게 김치하나도 입맛에 맞추어 담지를 못하는 것이냐?“
김은하는 시어머님의 역정이 또 다시 동서를 힘들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고는 긴 한숨을 내 쉰다.
“어머님!
고정하십시오.
제가 다시 하겠습니다.“
”그러니 내 속이 뒤집어진다는 것이다.
네 손이 아니면 모든 일들이 되지 않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으냐?
대체 무엇하나라도 제대로 해 놓지를 못하고 있는 인간을 어이 할꺼냐?“
그때 이정아의 휴대폰이 울린다.
이정아는 휴대폰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그러나 휴대폰을 받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서 전화를 받아보게!”
김은하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한다.
그제야 휴대폰을 연다.
동준이 유치원의 전화번호다.
급하게 통화 키를 누른다.
“여보세요!”
“동준이 어머니세요?”
유치원 선생님의 다급한 음성이다.
“네!”
“동준이 어머니!
어서 빨리 d대학 병원으로 오세요.
동준이가 떨어져서 많이 다쳤습니다.“
”뭐라고요?
어디를 어떻게?“
그러나 그런 것을 물어볼 사이가 없이 뛰어 나간다.
김은하 역시 그런 이정아를 뒤따라 나간다.
“동서, 무슨 일인가?”
“형님!
우리 동준이가..........동준이가 다쳤답니다.“
”자네 어서 내리게!
지금 그 심정으로 어떻게 핸들을 잡겠다는 것인가?
내가 운전을 할 것이니까 어서 내리게!“
김은하는 이정아를 내리게 하고 옆으로 태우고는 자신이 운전을 하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병원에 도착한 이정아는 급하게 응급실로 달려간다.
“우리 동준이.........유동준 우리 아기 어디 있어요?”
유치원 교사가 이정아를 알아본다.
“동준이 어머님!
동준이는 지금 검사실에 가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가요?
왜? 어쩌다 어디를 얼마나 다친 것인가요?”
“미끄럼틀 위해서 떨어졌는데 다리가 부러졌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다리가 부러져요?“
”정확한 것은 검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아! 동준아!
우리 동준이 어떻게 해요?“
이정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쉴 사이 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김은하는 의료진들에게 이것저것을 세밀하게 알아본다.
다행인지 더 이상 큰 부상은 아니고 왼쪽 다리가 골절이 된 것인데 깁스를 하고 치료를 하면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다.
집안은 발칵 뒤집힌다.
연락을 받은 유용재가 놀라서 뛰어온다.
“우리 동준이 어디 있어?”
유용재는 동준이의 상태부터 확인을 한다.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는 동준이는 아빠를 보자 울음을 터트린다.
“아빠! 엉엉 엉!”
“우리 아들, 동준아!”
유용재는 아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온다.
어떤 아들인가?
어떻게 얻은 아들인가?
마흔이 넘어서 겨우 얻은 아들이다.
“우리 아들, 얼마나 아플지 아빠 가슴이 더 아파온다.
많이 아프지?“
”아빠!
이젠 참을 수 있어!“
동준이는 며칠을 입원을 해야 한다.
이정아는 동준이를 보살피느라 시댁엘 갈 수가 없다.
심숙희는 공연한 일로 큰 며느리만 고생을 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집에서 하는 잔치를 취소를 해 버린다.
“어미야!
너만 고생을 시킬 수가 없구나!
하필 이럴 때 동준이가 다칠 게 무어란 말이더냐?
아무튼 그 아이하고 우리는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날 식당을 예약하여라!“
“어머님!
어차피 준비된 요리재료들이 있습니다.
제가 혼자 준비를 해 보겠습니다.“
”안 된다.
그러다 너까지 병이 나면 어쩌겠니?
애초부터 내가 집에서 하자는 생각을 한 것이 잘못이었다.“
심숙희는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애초 집에서 하면서 작은 며느리를 고생을 시킬 목적이었다.
일을 하는 것을 모두 트집을 잡아 호된 시집살이를 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하는 족족 당신의 생각하고는 맞지 않는다.
울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아이들 두고 오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며느리는 밉고 싫지만 손자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것이다.
심숙희는 동준이의 병원을 찾아간다.
아이가 어떤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는 것이다.
병실에 들어서니 다리에 깁스를 한 동준이의 모습에 그만 가슴이 아파온다.
“어이구, 내 새끼!
얼마나 아프냐?“
”할머니!
이제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동준이는 할머니에게 엄마가 야단을 맞는 것이 싫다.
조금도 아프지 않은 척을 한다.
“오냐!
내 새끼가 그래도 사내 녀석이라고 대단한 용기가 있구나!“
“할머니!
이제는 아프지 않아요.
엄마를 야단치지 마세요.“
”이런?
그래도 제 애미라고 역성을 드는 구나!
너 잘 들었니?
대체 너란 물건 뭐에다 쓸지 모르겠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있어야 너를 예뻐하든 사랑하든 할 것이 아니냐?
사사건건 이렇게 일을 만들고 집안을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으니 내 속이 정말 썩어서 문드러진다.
아이 하나도 제대로 건사를 못하고 이렇게 만들어?“
”어머님!
죄송합니다.“
”그 놈의 죄송 소리 하지 않고 살아갈 수가 없니?
이젠 정말 그 소리 듣는 것조차 짜증스럽다.“
”..........................“
이정아는 더 이상 무엇이라고 대답할 말이 없다.
자신의 잘못으로 동준이를 다치게 했다는 시어머님의 말씀에 그저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하고 듣기만 한다.
“할머니!
우리 엄마 야단치지 마세요.
내가 유치원에서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동준이는 엄마가 야단을 맞는 것이 싫다.
“오냐!
내 새끼가 엄마를 야단을 치지 말라고 하니 오늘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
그러나 앞으로 매사에 더욱 조심하고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네!“
심숙희는 오래 있지 않고 바로 일어나 간다.
시어머님을 배웅하고 돌아서는 이정아는 등에 땀이 흥건하다.
늘 긴장을 하고 마음을 졸이면서 대해도 여전히 무서운 시어머님이시다.
아무리 다가가려고 노력을 하고 애를 쓰지만 한 걸음도 좁혀들지 않고 있다.
이정아는 병실로 돌아와 긴 한숨을 내 쉰다.
“엄마!
동준이 때문에 할머니한테 야단맞았지?“
동준이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아니야!
할머닌 동준이가 걱정이 돼서 그런 것이야!“
“엄마, 나도 다 알아!
할머니가 엄마를 미워하는 것을 다 알고 있어!“
동준이의 말을 막 병실로 들어서던 유용재가 듣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