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재 혼, 28회,
아버지의 기술은 살림살이를 풍족하게 남부럽지 않게끔 부자 소리를 듣게끔 했다.
아버지는 사랑에도 열정적이었다.
국민학교 2,3학년 때인가,
부산으로 자제 물품을 구입하러 떠났던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매달 4,5일간은 정기적으로 왕래가 있었기에 으례 몇일간 늦을 거라고 했던거이
깜깜 무소식이 되었다.
한달이 가고 두달이 지나쳤다.
빨리 다녀오면 하루 가고 하루 오는 길이였지만 아버지의 길은 멀기도 했다.
어머니는 식음을 전페하고 누웠고 우리들은 눈치만 볼 뿐 뾰족한 일 없이 학교에
들락 날락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영 영 돌아올 기색이 없이 봄이가고 여름도 가고 가을이 왔다.
먹고 입는 것은 풍족 했었든가 아버지가 없어도 끼니는 제때에 꼬박 또박 먹고 학교는
빼먹지 않고 다녔다.
신작로 길 가로수 나무가<포풀라>낙옆이 져서 우수수 떨어지는,
제법 찬기가 드는 가을이였든가 싶다.
집앞 대문이 활짝 열렸고 동네 사람들이 문앞에서 웅성대고 있었다.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았던 동생들이 눈물을 찔끔거리며 우르르 달겨든다.
~~"형아! 아부지가 왔다. 아짐씨를 데리고,...
어무이가 아부지 멱살을 잡고 막,때렸어,!"~~
뭔가 알것 같았으면서도 생각이 떠 올르지를 않는다.
~~"왔따메! 늬그들은 좋겠네, 엄니가 둘씩이나 되쁘러서,"~~
동네에서도 싸가지가 없는 여편네라고, 입방아 질이 초라니 방정인 아짐씨다.
눈치가 코치라고 비꼬는 말이란 거 뻔히 알터,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다.
~~"아짐씨! 암말 말고 저리 가시오,잉! 나! 무지하게 성질 났승께!"~~
~~"워메! 저 싸가지 없는 쌔끼좀 보소, 어른한테,대든것 좀,보랑께!"~~
이때, 형이 왔고 그 뒤에 누나도 있다.
"명수야! 뭔일이냐? 아짐씨들 비키시오 잉!"
형은 나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크다.
나하고 세살차이 국민학교 5학년 이지만 덩치가 중학생보다도 더 크다.
동네 아짐씨들은 눈치를 슬슬 보면서 대문간에서 멀어진다.
형은 대문을 잽싸게 닫아건다.
안방에서는 어머니의 통곡이 있고 아버지의 달램이 있었다.
부억켠에서 부스럭 거림이 있나 했더니 배가 남산만큼 불룩한 아짐씨가 서성인다.
ㅡ"사람이...그럴수는 없는 거여, 당신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랑 께!
워떻게 한집에서 두집 살림을할 수 있당가!"ㅡ
어머니는 악을 썻고 아부지는 싹싹 빌고 달래고 있다.
찟겨진 창호지 틈새로 방안의 전경이 알록 거린다.
동생들이 어머니의 비통에 놀랬는지 일제히 울음을 터트린다.
한놈 두놈도 아니고 다섯놈이 일제히 울움보를 터트르니 어느놈 입을 막을 재간이 없다.
ㅡ"에라이 나도 울어버리자,"ㅡ
결국은 형도 누님도 울게되고 온잡안이 초상집이 됐다.
여덟명의 자식들이 울어 재끼니 부모님의 맘,이야 편켔는가,
쌈박질을 멈추고선 아이들을 달랜다.
ㅡ"아부지! 작은 각시 얻은거 엿!?"ㅡ
ㅡ"너! 넛! 머시라고 했냐! 싸가지 없는 쌔끼 좀, 보소 옷!"ㅡ
아버지는 얼척이 없어 하면서 몽둥이를 찾는 시늉을 한다.
형은 그런 아버지가 무섭지도 않은지 코를 씩 씩 불면서 아버지를 째려본다.
ㅡ"워메! 당신은 그런 말 들어도 싸다구 여, 자식 쌔끼들을 한 둘도 아니고 자그마치 야달명이나
내질러 놓구선, 뭐가 부족해서 또,각시질이랑 께!"ㅡ
ㅡ"여편네가, 할 말, 안할 말, 안가리고 항께,자식놈,쌔끼까지도 대든당 께!"ㅡ
한지붕에서 두가족 살림이 됐다.
작은엄니는 얼마 안가서 여자 아기를 낳았고 어머니는 정성스례 새 아기를 돌보았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던 어느날 작은 엄니는 아기를 업고 떠났다.
아마도 어른들끼리 어떤 타협이 있었던가 보다.
콧물 눈물을 흘리면서 작은 엄니는 몇번이고 뒤를 돌아다보면서 손을 저었다.
40년도 넘는 세월이지만 엊그제처럼 기억이 생생하다.
놀라운 것은 아버지의 고집불통 같은 모습이 내게 판박이처럼 박혀 졌다는 것이다.
무모하리 만큼 대쉬하는 성깔도 생김새도 사랑을 쫒는 열정 까지도 닮아진것이다.
나는 기다릴 것이다.
아버지의 우직스러운 고집이 내가슴에 자리하고 있는한 나는 처음처럼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생업에 열심히다.
산다는 것은 언젠가 만나는 것이기에 현업에 열심히 종사한다는 것은 그녀를 만나는 길인것이다.
여름이 왔다.
수선 스러웠던 봄이였고 침묵하는 생활에 길들여지고 있었기에 여름이 온다는 예보도 없이
왔다고 느끼는가 보다.
가슴의 간절한 기다림에 지우처서 계절의 감각을 잊고 있었나,
사랑하는 마음은 기다림에 길들여 지고 곧 익숙해 집니다.
가슴이 아무리 슬프고 아파도 사랑하면 기다려집니다.
돌아오는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사랑하면 언젠가 돌아옵니다.
내 가슴에 기다림이 남아 있는한 나는 당신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나는 당신의 사랑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침묵하는 가을이나 적막한 겨울과 다르게 여름은 떠들썩 했다.
ㅡ"아버님! 다음주 쯤, 바캉스 가요,"ㅡ
ㅡ"으,...응,그러자 꾸나,"ㅡ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자식들은 떨어져 살아도 명절이나 기념일에는
잊지않고 찾아온다.
시원한 동해안 바닷바람이나 쐐면 마음이 상쾌해 지려나 해서 따라 나섰다.
"경포대 해수욕장은 넘,사람이 많아서요,"
"그람,낙산 해수욕장으로 가자꾸나, 거긴 모래도 좋구 수심도 얇구, 호수도 있지,"
낙산 해수욕장은 속초에서 가까운 도로변 몇백미터에 있다.
해변 끝 언덕 너머로 "낙산사"가 보인다.
몇해전 낙산사 의상대에서 일출을 바라보는 광경은 정말 가관이었다.
낙산 해수욕장은 울창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4km의 고운 모래사장이 펼처져 있고
설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남대천이 하구에 큰 호수를 이루고 있다.
동해안 해수욕장은 거의가 해변에서 물속으로 들어가면은 곧 수심이 가파르게 깊어진다.
그러나 낙산 해수욕장은 수심이 수십미터까지 완만하여 수영이 미숙한 사람도
마음놓고 즐길 수 있다.
아들내외와 여아 손주 하나 막내딸 내외는 아직 아기가 없고 큰 딸은 34세의 노처녀 인데도
시집을 갈려는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천성이 낙천적이다.
텐트를 쳤다.
큰 딸래미는 텐트가 없다.
"아버지! 오늘밤엔 저희하고 같이 자요,"
"안돼! 이놈아, 동생들을 보그라...쌍쌍이 오죽 보기좋나, 늬는 시집 안갈거 여?
오늘 밤까지 아무 머스마라도 데리고 와야지,..."
"에구,...우, 또,그 잔소리!..."
놀러 왔으면 마음 편하게 해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좋은 것 많이 보고,
편하게 쉬고,
재밌게 놀다가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럴라면은 마음과 귀를 열어야 하거늘,
마음을 주고 받는 사랑이 끊겨 그리움으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별일 없는 듯
어울려서 즐기려 해도 의미 없이 노닥거리고 있다.
해변에는 더위를 식히려고 나온 피서객들의 웃음소리와 장난스런 기성이 있고 바다에는
물결이 일으키는 포말의 은빛 거품에서 사람들은 얽히고 섥히고 해서 깔깔 자즈러진다.
여느날 같으면 함께 어울려서 물장구라도 치련만,
텐트안에 들어 그저 고즈넉하게 여름을 식힌다.
"아빠! 주무실려고 왔어욧!"
"으,응,...깜빡 잠들었네,"
"아빠! 대전 아줌마 하고 뭔 일, 있으신거죠?"
"뭔일이라니? 그런 일 없다야,"
분위기가 알콩달콩 따질 때가 아니다.
고소한 생선찌게가 끓고 비취 탁자에는 저녁상이 차려졌다.
아들 딸 내외에 큰 딸 손지 나,자그마치 7명이다.
가슴이 뿌듯하다.
몇년후면 자손들이 몇명이나 더 늘 것이다.
나의 핏줄에서 연결되어진 새 생명이 자손만대로 뻗혀서 무궁한 발전이 있을것이다.
마음같아서는 백년도 살 것 같지만 생과사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그렇지만 생과사는 하나라고 억지를 부려본다.
生속에 死가 있고 死속에 生이 있다고 해서 생과사는 마음에 있으니 나는 백년을
살 것이라고 생각이다.
지금 어머님은 90세가 넘으셨어도 안경도 쓰시지 않고 정정하시다.
ㅡ"장수 자손인데 백년이 대수냐, 하,하,하,..."ㅡ
흰 쌀밥에, 글케 짜지도 않고 달콤한 간장게장이 그리 맛이 있을수가,
함께 나오는 생선찌게는 더 시원하고 맛있다.
무슨 생선인지 고소한 맛이 환상적이다.
"야! 찌게맛이 환상적이구나, 누구 솜씨야?"
"아부지! 또,막내딸 솜씨 일거라고,...지례짐작 하셨지,예,...
미안 스럽지만요, 며느리 솜씨랑께요,"
"뭐! 뭐시라고야? 며늘아 솜씨라고야?"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찌게는 커녕 콩나물 국도 제대로 끓이지 못했던 며느리다.
<堂狗三年吠風月>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더니만 며늘아가 이런 환상적인
생선찌게를 끓였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현상이다.
"아가! 수고했다. 사람이 하고자하면 못할일이 없는거여,
네가 시집살이는 제대로 했구나,허,허,허,...."
"아버님! 아녜요, 언니와 작은 애기씨가 많이 도와 주셨어요,
언니들이 워찌나 음식 솜씨가 좋으신지요,"
"안다...알어,...그러나 배우고자 하는 네 마음이 큰거여,
네,겸손이 빛난거여,"
ㅡ 아,아,...나는 자식 농사는 잘 지었구나, 가족이 있어 행복 하구나,ㅡ
그간 잊고 살았던 행복이었다.
우리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있었다.
내 삶이 너무 버거워서 너무 가진 것이 없어... 라고 생각이들 때,......
나는 가족이 있어 행복 하다고 느끼면 될 것이다.
끝없이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할 일이다.
기다리면은 언젠가 소식이 있을 것이다.
가족이 멀리 떨어져서 살드래도 명절이면 잊지않고 안부를 묻고 찾듯이... 그녀도 곧
소식이 있을 것이다.
상현달<반달>이 중천에 떠 있는 탓에 바다는 그저 고즈넉하게 여름밤을
맞이하고 있다.
나는 아즈라한 수면위에 비치는 파란 달빛을 보면서 발가락 사이로 빠지는 모래살을
느끼면서 겉는다.
자식들을 피해서 벗어난 것도 혼자 생각하면서 걷는것이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뭔가 모르게 좋은일이 있을것 같은 기분이 되어 겉는다.
해변끝에 조그마한 동산이 시작되고 그 언덕에 낙산사가 있다.
갑자기 누군가가 곁으로 다가와서 팔을 잡는다.
ㅡ"누,누구얏!"ㅡ
아들이다.
ㅡ"아부지! 한참을 찾았어요,"ㅡ
ㅡ"뭔,일로?"ㅡ
ㅡ"전화예요"ㅡ
ㅡ"누군데?"ㅡ
ㅡ"대전 아줌마예요,"ㅡ
건네받은 휀폰엔 따스한 온기가 있다.
그러면 그렇지, 그녀에게서 소식이 올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당연한 일처럼 예사롭게 전화를 받는다.
ㅡ"여보세요,"ㅡ
ㅡ"저예요,인서,예요,"ㅡ
ㅡ"알아요, 알고 있어요,"ㅡ
ㅡ"미안해요,...어쩔 수 없는 일이 있어서요,"ㅡ
ㅡ"그래요, 말,못 할 사연이 있었을 거라고, 많이 생각을 했었어요,"ㅡ
그러나 반가움은 잠시잠깐,
행동은 언어는 생각을 벗어나서 울분을 토한다.
ㅡ"당신! 내가 누구여! 내가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여?"ㅡ
탁!
핸폰을 꺽는다.
감사합니다. 글 / 우두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