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씨는 성수대교를 지나가지 않는다. 1994년 10월 이후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무학여고에 다니는 딸을 잃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라는 병을 얻었다. 서울을 떠나진 못했지만 교통 표지판 “성수대교”만 봐도 가슴이 뛰는 시간을 10년 넘게 보내고 있다. ‘버스기사가 조금만 더 빨리 달렸더라도…’ ‘무학여고만 배정되지 않았더라도…’ 이런저런 아쉬움을 달래며 꼬박 밤을 새우기를 몇 달, 몇 년… 그 사이에 성수대교는 가장 아름답고 튼튼한 다리로 다시 태어났다. 파란색의 무너진 다리를 지은 건설사는 동아건설, 빨간색으로 새로 시공한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 성수대교(聖水大橋). 말 많고 사연 많은 서울의 대표 교량(橋粱)이다. 압구정동에서 길이 1,161m, 너비35m의 왕복 8차선의 성수대교를 건너면 서울숲이 나오고 성수동과 응봉동, 행당동, 한양대가 보인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구(區)의 하나인 성동구(城東區)가 시작되는 것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지역의 30%를 차지했던 성동구는 1975년 강남구와 1995년 광진구를 차례로 떼어주면서 더 이상 확장할 곳이 없고 낙후되어만 가는 서울의 한가운데에 끼인 전통의 행정구역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2005년, 서울숲 35만평이 문을 열고 뚝섬 경마장터에 최고급 주상복합 건립계획, 유턴 프로젝트 등이 발표되면서 성동은 강북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에 선다. ◆ 성동구 아파트 가격, 강남구의 삼분의 일 성동구는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주거지역의 하나이다. 따라서 거대한 재개발 사업장이다. 이미 사업이 완료되어서 입주를 마친 단지가 31개 구역, 기본계획 수립단계, 추진위 승인, 구역 지정 등 진행절차를 밟고 있는 재개발 구역이 28개 구역이다. 이 가운데에는 시범 뉴타운으로 지정되어 있는 왕십리 뉴타운 3개 구역도 포함된다. 1km 건너편에는 강남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 보이지만 강남과 강북의 아파트 가격 차이는 평균 삼분의 일, 많게는 오분의 일까지 차이가 벌어진다. 금호동, 옥수동은 강남과 가깝고 조망권이 뛰어나지만 산꼭대기에 아파트가 있어서 싸다. 성수동은 준공업지역이어서 싸고, 마장동, 용답동 지역은 각종 혐오시설이 근접해서 싸고, 왕십리 일대는 대표적인 슬럼화 지역이 되어서 싸다. 최근 들어 지극히 열악한 주거지역 성동구에 서서히 볕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2002년 왕십리 시범 뉴타운 지정을 시작으로 2005년 6월 35만평 서울숲이 개장되었고 2005년 10월엔 청계천이 복원되었다. 2006년 2월, 서울시는 뚝섬을 중점지역으로 강북개발전략 “U턴 프로젝트”를 내놨고 뚝섬상업지역은 높은 토지매각 가격으로 서울시 최고분양가를 기록할 수 밖에 없는 지역으로 주목 받는 곳이 됐다. 지금 성동에 몰아치는 각종 개발계획은 강북아파트의 저평가에 따른 반발 매수세와 맞물려 아파트 가격을 올려놓을 만한 충분한 ‘꺼리’이며 ‘도화선’이다. 서울은 넓어 보이지만 넓지 않다. 막상 투자할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으며 적정한 가격에 좋은 아파트를 살 곳도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사방에 아파트들은 많은 것 같지만 전문가가 되면 거의 다 외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강북을 빼고 강남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기엔 강남은 절대 수량이 부족하고 조금만 손보면 강북도 쓸만한 곳이 될만한 지역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정부와 행정관청이 바라는 것은 다시 강북이 깨어나는 것이다. 각종 호재를 담아서 강남 못지 않은 강북을 다시 만드는 것이다. 그 대표지역이 먼저 달려가고 있는 성동이다. ◆ 마장동을 아십니까? 성동구 마장동은 뉴욕의 문화, 갤러리 타운 첼시(Chelsea)와 같은 곳이다. 사창가, 성동변전소, 청계천, 도축장, 고려가스, 대성연탄, 시외버스터미널, 정육도매상 등 온갖 지저분하고 혐오스러운 것들이 몰려있던 동네는 싼 땅값과 미개발 지역이라는 메리트를 기반으로 급속도로 발전해간다. 1960년대 청계천 복개공사가 시행될 시점까지 청계천 일대는 목조주택이 즐비했고 하천변 마장동, 사근동, 용답동, 송정동은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중의 하나였다. 가난한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은 하루살이 비용을 얻고자 힘들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야 했다. 도축장에서 일하거나 연탄공장에서 구공탄을 찍거나 버스대합실에서 껌을 팔았다. ![]() 멀었던 마장동이 도심화되면서 1980년대 중반에는 마장동 터미널은 수유동과 상봉동으로 나뉘어져 옮겨간다. 동마장 버스터미널 자리에는 동대문구청 신청사가 들어서있다. 마장동 818번지 고려가스와 마장동 도축장터는 1,017가구의 현대 아파트 단지가 됐다. 당시 현대계열사이던 고려산업개발이 시공해 1998년 입주한 아파트다. 청계천이 복원되어 수혜아파트로 거론되는 마장동 현대아파트는 24, 32, 49, 61평형으로 구성된 마장동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다. 5호선 마장역이 근접해 있고 마장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인접해있다. 최고층 28층으로서, 완전 평지이며 103, 104, 105동의 5층 이상은 청계천이 훤히 내다보인다. 반대 블럭의 시야를 가리던 한전변전소내의 철탑도 조만간 철거계획이 잡혀있다. 그러나 단지내 상가 뒷편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정육도매상과 거리에 육류를 실어나르는 1.5톤자리 냉동탑차들은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산재된 축산물 도매시설이 많이 정비되어 가고는 있지만 시각과 촉각적으로 쾌적한 아파트가 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마장동 817번지 대성연탄 자리에는 총 5개동 430 세대의 삼성 아파트가 들어섰다. 1996년 12월 입주한 삼성아파트는 26평, 33평, 51평형으로 구성된 역세권 아파트다. 1호선과 2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왕십리역이 걸을만한 거리에 있고 5호선 마장역도 단지 앞에 진출입구가 있다. 마장동 삼성아파트는 삼성래미안이 뜨면서 “래미안”으로 도색을 다시 해 “짝퉁래미안”이 됐다. 그래도 아직은 모든 게 쓸만해 보이는 새아파트다. 2006년 9월, 10월 강북아파트값 폭등의 바람이 불면서 단지 전체가 5,000만원에서 1억원씩 올랐다. 오른 가격에도 매물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 2007년에는 인근 왕십리역에 복합상가빌딩 비트플렉스가 들어오고, 2010년이면 왕십리역에 분당선 연장선이 들어올 계획이기 때문에 기대감에 매물은 나오는 즉시 팔린다. 옥수동에 살던 K씨는 2006년 3월, 금호어울림 32평을 3억 9,000만원에 샀다. 전세와 융자를 끼고 사서 자기돈 1억원이 들었다. 불과 몇 달만에 호가는 4억 8,000만원이 됐다. 마장동 금호어울림은 범우아파트 재건축 사업으로 2004년 5월 새로 지어 입주한 아파트 단지다. 총 6개동, 18~24층에 24평, 32평, 41평형 367가구 규모로 새아파트인 금호어울림은 삼성아파트보다 더 왕십리역 역세권이다. 왕십리역이 5분거리인데다가 마장국민체육센터가 맞닿아있고 성동구청, 성동경찰서 등 관공서가 가까워 인기가 높다. K씨의 경우 단지는 적은 편이지만 새아파트에 확실한 역세권, 오늘보다 내일이 좋아질만한 이슈가 있는 곳, 오르는 때에 대한 예측, 그런 것들이 제대로 들어맞아서 투자에 성공했다. ◆ 압구정동 부럽지 않은 성수동 성수동은 서울숲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다. 서울숲 오픈으로 성수동 아파트 값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중이다. 아파트 가격이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르자 사람들은 인근 재개발 예정구역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한다. 지어진 아파트를 포기하고 새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을 사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성수 1, 2가동 일대 “성수뉴타운” 예정지 17만 1,238평이다. 서울시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위험지역”으로 여겨 뉴타운 지정을 머뭇거리고 있지만 이미 주변 분위기는 4차 뉴타운 지정대상지 1순위로 여기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미 철거가 시작됐다. 시행사 남경과 시공사 두산중공업이 땅 일괄매입 방식으로 570가구 주상복합을 추진중이다. 매입대상 단독주택 300가구중 10가구 정도를 제외한 290가구를 매입했다. 한강과 공원이 보이는 더블조망권 지역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나올 경우, 엄청난 경쟁률이 예상된다. 이 곳에 상업지역 주상복합과 더불어 뚝섬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 압구정동을 능가하는 아파트 가격이 형성될지도 모른다. 워낙 위치가 좋고 조망권이 뛰어난 곳이기에 그렇다. 주택지 한가운데 있는 한강으로 통하는 “육갑문”을 나오면 한강이 천국처럼 보인다. 강북에서 바라보는 한강은 정남향이고 훨씬 더 활기차다. 당연히 이곳도 몰려드는 투기세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6년 상반기에 선거를 의식한 건축허가로 세대수가 300세대 이상 늘어났고 지분가격도 2배 이상 급등했다. ![]() 2002년 2월에 입주한 28평형과 33평형 2개평형 6개동 580가구로 이뤄진 아파트다. 근래까지 성수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지만 단지 규모과 짧은 동간거리, 나이보다 낡아보이는 외관, 작은 평수가 입주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성수동의 형편을 말해준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만큼은 서울숲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다. 2003년초 4억 미만이던 33평은 8억원 근처에 와있다. “왜 그렇게 올라요?” “개발호재가 많잖아요. 물건이 별로 없어요.” 공인중개사의 판에 박힌 멘트가 그대로 통하는 곳이 이쪽 지역이다. 성수동은 영등포구 양평동, 문래동과 아울러 서울시 준공업 지역의 대명사다. 그 위에 모든 건물을 철거한다고 가정하면 개발가치로 볼 때 서울시에서 가장 쓸만한 지역이다. 교통이 좋고 각종 기간시설이 모두 확보된 완전한 평지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A/S센터는 대부분 다 몰려있고 금속, 인쇄, 정밀, 기계, 선반 등의 간판이 늘어서 있어 현재, 그 지역의 기능들을 말해준다. 생계가 걸린 사업장들이 대부분이고 워낙 많은 수가 몰려 있어서 이전과 개발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미래는 아파트 지구다. 서울시는 당장 이곳을 주거지화할 수 없어서 도심형 첨단 산업단지로 전환할 계획을 내놓았다. 성수동 준공업지역 내의 대표 아파트는 2003년 입주한 지하철 2호선 성수역 롯데캐슬파크와 현대아이파크다. 준공업 단지 내에 박혀있는 단층 연립들을 재건축한 아파트들로, 준공업지역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새 아파트라서 인기가 높다. 롯데캐슬은 24~42평형 604가구, 아이파크는 32~42평형 656가구다. 성수공고 뒷편 성수동 2가 333-1 일대 성수동 KT 전화국 부지도 역시 준공업지역이었다. KT는 이 부지에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 아파트 허가를 받아 힐스테이트 445세대로 분양을 끝냈다. 이런 식으로 줄줄이 아파트 단지로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곳이 성수동 준공업지역이다. ◆ 서울숲 힐스테이트 아파트 분양만 하면 정말 대박이다. 분양가는 얼마이든지 상관이 없다. 새로 생겨나는 아파트 이름도 쏟아붓는 광고에 몇 달 후면 친근감이 느껸진다. 뚝섬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서울숲과는 거리가 멀다. 걸어서 10분 정도… 굳이 실제위치와 비슷한 이름을 대라면 ‘이마트 힐스테이트’라고나 할까? 뚝섬 상업용지에 평당가격 4,500만원짜리 주상복합 아파트가 분양을 준비중이라는 언론보도에 비하면 55평형 기준, 평당 2,500만원짜리 분양 아파트는 오히려 싸보인다. ![]() 현대건설은 몇 년간의 워크아웃과, 친근하지만 세련되지 못한 브랜드네임 ‘홈타운’으로 최고의 자리에서 밀려나 있었다. 현대건설은 새 아파트 브랜드에 새 모델을 기용하고 첫번째 상품을 내놨다. 뚝섬 KT전화국 부지에 짓는 18평에서 92평형, 5개동 445세대다. 땅이 많은 KT는 이런 식으로 보유한 많은 양의 전화국부지 개발사업을 진행해 갈 모양이다. 현대건설은 여하튼 첫번째 작품을 잘 팔아 치웠다.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한 2006년 가을 장세에 편승해 모든 것이 순조로왔다. 1년 전속료 7억원을 받은 톱모델 K양도 “돈값”을 했고 현대건설도 고급스런 분위기를 만들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으며 시행사 KT도 만족할만한 수익을 거뒀다. 모델하우스 테라스에 야외욕조까지 설치해놓은 최상층 펜트하우스 85평형과 92평형, 총 5채는 평당 3,250만원으로 서울시 아파트 분양사상 최고가를 또다시 갱신하면서 뚝섬 상업용지 주상복합 아파트 4,000만원대 분양가의 발판을 만들었다. 고분양가는 다시 인근아파트 가격을 올리고 인근 아파트 가격 상승은 다시 새 아파트 분양가의 최고기록을 만들어낸다. “쯧쯧…”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 수십평 테라스에 수입원목과 빌트인, 골드와 실버 칼라로 마감한 단 2채의 최고급 펜트하우스 92평형은 총분양가가 29억 9,000만원. 이 최고급 펜트하우스 당첨자 게시판에 떡하니 올라있는 여성 이름의 1983년생과 1971년생, 두 명의 명단을 보면서 50대, 60대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은 혀를 찼다. “23살, 35살이잖아… 세상이 왜 저 모양인가…” ◆ “뜨거운 감자” 서울숲 상업지역 주상복합 핫 포테이토(Hot Potato), 중요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미묘한 문제를 이른다. 서울숲 주상복합, 뚝섬주상복합이라 불리우는 아파트 부지가 그것이다. 서울시는 자신이 팔아먹은 뚝섬주상복합의 분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개입찰을 통해 내정가격의 2배 이상인 1조 1,262억원의 토지대를 챙겼지만 평당가 4,000만원대의 분양승인을 내주기엔 밀려올 후폭풍이 두렵다. 2005년 6월, 뚝섬상업 용지가 평당 5,668만원에서 7,734만원에 3개 업체에 팔려나가자마자 평당 4,000만원 분양가선이 나왔다. 각종 언론이 만들어낸 예상분양가격은 인근아파트 가격과 강 건너 압구정 아파트 가격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뚝섬이 4,000만원이면 우리는 8,000만원이다.” 압구정 주민들의 아전인수식 논리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집값상승 분위기가 그랬고 “프라임 마켓(prime market)”이라는 강남권 시장은 물량에 있어서 지극히 취약했다. ![]() 뚝섬발 아파트 가격 상승은 8.31대책에도 불구하고 잠실주공 5단지와 은마아파트 등 압구정 현대만큼이나 좋은 위치와 재건축 소재를 지닌 노후아파트로 옮겨 붙었다. 뚝섬 상업지역은 규정상 총연면적으로 따져 절반 이하의 면적만큼만 주거시설을 넣을 수 있다. 나머지는 지정시설을 넣어야 한다. 이것이 또 풀기 어려운 해법중의 하나다. 1구역은 업무, 관람, 판매시설을 51% 이상 넣어야 하고 2구역은 사회체육시설로써 판매하지 않았다. 3구역의 51% 이상은 업무시설, 판매시설, 공연장으로, 4구역의 51% 이상은 숙박시설, 판매시설, 문화시설로 넣어야 한다. 결국 “사업성보다는 일단 잡고 보자. 분양가는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는 개념으로 땅을 잡은 2개 업체는 수백억원의 연체료를 낼 형편에 처했고, 4구역은 아직 잔금도 못내서 계약금 440억원을 날릴 판이다. 4구역은 1년 반을 끌다가 시행사 매각의 형식으로 낙찰받은 뚝섬상업용지 4구역을 다른 회사에 넘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1구역 5,292평의 땅에는 한화건설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3구역 5,507평의 땅에는 대림건설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선다. 광장과 지하철역이 인접해있고 공원과 강이 모두 보이는 4구역 5,742평은 아직 시공사를 잡지 못했다. 시간이 돈인 디벨로퍼의 세계, 충분한 계획 없이 달려드는 경우엔 시련이 따른다. 시간은 분양가를 올리고 어마어마하게 예상됐던 분양 예상가는 주변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당연한 것이 된다. 판교가 그랬고 파주가 그랬고 은평뉴타운과 동탄이 그랬다. 머지않아 2호선 뚝섬역과 분당선 연장선이 인접하고 한강과 숲 조망권을 가진 강북의 가장 좋은 자리중의 하나, 완성된 매머드 공원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나온다.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성동 주거타운과 강북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새로 생길 분당선과 뚝섬 주상복합의 고가 분양가를 소재로, 서울숲 옆 근처의 기존 아파트들도 덩달아 오름세를 타는 중이다. 이미 서울숲 개장 이후 2배 이상 올랐다. 가격변화 그래프로 살펴보면 서울숲 오픈 전 6개월이 매입적기였다. 서울숲역 출입구 바로 앞의 아파트는 1983년식 동아맨션과 장미아파트다. 대지지분은 넓으나 땅 한쪽 면이 공장에 물려 있어 공장과 함께 재건축되어야 효과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 상승이 눈에 보이는 물건이다. 390가구 규모의 동아 맨션 아파트는 뒷편 공장부지 5,400평을 매입하여 재건축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장미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숲 정문 아파트들은 매물이 씨가 말랐다. ◆ 왕십리역 비트플렉스 왕십리(往十里). 이름도 많이 촌스러워 보인다. 낙후, 노후, 재개발, 59년, 미나리밭, 곱창골목, 한양대… 왕십리를 대표하는 이름들이다. 보행자 도로는 좁디좁아 강남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다닥다닥 붙은 낡은 건물들은 재건축이 쉽지 않아 보이는 구도심 왕십리. 그러나 뜻밖에도 왕십리역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4개 노선이 교차하는 매머드 환승역이자 철도교통의 허브다. 왕십리역에서 1호선 도시철도를 이용하면 용산, 인천, 수원, 천안까지 갈 수 있다. 반대쪽으로는 구리와 덕소, 청량리, 창동, 의정부, 동두천까지 간다. 2호선 지하철을 타면 을지로 입구, 신촌, 강남역을 가고, 한바퀴 돌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지하철 5호선도 왕십리역을 통과하므로 김포공항까지 쉽게 갈 수 있고 반대로는 올림픽 공원도 간다. 여기에 2010년이면 분당선 연장선이 들어온다. 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되면 왕십리는 그야말로 서울 최고의 교통 요충지가 된다. 서울숲과 압구정, 선릉, 도곡, 수서, 성남, 분당, 죽전, 영덕, 영통, 수원시청, 수원역까지 쉽게 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왕십리역 민자 역사 ‘비트플렉스’다. 성동경찰서 정문을 마주보고 서서 오른쪽으로 50m 지점에 위치한 이 곳이 지금은 한적하지만 1년 후엔 왕십리 일대에서 가장 화려하고 복잡한 곳으로 변화될 계획이다. 이마트, CGV영화관, 골프연습장, 패션몰, 휘트니스센터, 전문식당가 등이 들어올 예정이다. 왕십리, 성동구에 없는 것들을 다 모아다 놨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면 지하철 2호선, 5호선을 탈 수 있고 지상 1층에서는 1호선과 이어지는 국철을 탈 수 있다. 대형복합시설 비트플렉스는 코스닥기업 비트컴퓨터가 투자했다. 그래서 ‘비트플렉스’가 됐다. 정확한 지번은 행당동 168-1번지. 총부지면적 3만 3,000평 위에 지하 3층, 지상 8층의 판매시설, 문화시설이 선다. 시공사는 삼환기업이고 총 건축 연면적은 2만 6,000평이다. 왕십리역에 분당선 연장선이 들어오고 민자 역사가 자리를 잡으면 성동구의 중심은 다시 왕십리로 이동할 것 같다. 왕십리역 상권이 뻗어나갈 방향이 투자 유망지역이다. 일단 상가는 왕십리역에서 상왕십리역 방향, 청계천 방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며 민자 역사 후문 상권도 혜택을 볼 것 같다. 아파트는 왕십리역 삼부아파트와 도보이동이 가능한 두산아파트, 마장동 블록의 아파트가 수혜 아파트다. 행당동 삼부아파트는 1996년부터 입주한 24, 30, 44평의 498세대이고, 행당동 두산아파트는 1997년 6월에 입주한 24, 32평형으로 구성된 251세대의 소형단지 아파트다. 왕십리역 혜택을 그대로 입을 수 있지만 왕십리역에 도착하고 출발하는 열차소음으로 시끄러운 아파트동이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왕십리 민자 역사가 들어서면 시골 간이역의 정겨운 풍경은 사라진다. 머지않아 겨울 바람을 맞으면서 플랫폼에서 왕십리역 국철을 기다리는 모습이 그리워지는 때가 온다. ◆ 왕십리 뉴타운 2002년 10월 지정된 세 군데 시범 뉴타운의 하나로, 위치상으로 볼 때는 그 중 나은 지역이다. 을지로 입구에서 동대문을 거쳐 상왕십리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위치한 하왕십리동 440번지 일대를 중심으로 대지 10만평 5,000세대 규모로 건설되는 멀티재개발 구역이다. ![]() 왕십리 뉴타운은 1구역, 2구역, 3구역으로 나뉘어져 진행중이다. 이 중 1구역과 2구역은 청계천변에 접해서 청계천 조망이 가능한 동들이 들어서게 되고, 3구역은 대지 4만 1,140평으로 가장 크고 상왕십리역에 접해서 교통편 이용이 수월하다. 이 중 2구역이 가장 진행이 빠르다. 총 2만 800평으로 사이트가 그 중 작고 상업시설보다 주거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황학동 재개발 구역에 물려있어 그쪽 영향 또한 많이 받는다. 그 다음으로 추진이 빠른 것은 1구역, 3구역 순이다. 앞서가는 2구역은 2007년 내에 이주를 마치고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으로 분양시점은 미지수다. 서울시 발표대로 후분양제를 도입해 공정률 80% 이상 진행된 뒤 일반분양 물건을 내놓는다면 왕십리 뉴타운 아파트를 동시분양에 의하여 분양받는 것은 2010년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지금 당장 왕십리 뉴타운 이주민이 되는 길은 조합원 지분을 사는 수밖에는 없다. 지분을 사려면 발품을 팔고 상황을 포착해야 한다. 적정한 타이밍에 메리트 있는 좋은 물건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완성 후 단지를 예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목적의 달성에는 도면과 시장분석, 내공, 컨설팅 등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자료와 조언이 따라야 한다. 왕십리는 뉴타운이 대개 그렇듯이 시공사도 A급이다. 1, 2구역 시공사는 삼성, 대림, 현대산업, GS이고 3구역 시공사는 동부, 삼성, GS건설이다. 좋은 위치에 제대로 된 시공사. 이제 얼마나 활용도 높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포인트다. ◆ 옥수동, 금호동, 행당동 재개발구역 ‘어려운 가정형편’, ‘착한 심성’… M의 가정통신란에 또박또박 쓰여진 담임 선생님의 펜글씨. 항상 따라다니는 12년간의 멍에였다. M은 S여자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업했다. 그리고 4년간 오빠의 대학 학비를 보탰다. 어머니, 아버지, 언니, 오빠, 그리고 M… 옥수동 단칸방에서 십여년을 지낸 M은 첫 월급을 타서 고스란히 아버지에게 가져다 드렸다. 공사장에서 허리를 다치고 수년째 누워지낸 아버지… 아버지는 날이 밝고 식구들이 밖으로 나가면 하루종일 담배를 피웠다. 단칸방 싸구려 꽃무늬 벽지는 니코틴에 쩔어서 노랗게 변해갔다. 그래도 아버지는 M의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봄이 되면 오빠 학비로 내놓았다. 오빠가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던 날, 아버지는 숨을 거뒀다. 옥수동 428번지 옥수 4구역… 단칸방 생활을 면하고자 몸부림쳤지만 아버지는 결국 방 두 칸짜리 집에서 살아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오빠는 대학을 졸업하고 창원으로 내려갔다. 가방 하나 그리고 무일푼 빈손이었다. 언니는 오빠의 친구와 결혼했다. 형부 또한 가난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착해서 가난하고, 가난해서 착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언니가 행당동으로 시집가고 M은 어머니와 옥수동, 금호동 전세집을 몇 번 옮겨 다니다가 금호동 다세대 지하방을 2,500만원에 사서 이사를 했다. 진입로가 불명확한 강변도로 옆을 걸어 들어가면 골목 깊숙이 M의 집이 나왔다. 몇 년 동안 재개발 이야기가 돌더니 2002년 이주비를 주고 철거를 시작했다. 금호 4가 292번지 금호 11구역. 19개동 888세대가 2007년 7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에 스피드를 내고 있다. 그토록 가지고 싶던 집, 그리고 살고 싶었던 아파트… 23평형 대우 푸르지오아파트 조합원 카탈로그는 하도 많이 펴보아서 너덜거릴 정도로 낡아있다. “이젠 죽어도 좋다.” 달맞이봉 공원에서 아파트 골조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 금호동. 너무 높아서 아파트가 올라설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역처럼 느껴지는 곳. 사글세 십만원짜리 방들이 놓여있던 그곳은 국내 최대의 재개발 공사장이다. 1993년 금호 5-1구역, 금호동 두산 아파트 16개동 1,267세대를 시작으로 금호동 재개발 아파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금호 1-1, 금호 1-2, 금호 1-3, 금호 1-6, 금호 6구역, 7구역, 8구역, 12구역이 입주를 마쳤다. 현재 재개발 절차를 진행중인 구역도 10곳이 넘는다. 산동네 움막집들은 아파트로 속속들이 새로 태어난다. 금호동 1433번지 산꼭대기의 15층 아파트, 금호 7구역 323가구의 한신휴. 금호동 재개발 지역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아파트. 강도 보이고 배후에 근린 공원을 가진 특별한 아파트이다. 2002년 7월, 46평형 분양가 3억 7,700만원이었다. 2004년 입주시점엔 5억원, 이 아파트가 2006년 말 7억 5,000만원이 됐다. 강남의 무차별 상승은 순환매로 돌아와 금호동 산꼭대기에 놓인 전망탑 같은 아파트에도 상당한 프리미엄을 선사했다. 행당동 한진타운과 대림타운, 금호동 벽산타운은 서울시내의 가장 큰 재개발 블록이다. 지하철 5호선 행당역. 역이 설 자리라고는 보이지 않는 곳에 행당역이 들어서있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 세대수를 보면 역이 있어도 결코 모자라지 않는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99년 봄에 입주한 한진, 대림 아파트와 2000년 가을에 입주한 벽산 아파트다. 금호 1-6구역 행당동 한진타운 25개동 2,851세대, 하왕 2-1구역 행당동 대림아파트 35개동 3,404세대, 금호 6구역 금호벽산 아파트 24개동 2,921세대, 총 9,000세대에 달하는 초대형 아파트 지구다. 단지 내에 들어가보면 이 아파트들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 넓은 면적과 오르내림이 가파른 단지 내 도로, 성동구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 대단한 전망, 재개발의 진수를 보여준다. ‘저렇게 많은 토목공사를 하고도 시공사가 과연 이윤을 남길 수 있을까?’ 단지를 거닐다 보면 준공승인을 받고 아파트 이름을 붙인 시공사도 위대해 보인다. ◆ 성동구의 교육환경 성동의 아파트 값은 왜 그냥 그런가? 그 원인의 중심에는 학교가 있다. 좋은 교육 환경은 아파트 시세에 가장 깊이 관여한다. 동호정보고, 덕수정보산업고, 성수공고, 한양대 부속여고, 무학여고, 경일고, 한국예술고… 성동구에 있는 고등학교들을 나열해보면 이렇다. 중학교는 경수중, 동마중, 행당여중, 광희중, 옥정중, 한양대 부속여중, 사범대학 부속여중 등등… 강남권의 유명 명문학교들과 비교하면 교명 또한 낯설다. 아무리 뉴타운, 공원주상복합이 들어온다 해도 강남 아파트 가격을 따라갈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아파트 바로 앞에 좋은 고등학교로 통학하는 강남이나 신도시 학생들에 비해서 성동의 학생들은 하루가 고되다. 남자 고등학생들은 학교가 부족해 중구의 성동고로 배정받기도 한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학교를 가기도 해야 하는 지역, 그곳이 성동구이다. 1910년 설립된 명문실업계 고교 행당동 덕수정보산업고는 2007년부터 학교명을 덕수고로 바꾸고 인문계 신입생을 뽑기로 했다. 덕수상고로 유명했던 동문 많고 야구 잘하는 이 학교는 1978년, 현재의 동대문 두산타워 자리에서 옮겨왔다. 이제 세번째 교명 변경으로 시대의 흐름과 지역 상황에 맞는 전환을 모색하게 됐다. 한양여고라 불렸던 성동구 사근동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6년부터는 남녀공학으로 전환됐다. 성동구는 한양대 인근 4만 5,000평에 환경정비형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고 제2대학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학교 위상에 맞지 않게 슬럼지역인 한양대 정문 맞은편과 주변지역이 정비되면 학교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보건대, 서울시가 추진하는 유턴프로젝트의 성공은 어떤 학교를 들여 놓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꼭 필요한 것이 이미 이야기중인 자립형 사립고다. 명문고의 신설이나 이전 없이 강북이 강남을 앞지르는 주거지역이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에 110층 상업용 빌딩 신축을 추진중이다. 성동은 차근차근 모습을 바꿔간다. 막 시골에서 올라온 처녀의 촌티를 벗겨 꽃단장을 하고 명동에 내놓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