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하는 이란’에서, 한국은 지워진 듯 보인다. 한국이 미국의 제재에 따라 이란과 관계를 단절하면서, 한-이란 관계는 위기에 빠졌다. 특히 한국이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한 대가로 지불해야 하지만, 미국 금융제재로 돌려주지 못한 채 5년 넘게 우리은행에 묶여 있는 약 70억달러(약 9조원)를 둘러싸고 갈등이 깊어졌다. 이 돈을 돌려주려면,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되어 제재가 완화되어야 한다. 협상은 여러차례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허물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국의 ‘돈 돌려주기’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거리에서 만나는 이란인들의 민심은 다르다. 한국인이란 말에 ‘코레 헤일리 후베(한국 매우 좋다)”라며 미소가 번진다. 젊은 여성들은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고,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호한다. 이란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주몽’ ‘대장금’부터 BTS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이 축적되었다.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위협적이지 않은 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란과 중국 정부의 ‘반미 연대’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중국 관광객과 기업들에 대한 이란인들의 민심이 싸늘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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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동남아 등에서 한국은 식민통치와 전쟁을 딛고 일어선 ‘제조업과 문화 선진국’으로 호평받지만, 정작 한국은 ‘한반도와 4강 외교’를 넘어 다양한 국가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오만한 편견을 내비친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 발언으로 이란의 반발을 부른 것은 상징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의 외교를 ‘남북관계에만 치우친 친중·친북 외교’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미국의 설계도’에 나오지 않는 한국 스스로의 외교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제대로 노력하고 있는가.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오만한 구호보다는, 그동안 무관심했던 지역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더 진지하게 배워나가면서 접점을 넓혀가는 겸손하고 포용적인 외교에 한국의 길이 있을 것이다.
첫댓글 맞긔 미국 일본 외의 국가에 연대 및 투자가 필요한데 지금은 넘나 미국 바라기일 뿐이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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