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산악자전거 제 12회 280랠리에 참가하여 36시간동안 280km의 산악길을
무박 무지원으로 완주하며 주관적인 느낌으로 적은 글입니다.
전국에서 자 타가 공인하는 산악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들 610명이 참가하여 완주자는 135명이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6월25일) 새벽 4시에 출발하여 26일 오후4시까지 잠 한숨 못자고
식사와 식수 음료 간식등 모든것들을 스스로 해결하며
2일동안 폭우와 같은 장마비와 태풍 "메아리"의 강풍속에서 진행되었던 랠리였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지원팀의 지원을 받으며 랠리에 도전하였고 나역시
그동안 많은 지원을 받으며 랠리에 도전과 완주를 경험했지만 이번엔
무지원으로 도전하여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체력의 한계와 저체온의 추위속에서 포기를 해야만 했던 280랠리 였습니다.
눈꽃에도 이제 많은 분들이 산악자전거를 시작하고 있어 기쁜마음과 염려하는 마음이 교차합니다.
열심히 체력을 키우고 기술을 터득하여 이러한 극한의 랠리도 참가하여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속에
의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 바라는 뜻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웃는자전거에 올렸던 글을 카피해서 그대로 올리니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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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의 3번째 완주를 위해
지난 6월 4일 울트라300랠리를 다녀오면서 “이제 올해는 랠리가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제 그만 해도 되겠다……남들은 한 두번도 힘들어 하는데…….”
280랠리 2회, 고양랠리 2회, 오디랠리, 울트라300랠리
이 것들이 그 동안 내가 참가했던 랠리다.
모두 완주했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랠리가 없었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무언가 허전하고 아쉬움이 항상 생기곤 했었다.
요번에도 300랠리 끝나고 나서 컨디션이 좋지 못해 맘껏 달리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겨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280랠리 참가는 하지 않지만 코스라도 답사형식으로 돌고 싶어 동호님에게 전화로
답사나 갔다 오자고 했더니 동호님 하는 말
“나 사실은 280랠리 혼자 접수 했어……무박 무지원으로 갈려고……”
헉!!!
이 말을 들으니 갑자기 뭔가가 끌어 올라 온다.
동호님이 가면 당연히 와플도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또한 무박에 무지원이란 말에 땡기는 것이 있었다.
그 동안 랠리에 참가하면서 너무도 많은 분들에게 신세를 졌다.
그래서 사실은 올해 누군가 280랠리에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지원조로 참가 할 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는데 동호님이 가신다면 지원보다는 동행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고,
나 또한 280에 또 한번 도전하고 싶어서 그 자리에서 “그럼 나도 접수해서 같이 가십시다.”
이렇게 해서 3번째 280랠리에 참가를 하게 되었다.
이미 2번이나 완주했던 280랠리였기에, 더구나 “Back To The Origin”을 외쳤던 2010년
정선 태백 280도 별 어려움 없이 다녀왔었기에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바로 결정할 수 있었다.
또한 올해는 충남 아산지역이라 고도도 높지 않아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랠리를 1주일 남겨 두고 답사 라이딩을 다녀왔다.
시간이 많지 않아 후반부 150km만 답사하기로 하고 첫날 정안의 서일휴게소에서
도착지점까지의 95km구간을 타고 다음날 지니님이 합류하여 신양에서 서일휴게소까지
55km를 답사하였다.
둘쨋날 55km 구간중에 있었던 싱글 무한끌바 관문2만 좀 힘들었지 뭐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의 95km구간의 평속이 GPS상 13.5km가 나왔고 둘쨋날도 12km정도는 되었던 것 같았다.
싱글외에는 그저 평범하고 어려운곳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것을 토대로 완주계획을 짲다.
식사계획과 물과 이동식 보충계획등 나름대로 그 동안 랠리 참가의 경험을 토대로 시간까지
계산하며 계획해 보니 쉬는 시간 포함해서 시간당 10km는 꾸준히 갈 수 있을 것 같고 중간
식사시간까지 포함해도 평속 10km는 나올 것 같아서 그런 계산이면 28시간이면 280km
전 구간을 완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실제로 동호님과 답사 라이딩을 갔을 때는 1시간 30분 달리고 5분 휴식하며 달렸어도
체력적으로 그다지 힘들지 않았기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전반부를 답사하지 않고 무박 무지원의 계획은 무리가 있었다.
이번의 280랠리는 174km 이전에 어려운 코스가 모두 있다는 것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특히 물의 보충이 엄청나게 부담이 되었다.
답사때는 계곡물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고 낮 시간이라 마을에서도 얼마든지 물을
구할수 있었는데 비가 와서 계곡물이 모두 흙탕물로 바뀌어 있어 물과 파워에이드등
이온음료를 배낭에 모두 메고 다녀야 하는게 또 다른 예상하지 못했던 부담이었다.
금요일 저녁 저녁식사후 본부석에 가서 배번을 받아와서 10시30분경 모텔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동호님은 온 몸에 맨소래담과 근육테이프로 도배를 한다.
내일 또 얼마나 날아 갈려고 잠도 안자고 거의 20분간을 지극 정성이다.
동호님은 잠자리에 들자 마자 바로 코를 골고 자는데 난 잠이 오지 않는다.
긴장하면 그런 증상이 있어 전에도 수면유도제를 먹고 자곤 했는데 요번엔 준비를 안해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아 비몽사몽간 누워 있다가 1시 40분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내일도 잠 한숨 못 잘 텐데 오늘 꼭 자둬야 하는데 하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더 잠들지 못했던 것 같다.
랠리 출발을 20분 당겨서 3시 40분에 출발시켰다. 그 만큼 참가자들에게 20분의 시간이 더
주어지기에 모두들 싫어 할 까닭이 없다.
나와 동호님은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는데 막 출발하는 사람들 꽁무니를 따라 출발은 했지만
무박 무지원이라서 배낭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얼핏 10kg은 훨 더 되어 보이는 무게를 어깨에 메니 숨이 콱 막혀 오는 것 같았다.
이걸 메고 280km를 돌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도 양쪽 어깨엔 시퍼런 멍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을 정도로 무거운 배낭의 무게였다.
일단 파워에이드 1.5리터 2개,헬멧라이트와 메인라이트 2개와 18650 뱃터리 8개 GPS와
GPS뱃터리 4개, 얇은 우의1개,고어텍스1개,파워젤 24개와 아미노바이탈 20개, 챙 큰모자1개,
휴지1개,식염포도당,김밥 3줄,쵸코파이6개,후레쉬베리6개,파워바등 8개,
이 외에도 예비용튜브,공구,에어펌프 등……
지금까지 자전거 타면서 등에 메어본 가장 무거운 무게의 배낭이었다.
답사라이딩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실전에서는 심각하게 다가왔다.
300랠리때도 그랬지만 이번 280랠리도 출발은 꼴찌였다.
베낭무게 적응이 되지 않아 속도를 낼 수도 없었다.
임도 첫 코스에 들어가면서부터 조금씩 무게 적응이 되는 것 같았지만 어깨를 짓 누르는
무게는 여전했다.
본격적인 랠리모드로 진입하여 적정 페달링을 유지하며 꾸준히 속도를 유지해 나갔다.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을 추월해 가고 있었다.
한편으론 뒤에서 출발하여 한 명 한 명 추월하는 재미도 있었다.
58km 지점의 싱글까지 많은 사람들을 추월했고 우린 30km쯤에서 생리현상과 간단한
간식을 먹기 위해 쉬었고, 첫 번째 싱글 끝나기 직전에 또 한번 쉬었다.
그리고는 줄 창 달려 탈해사를 지나 무한질주 관문1 싱글길을 통과했다.
비 온 뒤라서 나무뿌리와 돌맹이 그리고 흙도 모두 미끄러웠지만 탈 수 있는 구간은
모두 타고 내려 갈려고 했다.
싱글길을 마치고 예산에 들어오니 안내 하는 사람이 우리 앞에는 약 50명 정도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제법 많이 내린다.
예산까지 예상 도착시간을 10시로 잡았는데 50분 정도 오바하여 11시전에 도착을 했다.
싱글 2개를 통과하고도 1시간 정도 밖에 오버 되지 않았다는 것은 빨리 왔다는 것이다.
그 정도면 나머지 구간에서 충분히 보상되리라 생각했다.
일단은 그 곳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젠 베낭무게도 좀 적응이 되고 아침도 먹고 하니 힘이 나서 거침없이? 내 달렸다.
동호님과 같이 라이딩 하면 라이딩스타일이 비슷하고 속도도 비슷하여 맘껏 달릴 수 있는 게 좋다.
서로 쉬자는 소리도 잘 안하고 그냥 냅다 달리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우리끼리 정한 약속이 1시간 30분 달리고 5분씩은 쉬었다 가기로 했던 것이다.
우리가 아침을 먹는 사이에 또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앞질러 간 모양이다.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또 많은 사람들을 추월하며 지나갔다.
80km 지난 지점에서 작년 280랠리를 같이 했던 춘천자전거의 포뮬러원님을 만났다.
같이 나오기로 했던 동료가 나오지 않아 혼자 참가했지만 힘들어서 90km지점까지만
타고 포기 한다고 한다.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 몸이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출전해서 도저히 안되겠단다.
몇 마디 말도 나누지 못하고 바로 헤어졌다.
지도상으로 쉽게 보였던 80km이후 지점이 생각보다 훨 어려웠다.
중간에 싱글 1km구간도 있었지만 임도로 표기되어 있는 구간들이 모두 싱글이나 다름 없었다.
타고 가는 것 보다 끌고 가는게 더 많았다.
여기서도 예상시간보다 1시간을 더 허비했다.
114km 지점인 운곡에 오후3시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5시가 지나서 도착을 하여
중국집을 찾아 볶음밥을 먹었다.
이 곳에서 흙이 잔뜩 붙어 있는 잔차를 깨끗하게 씻고 체인에 오일을 바르고 출발하니
자전거의 트러블이 거의 없어 좋았다.
체인이 늘어나서 그런지 동호님과 내 잔차가 1단만 넣으면 체인이 말려 올라가 잔차에서
내리기 일쑤였다.
그럴 때 마다 계곡물에서 잔차를 씻고 오일을 바르면 한동안 괜찮다가 또 시간이 지나면
그런 현상에 생겨서 쓸데 없이 시간을 많이 허비 했던 것 같다.
운곡까지는 우비도 입지 않고 울프라운치만 입고 갔었는데 슬슬 빗방울이 차가워지기 시작하여
운곡에서 출발때는 폭스의 바람막이 겸용 우비를 입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간단한 라이딩에서는 우비로 사용할 수 있지만 종일 내리는 빗속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처음에는 비와 바람을 막아 주지만 시간이 지나니 물기가 안으로 스며 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추위가 몰려 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아산에서 등산매장에 들러 고어텍스 오버트라우저를 샀었는데 그것이 없었으면
이번 랠리는 저 체온증으로 완주 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아니면 비닐 봉지로 또는 비료포대로 우비를 만들어 입고 갔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고어텍스는 훌륭했다.
밤이 되니 폭스 우비로는 추워서 도저히 안되어 라퓨마 고어텍스를 입으니 포근하기
이를 데 없이 좋았다.
태풍의 강풍과 오전부터 종일 내리는 빗속에서 체온을 지켜주고 습하지 않게 쾌적한
상태를 만들어 주는 옷이었다.
드디어 우리가 답사를 시작했던 지점인 130km 신양부근을 통과하여 이번 랠리의 마지막
고비인 170km지점의 무한끌바 2관문을 향해 달려 가고 있었다.
원래의 계획은 마지막 싱글구간을 가능한 어둡기 전에 통과 하자였다.
시간계산으로 하면 시간당 10km를 진행했을 경우 17시간인 오후 9시경 싱글입구에
도착할 수 있으니 좀 부지런히 가면 1시간이상 더 당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부렸었다.
그러나 오후 늦게 부터 체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낮에 열심히 달려서 체력소모도 많았고 배낭도 무거웠고 또 저녁때부터 나의 왼쪽
사타구니가 쓸려 진행중에 수시로 멈춰 1회용 밴드를 붙이고 갔다.
몸이 젖어 있고 계속 내리는 빗속이라 10분도 안되어 떨어지고 만다.
그러면 또 참고 가다가 또 서서 바지를 훌렁 내리고 밴드 붙이고……
동호님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진행할 때 쭉쭉 치고 나가야 하는데 계속 브렉이 잡히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완주를 위해선 붙이고 가야 하거늘…….
설상가상으로 라이트가 맛이 가서 불빛이 자동으로 바뀌는 오토가 되어 있었다.
최고 밝기에서 점멸등으로 그리고 잠시후 가장 약한 밝기로 임도의 충격마다 바뀌는 것이다.
이러니 임도 다운에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나마 페달링 없이 내려 갈 수 있는게 다운인데 다운마저 엉금엉금 기면서 내려 가야 하는
꼴이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아마도 종일 핸들바에 달고 다녀서 임도길의 충격을 받아서 스위치 부분이 접촉불량이 된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늦어지는 진행 속도에 더 늦어지는 결과가 되었다.
싱글 진입 하기 전 허기가 몰려와 동호님에게 싱글에 들어가서 간식 좀 먹고 가자고 했는데
갑자기 생리현상이 생겨 끌바 하던 도중에 자전거 팽개치고 빗속에 웅크리고 앉아 해결하고
싱글에 들어가서 한참을 진행해도 동호님이 보이지 않았다.
허기가 져서 더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일단은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혼자 싱글 중간에서
이것 저것 먹고 다시 출발했는데, 하필 내 앞에 가는 사람들의 진행 속도가 느려 내 뒤에도
줄이 많이 늘어 섰다.
알아서 비켜 주면 되는데 고집스럽게 앞장서서 가려는 사람들이 꼭 있나 보다.
한 두명도 아니고 일일이 추월 할 수도 없어 그냥 따라 진행하니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답사라이딩때는 절반 정도는 타고 내려 갔던 것 같은데 랠리때는 단 한번도 타지 못했다.
그 만큼 그 구간이 미끄럽고 정체가 심했다.
싱글 구간을 끝내고 내려오니 새벽 3시5분이었다.
동호님 보다 30분 정도 더 지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동호님에게 전화를 할려고 핸폰을 꺼내니 완전 먹통이 되어 있었다.
빗속에서 업무상 몇 번 통화를 했었지만 배낭속에 있어서 안전 할 거라 생각했었는데도
습기를 먹어 먹통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연락할 방법이 없어 일단은 서일휴게소까지 가면 만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 때문에 동호님이 자꾸 지체 되는게 조금 부담이 되어 그냥 알아서 가시기를 바랬다.
어쨌던 마지막 싱글을 빠져 나오니 사타구니의 쓰라림이 엄청 심해졌다.
싱글구간에서는 생존을 위해 어쩐지도 모르고 일단 안 자빠지기와 쳐박히지 않기를
위해 몸부림 치다 보니 아픈줄도 모르고 내려왔었는데 상황 종료가 되니 종전까지 보다 훨씬 더 심했다.
한발 페달링 할때마다 침을 한방씩 놓는 것처럼 찌릿찌릿 하는 것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싱글 통과전에 상처부위인 왼쪽 사타구니에 버프를 끼워 넣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안 아픈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아픈 줄 모르고 싱글을 통과했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걸로 다행이 아니라 더 큰 불행의 시작이었다.
쫄 바지는 몸에 달라 붙어 있다.근데 한쪽에 버프를 넣어 그쪽이 팽창이 되니 다른 쪽이
일그러져 그쪽이 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그래서 반대쪽인 오른쪽 사타구니와 남자들의
중요한 부분인 주름진 그 부분밑까지 훌러덩 벗겨지기 시작했다.
끌바도 힘들고 페달링도 힘들고…….어쩌할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앞으로 남은 구간이 100KM가 넘는데 과연 이 상태로 갈 수는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단 움직여야 했다.추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싱글에서 흘린 땀들이 태풍의 강풍에 뼛속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이 때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었던 것 같았다.
이너도 없이 져지 한장만 입고 그 위에 고어텍스 오버트라우저를 입고 있었으니 움직일때는
모르겠으나 다운할때는 추위가 몰려왔다.
서일 휴게소를 가기위해선 10km 임도를 한 개 더 넘어야 하는데 임도입구까지는 도로 다운이었다.
근데 여기서 추위 때문에 이가 덜덜 떨리고 정신이 몽롱해져 도저히 진행이 안 될 것 같아
도로 옆에 불켜진 곳을 무조건 찾아 들어갔다.
이것은 랠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었다.
그 상태로는 얼마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들어 가 보니 펜션같아 보였고 잔차를 실은 차도 몇 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일단 살고 보자는 식으로 들어 가서 추위를 좀 녹이고 새로 단장을 해서 다시 출발할 요량이었다.
근데 다행히 그곳은 식당이었다. 운이 좋았나 보다…….
랠리 참가자들과 지원조도 몇 팀 쉬고 있었다.
경황이 없어 상호도 모르고 나왔지만 주인 내외분이 잘해 주셨다.
뜨끈한 청국장과 막 나온 순두부에 감자까지 내어 주며 쉬었다 가시란다.
몸은 흙 범벅이고 신발을 벗으니 양말에 땟물이 시꺼멓게 방바닥을 적신다.
주인 아저씨가 수건을 주며 대충이라도 딱고 들어 오라고 한다.
스카치 테이프를 빌려 상처난 곳에 칭칭감아 버렸다.
아직 오른쪽과 주름진 밑 부분은 심한 것이 아니라서 왼쪽만 막아 버리면 랠리는 진행 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을 했다
식당을 나서는 순간 다시 추위가 엄습해 왔지만 상처 때문에 페달링을 빨리 할 수도 없었다.
한 동안 덜덜거리며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임도를 끌바로 전구간을 올랐다.
체인이 말려 올라가는 것 때문에 1단 기어를 넣지 못하고 2:1단만으로 올라야 하는데
이미 지친 상태인데 2:1로 오르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미 낮부터 그런 현상이 있었지만 동호님이 가지고 온 체인오일을 수시로 발라 줬기 때문에
그 다지 심하진 않았지만 저녁부터는 귀차니즘으로 오일도 거의 바르지 않고 진행했던 것이라
싱글 통과 후 부터는 증상이 너무 심해 아예 1단을 넣지 못할 지경이었다.
또 오일을 가지고 있는 동호님과도 헤어진 상태이니…..
잔차를 타고 내리고 하는게 상처 때문에 너무 아파 그 이후엔 1단을 넣을 생각도 하지 않고
모든길을 2단으로 달려야 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의 페달링은 일명 헛페달링이라 할 정도로 낮은 기어로
빨리 돌리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근육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 하기 때문에 장거리 라이딩에 가장 효율적인 페달링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참가했던 랠리들에서 모두 완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2:1단으로 오르는건 근육을 많이 사용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근육의 과다사용으로
쥐가 난다던지 탈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들어 가급적 끌바를 했다.
출발했던 토요일 시간을 많이 벌어 놔서 컷 오프의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추월하는 사람은 다운할때를 빼면 한명도 없고 모두 나를 추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 계산을 다시 해보니 그다지 많이 여유 있는게 아니었다.
그래서 쌍유리를 통과한 이후인 220km부터는 최대한 2:1단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시간 지체하면 컷오프가 될 것 같아서 선택한 자구책이다.
가다가 퍼지더라도 일단 2단으로 모든걸 해결하기로…….
또한 그때 배낭속에 들어 있던 진통 소염제가 생각났다.
비상시에 써 먹을려고 항시 가지고 다녔는데 거의 쓸일이 없어 잊고 지내다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확인해 보니 몇 알 있었다.
진통제를 먹으면 쓰라린것도 좀 괜찮아 지겠지 하고 먹었는데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사실은 차이가 있었겠지만 처음의 통증과 계속 비슷한 정도의 통증이었으니 아마도 약을
먹지 않았으면 그 통증이 더 심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테이프로 칭칭 감은곳도 이미 끊어져서 너덜거려 아픈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가 선택 할 수 있는 방법은 쓰리고 아프더라도 완주해야 하는 것 외에는 없기에
한편으론 이런생각도 들었다.
지금 당장은 상처 때문에 아프지만 완주하지 못하면 그 정도의 고통도 참지 못했다는
실망감 때문에 더 아플 것 같았다.
“그래 까진곳이야 기왕 까진것이고 조금 더 간다고 해서 뼈가 부러지는것도 아니고
당장 죽는것도 아니니 고통을 무시하고 가자” 이렇게 마음을 다 잡고 버텨본다.
누적거리 100km부터 까지기 시작했었는데 이미 100km이상을 그 상태로 진행을 했었다.
물론 정도는 더 심해졌지만 얼마든지 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편해지고
통증도 덜 하는 것 같았다.
새벽 3시30분에 야참을 먹은 이후 정상적인 식사는 하지 못하고 피니쉬라인을 향해 달렸다.
답사를 했던 구간이었지만 아무 생각없이 3번이나 지나쳐서 삑사리로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촉박해져 파워젤과 파워바만 먹으며 나머지 구간을 달렸다.
끌바 구간에서는 어기적 거리며 걷는 폼이 영 아닐 뿐더러 다른 사람보다 진행속도도
훨씬 늦었다.끌바에서도 모두들에게 추월 당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잔차에 올라 앉아 있어도 추월 당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끌바가 더 힘들었다.
2:1단으로 달리다 보니 당시엔 알지 못했는데 랠리가 끝난 이후에 무릅이 많이 아파왔다.
지금까지도 아프다. 역시 고단기어는 무릅엔 쥐약인가 보다.
마지막 망경산 업힐을 끝내고 줄창 다운만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멈춰보니 길사님이다.
어제 한 차례 사진 찍고 더 이상 보이지 않아 일산으로 돌아 갔는줄 알았는데 다시 나타난 것이다.
내가 연락이 안 되서 걱정하고 있단다.
동호님도 30-40분전에 지나가셨다 하고……
이제 남은 것은 다운과 평지 7km남았으니, 어쨌든 우리 두 사람은 무지원에 무박에
무사 완주를 했다고 생각하니 안도가 되었다.
그때 내 뒤에서 오던 사람이 어기적 거리며 페달링 하는 나를 보며 내년에도
280 또 할거냐고 물어본다.
“글쎄요……내년 가 봐야 알겠지요……..”
그 사람 왈 “저도 6월만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요……..지금 같아서는 절대로 다시 안 할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웃으며 서로 “완주를 축하 한다” 라고 하고 있을 때 검은 차 한대가 지나가면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쳐다 보니 지니님과 마님이 손을 흔들며 나를 지나쳐 가더니 불법 유턴을 해서
내게로 다가온다.
마님이 내리더니 무지막지 하게 때린다. 나 환자인데…….
모두들 걱정을 많이 했단다.
핸폰이 안되면 다른 사람거라도 빌려서 전화를 해 줘야 하지 않냐고……
사실 동호님 핸폰 번호를 외우지 못해 할 생각을 못했었는데…….
연락이 안된다 하여 새벽을 달려 왔단다.
그 동안 지원해줘서 너무 미안해서 무 지원으로 나간 것인데 결국은 또 이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에 “왜 왔어……?”라고 했다.
마음 졸이며 달려 온 사람들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또 나 때문에 이렇게 수고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그런 말을 해 버렸지만 마음으론 감동도 되고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피니쉬라인이 언덕에 있어 마지막 50M를 댄싱으로 올라본다.
근데 편자풍의 낮익은 분들이 모두 박수를 쳐 주며 환영해 주신다.
처음엔 나보다 먼저 꼴인 한 줄 알았는데 저체온증의 안전 문제로 모두 같이 랠리를 포기 했다고 한다.
한편으론 안타깝지만 여자분이 2분이나 계셔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
팀 리더의 판단을 존중하며 따라야 하는 것이 팀라이딩의 원칙이다.
랠리에 참가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은 모든 지원조가 나의 지원조 같은 느낌이 든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지나 갈 때면 파이팅을 외쳐주고 힘내라고 하기도 하고
또 격려해 주기도 하고…….
이때는 모두가 가족이고 모두가 한 팀인 것 같아 정말 좋은 것이다.
또한 랠리 참가자들 역시 오래 사귄 동료와도 같다.
서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주고 받으며 고통을 이겨 가며 랠리를 하는 것이다.
몇 년 랠리에 참가하다 보니 랠리에 나가면 만나는 아는 사람들이 이제는 꽤 있다.
이것도 짬밥이 좀 쌓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언젠가 보았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곳이 랠리인가 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마님과 지니님의 등장으로 상처부위는 아팟지만 마음은 포근해 졌다.
미안한 맘도 많았지만 그래도 골인 지점에서 환호해주고 샴페인도 뿌려주고 사진
찍어주고 하니 좋았다.
그 새벽에 밥까지 챙겨 와서 불고기에 겉저리 김치에 정말 맛있게 밥을 먹었다.
올라 오는 길엔 운전까지 대신 해 주어 잠깐이나마 졸도 할 수 있었다.
샤워할려고 들어간 모텔비용과 약값등을 부담한 지니님도 많이 고마웠다.
내년엔 내가 지원하던지 아니면 페이스메이커로 따라가던지 할 테니
부지런히 잔차 타기 바란다……
항상 함께 라이딩하며 동고동락했던 동호님도 많이 수고 하셨고 감사를 드린다.
이제 랠리는 끝낸다고 하니 많이 아쉽기도 하다.
가장 잘 호흡이 맞고 함께하면 언제나 신나는 라이딩인데…….
요번에도 나의 부상만 아니었어도 같이 12시 전에 골인 했을 텐데 많이 아쉽고 미안하기도 하다.
다음에 또 무박 무지원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 본다.
많은 웃자의 회원님들이 염려 해 주시고 격려 해 주셔서 무사히 완주 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첫댓글 한계를 극복하고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부디 철인의 체력으로 안전하게 도전을 이루어가시길 기원합니다.
축하드립니다...힘든 고난을 이긴 인간 드라마 입니다...
눈꽃에 철인 한분이 또 탄생하셨군요. 무더운 날씨에 대단하십니다. 짝짝짝
머... 평소 오빨 사람이라구 생각은 안하구 살았씀다만~.. 허~거~~참... 대단허십니당... @.@ 근데근데.. 사진보니.. 허벅지가 돌땡이같은거시.. 역쉬~사람은 아닌듯합니당.. ㅋㅋ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많이 부탁드립니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완주한 그대의 울트라 체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대단하십니다.형님!! 오랫동안 멋진모습보여주십시오! 화이팅~~~
한번도~ 뵌적은 업지만~!! 그동안 준비하시구~이겨내신 모든과정이 정말 존경스럽슴다~!!
완주 축하드립니당~!! 꼭~!! 그 열정을 오래오래 기억하게씀다~!! 꾸벅~^^
형님 대단하십니다. 정말 철인이시네요.
코끝이 징해지는 감동이~대단하십니다~딲아 놓으신길 저희도 열심히 따라가게습니다~!
아니 힘들게 왜 그 고생을 사서 하시냐고요~~~걍 차로 다니세요ㅎㅎ암튼 대단♥존경ㅋ
힘들이신 만큼 기쁨도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대단하십니다~~~
너무너무~ 위대!!하세요.. ^^
대단대단 하십니다 정말^^
고생한만큼 기쁨도 크겠지요~~ 고생 많하셨습니다... 내년에도 참가하세요 ㅎㅎㅎ
형님 대단하시네요~~~피니쉬 통과할때 얼마나 찡했을까~~감동적입니다~~
대단... 하다가 대세네요~~
위대.. 도 하나 있고...
감동, 존경 등등....
제가 본 랠리는........... 왕고생!!!!!!!
입니다~~~~^^
근데... 왠지 끌리네...쩝!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