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체코영화사 시험이 있어서 학교에 오랜만에 가보니
시험보는 강의실 문에 시험취소 - 교수님 병환 - 다음 시험날짜 나중에 통보하겠음
요렇게 써있더군요. 오랫동안 빡세게 공부했는데, 완전 허무한 마음으로 시립도서관에 들려서 책반납하고 빌리고
오랜만에 프라하 시내를 돌아댕기는데 갑자기 가방 끈이 툭 끊어지더군요 -_-;;;;;;
막 들고다니는 책가방 용으로 H&M에서 싼맛에 산 가방... 반년도 안되었는데 이렇게 되다니. -_- 다시는 안사리....
가방에 이것저것 든게 많은데 숄더백 끈이 끊어졌으니 맬수도 없고 안고 다닐 수도 없고, 완전 난감한 상태
에라 그냥 나온김에 새거 하나 사자하고는 바로 근처에 세일하고 있는 베네통 들어가서 시슬리 가방을 하나 샀습니다.
50퍼센트 세일했어도 끈 끊어진 가방보단 한 두배는 비쌌는듯...
그래도 반값이고 싸구려 가방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에 질렀습니다.
가방을 험하게 쓰는건지 뭔지 제 손에 들어오는 가방들은 오래 못가더라고요. 그냥 쓰면서 만신창이가 되기도 하고
소매치기에 당해 너덜너덜해지기도 하고 ㅠ_ㅠ (프라하에서 한번 소매치기 당했었는데, 잃어버린 지갑보다는 찢어진 가방이 더
아까웠어요.. 흑흑) 사실 학교다닐땐 백팩이 편하긴 하지만, 프라하에서는 백팩 맨 동양인은 역시 쉽게 소매치기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뒤에서 살짝 접근해서 몰래 여는 수법) 아주 가끔 진짜 짐 많을 때만 매고
중요한 지갑이나 여권등은 꼭 작은 크로스백에 따로 넣죠.. - 그치만 이게 귀찮아서 그냥 커다란 숄더백에 몽땅 다 넣는 것을
선호하는 편... 하여간 갑자기 한열사분들의 가방은 어떠한지 궁금해지는군요 -_-; 가격대 성능비 좋고 튼튼한 가방은 과연
무엇인가요 ㅠ_ㅠ
쓸데없는 가방얘기가 좀 길었고... 그럼 본론으로
남친이 한국에 와서, 특히나 우리집에서 지내면서 나름 점수를 땄던 것이,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식성 때문일 거에요.
프라하에서 가끔 정체불명의 한식을 내가 해 먹여본적이 있긴 한데, 제대로 된 가정식 한식은 한국와서 우리집에서 처음 먹었죠.
관찰을 해본 결과 약간 어린애 입맛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서양인이어서 그런건지 달착지근한 간장조림 반찬들을 좋아하더군요.
특히나 우엉조림, 연근조림 같은 건 밥도 안먹으면서 그것만 퍼먹어요.
엄마가 한국오기전에 미리 걔 밥은 니가 알아서 챙겨먹어라 하면서 엄포를 놓으셨지만, 그래도 은근슬쩍 걔가 좋아하는 것
알아서 챙겨주시더군요. 하루는 남친 집에 두고 저만 나가서 친구만나고 저녁 늦게 들어왔는데 (집에 반찬이랑 밥있으니
알아서 꺼내먹으라고 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엄마가 "너 왜 얘 밥안줬어!!!" 그러더라고요 -_-
알고보니 엄마 일 끝나고 밤 늦게 아빠가 밥먹을?가 자주 있어서, 같이 먹으려고 계속 기다렸다더군요.
근데 대놓고 배고프다고 뭐 그러지도 못한거 같고 애가 배고파 보여서 돼지 불고기해줬더니 걸신들린애 처럼 두그릇을 뚝딱
먹었다고;; 그리고 막 딜리셔스! 딜리셔스!를 연발했다고 저를 구박하는척 하면서 막 자랑하시더라고요.
엄마 말투가 무뚝뚝한 편인데, 그래도 기분좋으면 그게 은근 드러나거든요. 식구들은 엄마가 반찬해주고 밥해주면 그냥
먹을 줄만 알지 맛있다고 잘 해주지도 않는데, 서양애가 엄마가 해주는 음식 가리지도 않고 맛있다고 엄청나게 잘 먹으니
엄마는 나름 기쁘셨는듯해요. (써놓고 보니 엄마에게 죄송, 엄마음식이 먹고싶어요 흑흑흑) 그 후로 엄마는 돼지불고기를
언제나 먹을 수 있게 잔뜩만들어서 항상 냉장고에 넣어놓으셨어요. ㅎㅎ 한번은 저녁늦게 남친과 같이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막 끓이신 김치찌개 냄새가 나더군요. 남친이 오우 이 러블리한 냄새는 뭐지! 이래서 엄마가 또 은근 좋아하셨어요.
그리고 김치도 무섭게 먹었는데, 저도 오랜만에 먹는 김치라 많이 먹긴 먹었는데, 남친은 진짜 그냥 미친듯이 김치만 퍼먹음 -_-
나중에 김치가 맛있냐고 물어보니깐.
"맛은 있는데 뭔가 이상해... 사실 없으면 안먹어도 되는데, 눈앞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먹게 되더라..."
하더군요. 역시 김치에는 뭔가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고 보니 김치 안먹고 산지 한 반년 -_-;;
김치가 먹고싶어요 -ㅠ-)
아빠가 이것저것 먹여보고 싶어해서 같이 나가서 다양한 한식을 먹어보았는데, 그래도 못먹는게 있더라고요. 산낙지...
움직이지만 않으면 먹겠는데, 진짜 꿈틀거리는 건 못먹겠다고 하더군요. (쓰다보니 엄청 먹고싶어지는 산낙지 ㅠ_ㅠ)
저는 최초로 6살때 아빠 따라 간 포장마차에서 산낙지를 맛보고 (눈꼽만큼 먹은 것 같지만) 그 맛에 반해 맨날 산낙지 노래를
불러서 무려 초등학교2학년 생일상에 산낙지가 올라오기도 했었는데, 아쉽더라고요 그 맛있는 걸 못먹다니... 하면서 혼자
신나게 다 먹었지요.;
쫌 징그러운 건 못먹어도, 매운 거는 잘 먹더라고요. 특히나 사람들이 매울거라고 걱정해주면 오히려 싫어했어요. ㅎㅎ
어느날 나갔다가 점심으로 냉면을 먹었는데, 비빔냉면은 매울 거라고 물냉면을 추천하니깐, 싫어! 비빔냉면 먹을거야! 하더군요.
뭐 그래도 쫌 매웠는지 땀을 좀 흘리긴 했지만 남김없이 깨끗이 다 먹었음. 사실 제가 한국 사람치고는 매운 음식을 잘 못먹는데
가만 보니 얘가 나보다 매운 거 더 잘먹는 듯해요. 집안 내력인데 매운 거 먹으면 (특히 뜨겁고 매운거) 눈물 콧물 민망할정도로
줄줄 흘리거든요 -_-; (온식구가 다같이 매운거 먹으면 온식구가 다 같이 그러고 있음;;;)
그리고 몸에 열이 많아서 그런건지 어렸을때는 매운 떡볶이 같은 거 먹으면 가끔 코피까지 터졌어요; (분식집에서 갑자기
떡볶이 먹다가 코피가 줄줄줄 애들은 당황하고 나는 황당하고)
한번은 같이 제친구와 제친구 남편을 만났는데, 친구 남편이 미국인이라 나름 오랜만에 신나게 영어로 대화하다가
안주로 시킨 닭요리에 들어가있는 빨간 고추 (타이고추인가 완전 쪼꼬맣고 매운거)를 먹으려고 하길래 말렸거든요.
엄청 맵다고 그랬더니 이 남자들이 괴상한 승부욕을 불태우며, 그래도 난 먹을 수 있어! 넌 먹을 수 있어? 이러다가
친구 남편이 하나 쪼금 뜯어먹고 매워 죽으려고 하니까 남친은 두개를 홀딱 먹더군요 -_-;;; 자기가 이겼다고 의기양양해하다가
갑자기 미친듯이 딸꾹질을 시작;;; 물 벌컥벌컥 들이키고, 얼굴은 시뻘게서 폭발직전인데 그래도 자기는 괜찮다고
그냥 딸꾹질좀 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더군요 -_-;;;친구남편은 훗 그것봐라 하는 식의 썩소를 막 날리더군요.
하여간 대체 왜 그런 것 가지고 승부욕을 발휘하는지....
(나중에 그 얘기를 하며 쓸데없이 왜그랬냐 그래도 걔가 하나도 못먹을때 자기는 두개나 먹었다며 의기양양해함...)
한 번은 오밤중에 간식거리를 찾길래 짜파게티를 끓여줬더니만... 그것에 맛들려서 밤마다 짜파게티를 찾더군요. 블랙누들이
먹고싶다며... 밤에 짜파게티같은거 먹으면 살찐다고 구박을 해도 상관안하고 맨날 먹더니만, 프라하 돌아갈 무렵에는
약 5키로가 쪘더군요 -_-;;;
뭐 그외 한국음식은 아니지만, 미스터 도넛 폰데링에 빠져서 맨날 먹자고 하고 (니는 맨날 먹어도 나는 살찐다 안돼 ㅜ_ㅜ)
친구 개업파티때 내친구 하나가 폰데링 두박스를 사가지고 오니깐 완전 신나서 대엿개쯤 먹고는 더 먹고 싶은걸 안돼 안돼 ㅠ_
ㅠ 하면서 꾹꾹 참던적도 있었지요 -_-;;;
아 그때 개업식날 친구 동업자분 친구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대체로 여자분들) 저는 개업한 친구가 오랜 절친이라 같이
수다떠느라고 남친을 신경못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깐 남친을 중심으로
그 동업자분 친구분들이 정말 삥 둘러싸고 있더군요. 아주 화기애애.. 무슨 얘기를 하는지 -_-;;;; 영어수업시간도 아니고;;
하여간 저와 친구는 저러는 건 진짜 처음보네 -_-;;; 이러고 있었지요.
좀 다른 얘기지만 남친이랑 다니다보면 동네 꼬맹이들이 맨날 하이! 하면서 인사해서 남친이 되게 재밌어하더군요.
어떤 꼬맹이는 하이 후로 몇마디 더하다가 남친 말이 길어지니깐 당황해서 홱 도망가기도 하고 ㅎㅎㅎ
가끔 성인이신 분들도 그러시더라고요;
(동네에서 학습지같은거 파시던 여자분이 갑자기 하이! 하시고는 혼자 막 부끄러워하시기도;)
그걸 보니 저도 프라하에서 가끔 체코사람들이 나한테 곤니찌와, 니하오 하던게 생각나더라구요. 안녕은 정말 딱 한번
들어봤던듯 -_-; (곤니찌와 후에 제가 반응이 없으니 안녕을 시도하던 술취한 체코 커플...)
한번은 학교파티에서 모르는 누가 나한테 곤니찌와 하길래 나 일본사람 아니야 -_- 라고 좀 정색하니까, 미안해서 죽으려고
그러더라고요. 그냥 다음번에 누가 일본말이나 중국말로 인사하면 웃으면서 한국말로 인사해야겠어요 ㅎㅎ
쓰다보니 두서없이 시작해서 두서없이 끝났네요 -_-;;
그럼 저는 어제의 열공 분위기를 이어서 열심히 과제를 해야겠습니다.
아 덧글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해요. 일일이 답해드리지 못해서 죄송!
jasmina / 댓글들은 읽어보셧는지?
댓글보시고도 들개떼처럼 한사람을 물어버린다고 말할 수 잇나요?
내가 뭐라 했다고 그러시는지???
(문제가 될만한 댓글은 다 삭제했습니다. 글쓴이분에게는 메일로 정중히 사과드렸습니다..더이상 문제를 키우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다른 회원분들도 협력 부탁드립니다)
진짜 찌질한 남자 많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외국남자 남친들에 질투를 하다니....정말 한국남자들 피해의식 언제까지할런지.....일본부인맞은 글엔 남여할것없이 행복하게 살라는말뿐인데 역시 여자들이 정신연령이 훨씬더 높군여
한국남자들이란 표현을 왜하삼? 여기에 토다는 남자나 그런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