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지는 비밀(秘密)
그 여인은 하얀 양처럼 몸을 웅크리고 상자 안에 누워 있었다. 아름다운
곡선의 동체는 보기에도 매우 풍만했고 살결은 너무도 투명했다.
그녀의 가슴은 미약하게나마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깊게 감겨
있었으며 아름다운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는데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듯,
혹은 기절하여 인사불성이 된 듯도 했다.
심랑, 주칠칠, 왕련화, 웅묘아는 하마터면 깜짝 놀랄 뻔했다. 그들은 그
아름다운 얼굴이 얼마 정도 왕 부인을 닮았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다만
왕 부인보다 사람을 홀리는 듯한 매력은 약간 모자랐다.
이때 쾌락왕이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고것 참 괜찮게 생긴 것 같군. 하지만 지금 이런 시기에 이런 선물을
하다니, 본왕 신부의 질투가 무섭지 않소?
복공직이 미소를 지었다.
대왕께서는 후배의 뜻을 오해하지 마십시오. 후배가 이 여인을 이곳까지
데려온 이유는 대왕께서 희첩으로 쓰시라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이
여인을 대왕과 왕비의 혼례를 위한 제물로 쓰시라고 데려온 것입니다.
쾌락왕이 눈살을 찌푸렸다.
귀하의 말을 본왕은 좀 이해하기가 어렵군.
자고이래로 모든 중요한 행사에는 반드시 짐승을 제물로 삼아서 하늘에
감사의 표시로 삼았습니다. 만약 살아있는 사람으로 대신한다면 더욱더
융숭한 절차가 되겠죠.
쾌락왕이 말을 이었다.
자네는 본왕더러 이 여인을 죽이라고 데려온 것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쾌락왕이 '탁'하고 탁자를 치면서 매섭게 호통쳤다.
넌 본왕과 농담을 하자는 것이냐?
복공직은 몸을 숙이며 말했다.
후배가 어찌 감히 농담을 하겠습니까?
쾌락왕은 분노를 터뜨렸다.
오늘은 본왕의 가장 기쁜 날이다. 헌데 너는 멀리서 사람을 데려와
본왕더러 죽이라고 하니 대체 뭣 때문이냐? 세상에 이렇게 황당무계한
일이 또 어디 있느냐?
복공직은 여전히 태연하게 말했다.
후배는 우연히 이 여인이 대왕의 혼례를 방해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후배는 함정을 놓아 이 여인을 잡아 들였고 다시
대왕께 제물로 쓰시라고 바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대길(大吉)할
징조이지요.
이 여인이 본왕의 혼례를 방해하려 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쾌락왕이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미친 듯이 웃었다.
후배도 사실은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는
결국은.......
그가 말꼬리를 흐리며 뭔가 말하기 꺼려하는 듯하자 쾌락왕이 매섭게
물었다.
그녀가 대체 무슨 말을 했느냐?
복공직이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그...... 그녀가.......
쾌락왕이 탁자를 치면서 재촉했다.
어서 말해라!
후배는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쾌락왕이 분노를 터뜨리며 외쳤다.
왜 감히 말못하겠다는 거지?
후배가 직접 말하면 대왕께서는 분명히 저를 탓하실 겁니다.......
어서 말해라. 본왕은 절대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
대왕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후배는 마음놓고 말하겠습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이 여자는 자신이 쾌락왕의 혼례를 저지할 권리가 있다고 했습.......
쾌락왕이 크게 노하며 물었다.
그녀가 뭣을 근거로 감히 그런 말을 했느냐?
복공직은 사방을 한 번 흘기고는 한 글자씩 내뱉었다.
그녀는 자신이 대왕의 아내였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장내의 중인들은 모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쾌락왕은 대노하며 외쳤다.
그녀가 감히.......
갑자기 그도 상자 안의 여인이 얼마 정도 왕 부인을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순간 어리둥절해지면서 말문이 막혔다.
복공직은 못 본 척하며 서서히 말을 이었다.
후배는 물론 그녀의 헛소리를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여자는 또다른
말을 했는데 그것은 너무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쾌락왕은 그 자리에서 넋을 잃고 상자 안의 여인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할
말을 잃었다.
이때 백비비가 물었다.
그녀는 또 무슨 말을 했죠?"
왕비께서 문죄하지 않으신다면 말하겠습니다.
말하세요. 제가 어찌 귀하를 탓하겠어요.
그녀는 또 말하기를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대왕에게 시집을 갈 수 있지만
왕비만큼은 절대로 안 된답니다.
왜죠?
그것은...... 그녀가 말하길...... 왕비는 본시 대왕의 딸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은 경악했다.
심랑 등조차도 자신도 모르게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이 상자 안의 여인에 대해서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물론
절대로 왕 부인은 아니다. 왕 부인은 절대로 복공직의 수중에 잡힐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그녀는 대체 누구인가?
그녀는 어떻게 이런 놀라운 비밀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녀의 모습은 또 어떻게 왕 부인과 비슷할까?
그녀와 쾌락왕의 사이에 대체 어떤 신비한 관계가 있을까?
백비비의 봉관 위의 금화가 떨리기 시작했다. 얼굴을 가린 주렴도 연달아
파동을 일으켰다. 드디어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키고는 쾌락왕에게로
다가가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가 한 말을 당신은 들었나요?
쾌락왕은 아직도 어리둥절한 듯이 망연하게 답했다.
들었지...... 물론 들었지.
들었다면 왜 아직도 그녀를 죽이지 않죠?
누굴 죽이라고?
물론 저 상자 안의 여인이죠.
응? 그녀를 죽이라고?
백비비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다그쳤다.
들었으면서도 아직도 그렇게 서 있는 건가요? 왜 아직 그녀를 죽이지
않죠?
죽이라고? 지금 즉시 죽이라고?
그의 표정은 매우 기이했다. 말소리는 비록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지만
결코 그가 하는 말 같지는 않은 듯했다. 이 일대의 효웅도 지금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백비비는 온 몸을 떨었다.
당신이 손을 쓰지 않는 것은 혹시 그녀가 정말로 당신의 아내이기
때문인가요?
쾌락왕은 기이하게 웃었다.
그녀는 물론 내 아내가 아니지.
백비비가 목메인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저를 위해 저 여인을 죽여주세요.
쾌락왕이 중얼거렸다.
그녀를 죽여 달라고 했겠다. 좋아, 좋아!
복공직의 얼굴에도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갑자기 악으로 몇 걸음
다가오더니 허리춤에 차고 있던 휘어진 황금 칼을 풀어서 두 손으로
바쳤다.
백비비가 칼을 가로채서는 '땅'하는 소리와 함께 쾌락왕의 면전에
내던졌다. 그리고는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만약 그녀를 죽이지 않는다면 저는 바로 당신 악에서 죽어버리겠요.
쾌락왕은 갑자기 앙천대소를 했다.
당신이 정히 내가 출수하는 것을 원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군.
웃음소리와 함께 그는 칼을 주어들고 매섭게 말했다.
살인은 너무도 쉬운 일이지.
칼빛이 번쩍이더니 뜻밖에도 번개 같이 백비비를 향해서 날아갔다.
칼빛은 번개처럼 번쩍였고 칼 바람은 뇌성처럼 귀를 울렸다. 그리고 칼이
쓸어가는 속도는 도저히 막기 힘들었고 기세 또한 맹렬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쾌락왕이 신부인 백비비에게 공격해 갈 줄은 아무도 예측을 못
했다. 심지어 웅묘아 등도 쾌락왕이 이렇게 나올 줄은 미처 몰랐다.
아무리 백비비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다 해도 쾌락왕은 그녀에게
살수(殺手)를 쓸 수는 없었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그는 절대로 백비비를
공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백비비도 이미 이 공격을 예상한 듯했다.
칼빛이 번쩍일 때, 중인들의 비명이 울리기도 전에 백비비의 몸은 벌써
비스듬히 옆으로 날아갔다. 아름다운 신부옷이 휘날리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구름을 타는 선녀 같았다.
쾌락왕의 막기 어려운 공격도 그녀를 어쩌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놀라며 부르짖는 비명은 이때서야 울렸다.
백비비의 몸은 흡사 궁전의 기둥에 붙어 있는 듯했다.
당신은 그녀를 죽이지 않고 왜 저를 죽이려는 거죠? 당신 미쳤어요?
쾌락왕이 미친 듯이 웃었다.
너의 그 얕은 계략으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본왕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으냐?
계략이오? 무슨 계략 말인가요?
쾌락왕은 갑자기 웃음을 멈추더니 매섭게 호령했다.
모든 문을 막고 절대로 놓치지 말아라!
중인들은 이때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도 잡지 못했지만 쾌락왕의
명이 내리자 분분히 일어났다.
후배는.......
복공직의 말을 가로막으며 쾌락왕이 냉소를 쳤다.
특히 너...... 오늘 넌 절대 그냥 갈 수 없을 것이다.
복공직은 뒤로 세 걸음 물러서더니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쾌락왕, 당신은 과연 대단한 인물이군. 나 복공직은 당신께 탄복했소.
웃음소리와 함께 몸이 갑자기 '휙’하고 돌자 '칙,칙,칙'하면서 연달아
소리가났다.
그리고는 그의 몸에서 갑자기 보라색의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쾌락왕은 몸을 급히 움직이면서 호령했다.
숨을 멈추고 저 둘을 놓치지 말아라!
이 말을 하는 동안에 그 보라색의 안개는 궁전 전체로 퍼졌다.
주칠칠이 물었다.
이거 대체 어찌된 일이죠?
이게 혹시 복공직의 마술 은둔법이 아닌가?
웅묘와의 말에 왕련화는 신이 났다.
재미 있군. 과연 재미가 있어.
바로 이 때, 주칠칠, 웅묘아, 왕련화 등은 갑자기 손이 하나 다가와서는
자신들의 혈도를 풀어주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막 놀라고 기뻐할 때
심랑의 말소리가 들렸다.
숨을 멈추고 어서 날 따라 오시오.
궁전 안은 온통 난장판이 됐다. 호통과 욕지거리 속에 비명소리까지 섞여
있었다.
주칠칠은 심랑의 옷깃을 잡고 정신없이 악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심랑의
혈도가 어떻게 풀렸는지 몰랐고 또 심랑이 어떻게 뛰쳐나갈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단지 심랑이 바깥으로 뛰쳐나가는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안개 연기는 바깥까지 퍼져 있었다. 그래서 바깥 사람들도 연기에 목이
막혀 계속 기침을 해댔다.
그들은 심랑이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는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덮쳤다.
심랑이 살짝 손을 흔들자 그들은 마치 추풍낙엽처럼 사방으로 나가
떨어졌다. 세상에 심랑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주칠칠의 손발은 아직도 저렸다. 웅묘아와 왕련화도 그녀의 뒤를 따라
갔지만 비틀거리는 모습이 평소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이 비록 평범하지 않은 공력을 갖추었다 해도 혈도를 그렇게 오랫동안
제압당하게 되면 손발은 저리게 마련이다. 이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하지만 심랑에게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
그는 오히려 등에 한 사람을 업고도 손발이 민첩했다. 그는 흡사 일종의
신기한 마력을 지니고 있어서 아무도 그를 꿰뚫어 볼 수 없는 것같았다.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그의 등에 업고 있는 사람은 바로 아까 상자 안에
있던 그 여인이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그는 왜 그녀를 구해야
했을까?
주칠칠은 정신없이 돌로 된 복도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기나긴 돌계단을
지나 이 신비로운 지하의 성을 뛰쳐나왔다.
나중에 누가 그녀에게 어떻게 빠져 나왔느냐고 묻는다면 그녀는 분명 아무
대답도 못 할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드디어 바깥 세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드디어 별빛을 보게 됐다. 그녀는 지금에서야 별빛이 이렇게 사랑스럽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하늘에는 별들이 찬란하게 반짝였다. 즉, 자정이었다.
별빛 아래에 한 무리의 사람이 한 무리의 말을 지키고 있었다.
심랑은 그들을 쓰러뜨리고는 말을 빼앗아 한 작은 마을을 가로 질러갔다.
그런 후, 다시 혼자 와서는 물이 가득 담긴 몇 개의 양가죽 주머니와 마른
음식을 빼앗았다.
쾌락왕에게는 비록 보초가 있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방비할 틈조차 없었다.
하물며 심랑의 속도 또한 귀신같은지라 그들은 그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웅묘아 등은 비록 체력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말을 찰 힘은 아직 있었다.
몇 사람이서 전력으로 말을 때리자 단숨에 수십 리 길을 뚫고 달려나갈 수
있었다.
악은 끝없이 펼쳐있는 늪지대였다.
이 깊은 밤, 한없이 펼쳐 있는 이 황량한 사막에는 공포스런 분위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어찌됐든 암흑과 같은 석실보다는 훨씬 편안해 보였다.
주칠칠은 말을 타고 미친듯이 달리면서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웅묘아도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 제꼈다.
우리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 우리는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다!
주칠칠은 자랑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왕련화, 이제는 정말로 심랑에게 탄복했겠지.
왕련화는 진심으로 감탄을 했다.
심랑아! 심랑아! 난 정말로 당신에게 어떤 신비한 마력이 있는지 알 수가
없구려. 난 정말로 당신이 어떻게 그 곳을 빠져 나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소.
주칠칠이 말을 받았다.
그건 사실이에요. 우리는 비록 탈출에 성공했지만 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아요.
심랑이 탄식을 흘렸다.
요행이었소. 이건 정말로 요행이었소.
주칠칠이 크게 외쳤다.
우리 잠시 쉬었다 가요. 그리고 몇 마디 묻고 싶은 말이 있어요. 더이상
묻지 않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아요.
이들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쉬었다. 이곳은 본래 마른
하상(河床)이어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움푹 파여진 곳이 많았다.
주칠칠은 심랑을 잡아끌면서 물었다.
다른 건 말고 우선 당신의 혈도는 어떻게 풀었죠?
혈도 말인가? 글쎄.......
이것은 확실이 비밀이었다. 오직 그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백비비, 그는 다시금 백비비가 생각났다. 그 신비한 석실에서 그 며칠
간의 비참했던 광란의 날들이 생각났다. 매번 백비비가 오면 그녀는 우선
그의 혈도를 풀어줬다. 그리고 갈때 쯤에는 다시 그의 혈도를 찍었다.
그녀는 심랑이 전혀 저항할 능력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심랑을 얕본 것이다.
심랑은 역시 심랑인 것이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의 초인 같은
능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천히 자신의 능력을
길렀다.
마지막 날에 그는 드디어 자신의 혈도를 전부 막을 수 있었다. 그
비참하고 아름다운 기묘한 순간 속에서 드디어 백비비를 속일 수 있었다.
혼례식 전날 심랑은 이미 자유로운 몸이었다. 다만 그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는 시늉을 하며 시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심랑의 비밀이었다.
이 비밀을 물론 그는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다만 약간 웃어보였다.
당신들은 내게 신비한 마력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그럼 이것도 신비한
마력이라고 칩시다.
주칠칠이 탄식을 하더니 곧 웃음을 보였다.
알아요. 우리는 영원히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요. 나도 당신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난 다만...... 다만 당신을 사랑할 수 있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는 상자 속의 여인을 바라보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 여자를 구했는데 왜죠?
그 여인은 여전히 혼미에 빠져 있었다. 별빛 아래에서 더욱 신비하게만
보였다. 그녀의 유혹적인 동체는 이미 심랑이 옷으로 가려 주었기에 다만
그녀의 아름답고 신비스런 얼굴만 내보이고 있을 뿐이다.
심랑은 한참 동안 그녀를 주시하더니 갑자기 길게 한탄을 했다.
당신들은 아마도 이 여인이 누구인지 모를 거요.
주칠칠이 어리둥절해하더니 물었다.
그녀는 누구죠? 그녀는 대체 누구냐구요?
웅묘아가 물었다.
그녀는 혹시 왕 부인이 아닌가?
왕련화가 단호히 말했다.
약간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절대 아니오.
심랑은 대답도 않고 우선 옷을 찢어서 물을 적신 후, 그 여자의 얼굴에
가볍게 문질렀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주칠칠은 눈을 크게 뜨고 그의 손만을 바라보았다.
기적이 일어났다.
그 얼굴은 뜻밖에도 백비비였던 것이다.
주칠칠, 웅묘아, 왕련화,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동시에 넋을 잃었다.
이 여자가 백비비였다니...... 그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세
사람은 동시에 입을 크게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한참이 지나자 주칠칠이 소리를 지르다시피 하며 물었다.
맙소사! 이건 대체 어찌된 일이죠? 백비비가 어떻게 상자 안에 들어갔죠?
그녀는 분명히 신부로 있었잖아요?
웅묘아도 뒷퉁수를 만지면서 물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이 백비비였다면 아까 그곳의 신부는 대체 누구지?
주칠칠은 심랑의 손을 잡아끌면서 애원했다.
제발 부탁이에요, 어서 빨리 우리에게 설명해 주세요. 당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난 정말로 궁금해서 미쳐 죽을 거예요.
심랑이 미소 지었다.
이 일은 매우 복잡하고도 기묘한 일이었소. 사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후(事後)에도...... 내가 그들이 한 말에 대해서 한
마디라도 놓쳤다면 나도 알 수 없었을 것이오.
웅묘아가 물었다.
내가 먼저 묻겠네.......
주칠칠이 끼어 들었다.
내가 먼저 묻겠어요. 내가 먼저.......
이 일은 확실히 얼기설기 뒤엉켜 있었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 입술을 깨물고 있더니 드디어 큰소리로 물었다.
좋아요, 내가 먼저 묻겠어요. 백비비가 이곳에 있다면 그 신부는 대체
누구죠?
심랑이 길게 탄식을 내쉬면서 말했다.
나도 사실은 그 신부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소. 분명히 줄곧
백비비였는데 어째서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했을까? 그것은 정말로
불가능한 일이었소.
지금은요? 지금 당신은 알았겠죠?
당신도 생각해 보시오. 과연 백비비를 제외하고 누가 그 비밀을 알고
있을까? 또 누가 그 비밀을 밝히려 할까? 또 누가 그런 실력이 있을까
말이오.
주칠칠은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펄쩍 뛰면서 아연실색했다.
혹시 왕 부인이란 말인가요?
심랑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소. 바로 왕 부인이오.
하지만 백비비가 어떻게 갑자기 왕 부인이 됐죠? 아니, 내 말은 왕
부인이 또 어떻게 신부가 됐냐는 거예요. 또 백비비가 어떻게 상자 안으로
들어가게 됐죠?
혼례가 시작됐을 때 신부가 지각한 일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소?
물론 기억하고 있죠. 하지만.......
심랑이 말을 이었다.
그때 방심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고 있소?
주칠칠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두 명의 경험 많은 화장사와 꽃가루를 팔고 머리를 빗어 주는
노인이 신부를 위해 화장을 해주는데 그 노인은 오십 년 동안 장사를 한
얌전한 사람이라고 했죠.
심랑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소. 아주 잘 기억하고 있군.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죠?
나도 이 중간의 관계를 생각하지 못했었소. 나중에 생각해 보고 나서야
문제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소.
주칠칠이 발을 동동 구르면서 보챘다.
어떤 문제인지 어서 말해 보세요.
얌전한 사람도 얌전하지 않을 때가 있지. 그 머리 빗어주는 노인은 비록
다른 사람이 변장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남에게 매수된 상태였소. 그리고
그 두 명의 화장사 중에서 한 사람은 바로 왕 부인이었소.
주칠칠이 손뼉을 '탁' 쳤다.
아! 그렇군요.
왕 부인은 화장사로 분장하고 들어 온 뒤 백비비에게 화장을 해주면서
백비비를 혼절시켰던 거요. 백비비가 아무리 영민하고 똑똑해도 왕
부인에게는 못 미치지.
왕련화가 냉랭하게 맞장구쳤다.
그녀는 아직도 멀었지.
심랑이 말했다.
결국 왕 부인은 백비비를 자신과 약간 비슷하게 분장을 시킨 뒤에 자신을
백비비로 분장한 것이오. 왕 부인의 변장술을 내가 말 안해도 당신들은 잘
알 것이오.
웅묘아가 말했다.
더구나 그녀는 머리에 봉관을 쓰고 또 얼굴 악에는 주렴이 쳐 있었으니
아무리 쾌락왕의 눈이 매섭다고 해도 역시 알아 볼 수는 없었지.
주칠칠이 물었다.
하지만 백비비는 또 어떻게 상자 안에 들어갔죠?
웅묘아도 같이 물었다.
그래, 그 상자는 분명히 복공직이 바깥에서 갖고 온 것이었잖아?
심랑이 답했다.
왕 부인이 얼마나 주도면밀한 사람이오? 그 노인이 꽃가루를 갖고 올 때
분명히 상자를 갖고 왔을 것이오. 왕 부인은 꽃가루를 밖으로 쏟아내고
백비비를 그 안에 집어넣었던 것이오.
주칠칠이 말했다.
하지만 복공직.......
물론 왕 부인은 그 점도 미리 복공직과 약속이 됐던 것이오. 그도 똑
같은 빈 상자를 들고 와서는 남들이 주의않는 틈을 타서 백비비가
들어있던 상자와 맞바꾼 것이오.
웅묘아가 손뼉을 쳤다.
그렇군. 그녀는 분명히 백비비가 들어있는 상자를 궁전밖에 놓았을 거야.
그때는 쾌락왕의 혼례식이 막 열기를 뿜어내고 있을 때라서 누구도 그
상자를 주의하는 사람이 없었을 테니까.
심랑이 말했다.
이 중간에 또 하나의 관건이 있었소. 즉 왕 부인이 상자를 내려놓는
순간이 바로 신부가 들어오는 순간이었소. 이때는 신부만이 모든 눈길의
표적이었던 것이오.
그녀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신부 때문에 절대로 상자를 주의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계산에 넣었던 거죠.
심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왕 부인의 주도면밀함을 나타내기는
모자라오.
주칠칠이 다투어 말했다.
또 하나 있어요. 복공직이 상자를 바꿀 때, 즉 그 자신이 들어설 때 모든
사람들의 이목도 동시에 그의 괴상한 모습에 집중됐죠. 결국 모두 그를
쳐다보기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에 아무도 그 상자를 든 여덟 명의 대한이
살며시 상자를 바꾸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던 거예요.
웅묘아가 찬탄을 했다.
정말로 묘하군. 결국 왕 부인이 복공직을 선택한 이유는 비단 복공직이
탈출하는 마술이 있어서만은 아니었어.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의 특이한
외모 때문이었지. 그와 같은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테니까. 하물며 그는 일부러 더욱 이상하게 치장을
했으니.......
심랑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맞았네. 이 사건의 모든 전말에는 이미 왕 부인의 주도면밀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던 거지.
주칠칠이 탄식을 했다.
주도면밀한 사려(思慮)에 있어서 그녀를 따라갈 사람은 이 세상에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웅묘아가 말했다.
여자의 사려는 원래 남자들보다 주도면밀하지.
그는 강호를 떠돌면서 평생 호탕하게 일을 처리해 왔었다. 비록 근래에는
평소보다 조심성이 많이 생겼지만 본성은 역시 고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이 한 마디에는 별로 칭찬하는 의미가 깃들지는 않았다.
왕련화는 주칠칠을 한 번 보고는 갑자기 웃었다.
여자라고 다 사려가 주도면밀한 것은 아닐 걸?
심랑이 말했다.
하지만 이 일이 실패한 이유도 역시 그녀가 여자였기 때문이었네.
왕련화가 물었다.
그건 무슨 뜻이오?
여인의 사려가 비록 주도면밀하지만 마음이 좁기 때문이오.
주칠칠이 냉소를 쳤다.
여자의 마음이 전부 다 좁은 것은 아니에요.
심랑이 웃으며 말했다.
말은 다 그렇게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인의 속은 좀 편협되고 독한 면이
있소. 그렇지 않았다면 이 일도 성공을 눈앞에 두고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그건 또 무슨 뜻이죠?
이 일을 만약 남자가 꾸몄다면 먼저 백비비를 혼절시킨 후, 즉시 그녀를
죽였을 것이오. 뭣하러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해서 그녀를 상자에 넣는단
말이오? 그래서 결국은 쾌락왕에게 허점을 보인 것이 아니오? 그녀가 만약
쾌락왕을 죽이려 한다면 그저 신방에 들어가서도 얼마든지 기회를 엿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사족( 足)을 그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오.
웅묘아가 말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난 이해할 수 없군. 대체 왕 부인은 뭣
때문에 그렇게 한 거지?
심랑이 말했다.
그녀는 쾌락왕으로 하여금 직접 백비비를 죽이게 하려는 것이었네.
그렇군!
비록 그녀는 쾌락왕을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했지만 막상 쾌락왕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보자 일말의 질투심이 타오르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던 거지. 이로 인해 곧 일을 하는데 있어 냉정을 잃게 된 걸세.
웅묘아가 손뼉을 쳤다.
그렇군. 이 질투란 두 글자는 세상 모든 여자들의 치명상이야. 더구나 왕
부인과 같은 여인도 예외는 아니었어.
주칠칠은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남자는 질투하지 않은 줄 아세요?
웅묘아가 웃었다.
남자는 그래도 좀 났지.
주칠칠이 냉소를 날렸다.
내가 알기로는 남자가 질투를 하면 여자보다 더 지독하더군요.
심랑이 말했다.
왕 부인의 본래 뜻은 쾌락왕을 죽여 복수를 하려는데 있었지. 하지만 이
질투심이 생기자 그녀는 모든 것은 뒤로 제치고 맨 먼저 이 혼사를
파괴하는 데에 급급했고 또 백비비를 죽이려는 데에 정신이 집중된
거지요.
그녀는 왜 통쾌하게 백비비를 죽이지 않고 사족처럼 그렇게.......
웅묘아의 말에 주칠칠이 냉소를 쳤다.
당신이 뭘 알아요? 그녀가 그렇게 하는 목적은 비단 백비비에게 고통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쾌락왕에게도 평생 고통을 안겨주려는 거였어요.
웅묘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여자의 마음을 남자는 확실히 알기가 어렵지.
주칠칠이 그를 놀렸다.
당신이 여자의 마음을 알게 되면 분명히 해가 서쪽에서 뜰거예요.
심랑이 말했다.
주칠칠의 말이 맞네. 그녀가 그렇게 한 목적은 바로 쾌락왕에게 고통을
안겨주려는 것이었지. 그래서 그녀는 먼저 백비비가 바로 쾌락왕의
딸이라는 것을 밝히고 다시 쾌락왕으로 하여금 백비비를 죽이게 하려는
거였어.
그는 한탄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만약 그렇게 해서 쾌락왕이 정말로 백비비를 죽였다면 그녀는 다시
비밀을 밝히려 했던 것이야. 그렇게 된다면 쾌락왕은 평생 고통 속에
살지는 않는다고 해도 더이상 사람들 악에 나서서 영웅행세를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주칠칠이 거들었다.
그래요. 자신의 딸을 잘못 죽였다면 그게 무슨 망신이에요? 이 일이
강호에 퍼진다면 무슨 면목으로 사람들 악에서 영웅행세를 할 수
있겠어요?
웅묘아가 탄식을 했다.
이렇게 복잡하고 악독한 계략은 여자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거야.
주칠칠이 큰소리로 외쳤다.
대체 여자가 당신에게 뭘 잘못했죠? 다시 또 그런 말을 한다면 하늘은
당신이 여자하나 못 만나고 영원히 홀아비로 살게 할 테니 조심하세요.
웅묘아가 혀를 낼름 하고는 웃었다.
그렇게 됐으면 원이 없겠군.
왕련화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이 비밀은 이제 완전히 밝혀진 셈이군요. 그런데 아직도 알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소.
주칠칠이 물었다.
나도 다 알겠는데 당신이 모른단 말인가요?
왕련화가 말했다.
어찌됐든 이 계획은 매우 주도면밀하게 짜여진 것이었소. 절대로
빈틈없는 계획이었지요. 복공직의 말하는 태도에도 전혀 빈틈이 없었는데
어떻게 쾌락왕은 당시에 허점을 알아냈느냐는 것이오.
심랑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 계획이 절대적으로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었소. 복공직의 말에 전혀
허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응?
첫번째 허점은 바로 왕 부인이 백비비를 자신의 모습으로 변장시킨
것이었소.
주칠칠이 의아해했다.
그래요. 저도 이상하게 느꼈어요. 왜 왕 부인이 그렇게 했을까요?
왕 부인이 그렇게 한 것은 혹시 쾌락왕에게 충격을 주어 그의 주의력을
분산시켜 다시.......
웅묘아의 말을 듣고 주칠칠이 앞다투어서 말했다.
알았어요. 그녀는 백비비를 자신으로 분장시킨 뒤, 쾌락왕으로 하여금
상자 안의 백비비를 정말로 왕 부인으로 오인케 하려는 거였어요. 그럼
쾌락왕은 왕 부인을 보는 순간 놀람과 두려움에 어쩌면 앞뒤 가리지 않고
먼저 그녀를 죽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럼 사람을 바꾼 계획이 성공하게
되는 거죠.
웅묘아도 지지 않고 말했다.
더구나 왕 부인이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을 알면 쾌락왕은 매우 기뻐할
것이야. 그렇게 된다면 쾌락왕은 자연히 방비가 허술해 질 테고 다른 일에
대해서도 주의하지 않게 될 것이고.
심랑이 미소 지었다.
맞았네.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왕 부인이 사전에 생각해낸 계획들이지.
하지만 그녀가 비록 똑똑한 사람이었어도 실수를 면할 수 없었네. 그래서
결국은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른 거지.
주칠칠이 물었다.
그녀가 그렇게 한 것은 매우 뛰어난 착상이었는데 어째서 그녀가
실수했다는 거죠?
웅묘아도 같이 물었다.
나도 그녀의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 수 없는데.
쾌락왕과 왕 부인은 본래 부부였을 뿐만 아니라 동업자의 관계였소. 그는
왕 부인의 무공과 지모(智謀)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었을 것이오.
그렇소?
주칠칠이 답했다.
물론이죠.
그럼 내가 묻겠소. 왕 부인과 같은 여자가 자신의 기밀을 아무렇게나
누설했겠소? 그리고 복공직에게 '우연'하게 들킬 수 있겠소?
주칠칠이 아연실색했다.
아! 그렇군요. 이건 확실히 허점이군요. 복공직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심랑이 말했다.
그리고 내가 다시 묻겠소. 왕 부인과 같은 사람이 또 어떻게 복공직과
같은 사람에게 잡힐 수 있겠소?
웅묘아가 탄식을 했다.
그렇군. 그것도 역시 허점이었어. 열 사람의 복공직도 왕 부인의 손가락
하나 건들수 없지.
그래서 쾌락왕은 생각할 것도 없이 이 상자 안의 여인은 왕 부인이
아니라는 것을 단정할 수 있던 것이오.
심랑의 말에 주칠칠이 맞장구쳤다.
그렇군요.
다시 심랑이 말했다.
이렇게 되자 그는 또 생각하게 됐지. 이 상자 안의 여인이 왕 부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째서 모습이 왕 부인과 어떻게 흡사할 수 있단 말인가?
또 어떻게 남들이 절대로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단 말인가? 하고 말이오.
주칠칠과 웅묘아는 연속 끊임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군.......
더구나 왕 부인은 근래에 전혀 강호에 돌아다닌 적도 없어 그녀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매우 적을 뿐더러 왕 부인과 쾌락왕과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소.
웅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적어도 복공직은 절대로 알 수 없었지.
심랑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것은 절대로 복공직의 장난이 아니고 동시에 외부 사람의
장날일 리도 없다는 것을 안 것이오. 왜냐하면 외부 사람들이 왕 부인의
모습을 알 리가 없었고 왕 부인과 그와의 관계도 알 리가 없었으니까.
결국은 바로 이 내부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부인의 모습으로 변장하거나
또는 이러한 비밀로 그를 속이려 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오.
주칠칠이 웃었다.
이 이치는 매우 복잡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매우 간단한 이치인데 난 왜
생각해 내지 못했을까?
심랑이 말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쾌락왕은 이 일이 절대로 복공직의 장난이 아니고
외부인의 장난도 아니라는 단정을 내린 것이오.
주칠칠이 탄식을 흘렸다.
그와 같은 사람은 당연히 잠깐만 생각해도 곧 알겠죠.
외부인이 할 수 없었다면 대체 누가 이 장난을 했을까?
주칠칠이 답했다.
그야 물론 왕 부인 밖에 없죠.
바로 그거요. 그는 즉시 왕 부인을 떠올렸던 거요.
하지만.......
심랑은 주칠칠의 말허리를 끊고 계속 이야기해 나갔다.
그는 왕 부인을 생각해 내고 즉시 다시 생각했소. 왕 부인이 만약 이
일의 주모자라면 지금쯤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설마 쾌락왕이 금방 신부가 왕 부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까요?
그는 즉시 알아차리지 못했더라도 신부가 늦게 출현한 일과 꽃가루를
파는 노인, 그리고 화장사 등을 떠올렸을 것이오.
그는 약간 웃어 보이고는 다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쾌락왕과 같은 명석한 머리로 여기까지 생각이 왔다면 더 생각 못 할
일은 없을 것이오.
왕련화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의 그 분석은 정말로 자세하고 정밀하고 또 합리적이군. 쾌락왕을
불러서 얘기하라고 해도 당신처럼 그렇게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오.
주칠칠이 웃으면서 물었다.
아무리 복잡하고 또 오리무중인 사건도 심랑이 한꺼풀씩 벗기면서
해석해주면 모든 사람들이 다 이해할 수 있으니 참으로 이상하죠?
웅묘아가 물었다.
복공직와 왕 부인이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