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썰렁하고 삭막해보이는 숲을 배경으로 서 있는 우리 친구들의 모습에서 추운 겨울이 느껴지시나요? 옷차림은 한겨울차림이지만, 마치 겨울이 아닌 듯 신나게 놀았던 멋진 친구들의 모습입니다. 엄마의 사랑으로 쓰고 왔던 모자는 모두 가방속으로 집어 넣고 하루를 알차게 놀았답니다.
탐험대 경력 16년차인 곰솔과 어치는 이런 나목들을 보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인생무상' 내지는 '추운 겨울'이 연상된다는데, 이런 숲에서 오히려 너무나도 잘 노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살고 있기에 늘 설레는 가 봅니다.
오늘도 어치의 예상대로 정말 신나게 놀아 준 우리 친구들의 모습을 얼른 소개하고 싶습니다.
오늘 어치모둠은 3학년 아라, 2학년 서연이, 1학년 승연, 지연, 서우, 그리고 곰솔모둠의 진규가 오전시간동안 함께 했답니다.
산넘고 계곡건너 이제 우리의 아지트로 가는 뒷모습입니다. 곰솔샘이 앞에서 인도하고 어치가 뒤에서 친구들이 쳐지지 않도록 이끌고 가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천천히 가는 친구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어치가 있으니까요.
곰솔모둠에서 '유리산누에나방'고치를 주고 갑니다. 우리 친구들이 찢어보는데..... 와~ 나방 애벌레가 어떻게 이렇게 질기게도 고치를 만들었을까... 감탄의 연속입니다. 어떤 동물도, 어떤 곤충도 찢을 수 없는 단단한 고치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해요.
참 이런 천혜의 장소가 있을까요? 8년이상 이곳에서 탐험대를 했는데, 우리가 자연을 화나게 하지 않으니, 자연도 늘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봐 줍니다. 나무하나 쓰러지지 않고 늘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는 미끄럼틀 놀이터랍니다. 경사가 상당히 심해서 보기만 해도 어찔한데, 우리 친구들은 오늘 처음인데도 겁없이 도전합니다.
지난 번 참가한 유록이와 진규가 홍보를 얼마나 했는지 우리 친구들 기대감이 컸나봐요. 가방을 내려 놓자마자 곰솔샘과 미끄럼틀로 달려가더군요. 어치모둠 친구들도 벌써 산꼭대기에 올라가 있네요. 와 정말 어린이들의 능력은 감히 측정할 수 없어요.
자~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미끄러워요. 땅이 얼었다 녹으면서 질척한 찰흙으로 변하니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네요. 지연이가 바로 자리에 앉아 계획을 말합니다.
"자 여기에 계단을 만들어볼거야. 미끄러워서 다닐 수가 없쟎아?"
계단만들기에 동참할 친구들이 모입니다. 지연이와 진재오빠가 나뭇가지로 계단을 만들기위해 구상을 해 봅니다. 그런데 나뭇가지로는 어렵다고 생각을 했는지, 돌을 모으자고 지연이가 제안을 합니다.
끙차 끙차!! 여기저기서 돌을 모아다 지연이와 진재에게 주면 돌을 일렬로 땅에 박아 넣습니다. 미끄럼을 타던 성현이, 재이, 석민이, 준연이도 궁금해서 모여듭니다. "뭔데 뭔데???"
어떻게 계단을 만들 것인지 끊임없이 이야기가 오갑니다. 저희들끼리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궁리를 하더니 돌을 박아넣고 빈 공간은 이렇게 찰흙으로 채우는 것으로 의견을 모읍니다.
어치가 오르내려 보니, 단차없이 매끈하게 큰 돌을 이어붙여 자꾸 미끄러집니다. 그런데 친구들은 이 길을 직접 걸어보지 않은 채로 의견을 나눕니다.
"돌과 돌 사이에 틈이 있으니 메꾸면 돌이 잘 박혀 있을거야."
"그 틈새를 낙엽으로 채우면 어떨까?"
"낙엽은 힘이 없는 것 같아."
"미끄러지지 않게 돌위에 찰흙을 발라야 돼."
"그게 아니라, 발바닥에 찰흙이 붙으면 안되쟎아."
"일단 구멍부터 채우자"
찰흙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일부를 계단을 매만지고, 일부는 이렇게 산에서 찐득한 흙을 모아옵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모두 자원해서 이루어지는 일사분란한 모습이 참으로 놀라웠답니다. 불평도 없습니다. 놀이지만 비지니스인 이 멋진 놀이를 어치와 곰솔만 볼 수 있으니 참 아깝습니다.
모은 찰흙은 여기에 이렇게 돌위에 차곡차곡 모아서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떼어다 붙입니다.
작업이 뭔가 순조롭지 않은지 갑자기 지연이가 회의를 하자고 합니다. 적당한 자리를 물색해 두었는지 거침없이 숲길을 오르는 지연이^^ 자리에 앉아서 모두의 얼굴이 다 보여야 회의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자 이제 모두의 얼굴이 다 보이니 회의가 시작됩니다.
"계단이 위로 갈수록 돌이 작아지니까 위험하지 않을까?"
"그런데 계단이 예뻐야 하쟎아."
"아니 안전이 더 중요한 거 아니야?"
"다른 사람에게도 안전해야 하쟎아."
"그럼 계단을 걸어가는 모델을 만들면 어때?"
"모델이 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봐."
"서우가 할래?"
"나는 몸이 얇고 꿈도 모델이니까 내가 해 볼게."
"그럼 보통은 석민이가 하고, 마른 사람은 서우가 해."
"저 계단은 누구나 다 이용해야 하니까, 두꺼운 나도 가 보는 거 어때?" - 어치
"그리고 자기 직업을 바꾸고 싶은 사람 말해봐."
나는 모델, 나는 찰흙배달하는 사람, 나는 큰 돌 배달, 나는 검사하는 사람, 나는 찰흙 다듬는 사람, ....
여러가지 직업이 줄줄이 새로 만들어집니다.
하하하~~거의 대부분 여자친구들이 말합니다. 아직 남자친구들은 여자친구들의 얼굴만 보고 있네요^^
평화롭게(?) 회의가 끝나고 작업장으로 돌아옵니다. 제일 먼저 모델이 역할을 합니다.
제일 얇은(?) 모델 서우가 계단을 올라가봅니다. 아하~~ 계단이 미끄럽네요. 계단모양이 아니라, 돌을 잇대어 놓은 것이라 미끄러운 데다, 계단이 오른쪽으로 휘어있어, 결국 반만 돌을 밟고 반은 흙을 밟습니다.
서연이언니가 바짝 붙어 계단을 수정합니다. 큰 돌 밑에 작은 돌을 박아 넣어 단차가 생기도록 만들어봅니다. 재이와 서우도 적극적으로 함께 만들어봅니다. 아까와는 달리 조금 더 수정이 됩니다.
미끄럼놀이를 하던 유록이가 뭘 하면 되냐며 참가합니다. 바로 돌을 들고 오라는 주문이 떨어지고, 유록이는 열심히 돌을 모읍니다. 계단용 돌을 다시 보고 들고 올 돌의 사이즈를 눈으로 재어 봅니다. 큰 돌, 작은 돌 유록이가 많이 모아 줍니다. 석민이도 밑에서 계단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나 수시로 점검해줍니다.
너무 계단작업을 오래 했나??? 이제야 미끄럼을 올라가는 작업자들^^ 곰솔샘이 길고 튼튼한 밧줄 2개를 늘어뜨려 놓아 쉽게 올라갈 수 있으나, 곰솔모둠 친구들은 굳이 맨몸으로 구르며 올라갑니다. 그래 그래야 튼튼한 어린이지!!!
석민이 화장실을 만들어주러 행차하신 친구들은 지금 작업중입니다. 여태 계단을 만들었는데 쉬지도 않고 바로 화장실이라니!!
큰 나뭇가지를 줍고 땅을 파고, 아이고 허리야 곡소리를 내면서도 지연이는 멈추지 않습니다. 드디어 화장실 변기통을 만들고, 화장실을 표시하는 긴 나뭇가지도 꽂았습니다.
"그런데 이거 여기저기서 너무 잘 보이는데?" 하자
석민이가 "쳐다보는 사람은 모두 잡아가는 걸로 하면 어때요?" 합니다. 이거 무서운 화장실이네요^^;;
실컷 미끄럼도 타고, 나무의 뿌리가 커텐처럼 늘어진 곳의 부드러운 흙도 체험해봅니다. 이렇게 좋은 자연이 옆에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우리 친구들은 알고 있을까요? 하루종일 한번도 심심하다, 시시하다, 그만 놀자 소리를 한 적이 없어요. 하루종일 재미있어서 흥분해 있어요.
동생들이 모두 자리를 뜨자, 2학년 서연이가 차분히 앉아 단차를 만들어보려 애씁니다.. 참 어른스럽죠? 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조심스레 의견을 내 놓고, 동생들이 받아들여주지 않아도 절대 기분나빠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리가 비면 조용히 서연이의 의견을 땅에 풀어놓습니다.
모두 계곡물에 손을 씻고 점심을 먹으려 합니다. 배가 많이 고프네요.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서는 산을 넘어 나무놀이터로 가 보려 합니다.
아니 친구들아 왤케 빠른거얌???? 어치는 늦게 올라가는 친구들을 챙기고 있는데 벌써 산을 넘어갑니다. 오늘은 5학년 윤제오빠가 앞장서서 친구들을 이끌어주네요. 고마워~~
제일 위에 올라서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정상의 나뭇가지들을 좀 보세요. 가지끝으로 갈 수록 반짝거리지요? 잎도 없는 겨울, 맨 가지가 햇볕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타죽지 않기 위해 빛을 반사하느라 흰빛으로 무장하고 있답니다. 숲에서 제일 위쪽 가지를 보면 모두 흰빛을 띄고 있답니다.
요것이 뭘까요? 쥐똥, 청설모똥??? 딱 크기는 쥐똥 사이즈인데요, 풀떼기를 먹고 싼 똥들이 귀엽게도 나무가 갈라지는 곳에 소복히 모여있습니다. 이곳이 화장실인것 같아요. 여러 무더기가 있어요. 응가하는 시간조차 몸을 사려야 하는 숲속 동물들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어떻게 똥을 눌까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나무놀이터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이 놀이터에 익숙한 아라와 진재는 슉슉슉 거침없이 앞으로 갑니다. 쓰러진 나무들이 정말 멋진 놀이터가 되어 주기에 늘 탄복하며 감사하는 곳이랍니다.
어느 나무 하나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바닥에 발이 닿이면 처음부터 다시 출발!이라는 힘들면서도 짜릿한 미션을 수행하며, 누가 보지 않아도 발이 닿으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친구들~ 그렇게 좋나~~~
나무는 모두 단계순서가 있는데요, 이 나무는 위에서 아래는 5단계, 밑에서 위로는 6단계... 아래로 떨어져도 다치지 않을 높이인데도 모두 '어떻게~~~'하면서 기어 오르고 내립니다. 이런 놀이터 어디에도 없답니다.
지연이는 열심히 간식을 정렬합니다. 어디 이렇게 딱 맞춤한 듯한 식탁이 있지요? 정말 멋져요.
지연이가 간식파티를 한다며 친구들의 간식을 모았어요. 그릇이 없어서 모자에 티슈를 깔고 모자에도 담고, 낙엽에도 담고 하여 간식파티중입니다. 친구들은 자신이 기증한 간식을 자랑하고 모두 함께 조금씩 나누어 정말 맛있게 먹습니다. 친구들의 간식을 담은 커다란 봉지를 혼자서 책임지던 지연이. 언덕을 오를때는 어치가 들어주었으나, 평지에 내려서자 바로 다시 찾아갑니다.
함께 나눠먹는다고 자신의 간식을 아낌없이 내준 친구들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아직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만 할뿐,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승연이, 지연이, 서우 셋이서 의견 피력중인데, 옆에서 큰 언니와 오빠의 한두마디 참견이 더 많네요. 이 자리가 너무 시끄러워지자 곰솔모둠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좀더 이야기를 했지요. 셋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다음달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준비하려고 어치는 틈날때마다 구상중입니다. 멋진 숲안에서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수용적인 태도를 갖추는 연습을 시작해야 될 것 같습니다. 어치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순간입니다.
우리 친구들, 작년과는 달리 조금 큰 모습인 거죠? 자아가 더 성장했다는 느낌이 팍 듭니다.
버섯이 생기고 이끼가 끼면 나무가 죽어간다는 신호랍니다. 이 나무도 살아있을 적에는 버섯포자가 떨어져도 이끼조각이 떨어져도 자랄 수 없게 방어물질을 내 뿜었겠죠. 어린나무들에는 버섯이나 이끼가 보이지 않아요. 왕성하게 자라니까요. 스스로를 방어하지 않으면 이 처절한 숲에서 살아남을 수 없죠. 동그란 접시를 박은 듯한 버섯과 초록색에 빨간 이끼의 포자낭이 참 예뻐요.
먼저 이동했던 곰솔모둠이 여기서 나무를 타고 있네요. 휘영청 탄력이 좋은 버드나무 몇그루가 놀이터가 되고 있네요. 어치모둠도 옆쪽의 나무를 이용해 놀고 있지만 다음번에 곰솔모둠이 놀았던 나무를 타리라 노려봅니다. 2월달에 우리도 타 볼 겁니다.
산을 한바퀴 돌아 다시 아지트로 와서는 바로 계단을 살펴보는
산을 돌아 아지트로 돌아오자 마자 다시 계단으로 모이는 친구들.... 정말 너무 멋진거 있죠?
스스로 만든 것이기에 애착을 보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면서 개량방법을 고민합니다.
이래서 숲체험이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인간관계 공부에 최적이라는 말을 하는 거죠.
어치와 곰솔은 어린이들의 놀이에 참견하지 않습니다. 저희들끼리 의견을 내고 스스로 마음을 맞추어 가고, 스스로 했기 때문에 그 결과물을 함께 기뻐할 수 있고, 그렇게 스스로 하는 훈련을 하는 것을 가치 있게 보기 때문이죠.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 흙놀이를 안했다며 승연이가 마음이 급합니다. 어치가 마주앉아 함께 흙작업을 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얼른 흙을 파고, 계곡물을 떠 반죽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하트케잌을 만들고 통도사숲의 하루를 초 한개를 꽂아 기념하고 숲의 요정에게 선물합니다.
승연 - "숲의 요정이 정말 있어 어치?"
어치 - "그래 있지.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나무에서 잎이 나고 꽃이 피겠어?"
승연 - "그거 그냥 과학적으로 되는 거지."
숲을 나서면서 승연이는 요정을 인정합니다.
"내가 만든거 요정이 먹을까?"
드디어 요정을 믿게 만들었다!!!! 숲은 과학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상상의 세계이기도 합니다. 다음달에도 상상의 숲속에서 또 멋지게 놀아보겠습니다. 착하고 귀여운 친구들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역대급으로 외투, 장갑, 운동화, 양말, 가방까지 더불어 머리카락에 목덜미까지도 흙 범벅이었던 하루라 사진과 글이 유독 기다려졌답니다. 웅장한 나무놀이터를 보니 저도 가서 놀고 싶을 정도네요. 나무 식탁도 정말 멋집니다. 계단 만들기 후기를 산에서 픽업하자마자 들었는데 사진을 보니 그 과정이 눈에 보여 기특한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자기 의견만 중요한 서툰 아이들이 형, 누나, 또래와 이렇게 의논하고 그 속에서 조금씩 깎이고 다듬어져 가는 좋은 기회가 있어 참 고맙습니다. 걱정 많은 부모 시선에서의 황량한 겨울숲이 아니라 이 겨울 어디에서도 발산할 수 없는 사랑스런 아이들의 에너지가 그득한 통도사 숲을 선물받았네요. 2월도 무척 기대됩니다!^^ 늘 고생하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따뜻한 응원댓글에 기분좋은 시간입니다~~
항상 현장감 넘치는 사진과 스토리에 감동 받습니다 ^^ 저희 서남매도 통도사가 정말 재미있었나봐요 ^^ 신이 났더리구요 !! 뜨거운 겨울을 체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월에 밝은 모습으로 만나겠습니다 ^^
진중한 서연이의 모습이 늘 멋져요~~ 부모님의 응원의 힘이 크다는걸 느낍니다^^
생동감 있는 글 속에 아이들 목소리, 웃음소리도 들리는 듯합니다
사진을 보면서 아이의 신난 표정에 엄마도 같이 웃고 신나게 놀았던 만큼 흙과 한 몸이 되었구나 하고 끄덕끄덕하게 되네요 👍추위도 잊고 겨울 숲을 오롯이 즐기고 올 수 있게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