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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57
국민권익위원회 발표를 보고, 권력과 광기의 사회 병리학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힘이 되는 권익위” 권익위 첫 화면에 보이는 글귀다. 위원장이란 자의 인사말에는 “우리 위원회는 현장으로 찾아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겠습니다. 관행적인 부정과 부패는 바로 잡고,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습니다.”라는 글귀도 보인다.
이런 국민권익위원회가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 윤 대통령에게는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 선물은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고,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재미교포인 외국인이 건넨 선물은 국가 소유의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없다는 취지다. 마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판단하고 일어난 일에 대해 왜곡해서 말하는 ‘허언증(虛言症)’ 환자가 “한밤중인데 해가 떴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해석하자면 ‘앞으로는 고위 공무원 부인에게 인사 청탁을 해도 무방하’다는 뜻이요, ‘뇌물공화국을 건설하자’는 의미다. 도둑놈 손발 맞듯, 보란 듯이 이날 대통령 부부는 순방길에 올랐다. 이쯤 되면 ‘건희권익위원회’지 ‘국민권익위원회’지 구분이 안 간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여봐란듯이 오늘도 태업(怠業) 중이다. 태업이란 맡겨진 일을 불성실하게, 건성으로 하는 것이다. 좁은 의미로는 노동쟁의행위 중 하나로 실제로는 근로자들이 뭉쳐서 작업능률을 떨어뜨리는 행위인 파업이다. 이 정부 들어 ‘국가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은 박제(剝製)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저들은 의회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킨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민이 30%는 된다며 굳건한 신념으로 주는 세비만 축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포항 앞바다에 유전 가능성이 높다’는 엉터리 발표를 하여도 ‘검찰이 정권의 시녀’가 되어도 이를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다. 한 치 벌레도 닷 푼 결기가 있거늘 오히려 “김치찌개와 계란말이가 맛있어요. 더 주세요.”하며 권력의 주변에 얼쩡거린다. 언론인의 사표인 리영희(李泳禧, 1929~2010) 선생이 『우상과 이성』에서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한다.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발전, 사회의 진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 외친 말이 공허할 뿐이다.
비비안 그린의 『권력과 광기』라는 책을 보며 이 모두가 권력이 부른 광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첫머리는 “광기의 본질은 선천적 정신질환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권력 강화를 위한 의도된 수단인가?”로 시작한다. 그러고는 칼리굴라부터 스탈린까지 독특한 시각으로 ‘권력의 광기’라는 흥미로운 현상을 파고 들어간다. 저자는 ‘권력의 광기’에 취한 자들을 정신질환자들로 보며 “정신이상자들은 대다수의 동시대인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문제들을 바라보기로 결심하여 사회에서 이탈하거나 자신이 속한 환경의 본질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로 규정하였다.
또한 ‘심리적 현상’이 권력자 개인의 마음에만 혼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및 공공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결국 책의 결론은 ‘권력과 광기로 인하여 국민의 삶이, 정신이 피폐해진다’이다. 권력이 부른 광기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정신 기능들을 손상시킨다. 마치 이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티아민 결핍의 결과로 발생하는 ‘코르사코프증후군[Korsakov's syndrome]’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기억력 장애와 비현실적인 행동들을 보이게 하거나 ‘아노미 이론[Anomie Theory]’처럼 사회적으로 정해진 규범이나 가치 등의 기준에 따르지 않고 일탈 행동을 하는 병리학적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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