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가 어렵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 결혼과 보석이죠” 크리스털 공예가 라쉐즈 홍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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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현실과 조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도곡동에 위치한 크리스털 공예가 홍현주의 작업 공간 ‘라쉐즈’는 반짝이는 크리스털과 묵직한 색상에서 세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오래된 나무가 공존하는 곳. 그녀의 작품은 그녀를 닮아 차분하고 곱다. 촛불, 꽃과 나무, 여자 얼굴, 램프 모양 등 여성성을 느끼게 하는 모티프가 많다. 차갑고 도도하면서도 완벽한 크리스털과 오래된 나무가 만나서 매력적인 안정감을 공간에 전해준다. “처음에는 나무가 좋아서 오래된 나무를 소재로 작품을 구상했죠. 그런데 나무 하나로는 허전하더군요. 그 과정에서 여러 소재를 접목하다가 결국 크리스털을 선택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결혼도 마찬가지네요. 서로 다른 두 가지 소재가 만나는 게 서로 다른 두 인격체가 만나는 과정과 닮았죠? 그런데 결혼은 시작하기 전에 잘 생각해봐야 해요. 양보할 수 없는 부분, 공통적으로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꼭 살펴보세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겠죠. 그런 의미에서는 요즘 추세처럼 30대 중반에서 후반이 결혼하기엔 더 좋은 나이 같아요. 인내심도 생기고 스스로도 변모해 갈등의 소지가 줄어드니까요.”
비슷비슷한 소재보다 완전히 다른 소재의 결합이 더 흥미롭다는 그녀. 과감한 접목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인격이 상호 보완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결혼의 목적이자 묘미라고 믿는다. “크리스털을 다룬 지 10년이 넘는 지금도 작업 도중에 못 쓰게 되는 크리스털이 생깁니다. 닦을 때도 조심조심해야 하는데 이처럼 관리가 어렵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죠. 결혼 역시 크리스털처럼 조심조심 다뤄야 완성된 결혼 생활이 가능합니다. 한 번 흠집 나면 치명적이죠. 여간해선 지워지지 않아요.” 결혼을 언제 하느냐는 개인의 문제이지만 꼭 해야 한다는 것은 선배로서의 확신이다. “만약 내가 40대였다면 ‘결혼은 선택’이라고 말했을 거예요. 그때는 싱글의 자유가 부럽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나이 50을 넘으면서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든든한 안정감은 결혼이 아니고는 얻기 힘든 장점이죠.” 맞벌이를 자연스레 택하는 요즘 추세에도 적극 찬성이다. 두 사람이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기 위해서 일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남녀 모두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으로 독립된 존재를 원하기 때문에 균형을 위해서라도 결혼 생활을 영위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죠.” 결혼 후에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한 결과는 눈부시다. 2009년에는 액세서리 브랜드 ‘더 크리스털 바이라쉐즈’를 론칭해 크리스털 소품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고 삼성 미술관 리움에도 입점했다. 올해 11월에는 도쿄에서 두 가지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그녀의 애기 속에는 결혼과 일을 놓고 고민 중인 예비 신부들이 답을 찾을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연륜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한테 맞는 것을 고르는 안목, 결혼과 보석의 필수 조건이죠” 나전칠기 작가 국보칠기 대표 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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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image.design.co.kr%2Fcms%2Fcontents%2Fdirect%2Finfo_id%2F55541%2F1302255471144.jpg) 1 옻나무는 산에서 나고 자개는 바다에서 난다. 전혀 다른 두 요소가 융합해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다. 결혼도 마찬가지. 2 30가지가 넘는 조개껍데기의 용도를 구별하는 데 10년이 걸린다. 사람처럼 하나하나 개성이 다른 수많은 조개껍데기를 어떻게 가공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부터 그의 작업은 시작된다. 3,4 자개를 왜 나무에만 붙여야 하느냐는 의문이 그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 도자기 위에 자개를 입히기도 하고, 플라스틱에 붙이기도 한다. 소반부터 콘솔, 벽걸이 액자부터 샤워기까지… 작품의 영역도 제한이 없다. 그래서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조개껍데기라고 다 같은 조개껍데기가 아닙니다. 좋은 재료는 물론 따로 있죠. 그런데 그걸 선별할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결혼할 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나한테 좋은 남자가 누구인지, 나한테 꼭 필요한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겠죠.”예술이란 이 시대 사람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믿고 나전칠기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김영준 국보칠기 대표의 얘기다. “자개란 버려진 조개껍데기의 겉껍데기를 벗기고 가공하고 하나하나 자르고 붙이고 빛을 내기 위해 옻칠을 하고 다시 사포로 밀면서 광을 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과 비슷하죠? ”그는 조개껍데기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못한다. 어떻게 다듬어서 어느 자리에 놓아야 더 빛날지 생각하고, 가공 방법, 접착 방법, 디자인 등 작업을 하다 보면 끝이 없다. 나전칠기에 천연색을 입혀 원근감을 표현하는 ‘천연 자개’ 기술을 개발하고, 컬러 옻칠 기술로 특허를 받았으며 ‘명인’ 칭호까지 얻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본 사람이 쓴 <인생 이모작>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가장 역할에 충실했던 시절에 사양산업이던 나전칠기 분야에 30대 후반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죠. 그렇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꽃길이 있다는 주식업계의 말을 믿었습니다.” 잘 다니던 증권회사를 그만두고 디자인 공부를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귀국 후에는 가구 회사에 들어가 자개를 배웠다. 접착제와 옻칠로 특허도 냈고 컬러 옻칠 기술을 개발했다. 부족한 점은 의문을 품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플라스틱에 자개를 붙이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어 삼성전자 하우젠과 지펠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2009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빌 게이츠에게 자개를 붙여 장식한 엑스박스를 선물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결혼 생활은 위기를 맞았다. “나전칠기에 입문하고 공방에서 주로 혼자 작업했습니다. 주말 부부도 아니고 월말부부였죠.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으니 가장으로서의 책임도 다하기 어려웠습니다. 나전칠기는 여러 가지 과정의 장인이 각기 달라 일일이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기술을 배우다 보니 힘이 들었고, 옻칠 기술을 배우러 일본 유학까지 다녀왔죠. 그 과정에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집사람이 두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꾸려나가던 힘든 시절이 있었죠.”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보와 희생이 필요한데 그럴 때 자신이 먼저 양보하고 희생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쓰디쓴 경험담에서 우러난 충고다. 스스로가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후회는 더욱 크다. 다행히 아내의 희생 덕분에 큰딸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고 작은딸은 중국에 유학 중이다.
이제 그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흐름을 잃지 않으려고 해외 전시도 될 수 있는 한 많이 보고 그들의 생각을 읽으려고도 노력합니다.” 30대 중반에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끊임없는 노력 끝에 이제 ‘명인’ 칭호까지 얻은 그는 5월 17일부터 8일간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1층에서 전시회를 연다. ‘김영준의 빛’ 이라는 이름으로 열릴 이 전시회에서 그는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자개 작품을 다양하게 전시한다. 신혼집에 어울릴 현대적인 작품도 있다. 혼과 정신이 들어가야 빛이 나는 나전칠기 작업 과정처럼 결혼 역시 서로를 배려하고 조심스럽게 대할 때 영롱한 빛이 난다는 그의 말을 확인하고 싶다면 5월 햇살 좋은 어느 날 손을 잡고 양재동에 가볼 일이다.
“보석과 결혼의 가장 큰 가치는 정신성에 있습니다” 베켓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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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image.design.co.kr%2Fcms%2Fcontents%2Fdirect%2Finfo_id%2F55541%2F1302256150161.jpg) 1 핑크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두 보석 중 어느 한쪽도 희생하지 않고 공존하는 것을 꿈꾼다. 2 미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섬유작가가 실로 만든 이 작품은 그녀가 어디든 가지고 다니는 애장품. 외롭고 고독하지만 도도함을 잃지 않는 그 모습이 인생과 닮은 것 같아서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3 베켓의 실내 공간도 그녀가 직접 디자인했다. 주얼리, 패션, 리빙, 공간 등 삶 전반을 디자인하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4 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이 섬세한 나무는 그녀와 같이 성장한 분신이다. 처음에 작은 나무로 디자인했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이만큼 자랐다.
“희소성, 내구성,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보석을 건축학적인 구조감이 돋보이게 작업하는 것으로 이름난 주얼리 숍 베켓은 오더 베이스 주얼리 숍이다. 주문 후 제작 기간은 한 달 남짓. 특별한 날, 자신을 위해 선물하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은 베켓의 박명재 대표는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남편 역시 금속공예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처음부터 주얼리를 전공할 생각은 없었어요. 금속공예학과 출신이지만 처음에는 쇠 두드리는 소리가 귀를 너무 자극해 고생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리듬처럼 느껴지면서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조형물 같은 큰 작업 말고 나와 어울리는 주얼리를 하면 되겠다고 결심했죠. 자연스럽게 흐르고 흘러 이 길에 닿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후에는 교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조직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좀 더 자유로우면서도 나 혼자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그렇게 해서 문을 연 개인 작업실에서 주얼리 작품을 디자인하는 한편 대학에서는 의류직물학과에서 패션 주얼리를 강의했다. 이때 물성이 다른 패션과 주얼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에 매력을 느끼다 보니 어느덧 주얼리 숍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캐주얼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따르다 보니 영역이 넓어진 셈.“주얼리와 결혼 생활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의미를 부여해주고 신체의 일부가 되어 소유자의 내면성을 반영해준다는 것 또한 주얼리와 결혼 생활의 닮은 부분입니다. 보석의 가장 큰 가치는 물질성보다는 정신성에 있습니다. 보석은 그 자체가 희소성을 갖고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사실 보석 자체의 화려한 빛남보다는 그것에 담긴 감성, 나에게 오기까지의 경로가 더 귀한 것입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죠.”
인생 선배로서 결혼을 눈앞에 둔 예비 신부들에게 그녀는 상호존중을 강조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완전한 하나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서로에게 맞추려 하기보다는 각자의 개인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생각과 일을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상대의 장점을 크게 보아주고 단점을 배려해주는 마음가짐 또한 매우 중요한 자세라고 거듭 강조한다. “결혼 전에는 학술적인 원칙에 근거해서 작품 활동을 했는데, 결혼 후에는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일이 많아졌어요. 피동적인 물질에 감정을 전달하는 지금의 작업은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주로 생활에서 느낀 감정을 작품으로 연결하는 편인데요 아이가 헝클어놓고 가버린 서랍의 모퉁이에 걸려 있는 양말에서 아이에 대한 사랑스러움을 느끼고, 옛날 나의 어머니가 아버지의 셔츠를 다리던 모습이 지금 셔츠를 다리는 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에서 그리움을 느낍니다. 이런 시간을 통해 가족에 대한 감정이 나의 모든 작업의 중요한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결혼을 통해 인간적인 성장은 물론 작품에도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그녀는 앞으로 생활 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꿈꾼다. 현재 그녀는 명함이 두 장이다. 하나는 베켓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명함, 그리고 또 한 장은 지난 2월 말 갤러리아 웨스트에 문을 연 캐주얼 브랜드 7+th0(세븐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명함이다. 주얼리, 패션에 이어 홈, 리빙, 공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지점에 만족하거나 국한하지 않고 삶 전체를 디자인하고 싶은 것이 그녀의 꿈이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결혼도 보석도 잘 다듬어야 가치가 드러나죠” 쥬얼버튼 대표 홍성민, 장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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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image.design.co.kr%2Fcms%2Fcontents%2Fdirect%2Finfo_id%2F55541%2F1302256150163.jpg) 1 에메랄드로 만든 이 작품의 이름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기쁨’. 2 홍성민과 장현숙은 눈만 마주쳐도 웃는다. 작업 스타일도 다르고 같은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한 가지로 통한다. 그래서 부부다. 3 작품명 ‘사랑은 경쟁’ 홍성민 작가의 작품은 이처럼 유머를 바탕으로 한 것이 많다. 4 쥬얼버튼의 작품은 구상 단계부터 낭만을 바탕으로 한다.
보석장신구 디자이너자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홍성민과 장현숙 부부는 부암동에 자리 잡은 주얼리 숍 쥬얼버튼의 대표. 1999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커플 반지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에 만나 함께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그것이 결혼까지 이어진 경우다. “1990년대 중반부터 작업을 함께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커플 반지라는 개념조차 없던 때였죠. 그런데 갑작스레 IMF 외환 위기가 찾아오면서 파혼하는 커플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결혼반지 때문에 파혼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가슴 아팠죠. 그때 반지(半指)라는 단어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손가락 절반을 나눈 사람. 가락지를 나눈 사람. 얼마나 소중해요? 여기서 커플 반지의 개념이 싹트기 시작한 거죠. ”홍 대표는 자신이 디자인한 커플 반지에 또 하나의 뜻도 담았다. 지금까지 부모님이 낳고 기르고 결혼까지 시켜주지만 반지 비용만은 본인들이 부담하는 게 옳지 않느냐는 제안이었다.
하이 주얼리인 ‘쥬얼버튼’과 결혼 예물로 인기 있는 ‘애족’ 두 개의 브랜드 모두 결혼을 앞둔 커플이 주요 고객. 이들은 보석 디자인에 ‘낭만’ ‘로맨틱한 마음’을 담아 작업한다. “보석을 연마할 때 원석 자체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아요. 잘 다듬어야 가치가 드러나는데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다듬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요즘은 마음속 진짜 로맨스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워요. 사실 남자에게 반지는 불편하죠. 결혼이라는 제도도 남자에겐 불편합니다. 그런데 빼면 허전하죠. 그래서 저는 ‘가장 작지만 강렬하고 아름다운 수갑’이 바로 반지라고 생각합니다.” 홍 대표의 명쾌한 해석이다.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시작해도 깨지는 커플이 많은데 그 이유는 둘 사이의 공통 분모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장 대표는 “긍정적인 자세가 있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더라고요. 보석을 볼 때도 남의 목걸이를 더 예쁘다고 하는 사람보다 자기가 고른 것을 좋다고 만족하는 사람의 작품이 더 잘 나옵니다. 그런 사람의 배우자도 마찬가지예요. 존중하면 더 좋아 보이니까요. 이건 결혼뿐 아니라 인생 전반을 대하는 자세와도 관련된 대답이 되겠네요.” 부부가 함께 같은 일을 하면서 얻는 가장 큰 장점은 작업에 대한 이해가 일반인보다 높다는 것.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또 받는 관계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니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지고 작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정생활이 중화시켜주는 순기능이 있었다. 반대로 가정에서 힘들 때는 일을 하면서 풀기도 했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천연 보석도 완벽한 게 없습니다. 불순물이나 내포물 때문에 색상이 전혀 달라지고 더 아름다워지기도 하죠. 가공 작업을 하다 보면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때로는 의도한 것보다 더 잘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건 하나도 없죠. 하나하나가 다 다릅니다. 다른 부부나 배우자의 장점을 비교하지 마세요. 모두 다 다르니까요.” 결혼은 이들에게 추위를 막아주는 외투 같은 존재다. ‘보석은 인체에 입히는 예술품이며 착용해야 완벽한 상태가 된다’는 게 보석에 대한 홍 대표의 믿음이다. “배우자는 내가 아닙니다. 엄연히 다른 인격체죠.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결혼 생활의 비결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입혀져서 진정으로 창조되는 게 바로 부부의 모습”이라며 “나 혼자 멋있고 완벽하면 무슨 소용인가요?” 라고 반문하는 이 부부. “보석은 원석을 연마하고 원석의 특징을 잘 살릴 때 빛이 납니다. 결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라고 답하며 환하게 웃는 두 부부의 얼굴은 그 어떤 보석보다 눈부시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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