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까지 일정을 어제 확정했고 필요한 숙소나 교통편 예약을 모두 마쳤다. 미리 계획을 다 세우고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지사정도 잘 모르고 돌발상황도 발생할 수 있으니 나는 여행일정을 약간 유동적으로 두는 편이다. 필요하면 중간에 확 바꿀 용의도 있다. 이제는 막바지라서 별다른 변수가 발생할 것 같지 않아 확정지었다.
오늘은 후에(현지인 발음은 훼에 가깝다)로 가서 반나절 구경을 하고 야간열차로 닌빈으로 이동한다. 생각같아서는 하루 정도 머무르며 충분히 구경하는 것이 좋겠으나 그러면 막판에 여유가 없어진다. 다낭에는 오픈버스가 없는지 숙소로 픽업하지 않아 버스타는 곳으로 가야한다. 거리는 숙소에서 2.1킬로. 일찍 체크아웃하고 걸어간다.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에 노천테이블에서 티나 커피 마시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몇 경우만 보고 일반화시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낮은 테이블에 티를 놓고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떤다.
버스 서는 곳의 주소는 233 응우옌 어쩌고이고 커피샵이다. 커피샵 앞에 버스가 서나보다. 아침으로 쌀국수 한 그릇 하려했지만 가까운 곳에 없고 대신 반미노점이 있다. 반미 하나 주문. 계란도 넣냐고 물어서 넣으라고 했다. 기름을 많이 넣고 튀기듯 한다. 기름 많이 쓰는 건 우리 마누라가 싫어하는 방식이다. 이것저것 넣어 반미를 만들어준다. 25000동.
커피샾에 들어가 커피 한잔 주문. 이건 29000동. 점원에게 버스가 여기 서냐고 물으니 못 알아듣는다. 설마 버스라는 용어를 안쓰는 건 아니겠지. 예매표에 적힌 주소를 보여주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확실하게 믿음가는 동작은 아니다. 카페 안에는 익숙한 한국노래가 흘러나온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밖에서 기다리려 하는데 누군가 손짓한다. 설마하며 가보니 내 이름이 써진 화면을 보여준다. 45분부터 기다리라고 했는데 지금 38분이다. 밴이 큰 길이 아니라 옆길에 세워져 있다. 커피점 직원이 여기가 정거장으로 이용된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겠다. 타고보니 시설 좋은 하이리무진이다. 목베게도 있고 다리를 높일 수도 있다. 비행기 비지니스석같다. 15인승 밴 정도 크기의 차를 7명 탈 수 있게 만든 밴이다. 연예인밴 같은 구조다. 타보지 않았지만.. 이미 5명이 타고 있다. 참 다양한 차를 타보네. 후에행 버스를 예약할 때 거리에 비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비쌀만 하다.
10시48분에 후에 므엉탄 호텔 근처에 내린다. 오토바이 기사가 접근하지만 내게서 걷는 즐거움을 가져갈 수 없다. 흐엉강을 따라 걷는다. 이 강 반대편에 응우옌 왕궁인 후에성이 있다. 동선상 왕궁 옆에 있는 후에 왕실유물 박물관에 들른다. 박물관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시간 여유도 있으니 들러본다. 왕실에서 쓰던 도자기 가구 복식 장신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신발벗고 입장하고 사진은 금지다. 큰 방 하나에 모두 있으니 규모는 작은 편이다.
박물관 옆에 왕궁 동문이 있다. 사람들이 나오길래 들어가려니 직원이 막는다. 정문을 이용하라는 뜻이다. 정문은 돌아가야 했다. 왕궁은 정사각형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로 세로가 대략 7ㅡ800미터 돼보인다. 성곽을 따라서 해자가 있다.
입장료는 20만동이니 만원이 좀 넘는다. 만원이면 베트남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인도처럼 외국인 입장료가 500루피 내국인 입장료가 10루피 같이 차별하지 않아 좋다.
정문 위에 큰 건물이 있다. 올라가보니 고친지 얼마되지 않아보인다. 빨간색에 금색이 들어간 무늬가 그다지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 전체를 둘러보고 서문으로 나가기 위해 동쪽부터 간다. 왕궁 내에 절도 있다. 그다지 관리상태가 좋지 않다.
날이 덥고 땡볕이라 땀이 흐른다. 하이랜드 커피점이 있어서 들어가 에어컨 바람 좀 쐬고 가야겠다. 커피 주문하는데 주문을 안받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자리에 앉아 땀이나 식힌다.
왕궁을 죽 둘러본다. 낡은 건물도 있고 수리한 건물도 있다. 통채로 수리 중이라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있다.
땀이 나서 옷이 젖었다. 씻지 못하고 기차타면 좀 찝찝하겠네.
돌아보니 건물들이 엇비슷하다. 그만 보고 나가도 되겠네. 그런데 과거에 이 성을 온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본 것 같기도 하고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
서문은 닫혔고 나가려면 중간 건물 공사로 인해 돌아가야 했다. 동문이 나가는 문인 것 같다. 티엔무 절에 가려면 서쪽이 좋다. 정문으로 나가는 표시가 없는데 관리인에게 나가도 되냐고 물으니 옆으로 나가란다. 티엔무는 한자로 천무라고 여겨진다. 거기까지 4킬로가 좀 넘는다.
큰 길 쪽으로 걸어나오니 오토바이가 다가온다. 티엔무 얼마냐고 물으니 10달러 란다. 거절하니 5달러. 그래도 거절하니 10만동 한다. 내가 동 액수에 약한 것 어떻게 알았지. 만동으로 착각했다. 10만동은 5달러와 거의 비슷하니 깎아주는 것이 아니다. 헬멧까지 쓰다가 10만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거절했다. 걸어가니 5만동 부른다. 3만동 이상은 주지 않을 생각이지만 날 너무 호갱으로 취급해서 넌 아웃이다. 후에 쯤 온 관광객이라면 적정가격을 어느 정도 알고있다고 봐야 옳다.
배를 까고 쉬던 남자가 내게 말을 붙인다. 티엔무 얼마냐 물어보니 10만동이란다. 10만동은 외국인용 단거리 공식 제안가인가보다. 너도나도 10만동부터 시작하는 걸 보면.. 고개를 저으니 손가락 7개를 편다. 7만동. 내려가는 속도가 시원찮군. 그냥 걸어가니 아쉬운지 뭐라한다. 돌아서서 손가락 2개를 보이니 포기한다. 2만동은 아닌가보다. 다음 기회엔 3만동 제시하마.
튼튼한 두 다리와 넉넉한 시간을 가졌으니 무엇에 쫒길 게 없다.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그런데 땡볕이고 그늘이 없어서 덥고 땀이 난다. 가는 길에 가든하우스라는 곳이 관광지 같던데 입구 사진만 한장 찍고 가던 길 간다. 셔츠가 땀에 절었다.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음료가 간절하다.
드디어 티엔무 도착. 내가 예상했던 한자명이 아니다. 입구에 칠층탑이 있다. 베트남 절에는 탑이 기본으로 있는 것 같다. 절을 죽 돌아본다. 화장실에서 옷을 빨았다. 젖은 상태로 입으면 바람이 불어 시원할 듯.
내려와 스프라이트 한 병 샀다. 냉장이 잘 안되었는지 아주 차갑지 않다.
티엔무 사원 아래 강가에 선착장이 았고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시내로 돌아갈 생각이다.
배를 타러 내려가니 한 아줌마가 묻는다. 한 명이고 저쪽으로 간다니 40만동이란다. 유람선을 전세내는 비용이 40만동인가보다. 배타고 강을 건너는 것이 목적인데 유람선을 전세내라고? 거절하니 30만동. 그냥 가니 20만동을 부른다. 난 5만동 쯤 생각하고 있는데.. 나와서 오토바이라도 탈 생각에 어슬렁거리는데 오라는 오토바이 기사는 안오고 한 남자가 그룹 보트를 타란다. 그렇지 타려면 그룹이어야 하지. 얼마냐고 물으니 15만동이란다. 비싸다고 거절하지 10만동을 얘기한다. 내가 5만동을 부르니 안된다고 간다. 5만동은 심한가?
그랩 오토바이를 앱으로 보니 무슨 코드를 넣으라는데 뭔지 모르겠다. 가격은 26000동이니 좋다. 그런데 오토바이가 주변에 없나보다. 오토바이를 애를 써서 찾아보면 있겠지만 보트를 한번 타는 것도 좋겠다. 아까 10만동 얘기하던 남자에게 타겠다고 했다. 지금 막 사람들이 타는 보트인가 했더니 10분 기다리란다. 유람선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건너는 배라면 저렴할텐데.. 그런데 다리도 여러 개 있으니 배를 타고 건널 일은 없을 듯하다.
보트가 왔는지 나보고 타란다. 아무도 없다. 다른 손님들은 나중에 오나? 나중에 베트남인 5명이 탄다. 배를 모는 사람은 아까 가격흥정하던 사람 혼자다. 배를 댈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할텐데 혼자하나?
배가 흐엉강을 따라 움직인다. 강가의 녹색과 강물색이 잘 어울린다. 투어리스트 보트 선착장이 따로 있어서 그곳에 내린다. 지도를 보니 역에서 멀지 않다. 걸어서 역에 도착. 식사를 하고 기차를 타야겠다. 후에의 음식인 분보후에를 먹을 생각에 돌아보니 노점같은 분위기의 식당만 있다. 좀 괜찮은 곳에서 하고 싶어 검색해보니 900미터 떨어진 곳에 평점높은 식당이 있다. 슬슬 걸어간다. 가는 길은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곳으로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이다. 잘 도착했으나 식당이 문을 닫았다. 아 이런 맥빠지네.
다시 돌아오며 식당을 찾아보지만 내키는 곳이 없다. 역 주변으로 죽 가다가 게스트하우스 식당에 들어간다. 분보후에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사이공맥주를 주문했다. 그런데 주인이 메뉴를 들이민다. 뭐지? 또 시키라는 건가? 분보후에를 또 얘기하니 없단다. 그럼 없다고 해야지. 맥주는 따서 마시고 있는데.. 분보후에가 뭔지 모르지만 참 먹기 힘드네. 볶음국수 하나 시켰다. 라면과 국수 중간 쯤 되는데 맛은 있다. 새우도 여러개 들어있고..
7만동 지불. 주인 할머니가 숙소에 묵고 가란다. 기차타야 됩니다.
역앞 가게에서 저녁 때 먹을거리와 타피오카 들은 음료를 주문했다. 주인아줌마가 베트남말로 액수를 말하니 딸이 영어로 얘기해준다. 65000동.
대합실에 들어가니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 여기서 기다리다 기차를 타야겠다.
기차가 8분 쯤 연착했다. 이 시간에 기차 한대만 있고 사람들이 다들 기다리고 있어서 걱정되지 않았다. 기차는 좀 낡았다. 4인실은 방에 2층 침대가 양쪽에 있는 구조다. 나는 아래 침대로 구매했다. 중년 남자가 같은 방에 타고있다. 2ㅡ3분후 출발.