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나라 튀르키예(터키)
이영호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자는 그 책의 단지 한 폐지만을 읽을 뿐이다. 중세 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한 말이다.
튀르키에는 우리나라와는 형제의 나라라고도 한다. 과거 고구려와 돌궐족이 서로 동맹관계를 맺기도 했고, 6.25 한국전쟁 때 군사를 파병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양국 간에 별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
나는 2013년 10월 21일부터 10월31일까지 7박 8일 동안 동서문화가 만나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비의 땅 튀르키에를 만나보기로 하였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팩 소주 10개를 샀다. 함께 가는 이 선생은 출국 검사 후 공항면세점에서 양주 2병을 산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스탄불 국제공항까지 12시간이 걸린다.
튀르키에는 우리나라보다 7배나 넓은 나라이다. 로마 제국과 오스만제국 이전에는 매우 복잡하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온 나라이다. 깊은 지식과 연구자도 아닌 입장에서 그저 남아있는 유물과 유적들을 직접 살펴보고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을 재조명해 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다.
관광 일정에 따라 젊은 여자 현지 가이드가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힘들지만 부지런히 따라다니면서 역사의 현장을 읽는다.
고대도시 에페소스 유적지 입구에 들어서니 선사시대부터 시작 기원전 7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로,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고대 로마 시대의 유적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중요한 대도시 중 하나였다.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은 셀수스 도서관, 2세기 로마 시대에 지어진 복층구조의 건물이다. 중심 도로를 따라 길 양쪽으로 건축물의 석재들이 남아있다.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은 2만 5천 석을 수용하는 넓은 곳이다.
로마 제국이 4세기 멸망하기까지 무려 1600년이 지났지만 찬란했던 도시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다. 발굴역사가 125년이나 되지만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 연평균 15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유럽인보다 동양인들이 대부분이다.
석회봉과 노천온천이 있는 파묵칼레에 도착, 눈 덮인 것처럼 아름다운 ‘목화의 성’ 산 위에서 솟아난 온천수가 수백 년 동안 산을 타고 흘러 석회석 성분이 바위를 탄산칼슘의 결정체로 만들어 자연의 예술품을 만들어냈다. 여행자들이 석회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맨발로 온천탕에 발을 당군다. 나도 발을 당구어 보았다. 따끈하다.
텔린구유는 기원전 7, 8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고대 동굴 지하도시이며, 기독교인들이 오스만제국의 탄압을 피해서 숨어서 지낸 곳이다. 지하 11층까지 발견되었으며, 좁은 통로를 지나면 그 당시 생활 모습이 곡물창고, 교회, 학교. 등이 있다. 지금도 동굴에서 생활하는 주민이 있다고 한다.
카파도키아는 튀르키에의 수도 앙카라에서 동남쪽으로 가면 석굴로 된 도시가 있다. 깔때기를 엎어놓은 듯한 수백 만개의 기암괴석들이 갖가지 형태로 계곡을 따라 끊임없이 펼쳐있다. 정말 아름답고 신기한 풍경이다.
화산의 폭발로 수많은 세월이 흘러 거대한 용암층이 형성되어 버섯모양, 동물, 도토리 모양 등 신의 작품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만 같다. 또한 이러한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열기구 체험이 있는데, 나는 고소 공포증이 있어 신청하지 않았다.
이스탄불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관문이자 항구도시였다. 이스탄불의 유럽구역과 아시아 구역 사이를 잇는 포스포르트 다리가 있다. 약자와 강자가 함께 사는 평등과 공존의 가르침을 주는 다리라고 한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돌아보았다.
톱카프 궁전은 이스탄불에 있는 역사적인 궁전이다. 19세기 중반 오스만제국 때 지어졌다. 당시 정치, 경제적 패권을 누리던 왕궁이었다. 옆 왕궁박물관에 많은 관람객이 줄을 서 있어 포기했다.
술탄 아흐메트 사원과 성 소피아 성당은 서로 이웃해 있는 이슬람사원으로, 이스탄불은 세계적인 명소이다.
성 소피아 성당은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창건하고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재건하여 537년에 완성된 비잔틴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1000년 뒤 술탄 아흐메트 1세 때 1616년에 블루모스크가 완공하였으며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공존하는 자리였다가 성소피아 성당은 지금은 박물관이다. 두 곳 모두 아름답고 위대한 건축물이다.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튀르키에는 98%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알라신에게 예배를 하루에 다섯 번을 드린다. 이슬람교는 남자아기에게 할례 식을 하는 순간 남자로 다시 태어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여행 중 아름다운 해변, 옛 구시가지를 연상하게 하는 안탈이아, 카라만, 포도 재배, 와이 너리, 올리브유로 유명한 쉬린 제 마을을 들려 포도주 한잔을 시음하기도 하고, 저녁 식사 후 천년 동굴이 있는 곳에서 튀르키에 춤 벨리댄스를 감상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관광 일정을 마치면서 ‘피에 롯티 언덕’ 전망대 카페에서 차 한잔하면서 프랑스 작가 피에 롯티가 슬픈 사랑이야기를 카페 옆에 남긴 시 한 구절이 여운으로 남는다.
언덕에 올라 그대를 보네
저 골드 혼
푸른 물결이 출렁거리는 한
사랑하는 하라여!
그대는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영원히 내 가슴속에
남아있네.
피에 롯티(1850~1925)
2023. 11. 10.
ps. 터키는 2022년 6월부터 공식적으로 ‘튀르키예’ 공화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성 소피아 박물관도 2020년 7월 10일 이후 하기아 소피아 그랜드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