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의 추억여행 1
이번 이태리 여행은 특별한 여행이었습니다.
내가 이태리를 여행한 것은 이번이 6번째입니다. 물론 똑같은 장소는 아닙니다. 대부분은 새로운 곳입니다. 시애나는 세 번째, 산 지미냐노는 두 번째입니다. 사실은 이곳 때문에 신청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 곳에서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었다는 것이 내 솔직한 표현입니다.
애들 아버지는 이태리를 나와 함께 여행하며 사진을 찍으며 준비하고 있던 책을 마무리 못한 채,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났지요. 아프면서도 이태리에 가서 머무르며 이 책을 마무리 하고 싶어했었습니다. 그 후 1주기에 맟추어 내가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이태리를 가보고 싶다는 나의 소망을 이루어 준 추억여행입니다
이 책은 피렌체를 관통하는 아르노강을 따라 흐르는 르네상스의 예술을 함께 느꼈던 여행기입니다. 그러니까 아르노강 원류에서부터 하류까지를 르네상스의 예술가들과 함께 여행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방문했던 중세 소도시, 그곳에서 활동했던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에피소드들을 살펴본 것입니다.
일 년 동안 책을 준비하면서 다시 가보아야 하는데, 그렇지만 혼자서는 감히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 만 흘렸습니다. 이번 무심재의 여행 공지가 나 온 즉시 신청했습니다. 이번 여행엔 애들 아버지의 친구 내외도 동행했습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책을 가지고 갔습니다. 가슴에 품고 갔다는 말이 옳은 말입니다.
하여튼 이렇게 시작된 여행입니다.
대부분은 동영상으로 대신합니다. 그리고 이 후기는 추억을 떠올리며 다니엘 레의 음악 여행을 함께 합니다.
로마에 도착하여 하루를 지내고 티볼리로 떠나면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여행 2일차
이태리 현지 가이드 이대환(다니엘 레)을 만났습니다. 참 매력적인 청년입니다.
<엘가>의 음악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영국의 기를 살려준 「위풍당당 행진곡」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의 인사」가 흐릅니다. 다니엘 레가 우리들에게 사랑의 인사를 하는 듯합니다.
<리스트>곡 「에스터 장의 분수」 곡이 흘러나옵니다.
이 곡은 성직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가 한 해에 서너 달씩 머물며 작곡에 몰두했던 에스테 장에서 뿜어오르는 분수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입니다.
리스트처럼 분수를 보면서 우리도 분수소리를 마음 오선지에 쓰자고 합니다.
이 티볼리에선 유럽 별장의 시작인 빌라데스테 정원 입장으로 시작됩니다. 500여개의 분수가 내뿜는 아름다움과 시원함이 압도합니다. 경사지를 활용한 분수인데 어떠한 동력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중력과 수압을 이용하여 물을 흐르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빌라 테스테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정원 중 하나로 그 가치가 상당히 높게 평가되고 있다합니다.
<드뷔시>곡 「목신의 오후」 전주곡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아마도 우리도 점심 후 나른한 오후를 상징하여 이 곡을 선택하였나 봅니다.
오늘날 드뷔시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 곡으로 나른한 여름 오후 숲이 우거진 그늘에서 잠이 깬 목신의 모습을 그린 곡으로,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작이며, 드뷔시가 상징주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관현악곡으로. 드뷔시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작품입니다. 이 곡을 시작하는 플루트 선율이 ‘현대 음악의 뚜렷한 시작’이라고 이야기될 만큼 이전 시대의 작품들과는 구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뇨레쪼는 2,500여년 전에 에트루리아인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로 예전에는 치비타(Civita)의 고대도시로 접근하는 데 5개의 성문이 있었지만, 2013년에 통행료가 포함된 인근 마을의 인도교를 만들어 통행이 이루어지며, 지반 침하로 철재빔으로 지탱하고 있으며 현재 주민 11명이 거주한다고 합니다.
나는 현지 가이드님인 다니엘 레와 인도교를 나란히 걸으며, 음악을 전공했는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했습니다. 나는 아마도 성악을 전공하고 이 일은 잠깐 알바하는 줄 알았습니다. 여행 중간 중간에 멋진 아리아를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더이상은 묻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음악사나 미술사나 그런 공부를 하러 이태리에 왔는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음악이 우리의 여행을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사실 애들 아빠는 음악을 무척 좋아했었습니다. 음대에 가고 싶었다 합니다. 그러나 집안에서, 또 담임선생님의 만류와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는 첫 행동이 kbs fm을 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었기에, 난 전혀 모르던 클라식 음악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물론 이름도 모르면서 그 분위기만을 즐기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이번 여행을 난 추억여행이라 했습니다. 이태리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아련한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데, 음악이라니, 제대로 된 추억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선물을 듬뿍 받은 기분입니다.
이번 여행 후기는 내가 메모해 둔 것을 위필님의 꼼꼼한 메모와 문항님의 자세한 후기로 확인하며 쓴 여행 후기가 되었습니다.
3일차 볼세나 오르비에또
무척 기분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어떤 음악으로 나를 놀래키는 이야기로 풀어낼까 기대하는 가운데 「베에토벤 교향곡 1번 1악장 」 알레그로가 흐르는 가운데 음악과 미술과 르네상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내가 갖고 있던 베토벤 cd 시리즈를 큰 손자에게 할아버지 유품이라고 선물했었습니다. cd는 이미 쓸모없게 된 유품이겠지만 할아버지 손때가 묻었던 것이니, 듣던 안듣던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음악을 무척 좋아했었고 그 cd를 통하여 할아버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모차르트 전곡 cd는 아직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 아이를 선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오르비에토에 도착하여 푸니쿨라를 타고 성안으로 들어갔습니다.
4일차 아씨시
아씨시는 성 프란체스코의 성지입니다. 성자의 묘위에 수도원의 부속건물로 이태리 고딕양식으로 지어졌습니다. 이곳은 가톨릭의 위대한 성지이며 진귀한 중세 회화 박물관입니다.
성당 안에는 촬영이 불가하지만, 미술사적으로는 중요합니다.
‘르네상스 시작을 알린 치마부에’와 ‘미술의 혀를 풀어 준 지오토’의 프레스코화가 중요하며 지오토의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 연작' 중 ‘작은 새에게 설교하는 프란체스코’가 중요합니다.
치마부에의 작품인 ‘옥좌 위의 성모자와 성 프란치스코’입니다. 이 그림은 그가 남긴 프레스코화 중에 보존 상태가 좋고 작품성이 탁월합니다. 조금은 무섭고 음산한 느낌이 듭니다.
그는 자기만의 개성과 재능을 펼쳐낸 천재였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중세의 세계관에 머물러 있었고 그것이 지오토와의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치마부에의 그림은 후기 비잔틴 양식을 대표합니다.
나는 이 아씨시는 처음이나, 프란치스코가 성흔을 받은 곳으로 유명한 ‘라 베르나’를 방문했었습니다. ‘라 베르나’는 아르노 강 상류의 ‘비비안나 시’의 동쪽의 산비탈 암벽 위에 있는 수도원입니다.
우리 둘은 ‘비비안나 시’에서 택시를 타고 ‘라 베르나’에 도착하였습니다
1224년 여름 프란체스코는 이 라 베르나에서 40일 동안 금식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9월 24일 아침 복음서 3권을 펼쳤는데 이상하게도 3권 모두 똑같이 그리스도의 수난에 관한 부분이 펼쳐졌고 그 순간 갑자기 하늘 높은 곳에서 천사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 장면을 성 보나벤투라는 훗날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프란체스코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세 쌍의 날개를 가진 사람 모습을 한 세라핌임을 곧 알아보았습니다. 팔은 펼쳐 있었고, 발은 모았으며 몸은 십자가에 매달린 채 프란체스코를 보고 잔잔히 미소를 띠고 있었습니다. 세라핌이 사라지자 프란체스코의 몸에는 놀랍게도 십자가 위의 예수가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에 입은 것과 똑 같은 성흔이 생겼다"고 합니다.
라 베르나에서 프란체스코 성인이 오상을 받은 곳에 지은 소성당에서 안드레아 델라 로비아가 제작한 대형 테라코타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와 오상을 받은 장소에 기름 등잔불을 켜 놓은 채 육각형으로 테를 둘러 유리를 씌워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지오토는 <라 베르나에서 오상을 받는 성 프란체스코>를 성 프란치스코의 전설 연작 28편중 19째에 대성당의 2층 내부의 벽 하단에 그렸습니다.
나는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그 프레스코화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에 담았습니다.
대성당 1층 치마부에의 그림 바로 옆에는 지오토의 <십자가 처형>을 바라다 보았습니다.
청색과 금색의 조화가 화사함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그토록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것은 슬픈 감정을 더 이상 슬플 수 없을 만큼 감동적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선한 사람들, 다른 쪽에 악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는 지오토 특유의 구성 중 하나입니다. 또한 예수는 다른 인물들보다 좀 더 크고 팔과 다리가 길고 가늘게 그려져 관람자는 예수의 수난에 감성적으로 몰입하게 됩니다.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소성당의 <죽은 예수의 애도>의 천사들을 떠올리며 비교도 해보았습니다.
그토록 오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던 아씨시에서 나는 지오토의 그림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 속에 뜨거운 감정이 밀물처럼 솟아올랐습니다. 2층 두오모를 지나 선물센터 앞에서 그 감정을 주체못해 주저앉아있는 내 앞에 프란체스코 수도복을 입은 수도자 한 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즉시 셔터를 누르면서 ”나도 참“하고 혀를 끌끌 찾습니다.
두오모를 나와 성녀 키에라 두오모를 방문하였습니다.
아씨시는 성자 중의 성자로 꼽는 프란치스코와 성녀 글라라가 태어나 일을 하고 잠든 도시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많은 활동을 하였다면, 글라라 성녀는 그 활동이 잘 될 수 있도록 기도와 관상을 하였습니다.
5일차 토스카나 피엔차 산티모(안젤모)성당
성지 아씨시를 떠나며 성프란체스코를 기억하면서
<존레논>의 「Imagine」가 흘러나옵니다.
누군지 모르겠으나 그의 목소리는 따스함이 있었습니다. 미카엘 레는 크바스토프라합니다. 언젠가 tv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토마스 크바스토프는 1959년 독일에서 출생한, 키 132cm 오른 손가락 4개 왼 손가락 3개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태어난 기형아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이런 기사가 뜹니다.(2019.3.19.조선일보)
“재즈로 분장한 클래식이 아니라 진짜 재즈를 보여주겠다!” 지난 16일 대전 예술의 전당 아트홀에서 깊고 아늑한 저음으로 재즈를 부르는 토마스 크바스토프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피아노 트리오. 가슴을 치는 노래와 선율에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서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
난 매일 긍정적이진 않지만, 장애는 보통 사람들 티눈처럼 사소한 것. 등이 아플 때도 있고 넘어질 때도 있지만 '돈 기브 업(Don't give up)'! 기회는 어디에나 있어요. 다시 힘내어 살다 보면 무난하게(nice and easy) 행복한 날은 꼭 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Imagine의 한글가사를 첨부해봅니다.
Imagine
there's no heaven,
천국도 없고
It's easy if you try,
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No hell below us,
오직 위에 하늘만 있다고 생각해봐요
Above us only sky, 노력해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예요
Imagine all the people
오늘 하루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living for today... 사람들을 상상해 봐요
…
Imagine no possessions, 소유물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봐요
I wonder if you can, 당신이 상상할 수 있을까요
No need for greed or hunger,
탐욕을 부릴 필요도 없고
A brotherhood of man, 굶주릴 필요도 없고, 인류애가 넘쳐나요
imagine all the people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Sharing all the world... 사람들을 상상해 봐요
토스카나 구릉지의 사이프러스 나무를 보며 영화 글리에이터의 촬영지인 막시무스의 집 도착하였습니다.
밀밭을 가로질러 가족들을 향해 걸어가는 환상 속의 막시무스를 떠올리며 우리 길벗님들도 사진찍기에 여염이 없었습니다.
동영상을 첨부합니다.https://youtu.be/27Nuvp2cNTM
이태리의 추억여행 2부에서 계속됩니다.
첫댓글 낭만 사부님과의 추억여행을
다니엘 레의 음악과 함께하여
더욱 소중한 감성 여행이 되셨군요
사부님과 시야님이 완성된 책도 한번 보고싶어요 ㅋ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한 여행이
저에게도 속 깊은 휠링을 주었지만,
시야님께는 더욱 의미있는 추억여행이셨군요.
후기 읽으면서 감동도, 가슴 아림도 함께 느껴집니다.
항상 시야님의 여행길을 응원하고, 건강을 기도드립니다.
멋진 후기 고맙습니다!!!
시야님
사부님과의 과거 추억이 젖어든 감성의 순간이 이어진 여행이었군요.
아련하기도 하고 아리기도 한 삶의 추억은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지만 미래에도 시야님의 삶과 함께 하여 미소짓게 할 것입니다.
어찌하여 삶은 그리움과 추억이라는 것이 있어 아름답기도 할까요.
지오토의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스크로베니카펠라의 지오토 그림의 감동이 다시 떠오릅니다
시야님 설명을 읽으니
아씨시도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멋진후기 감사드립니다~~
가슴속으로 스며들어오는 음악과함께
차분히
함께 거닐었습니다
감사하는마음 전하며
늘 건안히 행복하세요,,,
몇일전 다큐 영화
" 피렌체와 우피치 미술관 " 을 보고 갑자기 이태리가 그리웠는데 시야님의 후기로 달래 봅니다 ~ㅎㅎ
말만 들어도
낭만적이고 스위트한
남편 생각을 하며 ~~
엘가 , 드뷔시 , 리스트 와 함께 한 추억여행
아름답네요 ~!!
"존 레논" 의 imagine 은 뉴욕 센트럴파크에 있는 존 레논 추모비 앞에서 들었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지요 ~
가사가 너무 좋아서 ....
음악과 함께한
감성 후기 ~
Excellent !!!
영상도 즐감합니다 ~♡
아씨시가 아저씨로 읽힌 뻔 ㅎㅎㅎ 웃습니다. 덕분에. 무식함을 드러내는~~~.
저 수사분은 동양적인 뒷태가 있습니다. 성자 또는 성자의 삶을 향해 수도하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하시는 마음, 언젠가 다른 후기에서도 뵈온듯, 필요한 일이지요.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의 추억자리 찾아 나서는 시야님이 부럽고 대단하다고 여깁니다.
가슴에 그 무언가를 품고 책을 품고 음악을 품고 사람을 품고~~~멋지십니다~^^
저는 아직 가보지 못한 여행길이긴 하나 후기따라 세세하게 보면서 저장하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떠나렵니다. 감사드립니다. 늘 건행하셔요~^^ 시야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